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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에 이어서 실무자 안거 수련이 두북정토수련원에서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스님께서 실무자 안거 수련에 결합하시기 전, 실무자들은 3일에 걸쳐 정토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연찬을 진행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연찬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주시면서 실무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폭넓게 수렴해가는 방식으로 각 주제별로 대화와 질의응답을 함께 하셨습니다.
각 부서별 사업 내용에 대해 본격적인 연찬에 들어가기 전, 스님께서는 먼저 큰 틀에서 정토회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정토회는 일과 수행의 통일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일이 곧 수행입니다. 일을 수행삼아 합니다. 일하면서 괴로워해서는 안 됩니다. 일하면서 생기는 괴로움을 일을 하지 않아서 해결하는 게 아니라 일 속에서 해결한다면 그 일은 곧 수행이 됩니다. 일도 하고 수행도 한다, 이런 개념과는 다릅니다. 분리된 두 개를 동시에 한다거나 선후로 한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분리된 두 개를 같이 하는 게 아니고 하나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익숙할 때까지는 두 개를 병렬하는 형태가 될 수도 있고, 병렬해가면서 통합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쪽에 치우치면 다시 다른 한쪽을 보완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을 할 때 괴로움이 발생하면 수행 쪽으로 방향을 약간 더 보완해주는 이런 것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은 하나입니다.
그런데 일을 잘 하려고 하면 욕망과 집착이 생깁니다. 심리적으로 부담이 되고 편안하지가 못하죠.또, 집착했을 때는 일이 뜻대로 안 되면 괴롭습니다. 그렇다고 집착을 놓아버리면 이번에는 일이 안 됩니다. 일과 수행의 통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습니다. 이것은 명상수련을 할 때 호흡을 관찰하는 것과 같습니다. 호흡을 관찰하려고 하면 긴장해서 집중해야 됩니다. 반대로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하라고 하면 졸거나 놓치게 됩니다. 편안한 가운데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편안하면 멍청해지기 쉽고, 집중해서 살피면 긴장되기가 쉽죠. 긴장을 해서 애를 쓰기 때문에 명상수련 초기에는 힘듭니다. 그러나 몇 번 명상수련을 해보면, 점점 편안하면서도 집중하는 게 조금씩 터득이 되게 됩니다. 일을 잘 하는 가운데 부담이 안 되어야 하고, 일이 안되었을 때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아야 합니다. 다시 연구해서 도전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수련을 할 때는 괜찮은데, 막상 일이 딱 주어지면 세속적인 관점으로 돌아가서 집착을 하게 되죠. 오늘 우리가 일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일을 어떻게 잘하면서도 편안하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최선을 다해서 하되 거기에 집착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집착을 안하면 나태해지기 쉽습니다. 굉장히 집중이 된 상태에서도 편안하게 해야 합니다. 일이 목적은 아닙니다. 수행이 목적입니다. 일도 수행의 한 과정으로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일에 애착이 있는 사람은 효과적으로 일을 잘하기는 하는데 늘 수행적 관점을 놓쳐서 상사와 갈등이 있으나 자기 일을 안 놓으려 하고 배타적이 되기 쉽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 하는 문제입니다.
조그만 것에 집착하면 거기에만 집중해서 크게 보지 못합니다. 눈앞에 이익만 추구하는데 그것은 사실은 자기한테 큰 손실을 가져오는 것과 같습니다. 항상 큰 흐름을 봐야 합니다. 역사의 흐름, 문명사의 흐름을 봐야 합니다. 크게 보고 그 안에 내가 하는 일을 봐야 합니다. 역사적 안목을 갖고 역사의 흐름을 크게 봐야 합니다.
