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하루

2019.9.14. 제6차 북미 동부지구 해외 정토행자 대회 2일째
"아기를 갖고 싶어요 vs 아기가 생길까 봐 불안해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6차 북미 동부지구 해외 정토행자 대회 2일째입니다.

새벽 4시 30분. 똑. 똑. 똑. 목탁 소리가 조용히 잠들어 있는 미주 정토회관을 깨웁니다. 5시에 아침 예불을 하고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추석을 맞이하여 다 함께 차례를 지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 분들도 있었습니다.

아침식사 후에 국립 야생동물 보호지인 파투센 보호지역(Pautuxent Research Refuge)으로 산책을 갔습니다. 작년에는 후덥지근하여 걷기 힘들었는데, 오늘은 구름이 적당히 해를 가리고 바람도 불어와 산책하기 딱 좋았습니다. 호수에는 흰색과 분홍색의 수련이 피어있고, 백로와 오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평화로운 풍경이었습니다.

스님은 망개잎을 보고는 _'예전에는 망개잎으로 떡을 싸면 상하지 않고 오래가기 때문에 망개잎으로 떡을 싸서 보관했다'_라고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다들 소풍 나온 어린애들처럼 즐거워했습니다. 야외에 나온 기념으로 단체 사진도 촬영했습니다.

1시간 동안 산책을 하고 미주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산책 후에는 회관으로 돌아와 해외지부, 북미 동부지구, 그리고 각 법당에서 지난 활동들을 정리하여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뒤에서 행자님들의 발표를 지켜보았습니다. 다들 재치 있고 재미있게 발표했습니다.

특히 '천도재의 재발견'이라는 발표가 인상 깊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집전을 교육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천도재를 지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한 법당에서 어떻게 하면 누구나 다 천도재를 할 수 있을지 연구해서 동영상으로 학습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발표자가 천도재 동영상을 만들며 '천도재의 의미가 죽은 사람도 수행하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스님이 '깨닫지 못한 사람은 죽어서도 수행해야 한다'라고 하자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좌충우돌하면서 씩씩하게 길을 만들어 가고 있는 해외 행자님들의 애환과 열정이 어우러져 감동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이어서 미주 정토회관의 신축을 진행하고 있는 김순영 님이 미주 정토회관 증축 불사에 대해 자세하게 발표해주었습니다.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니 큰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미주 정토회관이 완공되면 내년부터 이곳에서 명상 수련과 더불어 각종 연수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외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에는 국제국장 김순영 님이 국제국의 활동과 방향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해주었습니다.

“국제국은 9차 천일결사를 시작하며 외국인 전법을 확대하고 정토회를 국제화하기 위해 새롭게 생긴 부서입니다. 국제국은 2017년에 신설된 이후로 해외에 거주하는 현지인,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전법을 해오고 있습니다. 언어의 장벽과 문화의 차이를 넘어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영어 통역 강연과 영어 법회를 통해 적은 수이지만 외국인 수행자들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시도를 하며 성장한 국제국에게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바로 국제국 팀장들이 모둠장이 되어서, '2차 만일 결사에 외국인 전법을 위해 직장, 지역, 법당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외국어 전법이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신나게 토론을 해보았습니다.

저녁 예불 후에는 오후에 '내가 할 수 있는 외국어 전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모둠별 토론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톡, 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발표를 다 듣고 나서 스님은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칭찬하면서 발표를 들으면서 생긴 외국인 전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함께 나누어 주었습니다.

“법당에서 외국인 법회를 하겠다고 했을 때, 저는 조금 염려가 되었어요. 그러면 한국 사람이 주가 되고 외국인들은 종이 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주체적이 되기 힘들어요. 그리고 한국 문화가 이상하게 보일 수 있으므로 비판적이 될 수 있어요. 오늘처럼 우리가 추석날 천도재를 지낸다든지 하는 것도 외국인들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워요. 그리고 지금 정토회에 다니고 있는 한국 사람들은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에요. 성당이나 교회나 기존 절이 마음에 안 들어서 정토회에 왔기 때문에, 처음에 보면 착하게 생겼지만 속 고집이 하나씩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런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늘 갈등이 있어요. 그들이 볼 때 '어떻게 수행한다는 사람들이 조그만 일에 갈등을 일으키나?' 하고 비판을 할 수 있어요.

