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하루

2019.9.13 북미 동부지구 정토행자대회 1일째
“정확하게 따져야 할지, 봐주고 넘어가야 할지, 고민이 될 때”

서쪽 하늘에 보름달이 훤하게 떠 있는 새벽 3시 30분, 스님은 오늘도 길을 나섭니다.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서 애틀랜타 국제공항까지는 약 2시간 30분 거리입니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여 애틀랜타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길을 달리다가 갑자기 +1시간이 되어 보니 앨라배마주 경계를 넘어서서 조지아주로 들어선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땅이 넓다 보니 동부와 서부는 3시간 시차가 납니다. 그중에서 앨라배마 주와 조지아 주는 인접한 주이지만 시차가 1시간 납니다. 

공항에 도착하여 수속을 밟은 후 게이트 앞에서 도시락으로 준비해온 음식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였습니다. 볼티모어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2시간을 비행한 후 워싱턴DC 북쪽인 Maryland로 이동하였습니다.

볼티모어 공항에 도착하여 짐을 찾고 나오니 워싱턴정토회 대표인 민덕홍 님이 마중 나와 있어서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워싱턴 미주 정토회관에 도착하니 북미 동부지구 정토행자 대회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정토행자들은 대부분 어제 도착하여 신규 발심 행자교육, 서원 행자교육, 그리고 오전에는 개편된 경전반을 시연하면서 모둠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차장에서 내리니 불사를 담당하는 건설사 사장님과 현장 감독님이 스님에게 인사하였습니다. 스님은 도착해서 불사 현장 및  미주 정토회관 전체 경계를 둘러보고 도량정비 작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내어주었습니다.
  


그 시간에 정토행자들은 수행법회 관련하여 모둠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둠활동을 마치고 나서 스님을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다함께 점심식사를 한 후 제6차 해외 정토행자 대회 북미 동부지구 입재식을 하였습니다. 이번 북미 동부지구 해외 정토행자 대회의 슬로건은 ‘오래된 새길, 북미 동부 세계 전법의 꽃이 피어나리라!’입니다. 배너에 가을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슬로건에는 해외 전법이 시작된 동부지역의 뿌듯함과 세계 전법을 향한 열의가 느껴졌습니다.

선주 법사님, 이정인 해외사무국장, 임금이 북미동부 지구장의 인사말에 이어 대중들은 스님에게 청법가로 입재 법문을 청하였습니다. 스님은 정토회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정토회는 설립될 때부터 수행을 중심으로 수행공동체를 지향했지 종교 공동체를  지향하지 않았습니다. 수행자면 머리 깎고 절에 들어와야 하지만, 정토회는 하루 한 시간 정진하고, 일주일에 한 번 수행법회 참석하고, 매일 봉사하지 않더라도 한 달에 하루만 봉사하거나, 나누어서 1주일에 2시간만 봉사활동을 해도 수행자의 범주에 넣어줍니다. 3개월씩 안거에 안 들어가도 일 년에 적어도 5일 명상을 한 번만 하면 수행자의 범주에 넣어줍니다. 이렇게 비록 사는 것은 집에 살아도 ‘수행자’라는 정체성을 부여해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서암 스님께서 아이디어를 주셨습니다. 제가 한국 불교가 썩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더니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보게, 어떤 사람이 말이야. 논두렁 밑에 떡 앉아 그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중이고, 그곳이 절이야. 이것이 불교라네.'

마음이 청정한 자가 수행자이고, 수행자가 머무른 곳이 논두렁 밑이라도 절이고, 이런 관점을 갖는 것이 불교다, 이 세 가지를 제시해 준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불교운동을 할 때 절을 짓고 수련원을 지어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이 관점에서는 절이 아무 필요가 없습니다. 교회에서 법담을 나누면 그곳이 절이 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마음을 청정히 내었기 때문에 가정집이 절이 되어 정토회가 시작된 겁니다. 건물이나 제도가 중심이 되어 시작한 것이 아니고 서암 스님 말씀대로 마음이 청정한 자가 그저 나무 밑에 앉아 시작한 것이 정토회입니다.
 