그것보다 큰 것이 문명사입니다. 문명사는 500년, 1000년이라는 한 문명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측면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문명이 성장 국면에 있는지, 정체 국면에 있는지, 종착점에 왔는지 길게 봐야 합니다. 그러니 이런 선지자적인 시각은 당시대에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500년 1000년이 지나봐야 알게 됩니다. 문명사적인 시각은 그 예언을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문명이라는 것은 그 문명을 평가할 사람들이 다 몰락해버리기 때문에 문명을 평가하기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금 문명사적인 것도 봐야 하고 역사적인 것도 봐야 합니다. 문명사적인 것을 봐야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에 대한 성찰입니다. 많이 생산해서 많이 소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것에 대한 성찰입니다. 이 문명이 지속가능한가, 정말 우리 삶에서 바람직한가, 이런 성찰이 있어줘야 합니다. 그러나 이 성찰은 우리 세대에서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반도의 상황도 문명사적 접근과 역사적 인식을 동시에 가져야 합니다.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가 관건입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일을 하든 이 틀 속에서 일해야 합니다. 정토회의 서원이 불교중흥과 민족중흥이라고 했을 때, 불교중흥은 문명사적으로 인류의 희망을 만드는 것이고, 민족중흥은 이 민족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자는 것인데 이것은 바로 통일 문제입니다. 불교를 통해 현대 문명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전자입니다. 인간성 상실 문제에 대안을 내야하고, 빈곤퇴치에 대한 문제, 평화 문제에 대해서도 대안을 내야 합니다. 불교가 인류에게 어떤 희망이 될 수 있는가, 붓다가 당시에 했던 역할을 지금 우리가 이 시대에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런 전체적인 그림 속에서 향후 3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같은 목표에서 어떻게 역할분담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자기 일에만 집착하면 큰 그림을 놓치게 됩니다. 일상 속에서 늘 점검하면서 해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염불과 참선이 수행의 방법이듯이 일도 하나의 중요한 수행 방법이 됩니다.”
일과 수행의 통일이 무엇인지, 큰 틀에서 정토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인지 자세히 일러 주셨습니다. 스님의 방향 제시 덕분에 이후에 하루 종일 계속된 각 부서별 사업 논의도 훨씬 활기를 뛰었습니다.
먼저 내년(2015년) 한해 동안 스님의 공식 일정에 대해 각 부서별로 서로 겹치지 않게 꼼꼼히 점검을 했습니다. 각 부서별로 스님이 결합해 주었으면 하는 일정들을 정리하니 스님의 1년 스케쥴은 단 하루도 쉴 틈 없이 빼곡이 채워졌습니다.
그리고 실무자들이 제안한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들에 대해 함께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실무자들의 부모님들을 문경수련원으로 초청하여 조촐하게 행사를 진행해 볼 수 있을지, 스님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스님과 관련된 자료들을 어떻게 축적하고 보관할 것인지, 인터넷방송국 설립을 어떻게 준비할지, 희망편지 앱과 카카오스토리, 유튜브, 팟캐스트 등 미디어를 활용한 법문 확산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 본부와 연수원 건립을 어떻게 진행할지,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깨달음의장과 명상수련에 대한 해결방법, 연수원이 해야 하는 역할, 늘어나는 회원들에 대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어떻게 마련할지, 새롭게 개척해보자고 제안된 신규 사업에 대한 검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스님께서는 지혜를 들려주셨습니다.
실무자와 상근자들은 그동안 각자 자기가 맡은 분야에 대해서만 일해 왔는데, 오늘은 정토회 전체 사업에 대해 각 분야별로 깊이 있게 알게 되어 참 좋았습니다. 전체 그림을 크게 그려보고, 그 속에서 나의 역할을 돌아보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더욱더 자긍심이 들었습니다.
각 부서별 사업 내용에 대한 오늘 연찬은 밤 9시45분에 일단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날씨가 무척 덥고, 하루 종일 토론에 토론을 거듭했음에도 모두들 지친 기색이 없었습니다. 스님께서 들려주시는 다양한 경험과 지혜로 사업 내용은 더욱더 현실에 맞게 구체화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일도 아침 일찍부터 연찬을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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