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7.3. 심양도착, 백암산성, 홀본산성

동북아워크숍 첫째날, 인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오전 9시 30분경 중국 심양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간단한 입국 절차를 마치고, 4박 5일 대륙을 달릴 버스에 오릅니다.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평화재단 교육생들의 발걸음은 소풍가는 어린아이 마냥 가볍기만 합니다.

 

첫 역사기행 유적지는 요녕성의 백암산성입니다. 연주산성으로도 불리우는 백암산성은 만주벌판의 중요한 방어선이었으며, 고구려의 독창적인 축성 양식을 공부할 수 있는 유적지입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스님께서는 쉬지 않고 설명해 주십니다.  

“고구려성의 중요한 특징은 성벽 안 밖으로 ‘치’를 만들어서 적의 공격으로부터 성벽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성을 쌓을 때 밑의 기단부는 계단식으로 쌓아 기초를 튼튼히 하고, 그 위로는 수직으로 쌓아 올려 적이 쉽게 성벽을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대비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성벽의 안쪽면은 돌을 서로 엇갈리게 맞물려 쌓는 개이빨식 방식으로 조성하여 성벽의 일부가 무너지더라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견고한 축성기술을 발달시켜 왔습니다. 이것은 동북아 일대의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고구려만의 독특한 축성법입니다.”  

성벽을 타고 올라 정상의 망대에 오르니 시야가 트이고 태자하(강)가 산성과 마을을 휘감으며 유유히 흘러갑니다. 깍아지르는 절벽과 강물, 그리고 견고한 축성기술로 쌓아올린 웅장한 성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자연의 지형지세를 멋지게 활용한 고구려인의 지혜에 다시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버스는 환인을 향해 달립니다. 심양에서 시작한 옛 길은 요양, 본계를 거쳐 환인으로 이어지는데, 이 길은 고구려인들이 만주 벌판을 내달리던 유일한 교통로였음을 스님의 안내로 알 수 있었습니다. 고구려인들처럼 ‘우리도 이 길을 말을 타고 신나게 달려보았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고구려의 첫 도읍지인 홀본산성(오녀산성)으로 쉼없이 달려갑니다. 
 

“여러분, 창밖 10시 방향을 한번 보세요. 저기 우뚝 솟아있는 성이 바로 오녀산성입니다. 홀본산성이 옛 지명인데요, 산성 아래로는 비류수(혼강)가 흐르고, 자연절벽으로 이루어진 성채는 무척 가파르지만, 절벽의 윗 부부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평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곳은 부여로부터 나온 고주몽이 다물사상의 건국이념을 가지고, 고구려를 세울 때의 첫 수도입니다. 굉장하지요?” 

스님의 말씀처럼 멀리서 바라보는 홀본산성은 마치 고구려를 건국한 고주몽의 원대한 기개를 닮은 듯, 대륙 위에 우뚝 솟구쳐 있었습니다. 정상까지 오르는 돌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숨이 턱밑까지 차오릅니다. 땀에 흠뻑 젖어 20여분을 오르니 서문에 이릅니다. 서문은 옹자형(항아리형)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적의 침략 시 공격과 방어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독특한 고구려식 구조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성 안에는 행궁터, 양식창고, 병영지, 읍마지 등 고구려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유적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특히 수천년 전부터 온돌문화를 발전시켜온 옛 고구려인의 지혜에 탐복할 따름이었습니다. 어느덧 해가 기울고,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하산을 서두릅니다. 

“비도 온데다 해도 떨어졌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일단 한 줄로 서서 덜 위험한 오른편으로 붙어서 내려오세요. 사진을 찍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니 잠시 중단하겠습니다. 조금 숨이 가쁘신 분은 잠깐 쉬셨다가 청년들 도움을 받아서 천천히 안전하게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이 너무 뒤처지지 않도록 후미를 잘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자상하게 하산하는 법을 알려주신 뒤, 스님께서 성큼 앞장 서 내려가십니다. 내려가는 중간 중간에도 대중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챙기시는 모습이 꼭 어린 자식과 험한 산에 오르내리는 아버지처럼 느껴져 용기를 얻습니다. 날은 저물었지만, 모두 무사하게 내려온 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식당으로 향하는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빠듯한 일정상 빵과 음료수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해서인지 저녁식사는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세상 부러울게 없는 저녁입니다. 그리고 다시 강당으로 향해 법륜스님으로부터 역사 강의를 들었습니다.

