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7.6. 백두산

동북아역사기행 넷째날, 오늘은 꿈에 그리던 백두산 가는 날입니다. 설레임에 밤잠을 설쳤다는 사람, 기상시간 1시간 전부터 일어나 목욕재개를 했다는 사람, 구름 낀 아침 하늘을 보면서 걱정하는 사람, 신이 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사람 등 언제나 그렇듯 ‘백두산 가는 날’은 그야말로 기다리던 소풍이나 축제와도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백두산 천지 탐방’은 이번 동북아워크숍 참가의 가장 중요한 이유를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동북아워크숍의 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벽 5시 정각, 버스는 예정대로 흐린 하늘과 새벽안개를 헤치며 백두산으로 힘차게 출발합니다. 버스에서 백두산에 대한 스님의 설명으로 이해를 돕습니다.  

“백두산은 우리나라는 물론 동북지방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서 중국에서는 장백산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60만 년 전에 화산 분출로 인해 생성되었으며, 높이는 해발2,750m인데 정상에는 2,500m 이상의 봉우리가 16개나 솟아있습니다. 그 중 제일 높은 봉우리가 북한편에 있는 장군봉입니다. 천지 바깥쪽에 있는 능선 중 3/4은 중국 땅에 속하고, 천지의 3/5는 북한땅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 정상의 호수인 천지는 전형적인 칼데라 호수로서,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이 분출해서 흘러내려가고 그 화산재가 덮이면서 형성되었습니다. 흔히 용왕담이라고도 불리우는 천지는 해발 2,189m에 위치하며 남북 4.9km, 동서 3.35km의 면적에 수심이 384m나 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런 높이와 면적을 가진 호수로는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명산입니다. 또한 백두산에는 천연적인 식생이나 동물이 많고 자연적인 약초들도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백두산에 있는 풀 한포기, 돌 하나, 동식물 하나라도 무단으로 채취하거나 가져가는 행위는 모두 위법이 됩니다.”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 우리들의 백두산으로 / 신선한 겨레의 숨소리 / 살아 뛰는 백두산으로 /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 만주벌판 말을 달리던 / 전사들의 투쟁의 고향 /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 서해에서 동해에서 / 남도의 끝 제주도에서 / 그 어디서 떠나도 / 한품에 넉넉히 안아줄 백두산 / 온 힘으로 벽을 허물고 / 모두 손 맞잡고 오르는 / 백두산이여 꺽이지 않을 / 통일의 깃발이여!’백두산으로 가는 마음을 담아 버스에서 신나게 노래도 함께 배우고, 목청껏 백두산을 불러보기도 하면서 버스는 달리고 달립니다.

   

백두산 남문(남편)에 예정 시간 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것은 그만큼 백두산 천지를 빨리 맞나고 싶다는 우리들의 소망 때문이었을 겁니다. 어서 빨리 개장되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삼삼오오 모여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소형 버스로 갈아타고 정상을 향해 굽이굽이 올라가는데 그 길이 장관이었습니다. 산 아래 쪽에는 다양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지만, 해발 2천미터 이상 올라가다보면 하얀 사스래 나무만이 홀로 남아 수목한계선임을 표시하며 백두산을 지키고 있습니다. 길 양쪽에는 이제 피기 시작한 야생화 군락이 보이고 특히 중간 정도 올라갔을 때부터 보이던 연노란색의 두메양귀비는 노랑 나비처럼 아름다워 참가자들의 탄성을 자아냈습니다. 지천에 두메양귀비, 보라색 매발톱, 노랑 만병초 등이 피어 있어 보는 눈이 즐거웠습니다. 올라갈 때는 하늘이 맑고 구름도 뭉게구름이라 천지를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잔뜩 했는데, 거의 정상에 도착할 때쯤엔 갑자기 구름이 어디선거 몰려와 하늘을 뒤덮어 사람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듭니다. 갑자기 먼저 간 일행의 천지 정상쪽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나옵니다. 곧이어 강의용 수신기를 통해서 스님께서도 기쁜 마음으로 탄성과 함께 화답해 주십니다. ‘천지가 열렸다!’는 말에 가슴이 벅차올라 참가자들은 그 기쁜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는 듯 보입니다. 



 

