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하루

2019.10.5. 태풍 피해 긴급구호활동 (삼척)
“태풍이 지나간 자리”

오늘 스님은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강원 삼척시 신남마을을 찾아 피해 복구 작업을 했습니다.

100여 가구, 180여 명이 사는 아담한 해안마을인 신남마을은 주민 대부분이 70~80대 어르신입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3일 오전 1시쯤 동네 뒷산이 무너졌습니다. 산에서 흙이 밀려내려 와 마을을 흐르는 복개천을 막았고, 마을은 흙과 물에 잠겼습니다.

서울, 문경의 정토회 공동체 대중과 청년활동가, 강릉, 동해, 남양주, 춘천, 양천, 양평에서 온 정토회 회원까지 총 100여 명은 태풍이 지나고 이틀 뒤인 5일 아침에 신남마을에서 모였습니다. 대구 경북지부 정토회 회원 20여 명은 울진으로 지원을 갔습니다. 하늘은 잿빛이었고, 파도는 거칠었습니다.

신남마을 이장님이 무척 밝은 얼굴로 뛰어와 인사했습니다.

“이렇게 큰 수해를 막상 당해보니까 정말 사람들의 손길이 너무 그립고 간절했습니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저희가 또 어려운 분들을 도울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을에서 여러 가지로 힘든 분들을 많이 볼 겁니다. 그냥 들어주시고 사랑의 손길로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장님은 연거푸 고맙다고 인사했습니다. 스님도 함께 한 대중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다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을이 형편없죠? 그래도 구름이 끼어서 일하기는 좋겠네요. 오후에는 비가 많이 온다고 해요. 하는데 까지 해봅시다.”

간단히 체조로 몸을 풀고 조별로 청소 도구를 챙겨 마을로 향했습니다. 마을의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마을 한가운데를 잔잔히 흐르던 복개천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집 대부분은 토사에 반쯤 묻혀있었습니다.

상수도관에도 문제가 생겨 물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태풍으로 새로 생긴 물줄기에 집기를 씻거나 물을 길어 청소해야 했습니다.

포구 가운데는 폭우에 떠내려온 승용차가 거꾸로 처박혀 있었습니다. 가진 것 없는 갈매기만이 태풍이 오나가나 상관없는 모습으로 무리 지어 있었습니다.

마을에는 피해복구작업을 위해 육군 23사단 장병 170여 명도 왔습니다. 농협에서는 물과 간식을 제공하는 봉사자들이 나왔습니다. 대부분 나이 드신 어르신이 사는 마을이라 자녀, 친지들이 와서 돕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만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훈훈한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찾아간 집은 80대 어르신 한 분이 사시던 곳이었습니다. 집 안은 진흙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역할을 나누어 진흙이 묻은 물건을 꺼내고, 장판을 걷어내고, 삽으로 흙을 퍼냈습니다. 흙을 어느 정도 걷어낸 방은 물을 길어와 신문지와 걸레로 닦아냈습니다.






밖으로 들어낸 가재도구는 씻어서 다시 방 안으로 넣었습니다.

“아이고. 고마워요.”

주인 할아버지는 잔잔히 미소 지으며 함께 청소했습니다. 곧이어 할아버지의 형제들도 와서 함께 일을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물건을 하나라도 아끼려고 하고, 형제들은 어차피 못쓸 텐데 버리라고 했습니다. 집집마다 이런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열심히 일하고 다 같이 모여서 참을 먹었습니다. 참을 먹으러 가는 길에 스님은 바다로 떠내려가고 있는 장화를 주었습니다. 주워보니 멀쩡한 장화였습니다.

“하나 벌었다.”

장화를 깨끗이 씻어서 도구를 모아두는 곳에 놓고 참을 먹었습니다. 참은 단졸임단빵입니다. JTS에서 옥수수 1만 톤을 지원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북한에서 보내온 빵이었습니다.

“1개씩 골고루 맛볼 수 있도록 나눠주세요.”

그러나 나누는 과정에서 앞서 먹는 사람 중 여러 개를 먹은 사람이 있어 뒤에 온 사람이 못 먹는 일이 생겼습니다. 스님은 분배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다시 알려주었습니다.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다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집 앞에 흙이 가득 쌓인 집으로 갔습니다. 포클레인이 닿지 않는 안쪽에서 삽으로 흙을 퍼내면 포클레인이 앞 쪽에서 많은 양의 흙을 퍼냈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일을 더 하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반나절만으로는 집 하나 청소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점심 먹고 다시 올게요!”