이렇게 수행자의 모임으로 정토회가 시작되었습니다. 1차 만일결사 동안에는 수행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지를 우선 한국에서 테스트했습니다. 그것에 확신이 들면 두 번째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그들이 필요한 다양한 언어로 접근해 나가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우리가 아픈 몸을 치유하는 좋은 약을 하나 개발했다고 합시다. 이 약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을 하려고 할 때 제일 핵심이 뭘까요? 우선 자기가 먹고 나아야 돼요. 사람들에게 이 약 먹어보라고 권하면 ‘그거 먹으면 어떻게 되는데?’라고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이 때 ‘내가 먹어보니까 낫더라’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게 없습니다. 선전 매체나 도구는 다 부차적이에요. 가장 확실한 것은 자기가 먹고 낫는 거예요. 

제가 ‘정토회는 수행을 기초로 한다’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는 이유는 자기가 먹고 나은 경험을 가지라는 얘기예요. 내가 먹고 나아야 돼요. 즉 여러분들이 이 법을 만나서 좋아져야 됩니다. 완치는 안 되더라도 경과가 좀 좋아져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야 남한테 말을 할 때 말에 힘이 실립니다. 자기가 먹고 봤는데도 낫지 않거나 먹어보지도 않고 남한테 ‘이거 좋다던데 먹어라’ 그러면 그 말에 힘이 실리겠어요? 힘이 안 실립니다.
 

여러분들이 먼저 이 법을 만나서 그래도 자신의 고뇌를 상당히 해결하게 되면, 예를 들어 깨달음의 장 수련에 갔다 오면, ‘우리 어머니도 이걸 했으면 좋겠다’, ‘내 동생도 이걸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우리 애인도 이걸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도 여길 한 번 왔다 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잖아요. 그것이 가장 강력한 전법의 힘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깨달음의 장 수련은 지금 특별히 선전을 안 해도 우리가 그 수요에 비해서 공급을 해낼 수가 없는 거예요.

앞으로 정토불교대학도 하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진행자나 공간이 없어서 진행할 수 없는 날이 곧 올 겁니다. 처음에 깨달음의 장 수련을 할 때는 수련 신청자가 없어서 진행을 못했지만, 지금은 진행자가 없어서 진행을 못합니다. 한국 같으면 한 달 전에 신청을 받기 시작하는데 1분 내지 2분 만에 마감이 됩니다.

여러분들은 해외에 살아도 한국 사람이었기 때문에 1차 만일결사의 멤버로서 활동을 했습니다. 2차 만일결사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예요. 첫째, 한국어를 쓰는 많은 교민들의 어려움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전법을 하는 일입니다. 둘째,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에게 전법을 하는 일입니다. 여러분들은 해외에 살고 있고, 인간관계가 외국인과 관계있기 때문에 외국인 전법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외국어로 된 콘텐츠 개발을 하기 위해 국제국을 신설해서 번역도 하고 외국어 자막을 만드는 일도 했는데, 내년 10차 천일결사에서는 이제 이 콘텐츠를 갖고 각 법당 별로 외국인을 상대로 실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기존 부서에 외국인 전법팀을 하나씩 신설하고, 우리 중에 한 두 명은 이 일을 맡아서 해보자는 겁니다. 외국어가 자유롭거나, 외국인과 결혼했거나, 외국인 회사에 다니거나, 외국인과 근접해 있는 사람은 이 부분을 맡아서 해보자는 거예요. 이것이 지금 해외 지구의 새로운 과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10차 천일결사 때 실험해서 개발된 것은 다음 2차 만일결사에서 정토회의 주 전법 과제가 될 것입니다.

정토회는 신자의 모임이 아니라 수행자의 모임이에요. 어떤 환경에 처하든 항상 자기가 주인의 역할을 놓치지 않는 게 수행자입니다. 이런 환경에 처하든, 저런 환경에 처하든, 누구를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은 자기 인생이 아직 독립이 안됐다는 거예요. 어린애처럼 누구에게 의지되어 있는 거예요. 여러분들이 어떤 환경에 처하든, 약간 넘어졌더라도 금방 일어나서 자기의 삶을 살아가야 자기 인생의 주인입니다.
 
