스님의하루

2019.12.1 통일특별위원회 의병 대회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전에 정토불교대학 졸업 수련 특강을 마친 스님은 9시 30분에 문경 정토수련원을 출발하여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대전 시내 곳곳에 아직 붉은 단풍잎이 남아 있어서 늦가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대전 정토법당에서는 전국에서 통일의병들이 모여서 오전 10시부터 통일의병 대회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시간에는 통일의병이 걸어온 지난 3년간의 활동 모습을 영상으로 돌아본 후 지부별 성과와 과제를 발표하고 상장 수여식을 진행했습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함께였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서로를 격려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낸 후 오후부터는 스님을 모시고 기조 강연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먼저 평화재단을 설립했던 15년 전을 떠올리며 기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소련의 패권경쟁에 휘말려 남북으로 분단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6.25 전쟁까지 겪으면서 대립과 갈등을 반복해 왔습니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전 세계적으로는 냉전구조가 해체되었지만, 한반도에는 냉전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의 급격한 부상으로 인해 미·중의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한반도는 다시 갈등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15년 전에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평화재단을 창립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의 부상과 함께 미국과 중국 사이에 패권경쟁이 시작되면, 남한은 한미일 동맹에 소속되고, 북한은 북중러 동맹에 소속되어, 다시 한번 한반도가 패권경쟁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가 또다시 강대국 패권경쟁의 무대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걸 막기 위해서는 남북 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협력관계로 돌아서야 한다. 그래야 미·중의 패권경쟁에 휘말리지 않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는 곧 아시아의 평화와 직결된다.’

이런 목표를 가지고 평화재단을 설립해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통일운동을 추진해 왔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그동안의 일들을 돌아보면 우리의 예측은 모두 맞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극복하고자 한 과제들을 극복하기에는 우리의 힘이 역부족이었습니다. 완전히 실패라고는 할 수 없지만,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은 우리의 역할에 의해서 동아시아의 질서가 조정되기보다는 미국과 중국이 이미 짜 놓은 질서 속에 한반도가 급속도로 편재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드 배치 문제, 지소미아 문제 등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정부 9년 동안 우리가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을 많이 놓쳤습니다. 그 결과 2017년에는 전쟁의 위기까지 치닫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서 전쟁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까지는 어느 정도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를 정착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일을 더욱더 능동적으로 추진하는 정부가 들어서서 제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평화재단에서 하고 있는 정책 연구 활동만으로는 위기 극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고, 정부의 힘만으로도 위기 극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래서 민간 통일의병의 필요성을 인식했습니다. 그 결과 6년 전 통일의병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통일의병을 교육하고 조직하는 데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이 일을 국민운동으로 확대하기 위해 통일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지난 3년간 진행해 왔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여러분 모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모두 박수)

이어서 스님은 앞으로 통일의병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성과들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에게 닥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함이 많습니다. 이 부족함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재점검하기 위해서는 우선 통일의병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기에도 바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힘들어하고, 자기 가족을 건사하는 것도 힘들어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토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헌신성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그에 더해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통일의병 활동까지 하려고 하니 여러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분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저도 충분히 공감이 되고 이해도 됩니다. 보통 사람들과 비교하면 여기 모인 여러분들은 모두 훌륭한 분들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세운 목표를 떠올리면 아직 부족함이 많습니다.

‘왜 우리가 통일의병을 만들었는가?’

‘왜 우리가 통일특별위원회까지 만들었는가?’

이렇게 목표지향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리에게는 아직 활동 의지가 많이 부족합니다. 여러분들의 현재 모습은, 마치 농사짓기에도 바쁜 농민들을 모아놓고 손 무기 하나씩 주면서 ‘당장 내일부터 외세의 침략에 대응하는 의병이 되자’라고 했을 때 농민들이 두려워하며 도망을 갔던 것과 비슷합니다. 의병은 훈련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고, 무기도 신통치 않은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라가 위기에 처했다고 하니 나 하나라도 작은 힘을 보태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의병정신입니다.

