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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초순회법회 8일째로 진주, 고성, 통영, 거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아침에 대전에서 출발하면서부터 출근시간과 겹쳐 시내를 벗어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도법사님께서 지도를 보시면서 여기저기로 안내해주시는 길로 가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다행히 시내를 벗어나고부터는 길이 막히지 않아서 진주법당에는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진주법당 들어오는 입구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스님’하는 환영의 메모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겹고 따스한 진주법당은 스님을 맞을 준비로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스님은 법당을 가득 메운 50여명의 도반들과 인사를 나누신 후 법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호랑이한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속담을 꺼내며 “상상을 초월할 만한 예기치 못한 일을 당해도 지혜롭게 깨어있으면 살길이 열린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는 내게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는데, 그렇게 기도를 하면 때로는 기적이 일어나듯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그것은 확률적으로 극히 어려운 일이며 이는 요행을 바래는 것입니다. 진정한 기도는 속담처럼 어떠한 일이 내게 다가와도 능히 이겨내는 힘을 얻는 것이며 이것이 수행자의 모습입니다.
원하지 않는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는 일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때 그상황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수행입니다. 수행자는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여 경계에 휘둘리는 나를 알아차리고 될 때까지 꾸준히 연습하는 사람입니다. 시작이 반이며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듯 올 한해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능히 이겨 낼 수 있는 힘을 정초에 길러야 합니다. 오지 않은 미래에 불안하고 근심 걱정하는 것은 범부중생입니다. 지금 여기가 어떠한지가 중요한 것입니다. 눈은 저 해탈과 열반을 보고 안되는 이 현실에 두발을 딛고 한발한발 걸어가다 보면 넘어지고 또 가볍게 털고 일어나는 것이 수행입니다.” 며 조급해 하지 말고 부처님께서 마지막에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꾸준한 정진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오늘의 법회는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문제를 얼굴 마주하고 앉아 나누는 의미에서 이렇게 마련된 것이니 주저말고 질문하라는 스님의 따뜻한 배려에 집전하시는 보살님이 질문에 앞서 스님께 선창으로 ‘스승님, 환영합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를 하고 법당의 모든 도반들도 함께 스님께 감사의 인사를 우렁차게 외쳤습니다.
오늘은 손녀가 백혈암 진단을 받아 본인은 물론 가족 모두가 힘들다는 분, 사천불사를 담당하면서 힘든 것들, 아들이 회사를 관두고 며느리와의 불화로 마음을 어떻게 다 잡아야할지 모른다는 분들이 스님께 고민을 내어놓았습니다.
지난해부터 전국에 법당을 확장 하다보니 불사담당자들의 어려움이 각 법당마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천불사를 담당하면서 곧 될 것이라 여겼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기도 정진을 통해 법당내 분위기도 좋게 하고 기획법회를 통해 젊은 도반도 모이게 되었는데 건물 얻기가 힘듭니다”며 기도만으로는 불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뭔가 다른 해결책이 있을까 하여 스님께 질문을 하였습니다.
스님께서는 “천천히 욕심내지 말고 불사를 하세요. 형편이 안되면 안되는 대로 하면 됩니다. 문경도 처음엔 아주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조급해 하지 말고 원을 내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불사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때가 되면 자연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일은 사람이 하고, 뜻은 하늘이 이룬다’는 뜻을 잘 새겨서 해보시기 바랍니다.”라며 꾸준히 해 나갈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스님께서 정토회 초기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보다도 그 열악한 조건속에서도 불사를 조금씩 조금씩 이루어 왔음을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서 새삼 지나온 시간들이 무척 감사했습니다.
시간이 길지 않아 질문을 더 이상 받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스님께서는 진주법당에서 마련한 점심공양을 드시고 고성법당으로 향하셨습니다.