부처님은 항상 두 가지를 말합니다. 세계의 주인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그럼 세계의 주인이라는 것이 무슨 말일까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고통을 다 내 일로 받아들인다는 거예요. 지구 환경의 문제를 내 일로 받아들이고, 세계 전쟁을 내 일로 받아들이고, 굶어 죽는 사람의 일을 내 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엄마가 자식의 일을 자기 일로 받아들이듯이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일을 내 일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래서 세계의 주인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우리가 세상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고통을 내 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행자는 첫째, 자기 인생이 행복해야 합니다. 둘째,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전통적으로는 이것을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고 표현합니다. 셋째, 우리가 회의를 하고 이 일을 해가는 과정도 세상에 모범이 되도록 해보자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민주적인 운영을 해보자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아직 정착이 좀 덜된 편입니다. 그러나 이런 관점을 분명히 가지고 우리가 이 길을 한 번 가보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여러분들이 도반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자기 인생에 주인이 되고, 세계의 주인이 되는 관점을 갖는 사람이 많지가 않습니다. 결혼해서 직장 다니면서 애 키우면서 수행하고 봉사하고 보시하고 전법하는 여러분들은 참 귀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환경도 생각하고, 평화도 생각하고, 제3세계 구호활동도 하고 하는데, 우리 이웃을 둘러봐도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구호활동을 어떻게 하고, 주말에 모금운동을 어떻게 나가고, 이런 얘기하는 사람들이 친구 중에 얼마나 있어요?”

"없어요."

“없습니다. 우리가 바로 전 세계에서 1%도 안 되는 인류 문명을 이끌고 가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자기에 대해서 고귀하다는 생각을 좀 가지셨으면 해요. 그리고 우리 도반들이 성질도 내고 짜증도 내고 말도 좀 안 듣고 하지만, 그래도 이만한 사람을 찾으려면 백 명 중에 한 명도 없고, 천 명 중에 한 명도 고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도반이 소중한 줄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도반이 소중한 줄을 몰라요. 스님은 그걸 아니까 여러분 한 명 한 명을 엄청나게 소중하게 여겨요. 이런 걸 알면 여러분들이 좀 힘들어도 자긍심이 있는데, 이런 걸 잘 모르기 때문에 자긍심이 없는 거예요. 스님도 힘이 들지만, 스님은 이런 걸 알기 때문에 힘든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당당하게 수행자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도반들의 소중함을 알고, 다 함께 이 길을 가보자고 따뜻한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입재 법문에 이어 이번에 새롭게 신규 발심 행자가 된 6명의 신규 발심 행자들을 환영하는 환영식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선배 도반들이 꽃 한 송이를 건네주면서 새로 발심 행자가 된 것을 축하하는 모습이 참 따뜻합니다. 다 함께 큰 박수로 환영하였습니다.

이어 스님은 6명의 신규 발심 행자들이 수행자의 길로 들어서서 함께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축원을 해준 후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하였습니다. 

이어 법당 별로 참가자 소개가 있었습니다. 캐나다 토론토 1명, 워털루 2명, 오타와 1명, 미국 뉴욕 7명, 맨해튼 2명, 뉴저지 5명, 보스턴 4명, 워싱턴 4명, 버지니아 4명, 앨라배마 1명, 오스틴 1명, 달라스 4명, 콜럼버스 3명, 공양 바라지 5명까지 총 48명이 함께 하였습니다. 그리고 해외 상임 법사인 선주 법사님, 해외사무국 2명, 수행팀의 묘덕 법사님, 최말순 보살님, 그리고 스님까지 총 52명이 3일 동안 미주 정토회관에서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도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저는 법문 담당이고, 농사 보조를 하고 있으며, 가끔 최말순 보살님을 시봉하고 있는 법륜입니다."