제가 이런 부분에 대해 야단을 안치는 이유는, 원래 개성이 있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서로 깎여서 둥글게 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큰 장점이 되긴 하지만, 겉으로 볼 때는 모범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법당에서 외국인 법회를 하기 전에 우리끼리 먼저 우리들의 수행을 점검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봐도 우리가 화합도 되고 괜찮다고 판단이 되면 외국인들을 법당에 초청해서 법회를 열어도 돼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가정집이나 공공장소를 활용해서 외국인 법회를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 하는 자신이 있으면 법당에서 열어도 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외국인 전법을 하려면, 콘텐츠 개발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해요. 그런데 정토회는 급여를 지불하지 않고 자원봉사로 운영한다는 원칙 때문에 여러 가지가 많이 어려워요. 무엇보다 자원봉사자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료로 배포할 수 있는 소책자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요. 그러나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꼭 필요한지는 검토를 해봐야 합니다. 영어로 이미 번역된 것들 중에 감동적이었던 즉문즉설 10개, 혹은 법문 중에 감동적인 짧은 문구를 모아서 소책자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전법의 가장 기본은 모범을 보이는 것입니다. 내가 화를 덜 내고 짜증을 덜 내면 배우자와 아이들은 내가 변한 것을 알게 됩니다. 개인의 변화가 사실은 전법에서 가장 큰 힘입니다.

개인에게 변화가 일어나면 같이 사는 사람이 제일 늦게 알아차립니다. '저게 무슨 의도를 가지고 저러나?' 하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에요. 또 변화를 감지하더라도 속으로는 인정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인정을 안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내 운명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나, 다른 사람을 교화할 때에도 이런 개인의 변화가 아주 중요합니다.”

이어서 스님은 새로 짓고 있는 미주 정토회관의 활용 계획과 내년 일정도 함께 알려주었습니다.

“내년에 미주 정토회관 건물이 새로 완공되면, 1년에 3-4차례 명상 프로그램을 할 계획입니다. 매번 100여 명씩 참석할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 미주 정토회관은 연수원, 명상센터, 일상 법회, 실무자 숙소, 사무실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활용이 될 겁니다. 내년에는 함께 명상도 해봅시다.”

이어서 스님에게 활동하면서 궁금한 점을 질문했습니다. 아이에 대한 질문이 연달아 나왔는데요. 상반되는 질문 두 가지를 모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기를 갖고 싶은데, 남편이 망설여서 고민입니다

“20대 중반에 결혼해서 30대 후반이 된 지금까지 아기가 없어요. 남들보다 좀 이르게 결혼한 편이라 ‘나중에 아기를 갖자’고 합의해서 지금까지 왔는데, 30대 초반에도 얘기를 해봤을 때 남편이 아기를 좀 늦게 갖고 싶대서 저도 동의했어요. 하지만 그 당시 저는 좀 빨리 가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성질이 급한 편이라서 무슨 일이든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어 하거든요. (모두 웃음)

그러다 30대 후반이 돼서 다시 남편과 아기 문제를 얘기하게 됐어요. 남편이 처음에는 좀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수행을 하면서 그런 마음이 많이 좋아졌대요. 그래서 예전보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정확하게 속마음을 얘기하는데, 이렇게 얘기했어요.

‘나는 아기가 있어도 괜찮고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니 네가 결정을 해라.’

저는 남편이 원하지 않으면 안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부부가 합의하지 않고 아기를 가졌을 때 과보를 받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봤기에 저는 그런 과보를 피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네가 원하는 대로 하자’라면서 공을 저한테 딱 넘긴 거예요.

저는 지금까지 거의 늘 제가 원하는 대로 해왔어요. 그래서 이젠 그런 걸 안 하고 싶고, 특히 아기 문제는 남편과 좀 뜻을 맞춰서 화합하고 싶어요. 그런데 저도 제 마음을 정확하게 모르고, 남편도 솔직히 원하는 게 있을 것 같은데 그 의중을 얘기하지 않으니까 답답해서 스님께 좀 여쭤보고 싶습니다.”

“결혼은 질문자가 해놓고 책임은 스님한테 전가시키려고 하네요.” (모두 웃음)

스님의 첫마디에 웃음과 함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이 지금까지는 ‘아기를 갖지 말자’라고 한 건 아니지만 ‘아기를 좀 뒤에 갖자’ 이렇게 미뤄왔다가, 지금 와서는 ‘아기를 가져도 좋고 안 가져도 좋은데, 네가 원하면 갖고 네가 원하지 않으면 안 갖겠다’ 이렇게 나온다는 거죠?”

“네.”