고성은 불사를 한지 얼마 되지 않는 신생 법당입니다. 새로 생긴 법당이라 그런지 모든 게 깔끔해보였습니다. 큰 창이 환하게 자리 잡고 있어 법당이 아주 밝고 아담하였습니다. 약 35명 정도가 환한 법당에 모여서 스님께 법을 구했습니다. 대표로 4분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불사는 했지만 회원이 늘지 않아 고민인데 어떤 마음으로 법당을 운영해야 할지 묻는 분, 수행과정에서의 막히는 부분이 있어 직접 뵙고 질문하고 싶어 거제에서 오신 분도 계셨고, 봉사를 하고 있는데 남편의 불만이 늘 걸림이 된다는 분, 진주에서 질문을 미처 하지 못해 스님을 따라 왔다며 진주법회 준비하느라 연차를 내고 왔다는 법우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에 울먹이며 질문한 분의 고민은 어제 불교대학을 졸업하였고 직장도 지금 막 새로 시작하여 일을 배우는 중인데 거기다 청년 불대에서 하는 일이 더더욱 커지고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데 엄마의초기 치매증상으로 안쓰럽고 모든 게 벅차서 힘들다며 스님께 길을 구했습니다.
스님께서는 “부모님은 부족했지만 자식을 낳아 길렀기에 그것 자체만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나서 왜 이러고 사는지를 원망하지 말고 어머니께 깊이 감사드리는 기도를 해야 합니다. 자연생태적으로 볼 때 스무 살이 되어 독립을 하게 되면 부모를 돌보지 않았다고 해서 자책하거나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인간의 도리로써 나의 부모든, 남의 부모든 삶이 열악하기 때문에 돌보는 것입니다. 자기가 인생의 길을 제대로 가려면 어머니께는 가볍게 위로해 드리고 특별한 안타까움이나 죄의식을 가지는 것은 집착이므로 자기 인생은 자기가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정토회 활동도 가볍게 맡아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시기 바랍니다. 인생은 내가 원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또 남이 나에게 원한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 속에서 적절하게 타협하며 사는 것입니다.”며 현재 직면한 문제에 가볍게 해보도록 조언을 해주시면서 고성법회를 마무리하였습니다.
고성법당에서 시간이 지체되어 통영법당에는 5분정도 늦게 도착해서 법회를 시작하였습니다.
통영법당은 사무실과 법당이 원룸으로 되어 있으며 아마도 지금까지 가 본 법당중에는 가장 작은 법당인 것 같습니다. 작은 법당에 옹기종기 많은 분들이 무릎을 맞대어 앉아서 스님의 법문을 들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수행이란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어떠한 일이 생겨도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수행자라고 하시며 꾸준한 수행해 나갈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요즘의 시대상황은 개인주의가 너무 팽배하게 되어서 진정한 보살행이 필요한데 안타깝다며 스님께 진지하게 물어보시는 분이 있었고, 15년 동안 다녔던 절의 스님께 서운한 걸 토로하시는 분, 제사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묻는 분, 동서에 대한 원망과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스님께 토로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첫 질문을 들으시고 스님께서는 “우리가 가는 길은 나만 잘 사는 길이 아니라 남이 어려운 것도 헤아려서 같이 가는 길입니다. 그것이 제일 좋은 길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자리이타의 마음을 내어야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법당이 편안하고 재미있어야 참가자도 늘어나고 그러면 자발적으로 하시는 분이 늘어나게 됩니다. 뭐든지 처음이 어렵습니다. 목표를 두고 천천히 한발 한발 나아가시기 바랍니다.”라며 질문에 답 해주셨습니다.
다음은 오늘의 마지막 법회장소인 거제 법당으로 향했습니다. 법회 전에 찾아오신 손님이 계셔서 만난 후에 바로 7시부터 법회를 시작하였습니다. 약 50여분이 거제법당안을 빽빽이 메우며 스님의 법문을 들었습니다.
거제법당에서도 법회를 시작하면서 거제에서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 한분 한분과 인사도 나누고 박수로써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하였습니다.