모두 ‘와’ 하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다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녁 예불을 한 후에는 오전에 모둠활동을 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발표를 다 들은 후에 “발표도 재밌게 잘 하네요” 라고 칭찬하면서 “해외의 경우 수행법회의 취지에 대해 아직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것은 현재의 해외 법당이 안고 있는 처지 때문인 것 같다” 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수행 법회를 왜 개편하게 되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한 후 더 궁금한 점에 대해 질의응답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에 대해 4명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중 불사에 대해 질문한 내용과 그 대답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불사를 하면서 건물과 안전에 관련된 것은 확실하고 정확해야 한다는 생각에 업자가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고 계속  증거를  찾고 연구를 해서 밀어붙일 때가 있습니다. 내가 수행자로서 이렇게 해도 되는지 고민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물건을 사러 갔다고 합시다. 이 컵을 사러 갔는데 ‘얼마예요?’ 하니까 상대가 100원이라고 그래요. 그래서 제가 ‘이거 50원에 주세요’라고 하니까 상대가 ‘남의 물건을 뭘로 보고 공짜로 가져가려고 하느냐’ 그러면서 화를 버럭 내요. 이 때 ‘나는 수행자이니까 100원을 주고 사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잘못된 생각이에요.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게 수행자입니다. 남한테 피해를 안 주는 게  수행자예요. 이런 것은 상거래이기 때문에 나는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그 가격을 흥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런 것에 자꾸 수행자라는 자책을 가지면 안돼요. 다만 상대가 성질을 버럭 낼 때 나도 성질을 버럭 내면 이건 수행자가 아니에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50원밖에  없어서 그렇게 말씀드린 거지 물건을 나쁘게 보고 그렇게 말씀드린 건 아닙니다.’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면 됩니다. ‘그러면 80원  줘야 되나’ 이렇게 화를 내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것은 그 사람이 화낸 것에 말려든 거예요. 웃으면서 ‘55원이면 되겠습니까’ 이렇게 나가야지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겠어요?”

“네.”

“그렇게  냉정하게 최대한 웃으면서 가격을 깎는 것은 욕심하고는 아무 관련 없는 소비자의 권리에 속해요. 반대로 내가 이 물건을 팔 때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이 물건을 100원에 팔려고 내놨는데, 상대가 50원에 사겠다고 해서 화를 내면 그는 수행자가 아니에요. 

‘아이고, 50원에 팔면 저도 좋겠습니다만, 이건 그렇게 팔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상대가 ‘그러면  60원에 파세요’라고 할 겁니다. 그래도 웃으면서 이렇게 말해야 해요.  

‘그것은 한 푼도 깎을 수가 없는 물건입니다. 당신이 정말  이 물건을 사고 싶다면 제가 5원을 깎아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내가 상인으로써 물건을 사고 파는 상술에 해당하지 내가 이 사람을 속이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 권리를 바보같이 넘겨줘도 안 된다는 거예요. 이때 수행자는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서 상대하고 싸운다든지 하면 안 됩니다. 또 거기에 놀라서 손실을 보는 것은 바보이지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수행자가 아니에요. 

정토회에서는 공사 감독을 제대로 하라고 질문자에게 소임을 맡긴 겁니다. 질문자가 수행자라는 생각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예, 예, 예’ 하기만 하면, 건설업자한테는 좋은 사람일지 몰라도 이 공사를  책임진 감독으로서는 자기 직분을 다하지 않는 사람에 속하는 겁니다. 그렇게 할 바에는 직분을 내려놔야 한다는 거예요. 그때는 ‘저는 그 사람들을 도저히 감독하지 못하겠습니다. 자꾸 화가 나서 이 소임을 내려놓겠습니다’ 이렇게 얘기해야 하는 거예요. 

물론 그 사람들이 볼 때 설계도에도 없는 것을 더 해내라고 한다든지, 부당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되죠.  그러나 설계도에 있는 것, 약속된 것, 이런 것은 정확하게 얘기해서 관철을 시켜야 합니다. 질문자가 자신을 볼 때  ‘내가 옳다고 고집하는가’ 이렇게 보지 말고, ‘사실이 어떤가’ 하고 봐야 합니다. ‘이것은 저분들이 불편해해도 원래 계약상 주어진 것이다’라고 판단되면 집행을 해야 합니다.

이런 비슷한 일들은 인도 성지순례 하면서 엄청나게 겪었던 일이에요.  호텔에 짐 풀어놓고 로비에서  침낭 깔고 자면서 데모한 적도 있었어요. 왜냐하면 이 호텔에 방을 30개 예약해서 잠을 자러 갔는데 방이 5개밖에 없다는 거예요. 딴 데서 돈을 더 준다고 방을 내줘버린 거예요. 그래서 다른 호텔에 방을 알아보고 예약금을 달라고 하니까 예약금을 안 돌려주는 겁니다.  방 5개만 쓰라고 해요. 그런데 아무리 얘기해도 안돼요. 주인이 없다고 하면서 자기는 주인한테 그렇게 지시받았다고 해요. 그렇다고 흥분해서 물건을 집어던지고 싸울 수도 없잖아요. 

‘그래 알았다. 우리 전부 침낭 꺼내서 로비에서 자자.’