현장에서 일을 하는 동안, 식사조는 따끈한 콩나물 국밥을 끓여내었습니다. 비를 맞아 으슬으슬하던 몸이 풀립니다.


점심을 먹는데 육군 23사단 대대장이 찾아와 스님에게 인사했습니다.

“필요한 거 없어요? 빵이라도 사줄까요?”

“괜찮습니다. 고생 많으십니다.”

점심 식사를 먹고 차에서 잠깐 휴식한 뒤 다시 일을 시작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작업이 끝나는 시간은 집주인이 이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입니다!” (모두 웃음)

호기롭게 일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빗방울은 오전보다 더욱 굵어졌습니다.

대중은 비를 피하도록 하고 스님은 마을을 점검하러 갔습니다.



얼마 안 있어 이장님이 방송을 했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봉사자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전원 철수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군인들이 먼저 돌아가고, 정토회 대중도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비가 적게 올 줄 알았는데 홍수 수준으로 비가 오니까 사고위험이 있어서 철수하라고 합니다. 일을 마치고 나누기를 해야 하는데 젖은 상태에서 하면 감기들 수 있으니까 일단 봉화 수련원으로 이동해서 씻고 마음 나누기를 하겠습니다. 지역에서 오신 정토행자님들은 돌아가시는 길에 해주시기 바랍니다. 큰 일은 못했지만, 어쨌든 마음이라도 함께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모두 박수)

충분히 도와드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내리는 비를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스님은 지역에서 온 정토회 회원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가져온 도구를 정리해서 다시 트럭에 싣었습니다.

떠나려는데 삼척시장님이 달려와 인사했습니다.

“여러분, 너무 고맙습니다. 정토회에서 청소도구며 음식이며 포클레인까지 다 가져와서 주민들이 너무 편했다고 하시네요.”

시장님이 내일 간식이라도 준비하겠다고 하자 스님이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닙니다. 절대 하지 마세요. 저희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군인들 주려고 초코파이를 많이 샀는데 일찍 가버려서 못 줬어요. 저희들은 많이 준비해왔습니다.”

주민들께 오후에 다시 온다고 했는데, 인사 한 번 드리지 못하고 떠나려니 젖은 몸보다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리는 떠나지만 주민들은 그곳에 남아 일상을 회복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입니다. 진짜 재난은 태풍이 지나간 후에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슬퍼하고 절망하기보다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긍정적이어서 오히려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봉화 수련원에 도착한 스님은 얼른 씻고 산에 올랐습니다. 요즘 송이가 나는 시기라 송이버섯을 캐기 위해서였습니다.

산 정상까지, 길이 없는 험한 길로 다녀보았지만 결국 송이버섯은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 같은 사람 눈에 보이면 안 되지. 등산 잘했다.”

모두 따뜻한 물에 씻고 함께 저녁을 먹었습니다. 저녁 설거지는 스님이 앞장섰습니다. 백일출가 행자님들은 특히 어쩔 줄을 몰라하며 그릇을 내려놓고 갔습니다.

숟가락, 젓가락, 그릇을 나누어 빠르게 설거지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싱크대의 물기를 닦고 바닥까지 깔끔하게 닦았습니다.

저녁예불을 드리고 강당에 둘러앉아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처음 재난 현장을 접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적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했고, 비가 오는 바람에 많이 도와드리지 못해 아쉬웠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또 의연하고 긍정적인 마을 사람들이 인상 깊었다는 사람도 여럿 있었습니다.

“재난 지역은 처음인데 실제로 보는 것은 많이 달라서 놀라웠습니다. 다른 이웃들이 와서 도와주는데 굉장히 긍정적이라 감명받았어요. 저희들을 오히려 배려해주셨어요.”

“끝까지 못 도와드려 걱정스러운 마음이에요. 내일 정성껏 하겠습니다.”

“8명이 다 붙어서 했는데 집의 반도 안 치워졌어요. 혼자 하면 정말 힘들겠어요.”

“주민들이 생각보다 담담했어요. 어르신들이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하시는 게 인상 깊었어요.”

“보람된 하루였습니다. 막막했는데 함께 치우다 보니 깨끗한 바닥이 드러나니 개운했어요. 집주인 어르신이 잘한다고 좋아하시니까 좋았어요.”