“그 말을 들으면 남편은 아직 아기를 갖고 싶은 마음이 썩 내키지 않는 것 같은데요. 결혼 당시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웠거나 다른 객관적인 어려움이 있어서 잠깐 미룰 수 있었겠지만, 이후로도 계속 미뤘다는 것은 아기를 갖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 생각할 수 있어요. 혹시 아내가 상처를 입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뒤로 미루자’ 이렇게 해온 것일 수 있거든요. 남편은 아기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난 절대로 아기를 갖고 싶지 않다!’ 이런 상태도 아니고요. 기본적으로는 아기를 안 갖는 쪽에 더 비중을 높이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갖는 것을 거부하는 쪽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냥 그렇게 두고 같이 지내면 되죠.”

“그래서 제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만약 당신이 원하지 않는데도 나를 위해서 아기를 갖는다면 그것도 문제다. 그러면 갖지 말자’라고 얘기했어요. 그러니까 그건 또 싫대요. 갖지 말자고 하니까 그건 또 싫다니 혼란스럽습니다.”

“아기를 갖지 말자고 하는 것도 싫고, 갖는 것도 싫다는 것이네요. 남편한테는 미루는 게 그 중간인가 봐요. (모두 웃음)

남편이 그렇게 얘기하면 그걸 받아들여서 질문자가 자기 결정을 하면 돼요.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편은 아기를 꼭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것을 ‘남편이 아기를 갖고 싶지 않는 것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좋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른 것뿐이에요. 남편은 아기를 꼭 가질 마음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기를 절대 안 가지겠다고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아니에요.

남편이 꼭 본인 입으로 확실히 말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대충 짐작되니까, 그러면 이제 내가 나를 점검해보면 됩니다. 남편의 그런 태도가 밉다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말고, 나를 점검해보라는 거예요.

‘저런 태도면 오히려 잘 됐다. 나도 사실은 갖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이렇게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결론이 나겠죠. 생기면 그냥 낳고, 안 생기면 그냥 안 낳는 쪽으로 가면 돼요.”

“그 부분에 대해서 스님께 좀 점검받고 싶어요. 저는 이제 마음을 내려놓고 싶거든요. 그동안은 늘 ‘하고 싶다’, ‘하기 싫다’가 확실히 정해진 삶을 살아와서요.”

“그럼 아이 문제도 확실히 얘기하는 게 낫죠. 왜 다른 건 다 하고 싶은 대로 해놓고 이 문제는 또 하고 싶은 대로 안 하려고 해요?” (모두 웃음)

“예, 알겠습니다.”

“내가 아기를 갖고 싶은지를 우선 점검하세요. 내 생활이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아기를 갖고 싶다면 남편에게 이렇게 얘기하세요.

‘당신은 중간 입장이라고 하지만 나는 아기를 갖고 싶다. 그러니 갖도록 하자.’

아기가 갖고 싶다고 해서 가져지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나 현재 아이를 안 가지려고 피임을 하고 있다면 그건 이제 폐기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아이가 가져지면 갖고, 안 가져지면 안 갖고요. 그러나 가질 가능성 자체를 막는 피임 행위는 이제 끝내자는 거예요. 이렇게 접근하면 돼요. 그래서 안 가져지면 그만이고, 가져지면 낳아서 키우면 됩니다. 관점을 이렇게 갖는 게 낫죠.

남편이 애매하게 표현할 때 내가 나를 점검해보세요. 나는 ‘아이 한 명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면 남편에게 이렇게 얘기하세요.

‘우리 둘이서만 살아도 행복하지만, 아기가 하나 정도 있으면 우리 사이가 더 좋겠다. 그래서 난 아기를 갖고 싶다. 그렇다고 아기가 반드시 생기는 것은 아니니까, 일단은 인위적으로 막는 피임은 그만두도록 하자.’

이렇게 대화하면 돼요. 그런데 내가 나를 점검해보니, 정토회 활동도 해야 하고, 아기가 있으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서 나도 아기가 갖고 싶은 것은 아니라고 하면 마침 남편도 아기를 꼭 갖고 싶은 건 아니라고 하니 이럴 땐 ‘갖지 말자!’ 이렇게 얘기하지 말고 좀 부드럽게 표현을 해보세요.

‘이 문제에 있어서 저는 당신의 의견을 따르고 싶습니다.’

이렇게 얘기해서 서로 공을 넘겨주면서 조율해가면 돼요.” (모두 웃음)

“그렇게 물어봤는데 남편이 저한테 공을 넘기면서 말하기를, 자기는 꼭 저랑 화합해서 하고 싶대요. 서로 동의하고 화합해서 이 문제를 잘 풀고 싶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너무 어려운 거예요.”

“그러면 질문자가 이렇게 말을 한 번 해보세요. 나는 아기를 갖고 싶다고 의사를 먼저 딱 표현해 보는 겁니다.

