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서울에서 아침 6시에 오늘 강연이 있는 진주로 출발하였습니다. 오는 중에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난 후 강연장인 진주과학기술대학교에 도착하니 조금 여유가 있어서 미리 책을 구입하신 분들을 위해 강연전에 사인회를 가졌습니다.
강연이 열리는 진주 과학 기술대 대학 캠퍼스는 짙은 안개속에서 분주히 강연준비를 위한 봉사자들의 발길로 분주하였습니다. 청년정토회 분들은 깜찍한 모습으로 외부에서 강연안내를, 강연장 내부에서는 나이 지긋한 봉사자분들이 부지런히 강연장 셋팅을 하시는 등 신구의 조화가 무척 인상이 깊었습니다.
강연은 780석을 모두 채우고도 모자라 바닥에 깔판을 깔고 앉기도 하면서 약 880여분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되었습니다.
좋은 배우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묻는 질문을 처음으로 동창생과 결혼하였는데 남편의 주사와 자신의 우울증세로 아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댁의 비난이 힘들다는 여자문의 질문, 두 딸을 둔 32살의 엄마로 아버지의 도박으로 인해 무척힘들다는 분, 결혼14년차 주부로 점을 봤는데 남쪽으로 이사를 가지 말라는 말에 이사를 가야할 입장인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며 묻는 분, 부산이 고향이며 아버지의 폭력 폭언으로 4가족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어서 괴롭다는 청년의 질문, 법륜스님께 감사의 편지로 질문을 대신한다는 50대 여성분, 45세 노처녀인데 사회생활은 그럭저럭 문제가 없지만 사람 관계에 있어서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늘 떠날까봐 불안하고 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이 무척 싫다며 조언을 구하는 여자분의 질문, 애정결핍이 있는 친구를 대할 때 어떻게 조언을 해야 하는지 묻는 23세 청년의 질문등 모두 8분이 스님께 질문을 하면서 지혜로운 길을 물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로 질문하신 서울에 사신다는 30대 남자분의 질문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제 질문은 좋은 배우자의 조건은 무엇일까입니다. 제가 결혼 적령기를 넘겼다면 넘겼다 할 수 있는데 제가 결혼을 생각할 때 좋은 배우자란 서로 가치관이 맞고 지향하는 바가 같으면 그냥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어려서부터 막연히 했었습니다. 그런데 주위의 어른분들이 요즘 나에게 조언 하기를 결혼을 하려면 물질적으로 어느 정도 조건을 갖추어야 행복하게 살수 있다고 하시는데 저도 나이가 들다보니 그런 것에 대해 부정을 못하겠고, 어른들의 조언에 대해 어떻게 답변 할 수 있을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질문을 들으시고 스님께서는 이렇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그분들하고 결혼할 것도 아닌데 답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럴 땐 그냥 들으면서 그런가 보다하면 됩니다. 조건은 신체적인 조건으로는 만 20세를 넘기면 가능하며 결혼에 있어서 중요한 마음의 조건은 내가 상대하고 맞출 수 있는 의지가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이게 결혼의 핵심적 조건입니다. 맞출 수 있는 마음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결혼생활이란 공동체생활과 같습니다. 혼자 사는 것 보다 둘이 사는 게 더 낫기 때문에 협력하는 것입니다. 생물학적인 면에서는 20살이 넘어야 하는 것이고, 인류학적인 의미에서는 상대에게 맞출 수 있는 준비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살다보면 서로 맞추는 것, 그것이 굉장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으로 인해 아주 작은 것 하나도 상대에게 맞추기가 어려운데, 지금 세태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결혼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만 많이 준비하기 때문에 결혼이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혼수며 집이며 차 등등 그런 건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결혼생활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결혼준비를 많이 했음에도 결혼생활이 힘든 것입니다.