결국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합니다. 기준을 일반인에 두면 여러분은 모두 훌륭한 사람들입니다. 여러분 같은 사람들은 100명에 한 명도 찾기 어렵습니다. 사실 정토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만 봐도 외부에서는 모두 훌륭하다고 합니다. 스님이 나서서 법당을 운영해도 잘 안 되는데 정토회는 스님도 없이 자기들끼리 운영을 합니다. 그래서 외부에서는 ‘저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교육과 훈련을 받기에 저런 일이 가능한가?’ 하는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요즘은 월급을 줘도 일을 잘 안 하려고 하는 시대인데, 여러분들은 자기 돈을 써가며 활동을 하니까 외부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갑니다.

여러분들 모두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한반도의 위기를 극복해보자는 목표를 갖고 이 일을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아직 부족합니다.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함께 해야 한다.’

이런 목표에 기준을 두었을 때는 아직 여러분들의 의지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능력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어요. 얼마나 의지가 부족한가를 두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여러분들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함께 겸하고 있기 때문에 통일의병 활동까지 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가끔 너무 힘들다고 호소하면 ‘저분은 그만두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안쓰러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통일특별위원회의 멤버가 된 여러분들은 통일의병 중에서도 특별히 선발된 사람들입니다. 농사를 짓다가 잠시 그만두고 자기 마을에 쳐들어온 적과 싸우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농사를 그만두고 다른 지역에 침범한 왜구도 막아내는 관군 수준으로 활동하기 위해 조직된 의병입니다. 이런 목표를 다시 생각하면 비록 숫자는 적더라도 의기투합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직장 다니면서 힘들게 활동하는 것을 스님이 몰라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직장만 다니기에도 힘든데, 직장에 다니랴, 가정생활 챙기랴, 정토회 활동까지 하랴, 거기다가 통일특별위원회까지 하려니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의지를 더 내어야 한다는 말은 무리해 가면서 죽기 살기로 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지금 여러 면에서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때만큼은 여행이나 가족행사도 조금 뒤로 미루고, 이 일에 마음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활동을 하다 보면, 집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때 가족에게 ‘지금이 나라의 위기이니까 이때만 잘 넘겨보자’라고 이야기를 잘해서 마음이 이 일에 집중될 수 있게 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물론 가정에 급한 일이 생기면 활동 시간을 조금 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이 흔들리면 안 됩니다. 이 일은 확고한 마음을 갖고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통일의병을 모집할 때도 수행자가 되겠다고 약속한 사람 중에서 선발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평화재단에서 시민운동 차원에서 이 일에 동참할 수 있어요.

오늘 지난 3년을 마무리하면서 마음을 새로 내야 합니다. 우선 자기가 맡은 일의 중요함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일상적으로 활동을 하면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일이 성공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큰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이런 일은 일단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을 할 때도 우리가 플라스틱 제품 하나 안 쓰는 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저 쓰레기장에 우리가 하나라도 쓰레기를 덜 쌓자는 마음가짐으로 해나가는 겁니다. 그것처럼 통일의병 활동도 통일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자는 마음가짐으로 하는 거예요.

삼국지를 보면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세 사람이 모여 의기투합한 것이 천하를 삼분하는 결과를 낳았듯이 소수라도 의기투합을 하면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에게 천 년 만에 기회가 찾아온 것입니다. 기회가 왔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잘 살려야 합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지난 100년의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조금 힘이 들더라도 용기를 가지고 새롭게 마음을 다져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박수)

모두 큰 박수로 스님의 격려에 답했습니다.

이어서 곧바로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통일의병들은 그동안 각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 의문 나는 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질문을 했습니다.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 동안 특위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해 답한 후 스님은 법상에서 내려왔습니다.

이어서 내년에는 더욱더 활기차게 활동할 것을 다짐하며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님은 갈 길이 바쁘다며 아직 행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양해를 구하고 행사장에서 나왔습니다. 두북 정토수련원을 향해 출발하면서 스님은 두북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는 행자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정리는 어디까지 했어요? 서울에서 내려온 행자님들 잘 올라갔어요? 저녁은 어떻게 먹을 거예요?”