‘저는 당신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굳이 저한테 의견을 묻는다면 저는 아기를 갖고 싶습니다.’

남편이 자기도 갖고 싶은데 아기 낳아서 키우는 부담이 큰 쪽이 부인이다 보니까 오히려 부인을 존중한다고 눈치를 보고 있었을 수도 있어요. 내가 갖고 싶다고 의사를 딱 표현했을 때 남편이 ‘그래, 네가 그렇다면 가지자’ 이러면 자기도 속으로 갖고 싶었다는 뜻이에요. 그러면 아기를 가지면 됩니다.

내가 갖고 싶다고 의사를 딱 표현했을 때 남편이 ‘조금 뒤로 미루자’고 하든지, 약간 발뺌을 하면, ‘아, 남편이 아직 결정을 못했구나’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나는 갖고 싶은데 꼭 갖고 싶은 건 아니야’ 이렇게 얘기하지는 마세요. 처음에는 그냥 ‘나는 갖고 싶다’ 이렇게 의사 표현을 하고, 남편이 약간 발을 빼면 이렇게 얘기하면 돼요.

‘아, 나도 아이를 꼭 갖고 싶은 것은 아니야. 네 의견을 존중해. 우리 사이에 아기가 뭐 중요하겠어? 우리 둘이 제일 중요하지.’
이렇게 약간 무마해서 안 갖는 쪽으로 화합을 해버리면 돼요.”

“감사합니다.”

“스님이 이런 얘기까지 해야 해요?” (모두 웃음)

큰 박수와 웃음이 쏟아지는 가운데 다음 질문자를 향해 순서가 넘어갔습니다. 두 번째 질문자도 아기를 갖는 문제로 고민하는 내용을 물었습니다. 앞 질문자는 아기를 갖고 싶어서 고민인 분이었는데, 다음 질문자는 아기를 갖고 싶지 않아서 고민인 분입니다. 처한 상황이 많이 달라서 앞 질문과 뒷 질문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아 연이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아기를 안 갖고 싶은데, 혹시 생길까 봐 불안합니다

“저는 오히려 아이가 생길까 봐 걱정입니다. 지금 결혼 3년째가 되어 갑니다. 남편과 저 둘 다 아이를 갖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결혼 전에 이미 서로의 뜻을 알고 결혼했어요. 아이를 안 가지려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피임 시술입니다. 그런데 피임률이 99퍼센트라곤 하지만 그 1퍼센트의 가능성이 너무나 걱정됩니다. 피임 시술을 해도 아이가 생긴 경우가 제 주변에도 있고요. 최선인 줄은 알지만 그 1퍼센트의 가능성이 너무너무 불안한 거예요.

남편은 혹시라도 아이가 생기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자고 하지만, 저는 아이가 생기고 나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생기면 낳아서 기르거나 지우는 방법밖에 없는데, 저는 아이를 지우고 싶진 않으니까 그런 일이 생기기 전에 최대한 방지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애를 쓰는데,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자궁이 없으면 좋겠다’라는 극단적 생각까지 할 때가 있고, 남편과 좀 소원해질 때도 있습니다. 아직 혈기왕성한 남편이 좀 안쓰럽기도 하지만 불안감이 너무 큽니다.”

“그런데 자궁을 들어낸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수술하고 나서 한참 동안 아래가 허전해서 곧은 자세로 앉을 수가 없대요.”

“저희 어머니가 난소 쪽을 제거하셔서 호르몬제를 계속 드시고 계세요. 그래서 저도 자궁을 제거하고 싶진 않아요. 다만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거나 말하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수행자라면 이건 유념해야 합니다. 내가 아기를 갖지 않겠다고 하는 건 자유 의지니까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생겼다면 ‘아, 이것도 인연이구나’ 하고 아기를 낳는 게 좋아요. 이렇게 관점을 가지면 문제 해결이 어렵지 않아요.”

“아기가 생기면 낳아야 할까요?”

“그렇게 피임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기가 생겼다면 질문자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느냐를 얘기하는 거예요. 그때는 한 생각을 탁 돌이켜서 이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아, 아이를 안 갖겠다고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생긴 걸 보니까 이건 특별한 인연이구나. 보통사람에게 아기가 생기는 것은 특별한 인연이라고 하기 어렵겠지만, 안 갖겠다고 그렇게 방비를 했는데도 아기가 생겼다면 이건 잘못된 게 아니라 특별한 인연이구나.’

아기가 생길까 봐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특별한 인연으로 아기가 생겼는데, 이 아이를 내가 키울 거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그때 가서 결정을 하면 됩니다. 질문자가 아이를 못 키우겠다면 아기를 낳기까지 9개월 간만 노력하고 낳은 뒤 바로 입양을 시키면 돼요.