“자, 여러분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 천지를 보니 기분이 좋지요? 여러분들이 그동안 공덕을 잘 쌓은 인연 때문인지 오늘은 정말로 하늘이 맑고 시야가 깨끗해서 천지의 본 모습을 만끽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눈앞에 보이는 것인 바로 천지입니다. 천지의 물은 하늘에서 떨어진 빗물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지하수가 60%나 됩니다. 그리고 온천도 있습니다. 천지에 고여 있는 물 자체는 북쪽으로 흘러서 송화강의 원류가 되고, 백두산의 서쪽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압록강의 원천이 되고, 동쪽 기슭으로 흘러내린 물은 두만강을 이루게 됩니다. 이렇듯 백두산 천지는 이 동북일대의 강물의 원천이 되어, 예로부터 이 곳 사람들로부터 신비스럽고 성스러운 산으로 여겨지며, 각종 기원과 제사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이 천지가 북쪽의 천문봉과 용문봉 사이의 통천하를 통해 흘러서 장대한 폭포를 이루는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장백폭포’(비룡폭포)입니다. 백두산은 예부터 우리 민족 활동의 중심지로서 보이는 것처럼 산세가 장엄하고 자원이 풍부하여 일찍이 한민족의 발상지이자 개국의 터전으로서 민족의 영산의 역할을 해 왔습니다. 특히 일제 식민지 시절에는 이 곳 백두산 일대를 중심으로한 항일독립운동의 주요한 무대로서 그 역사적 의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백두산이 우리 민족에게 전하는 역사적 의미를 스님의 설명을 통해 듣고, 직접 눈앞에 펼쳐진 장엄하고 웅대한 백두산 봉우리와 심오한 천지를 바라보는 참가자들의 마음은 저마다 다를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가슴 뛰는 설레임으로 웃음 짓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떠올리며 숭고한 마음으로 뚫어지게 한 곳을 바라보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저 봉우리 건너편의 북한동포를 생각하며 하루 빨리 통일의 길이 열리기를 바라는 간절함도 있었노라고 내려오는 길에 이런저런 감상들이 이어집니다. 천지의 감동이 사라지기 전, 내려오는 길에 들른 압록강이 발원하는 물줄기가 이룬 폭포수와 압록강 대협곡을 덤으로 감상하며 참가자들은 어 더 없는 행복감을 맛보는 시간이었다고 전합니다. 백두산 탐방을 마치고 숙소가 있는 백산으로 가는 길에서 참가자들은 저마다의 느낀 소감을 나누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맛있게 마치고 친교의 시간을 가진 뒤 워크숍 마지막 강의를 스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자살율이 많은 것은 현재 삶에 대해서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입니다. 출산율이 매우 저조하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 두가지는 현재뿐 만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성장동력이 작아졌느냐? 첫째, 그동안 우리 성장동력이 모방이었습니다. 모방을 통해 압축성장, 고도성장이 가능했지만, 이제 우리의 성장이 서구문명의 수준에 이르렀어요. 그러므로 더 이상 모방으로는 성장하기가 어려워졌어요. 그런 점에서 한계점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은 일본이 이미 보여주고 있습니다. 20년전에 서양기술 수준에 도달했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죠. 우리는 이제 도달해서 앞으로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두번째로는 인건비라던지, 인구의 정체현상이라던지 여러 요소들을 봤을 때 성장이 더 이상 되기 어려운 국면에 놓여져 있어요. 세번째는 국제정세의 변화입니다. 전에는 미국 중심으로 세계의 질서가 편재되었지만 지금은 중국의 급격한 성장을 통해 세계가 G2시대로 돌입했습니다. 이런 세가지 변화를 잘 살펴야 합니다.”  

“현재의 한국이 처한 내외적 상황을 분석해 볼 때 한국은 정체와 쇠퇴국면으로 갈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통일한국을 이루어 미중관계에서 자주성을 갖고 우리의 이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면에서 통일은 과거를 단순히 청산하는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것입니다. 또한 통일은 우리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옵니다. 통일문제는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한 당위적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의 발전적 비전을 만들어 내고, 우리가 자신감을 갖게 되고, 희망을 갖게 만드는 유일한 하나의 돌파구입니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가 아주 심한 사회라면 통일에 아무런 동력이 없습니다. 또한 중앙권력이 지방으로 분산되고, 지방권력이 더 주민들에게 더 분산되어서 지방분권형태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민주화라고 할 수 있죠. 또한 독점된 부가 분산되는 것이 경제민주화입니다. 남한에 의한 북한의 지배가 아니라 그냥 각각의 지방자치정부(도)가 어느 정도의 자주권을 갖는 지방분권의 형태를 갖는 것입니다. 이러면 세계문명의 가치와도 일치하겠죠. 힘에 의한 통일, 전쟁에 의한 통일 이런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세계가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가면서 근대의 질서들을 청산해나가는 통일을 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면에서 통일은 과거의 학생, 노동자만의 요구가 아니라 이제는 중산층의 요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통일은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가 통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통일된 국가의 내용에 대해 주변국가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고, 앞으로 인류의 미래에 어떤 역할, 비전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바라봐야 하는 통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통일의병은 우리 사회의 갈등관계에 놓여있던 사람들이 공공의 이익, 민족적 이익을 위해서, 애국심 있는 사람, 헌신성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새로운 백년, 통일시대의 비전과 여러분이 역할입니다.” 

동북아워크숍의 마지막 날 강연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백두산을 통해 우리 민족의 원대한 기상을 직접 보고 느낀 경험에 스님의 새로운 백년, 통일코리아의 비전이 더해져 가슴 뛰는 대륙의 밤이 깊어만 갑니다.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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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윤

아..난 7월 8일 백두산 갔었는데........넘 아쉽네요^^ 암튼 맑은 천지를 볼수 있었다니 기쁠 따름입니다^^

2013-07-18 12:52:25

^^^^

&lt;남한에 의한 북한의 지배가 아니라 그냥 각각의 지방자치정부(도)가 어느 정도의 자주권을 갖는 지방분권의 형태를 갖는 것입니다. 이러면 세계문명의 가치와도 일치하겠죠. 힘에 의한 통일, 전쟁에 의한 통일 이런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세계가 지향하는 가치에 따라 가면서 근대의 질서들을 청산해나가는 통일을 해 나가야 합니다&gt;<br />&lt;&lt;그래서 통일은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가 통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통일된 국가의 내용에 대해 주변국가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고, 앞으로 인류의 미래에 어떤 역할, 비전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바라봐야 하는 통일을 준비해야 합니다&gt;&gt;백두산과 스님말씀,글올려주신 분의 말씀 모두 참 멋있습니다~~

2013-07-11 19:40:42

김홍주

언제나 외국에서 듣게되는....남한사람이냐?북한사람이냐? 이젠 통일코리아로 되기를 발원합니다. 스님 그리고 일행분들....건강히 다녀오세요.

2013-07-10 07: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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