결혼의 물질적 조건은 아무런 필요가 없습니다. 결혼하고 관계없는 것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기 때문에 결혼생활을 실패하는 것입니다. 맞출 준비가 되어 있으면 됩니다. 그게 결혼이라는 공동체 생활에 필요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여자의 경우, 남자의 집안이 사회적 신분이 높을 경우 굉장히 좋을 것 같지만 상관을 모시듯 살아야하기 때문에 평생 기를 못 펴게 됩니다. 검소하게 주인노릇을 할 것인가, 풍족히 살면서 종노릇을 할 것인가는 자신의 선택입니다.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부모의 아들이지만 결혼하면 한 여인의 남편입니다. 동시에 양쪽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부모님과의 관계에 있어 입장정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겪고 있는 모든 가정생활의 조건이 이미 선택한 그 속에 담겨있습니다. 괜찮은 남자는 내가 봐도 좋은데 그 남자의 엄마는 어떻겠어요? 이 경우 대부분은 아들에 대한 집착이 강합니다. 보이지 않는 견제와 시기가 있고 그래서 잘 놓아 지지가 않는 것입니다. 요즘은 자녀가 한명인 경우가 많아서 결혼생활이 옛날과는 달리 양가 부모의 역할이 비중을 많이 차지합니다. 말하자면 자주 독립국가가 아닌 속국수준인 것입니다. 그래서 결혼생활이 힘든 것입니다. 삶의 태도가 불분명 하면 나처럼 혼자 사는 게 좋습니다.
남이 한다고 나이가 들었다고 결혼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신적 조건인 상대를 맞출 수 있어야 하고 자기가 새로운 가정을 이루어 책임을 질 줄 아는 독립할 수 있는 새로운 마음이 중요한 것입니다.” 라며 젊은이들이 결혼을 준비할 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셨습니다.
강연전에 일부 사인회 가졌기 때문에 강연후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지 않았습니다. 사인회와 기념 촬영을 한 후 저녁 강연이 있는 부산으로 이동했습니다. 부산으로 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러 진주법당에서 싸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난 후 스님께서는 원고교정을 하신 후 다시 부산으로 이동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린 부산 KBS 홀에는 5시 30분부터 강연을 들으러 오신 분들이 한분 두 분 입장을 하기 시작했고 강연 시작 한 시간 전 총 3층으로 된 KBS 강연장의 1층은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꽉 찼습니다.
스님께서는 강연전에 30분동안 책 사인회를 미리 가졌습니다. 청중이 너무 많아 끝날 때 사인 받으려 많이 기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강연전 공연으로 가을과 잘 어울리는 메조소프라노 이지영씨의 멋진 공연으로 강연의 문을 열었습니다.
스님의 소개영상이 끝나고 스님께서 연단위로 오르니 참가하신 2500여분의 참가자들이 큰 박수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중2 다이빙 선수인 딸이 자신이 원하는대로 행동하지 않아 짜증을 안 내려해도 짜증이 난다는 엄마, 자식에게 만큼은 물려주기 싫은 까르마를 대물림 한 것 같은데 끊고 싶다는 아버지, 2년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와 재활중에 아버님과 갈등을 겪고 있는 서른살 남성, 가깝게 지내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고 용서를 하고 싶지만 용서가 되지 않는다는 여학생, 딸과 본인 둘다 영가병에 걸려 어떻게 해야 할지를 질문하시는 분, 길가다 묻지마 폭행을 당해 어둠과 남성이 두렵다는 여성분, 처가의 아들들이 기독교라 장모의 제사를 지내지 않는데 본인이 들고 와 제사를 지내고 싶다는 60대 남성, 딸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 오는 것을 싫어해 걱정이라는 엄마, 취업준비하는 중이지만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취업준비생의 질문등 모두 9분이 스님께 자신의 고민을 내어놓고 스님께 길을 물었습니다.
그 중 성추행당한 경험이 있는 20대 여학생의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1살 대학생 입니다. 제가 예전에 알던 사람한테 마음의 상처를 심하게 받은 적이 있습니다. 충격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절망도 했습니다. 제 스스로가 불행해 지는 것이라 느껴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이겨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그 사람을 용서하고 싶은데 마음으로는 잘 안됩니다. 어떻게 하면 되나요?”