“어제 식재료를 챙기는데 챙길게 많아서 라면이나 먹지 하고 불평했어요. 그런데 다른 단체에서 컵라면을 나눠주는데 쓰레기가 엄청 많이 나오는 거예요. 가마솥에 국밥을 끓이니 귀찮긴 했지만 쓰레기는 안 나왔어요. 정토회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태풍 매미 때 집에 혼자 있는데 가슴까지 물에 차서 탈출한 적이 있어요. 그때 어려움을 알아서 이런 현장에 온다고 해서 기뻤습니다.”

“어젯밤 11시 넘어서 청년들 불러모았는데 와줘서 기뻤어요. 그런데 그렇게 온 청년이 불러줘서 고맙다고 해서 찡했습니다. ”

“준비팀이 하루 만에 사전 준비를 꼼꼼히 해주셔서 고마웠어요.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감동했어요.”

“2002년 태풍 루사때 처음 정토회에 와서 긴급 구호를 해봤어요. 그때 스님께서 ‘가진 게 많은 사람일수록 얼마나 상심이 크겠냐. 너희들은 나를 만나서 굉장히 자유롭지 않느냐’고 하신 말씀이 오늘도 기억이 나네요.”

“지붕을 밟고 다니는 게 비현실적이었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과 군인들과 일심동체가 되어 재밌었어요.”

마지막으로 스님도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해서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공동체 대중 모두가 모여서 함께 일할 수 있어서 특히 더 좋았습니다. 어제 긴급하게 결정했는데도 작업도구, 식사, 현장 지휘를 신속히 잘 준비해줘서 감사합니다. 비 맞으면서도 짜증 안 내고 밝은 얼굴로 일해 주셔서 더 좋았습니다.

내일은 주어진 시간에 열심히 일하시고, 시간을 더 연장해서 일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차피 다 청소해 주지는 못해요. 수재민들의 아픔에 우리도 함께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임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옮기게 될 때 ‘이장님이 철수하라고 했습니다’라고 절대 말하지 마세요. 그러면 수재민들이 이장님에게 섭섭해지기 때문에 나중에 이장님이 동네에서 입장이 곤란해져요.

‘저희들 방침이 한 집만 도와주는 게 아니라 골고루 돕는 것이어서 다른 집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게 좋아요. 우리가 집집마다 모든 청소를 다 해줄 수는 없습니다. 한 집에서 어느 정도 청소를 해주고, 다음 집으로 넘어가는 식으로 해야 합니다. 너무 한 집을 완벽하게 청소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도록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인력을 한 두 명 배정해서 버려진 물건 중에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을 좀 수거하면 좋겠습니다. 벽돌, 타일, 농사지을 때 쓰는 비닐끈 같은 것들은 충분히 재활용을 할 수 있거든요. 수해가 나면 주민들은 다 갖다 버리는데, 우리가 볼 때는 사용해도 될 것 같은 물건이 있거든요. 우리가 그 물건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환경 운동 차원에서 재활용이 될 수 있게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환경운동을 하기 때문에 이건 저희가 가져가서 재활용하겠습니다.’

이렇게 이장님께 말씀드리고, 쓸만한 물건인데 무작정 버려지지 않도록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소감 나누기를 마치고 나니 아홉 시가 가까웠습니다. 내일은 새벽 4시에 일어나기로 했습니다.

“지금부터 자면 7시간은 잘 수 있겠네요. 허리가 아프도록 자겠어요.” (모두 웃음)

내일을 위해 얼른 잘 준비를 마쳤습니다. 몸은 노곤하지만 마음은 뿌듯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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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란

스님 제 고향 마을 입니다. 저는 10월 4일 부산에서 올라가 일손 돕고 10월 5일 일찍 내려와 스님을 뵙지 못한게 너무도 아쉽습니다.
스님 저희 부모님께서 스님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뵙고 싶어 합니다.
스님 감사드리고 또 감사드립니다.

2019-11-19 11:37:16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1-13 12:48:09

^^^^

스님 애쓰셨네요^^단졸임단빵도 참 맛있어보이구요^^[너희들은 나를 만나서 굉장히 자유롭지 않느냐’] 그 부분에서 그냥 가슴이 뭉~클한게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ㅠ스님과 함께하시는 분들 부러워하며 바라보다보니‥ㅜ

2019-10-09 19: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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