   

“오늘은 고구려의 대표적 산성인 백암산성과 고주몽이 최초로 도읍을 삼은 홀본산성을 둘러 보았습니다. 오늘 좀 힘드셨지요?”  

“제가 볼 때 우리 국민에게 3가지 열등의식이 있습니다. 첫째 중국에 대한 고대사 콤플렉스, 즉 우리 문명은 중국 문명의 아류라는 인식입니다. 둘째 일본에 대한 근대사 콤플렉스, 일본에 대한 저항의식도 있지만 식민지 지배를 받은 뿌리깊은 열등의식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중국인보다 한국인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셋째 미국에 대한 현대사 콤플렉스인데 정치경제, 기술, 철학, 종교, 교육,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서양을 대표하는 미국에 대한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님께서는 간명하면서도 알기 쉽게 살아있는 역사강의를 이어가십니다.

 “불교는 인도에서 왔지만 우리가 인도에 대해 사대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 기독교인은 미국에 대한 사대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서 사대의식을 가지는 것은 문명의 시작이 중국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여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는 수동적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으로부터 배우면 되지만, 여기에는 일정한 역사적 오류와 왜곡이 있기 때문에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의 잃어버린 상고사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일본에 대한 열등의식은 통일이 되어야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일본이 독일처럼 유럽인에게 과거사를 깊이 반성하듯 하면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의 일본 정치인, 국민들의 역사의식을 봐서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을 통해서 우리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치유하는 길은 통일을 하는 것입니다. 가령 베트남인들이 미국으로부터 많은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의식을 갖지 않는 것은 전쟁에서 이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과 수교를 맺고 적극적인 협력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으로 서양에 대한 열등의식의 극복은 현대문명을 넘어서는 새로운 문명적 대안을 우리가 만들고 준비해 가는 것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은 우리가 21세기 새로운 백년의 꿈을 가진다면, 통일한국은 21세기 전반기에, 동아시아 공동체는 중반기에, 세계문명의 중심국가로의 도약은 후반기에 달성해 간다는 미래의 로드맵을 가져 볼 수 있습니다”

 밤은 11시가 넘어가지만, 역사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 우리의 시원을 찾아 떠나는 뜻깊은 여행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계속됩니다.

 “대륙의 변방이라는 우리의 소극적 역사의식을 극복하고, 작지만 자긍심을 가진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앉아서, 책보며 해서만은 안 되고, 설득력을 가지려면 역사현장에서 그것을 보고 배워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애써 역사기행을 오는 취지이고, 오늘은 상고사에 대한 바른 역사의식을 공부하는 첫 시간이었습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밤 11시 30분, 비록 몸은 조금 고되고 피곤함이 몰려오지만 우리 민족의 시원을 더듬어보고 올바른 역사의식의 중요성을 일깨울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따라 배우기만한 수강생들보다 더 활기가 넘치시는 스님과 함께할 내일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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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도 스님이시지만,글 써주시는 분 넘 대단하신거 같아요^^넘 멋지게 글을 올려주셔서..우리의 3가지 열등의식..또,오녀산성(홀본산성)보시고 굉장하지요?하시는 스님 말씀이나,말을 타고 대륙을 달려보고 싶다시는 글올리신 분의 기상도 넘넘 멋있으세요~~하늘도 정말 아름답네요^^*

2013-07-10 20:17:14

김유라

^^작년에 역사기행 갔던 기억이 떠올라요~조심히 다녀오세요 부러워요<br />

2013-07-05 11:17:58

김영옥

아들~~~사진에 얼굴이 보이네~ㅎ 재미있게, 열심히 역사공부 하고 있겠지요? 자부심과 자긍심을 한껏 가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슴에 품고 돌아오길 바랄게요~~~ 모든 같이 가신분들 몸 건강히 조심히 다녀오세요~~

2013-07-05 09: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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