차로 2시간을 달려 6시 40분에 두북 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모처럼 겨울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행자님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오늘 농사일을 한 소감을 나눈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12월 2일 농사일

다시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밤새 비가 거세게 내리더니 아침이 되자 해가 떴습니다.

천일결사 기도를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비닐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고춧대 철거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이제 한 동 남았습니다.

“가장 힘든 일이 뭐예요?”

어제 스님은 문경과 대전에서 하루 종일 법문을 하느라 함께 농사 울력을 하지 못했습니다. 스님은 가장 힘든 일을 찾아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복잡한 그물망을 정리하고 단단히 박힌 지주대를 뽑았습니다.


가지밭 정리도 스님이 도맡았습니다. 가지는 고추보다 뿌리가 커서 뽑는데 힘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고추는 고랑마다 관을 설치해서 물을 주어서 뿌리가 깊게 내리지 않았는데 가지는 물을 찾아 뿌리가 땅속 깊이 내려있었습니다.


부직포를 걷고 고춧대를 뽑고 각종 농사도구를 정리했습니다. 이제 일이 손에 익어서 속도가 빨랐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선물용 김장 김치를 서울로 가져가기 위해 챙겼습니다. 인도 JTS에 보낼 김치, 필리핀 JTS에 보낼 김치, 미국 워싱턴 정토회관에 보낼 김치를 각각 통에 담아서 포장했습니다.


오후에는 텃밭을 정비하는 일을 했습니다. 엊그제 밭에 거름을 뿌리고 땅을 뒤집고 고랑을 만들어 두었는데, 오늘은 상추, 고소, 시금치를 각각 구역을 정해 씨앗을 심었습니다.

호미로 고랑을 파 놓은 후 씨앗을 가지러 갔습니다.

“상추는 씨앗이 너무 작아서 그냥 밭에 뿌리는 것보다 이렇게 모래와 섞어서 뿌리면 더 골고루 뿌려져요.”

씨앗을 뿌릴 때도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습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본 행자님은 스님의 노하우가 신기하기만 합니다.


씨앗을 뿌린 자리에는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다행히 어제 하루 종일 비가 많이 와서 땅에 습기가 많았습니다.

씨앗이 추위를 견딜 수 있게 비닐을 덮어 주었습니다. 철사를 둥글게 세우고, 그 위에 비닐을 덮으니 금세 작은 비닐하우스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텃밭 정리는 일단 끝났어요.”

이 겨울을 잘 이겨내서 내년 봄에는 싱싱한 상추로 만나길 바라봅니다.

그저께 수확한 무는 서울로 가져가기 위해 포대에 담았습니다.

“일기 예보를 보니까 오늘 밤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고 하네요. 무는 밤새 차에 실어놓지 말고 방 안에 두었다가 아침에 차에 실읍시다.”

스님이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면 밤새 무가 꽁꽁 얼었을 겁니다. 텃밭에서 일을 마치고 다시 고추 비닐하우스에서 뒷정리를 했습니다.


농사 도구는 내년에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고춧대는 말려서 땔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쪽 편에 가지런히 놓았습니다. 3일에 걸친 비닐하우스 정리가 끝이 났습니다.

비닐하우스를 정리하기 전과 후
▲ 비닐하우스를 정리하기 전과 후

오후 5시 30분이 되자 해가 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서둘러 농사일을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농사일을 마쳤다고 모두 목욕을 가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동네 친구 분의 병문안을 하러 잠시 다녀왔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행자님들은 방 안에 무 포대를 옮겨 놓고 밤늦게까지 비닐하우스에서 나온 고추들을 방안에 말리고, 고추 꼭지를 따는 일을 했습니다. 스님은 원고 교정과 업무를 본 후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 3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서울로 이동합니다. 아침 7시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오전 10시부터는 하루 종일 정토회 기획위원회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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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

시대의 소명이 뭔지 되돌아봅니다. 통일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자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져봅니다.

2019-12-06 13:48:49

산나무

농사에 쓰였던 물건을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모습에 경건함까지 느껴지네요

2019-12-06 08:48:02

문병식

지금 내가 어떠한 관점을 갖고 살아야할까? 되돌아보는 시간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12-06 04: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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