정토회 활동을 해오면서 항상 아이들에 대한 걸림이 있는데 활동은 하고 싶으나 가장의 역할과 엄마의 역할, 활동가 역할을 다하려니 벅차다는 분, 야간 불대 담당을 하면서 불대생들의 활동이 봉사로 이어지지 못하다 보니 안내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것 같다는 고민을 하시는 분, 정토회 활동을 하면 좋은데, 집에 가면 자꾸 짜증이 올라오는데 왜 그런지 긍금하다는 분, 2년 불대 및 경전을 공부한 후 덜컥 소임을 맡고 활동을 하긴 했는데 정토사무국에서 내려오는 것과 법당 대중과의 소통이 힘들다는 질문자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마지막 질문자의 중앙에서 내려오는 것과 법당대중간의 의견이 차이가 있을 때에 대해 활동가라면 누구라도 고민했을 것 같아서 나누어 보겠습니다.
“부처님 말씀에서 답을 찾자면 부잣집 아들이 법문을 듣고 너무 감동해서 출가를 해서, 죽기 살기로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이게 몇 년이 지나도 열반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예요. 그러니까 죽기 살기로 한 사람 입장에서는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그래서 이 사람은 내가 수행하고 안 맞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부잣집 아들이니 돈을 많이 벌어서 교단에 후원하는 게 더 나은 것 아닐까’ 하는 번뇌가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한테 가서 말씀을 드리니, 부처님께서 가만히 듣다가 ‘밖에서 무엇을 잘했는가?’ 하니 ‘거문고를 잘 탔습니다.’며 답을 하니, 부처님께서 ‘거문고 줄을 조일 때 느슨해도 소리가 나지 않고 빡빡해도 제대로 소리가 나지 않으며 적당하게 줄을 잘 당겨야 거문고를 잘 타지 않겠는가.’라고 하시며 그처럼 너무 조급해도, 너무 게을러도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중도입니다.
법당 일을 함에 있어서 적당하게 지부와 법당간에 조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큰 원칙은 반드시 지키되, 작은 소소한 것들은 법당 현실에 맞춰 적절하게 바꿔도 됩니다. 원칙은 갖고 있되, 현안에 맞게끔 조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중도입니다. 그래서 안되는 현실도 인정하고, 가야 할 목표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사물을 보면 됩니다.
대구에서 나온 질문중에 ‘막내가 초등학교 6학년인데, 자기가 사춘기가 오려고 한다고 하면서 자기가 외로우니 강아지를 키우면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니,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제안을 했어요. 그러니 남편은 절대로 안된다고 반대합니다.’라면서 아이 입장을 생각하면 강아지를 사야겠고, 남편을 생각하면 강아지를 살 수가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분이 있었는데,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질서가 있습니다.
내가 부모의 자식일 때는 부모 말을 잘 들어야 하고, 20살이 넘으면 자기가 알아서 살아야 하고, 결혼하면 배우자의 입장을 부모보다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를 딱 낳으면 3살때까지는 아이가 우선이어야 합니다. 3살 넘으면 다시 남편이나 아내를 최우선으로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애는 지금 이미 3살을 넘었으니 누구를 먼저 중심에 두어야 할까요? 배우자입니다. 그러니 남편이 싫다고 하면 안해야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엄마와 아내 사이에 갈등이 생길 때, 남편은 무조건 아내를 중심으로 두고, 어머니를 위로해야 합니다. 지켜야 할 원칙은 지키되, 대중의 의사는 수용해 줘야 합니다.” 라며 스님께서는 어제 대구에서 나왔던 질문까지 예로 들면서 아주 자세하게 질문자의 궁금함을 풀어주니 질문자의 얼굴이 한층 밝아진 듯 하였습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 원칙과 현실이 맞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아마도 정토회 활동가들이 대중들과 함께 일을 해 나갈 때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거제법당에서의 법회를 마지막으로 오늘도 4곳의 법회를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내일은 순천, 여수, 목포, 광주에서 법회가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