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8.21. 아폴란 초등학교 준공식

오늘 일정은 새벽 3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준공식이 열리는 아폴란 초등학교까지 가는 길이 멀어 새벽부터 움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숙소에서 차로 1시간30분 이상을 달린 후 거기서 4륜구동차로 갈아타고 비포장도로를 1시간 넘게 달려서 플랑이 강가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배를 타고 2시간 정도 가서 다시 걸어서 30분 이상을 가야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강가에 도착 후 우선 가지고 온 도시락으로 아침식사를 마쳤으나 예약된 배가 도착하지 않아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무장을 한 현지 무슬림 원주민이 와서 오늘 행사장소로 갈 수 없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지 확인 해보니 학교준공식을 하기로 한 지역 근처에서 무슬림들끼리 충돌이 생겨서 현지 무슬림사령관이 행사를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어제 이야기를 했다는데 그 내용이 시청관계자에게 전달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축제가 될 학교준공식을 위해 여러날을 준비해 왔을 터인데 만약 우리가 가지 못한다면 얼마나 실망할 것인지 고민이 되었고, 그렇다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간다는 것도 고민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잠시 후 어렵게 그 지역 무슬림사령관과 통화가 되어 들어가도 되는지 다시 확인하니 최종적으로 들어가도 좋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스님께서는 기다리고 있을 학생들과 마을주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말씀을 하시며 서둘러 발길을 옮겼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미리 빌려놓은 배를 타고 서둘러 출발했는데도 시간은 벌써 9시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보트를 타고 가는 길, 새벽부터 움직여서 피곤할 법도 하지만 모두들 즐거운 기분으로 마음은 벌써 아폴란 초등학교로 가 있는 표정들이었습니다. 보트에는 두명의 무장한 주민들이 같이 탑승해서 우리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안내를 해주었습니다.  

사실 이 지역에는 필리핀의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고 무슬림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자치를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도 JTS가 환영을 받는 것은 어떠한 종교나 정치, 이념을 떠나 순수하게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울 것인지, 아이들을 제때 배울 수 있게 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활동을 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폴란 초등학교도 그곳 무슬림 주민들이 JTS를 찾아와 그들의 자녀들이 공부할 수 있게 학교를 지워줄 것을 간곡히 요청해서 학교건축을 지원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그들의 꿈은 이루어졌고 JTS가 그들이 꿈을 이루는데 함께 했다는 것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들이 이 학교로 인해 다시 새로운 꿈을 꾸게 하고자 하는 JTS와 스님의 원은 계속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정부의 지원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곳에 JTS가 지원을 하겠다고 했을 때 그들은 감동 했었다고 합니다. 

낮에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무슬림의 라마단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모두 힘을 합쳐 오늘 학교 준공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JTS는 주민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마을 주민들의 단합을 이루기위해 건축 기자재를 공급해 주고 마을주민들은 노동력을 제공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학교가 완공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리지만, 그들의 땀과 노력이 베어있는 학교에 애정을 갖고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게 하는 것이 JTS의 목적이었습니다.

학교 건축과정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학교 건축과정을 점검하기 위해 마을을 방문했을 때, 마을 리더 노르딘의 부인이 토실토실한 아기를 안고 있어서 이름이 무어냐고 물으니 'Korean' 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JTS가 처음 이 마을을 방문했을 때 임신 중이었던 부인이 아기를 낳자 JTS와의 만남을 기념하여 이름을 ' Korean' 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폴란 마을에는 오랫동안 한국인의 정성이 흘러갈 것이고 그리고 Korean이 커가면서 마을도 함께 발전해 나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배에서 내리니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가운데 산을 걸어가는 것이 몹시도 힘들었지만, 그러나 기다리고 있을 주민들 생각에 오히려 발걸음은 더 빨라졌습니다.

 

11시가 넘어서 도착한 아폴란 초등학교, JTS가 제작해서 나누어 준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마을 주민들 모두 모여서 우리들을 환영해주었습니다. 그들이 준비해 준 시원한 야자수를 마시니 올라올 때의 그 힘듦과 갈증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 음식들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일었습니다. 

리본 커팅식으로 시작된 준공식은 30여분만에 끝나고, 같이 간 JTS 후원자들이 준비한 가방과 문구류등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작은 물품이지만 새로 생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데 조금이나 도움이 되길 바랬습니다.



그렇게 짧은 준공식을 마친 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또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JTS는 학부모들이 어떠한 경우에도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고,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서 세상에 잘 쓰이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올해가 JTS 민다나오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스님이 아시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막사이사이 평화와 국제이해부문 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되어 수상금 5만불을 지원하여 민다나오의 평화를 위해 시작된 이 사업은 이제 기초가 다져져서 앞으로도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더욱 많은 일을 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JTS와 스님의 원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힘든 일정이었지만 스님과 함께 참석하신 후원자분들은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여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래봅니다.

JTS 센터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넘었습니다. 센터에서 직접 재배한 상추로 마닐라 정토회 회원분이 준비한 공양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녁식사 후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현지 활동가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서 새벽 3시부터 시작된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흐린 날씨때문에 JTS센터의 밤하늘에 빛나는 그 아름다운 별들을 볼 수 없었지만, 스님과 함께 한 우리 일행들 모두의 가슴에는 사랑이라는 별들이 함께 했습니다.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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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자

글을 읽는 동안 뭔지 모르게 행복감이 일고 미소가 생겼습니다.<br />JTS에 매달 소액의 기부금을 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막 생깁니다.<br />아이가 태어나 그 아이를 코리아라고 이름 지은 것까지<br />스님을 통해서 알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우리가 작은 희망을 주고 내 조국 대한민국을 빛낼 수 있다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가져봅니다.<br />여러분들 수고하셨구요, 스님 정말 존경합니다

2013-08-28 13:54:09

실상행

글을읽는 내내 감동 받았습니다.그리고 정토회가 자랑스럽고 스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스님께서 하시고자하는일에 조그이라도 도움이 되게 jts에 기부를 많이 해서 더많은 사람들한테 혜택이 갔으면 하는 바램이 듭니다.

2013-08-27 11:36:57

유주영

이규초 거사님,<br />글솜씨가 좋으셔서 스님께서 하시는 일들이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네요.<br />저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br />스님과 함께 일정하시는것만으로 힘드실텐데 스님의 하루 쓰시느라 수고 많으십니다.<br />감사합니다~

2013-08-27 05:2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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