이래서 손님이 호텔에 들어가는  문 다 막아버리고 로비에서 잤습니다. 이렇게 해서 예약금을 받아낸 적이 있거든요. (모두 웃음)

배상까지는 못 받더라도 본전은 받아야 될 거 아니에요. 이런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수행자는 여기에 화를 내고 싸우고 주먹다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자기 권리를 찾는 것은 당연한 권리예요. 그래서 연구를 하셔서 제대로 안 하는 것은 하라고 얘기해야 되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요즘은 반전이 되어서 그전에는 말을 너무 안 듣다가 이제는 너무 말을 잘 들어서 걱정이 됩니다”

“요새는 내 말을 잘 들어서 걱정이라고요? 그러면 나중에 잘못되면 자기 책임이지요.” (모두 웃음)

“요즘은 꼬리를 내리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제는 도리어 걱정입니다.”

“일하는 사람을 괴롭힐 필요는 없지만, 제가 늘 말하듯이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착한 사람이 아니고 바보라는 거예요. 그렇다고 계약 이외의 손해가 나도록 그 사람에게 부당하게 요구를 해서도 안 됩니다. 우리는 수행자 집단이기 때문에 남에게 손해를 끼쳐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수행자 집단이라는 이유로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를 포기하는 것도 안 맞습니다. 공사를 할 때 정토회에서 뭘 따지면 ‘종교인들이 더한다’ 이렇게 나옵니다. 그래서 어떠한 경우에도 정확하게 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미 잘못되었지만 다시 수정하기에는 손실이 너무 크거나, 또 그들이 하자는 대로 한다고 해서 계약상 위배는 되지만 크게 문제가 안 되겠다 싶을 때는 조금 봐줄 수도 있는 것이고요. 상황에 맞게 판단을 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을 공유드리면, 건축 기초공사를 하다가 설계대로 안 하고 대충 얼렁뚱땅 해서 넘어가려다가 질문자에게 걸려 지금 공사가 중단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 것은 정확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계약에 어긋난다 하더라도 우리한테 큰 손실이 없고, 전문가한테 물어보니 안전에 문제가 없고, 또 원래대로 하려면 공사비도 너무 많이 든다면, 이럴 때는 의논을 해서 이 정도는 감안을 하고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관점을 분명하게 가질 수 있어서 모두에게 유익했습니다. 이 외에도 3명의 질문이 더 있었습니다.

  • 2016년부터 법회를 열고 있는데, 사람이 늘지 않고 한 두 명이 왔다가 떨어지고, 또 한 두 명이 오고 합니다. 법회를 계속 열어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 2012년 첫 강연을 한 후 2015년을 빼고 거의 매년 강연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스님이 안 오시니 처음에는 일도 없고 하여  좋았는데, 두 달 전부터 법당 사람들에게도 동력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스님이 안 오실 때는 법당 운영의 동력을 어떤 것에서 찾아야 하는지요?
  • 법당을 이전하면서 공양을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일반 회원들도 다 들어있는 공지 방에 투표를 하자고 올리는 바람에 공양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의견이 다를 때 지켜야 할 원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두 답을 하고 나니 밤이 너무 깊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질문을 하고 싶어 했지만 스님은 나머지는 내일 또 이야기하자고 하면서 법문을 마쳤습니다.

“오늘 첫날인데 눈이 감기는 사람들이 있네요. 오늘은 시간도 늦고 하니까 이 정도에서 마치겠습니다. 내일 즉문즉설 시간에 또 질문을 받겠습니다. 이번 행자 대회는 저하고 하는 얘기보다  여러분들 간의 얘기가 더 중요한다는 것을 다시 강조 드립니다.”

첫날 일정을 마쳤습니다. 이제 해외에서도 한인 교민을 넘어서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법이 더 활기차게 펼쳐질 것 같습니다. 내일은 북미 동부지구 해외 정토행자 대회 2일째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전체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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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미소

지혜로운 스님 말씀 말씀 감사드립니다
스님의 제자라고 말씀 드리기 부끄럽지만
자부심만은 대단합니다
건강하세요 스님~~^^

2019-11-17 23:04:14

정지나

내 권리! 고맙습니다 꾸벅^^

2019-11-06 21:42:53

임규태

스님께 감사드리며 여러 봉사자님들과 참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_^

2019-10-11 19: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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