질문을 들은 스님께서는 어떤 종류의 상처인지 물었지만, 질문자는 말을 하기 어려운지 사적인 내용이라서... 라며 얼버무리다가 스님께서 다시 되물으면서 “성추행 같은거에요?”라고 하니 그제야 질문자는 작은 목소리로 “그런거에요...”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스님께서는 스님과 질문자를 예로 들면서 “질문자가 스님을 좋아하는데, 스님이 질문자를 껴안으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추행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이요). 그럼, 질문자가 스님을 싫어하는데, 스님이 질문자를 껴안으면 어떻게 생각해요?(추행이요.) 그렇다면 껴안은 사람은 놔두고 질문자만 보면 껴안는 행위를 사랑이라고 보는지, 추행이라고 보는지는 누구에게 달린 건가요?(저한테요.)
상대가 어떤 마음으로 했던, 내가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사랑이 되고, 싫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성추행이 되겠지요? 그러니, 그때 그사람을 떠나서 ‘내가 그사람을 싫어했구나. 그때 내가 그 사람의 행동을 싫어했구나.’라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용서할 것도 없습니다. 용서할 것도 없는 것이 진정한 용서입니다.
예수님이 말하는 용서는 용서할게 있어서 용서하라는게 아닙니다. 상대를 내가 용서한다는 것은 내가 잘했고 상대가 나쁘다는 것이고, 그럴 때 하는 용서는 진정한 용서가 아닙니다. 예수님이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에게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하는 얘기 들었죠? 그 뒷구절을 보면 ‘저들은 자기 지은 죄를 모르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들이 누구냐면 사형 집행인이었어요. 당시에 누구든 사형이 결정되면 그 사람들은 그냥 집행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직업에 충실한 것이었죠. 그러니 그들은 죄를 짓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사람들이 나쁜 짓을 했는데 용서해달라가 아니라 그 사람들은 죄가 없다고 한 것입니다.
질문자도 스스로 생각할 때 그사람이 나쁜 의도로 껴안았을꺼야 하면 자기가 성추행 당한 것이 됩니다. 그게 좋아요? 아닌 게 좋아요? (아닌게...) 그럼 내가 그때 그 사람을 싫어했나보다 라고 생각하면 성추행 당한 바는 없는 것입니다. 껴안아 진 것은 사실이지만 성추행 당한 사실을 없는 것이 됩니다. 지나간 일에 그 사람을 미워하면 그 사람이 벌을 받을까요? 아니면 그 사람을 미워하는 나만 힘들까요?(저만 힘듭니다.) 스님이 얘기한 것은 자신을 아름답게 가꾸는 방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성추행을 당했어도 자기 삶을 꿋꿋하게 살아야 합니다. 성추행 당한 바가 있습니까?”라고 스님께서 아주 쉽게 설명을 해주시면서 질문자에게 물으니 질문자는 환해져서 “예. 당한바가 없습니다.”라며 스님을 말씀에 가볍게 답을 했습니다.
처음에 작은 목소리로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기를 꺼려하던 질문자는 스님의 답변에 많이 가벼워졌는지 환해지면서 가볍게 답을 하면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스님께서는 개인에게 무거워 보였던 고민들도 모두 자기에게서 온 것임을 알고 우리가 한 생각을 바꾸게 되면 얼마나 인생이 가벼워지는지를 많은 분들의 질문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 가르쳐주셨습니다.
오늘 저녁 강연은 스님께 잘 보이기 위해 드레스를 입고 오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렇게 웃고 즐기는 가운데 우리들의 마음도 가벼워져 2시간 20여분의 시간이 눈깜짝 할 새 지나가버렸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스님께서는 사인회를 마치고 오늘 행사를 준비한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 후 두북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내일은 대전정토회에서 청년포럼 강연, 보은에서 청년정토회의 청년캠프 강연이 있습니다.
오늘 진주 강연은 권숙경님이, 부산 강연은 임지혜님이 정리해주셨습니다.
전체댓글 1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