내가 낳은 아이를 꼭 내가 키워야 한다는 법은 없어요. 아기를 낳고 싶은데 아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입양이 엄청난 복이잖아요. 미국에서 지금 입양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듭니다. 그런데 아이를 그냥 입양할 수 있다면 그 사람한테는 엄청난 복이죠. 수행자는 그런 것에 미련을 가지면 안 돼요. 내가 아기를 낳아서 아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드리면 되니까 그걸 나쁘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미래에는 인공자궁이 만들어질지도 몰라요. 그러면 부부가 수정란을 마련해서 인공자궁에 넣고 ‘주문’을 하고, 때가 되면 아기를 찾아와서 키우게 되겠죠. 이렇게 되면 ‘낳은 자’라는 개념이 없어져버려요. 사회적으로 보면 부모는 ‘기른 자’가 부모지, ‘낳은 자’는 중요하지 않은 거예요. 생물학적으로 볼 때는 ‘낳은 자’가 부모지만, 사회적으로 볼 때는 ‘기른 자’를 부모라고 의식하는 것이거든요.

아기가 생겼을 때 질문자가 직접 못 키우는 게 문제라면, 낳을 때까지 한 1년 정도만 바깥 활동을 못하는 것을 감수하고, 낳고 나서는 다른 사람이 잘 키울 수 있는 곳에 입양을 보내면 돼요. 이럴 때 ‘누구 집에 입양 보냈다’ 이런 건 생각하면 안 돼요. 아예 모르는 곳에 보내는 게 좋아요. 그래야 아이가 온전히 그 부모 아래에서 잘 자랄 수 있습니다.

그런 길도 있기 때문에 스님이 보기엔 질문자가 아기가 생길까 봐 너무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서로 합의해서 아기를 낳지 않기로 했다면 피임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지금처럼 두려워한 나머지 결혼을 해놓고도 부부관계를 자꾸 거부하고 남편을 멀리 하면 나중에 갈등이 생겨요.

그러니 피임을 하고, 피임을 했는데도 아기가 생기면 기꺼이 아기를 낳겠다고 생각하세요. 불교 신자로서도 그렇고, 법률적으로도 낙태는 지금 허용이 안 되고 있잖아요. 성폭행을 당했거나 하는 경우는 계율에 어긋나도 낙태를 양해할 수 있지만, 결혼한 부부가 낙태를 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납니다. 그럴 때는 아기를 낳아서 입양을 해주면 돼요. 관점을 이렇게 갖는 게 좋습니다. 두려워하면 오히려 화를 자초하게 돼요.”

“예, 알겠습니다.” (모두 박수)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면 불안해지고 두려워요. 이런 생각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 친정 엄마에게 화를 더 많이 내고, 화가 멈춰지지 않습니다. 제가 마치 괴물 같고, 화를 내는 나를 보는 게 괴로워요. 화를 내도 괴롭고 화를 안 내도 괴로운데 어떡하죠?
  • 거리에 포스터를 붙이는 방식의 홍보는 이제 어려워요. 코리안 퍼레이드에 정토회를 홍보하면 효과가 좋을 것 같은데 이전에도 제안을 했다가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정토회는 코리안퍼레이드에 홍보하는 것을 꺼려하나요?
  • 제가 생각하기에 불필요한 보고서를 작성할 때 짜증이 납니다. 저는 스님처럼 원을 세우지 못해서인지 잠을 안 자고 봉사하는 건 힘들어요. 연애도 해야 하고, TV도 봐야 하고 우울증 치료도 해야 하고 쉬기도 해야 하거든요. 법당 사정을 아니까 일을 거절도 못하겠고, 녹초가 되기 직전입니다.
  • 규모가 작은 법당에는 행정을 간소화해주면 좋겠습니다.
  • 아픈 남편이 저 때문에 아프게 됐다고 해서 괴로워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즉문즉설은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었지만, 행자님들은 법문에 빠져 시간도 잊은 듯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_“아무리 하고 싶어도 손해가 나면 멈출 줄 알고, 필요한 일이라면 너무 하기 싫어도 해버릴 수 있을 때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_라는 말로 즉문즉설을 마쳤습니다.

3시간 가까이 하나하나 자상하게 대답해주신 스님에게 행자들은 감사한 마음을 담아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내일은 행자대회 3일째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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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나

내 욕구로 부터 자유롭다!
감사합니다 꾸벅^^

2019-11-07 20:47:41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0-14 22:11:35

이선화

자유로와져야 함을 봅니다.

2019-09-22 04: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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