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13년 3월 4일 법륜스님의 하루(충남도청 명사 특강)

두북정토마을에서 새벽을 맞이했습니다. 날이 차가웠지만 어제보다는 조금 풀린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새벽 5시경 두북에서 충남 홍성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가는 길에 왜관IC 부근에서 큰 사고가 있어서
이른 아침부터 차량이 정체되어 고속도로가 주차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참을 고속도로에 있다가
마침 왜관IC부근이라 IC에서 국도로 나와 다시 김천IC에서 고속도로로 올렸습니다.
아침에 여유있게 출발했는데 고속도로에서 지체되는 바람에 아침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바로 충남도청으로 향했습니다.

충남도청은 거의 허허벌판에 들어서 있었습니다. 새 건물이라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도청 입구에 들어서니
도청 관계자분이 나와 스님을 깎듯이 맞이했습니다.

작년에 충남도지사님이 스님께 도청을 이전하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터라,
원래는 오늘 인도불자대회 때문에 출국하게 되어 있었는데도 오전에 강의를 하고,
오후에 출국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인도일정이 취소가 되어 조금은 더 여유있게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도청 월례 조례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대강당에 들어가니 충남도지사님이 도청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도지사님의 말씀이 끝나자,
단상에서 내려와 스님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스님께서 도청 전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셨습니다.
오늘의 강의 주제는 ‘금강경을 통해 본 인생의 지혜’였습니다. 스님께서 신해행증을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행정관으로서는 어떻게 일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기조강연을 먼저 하시고 질문을 받았습니다.
군대나 경찰, 공무원 등 같은 직장에 있는 사람들은 위계가 강해서 그런지 쉽게 개인적인 질문은
잘 못하는 것 같습니다.

두 개의 질문이 있었는데 그 중 다수결의 원칙에 대한 질문에 스님 말씀을 나눠 봅니다.

“스님. 다수결의 원리가 민주주의에서는 적용이 되는데, 그것만 적용을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다수결의 원리와 소수자에 대한 보호가 어느 정도까지 해야 적절한지 궁금합니다.”

“예. 민주주의는 상대적으로 다른 정치 체제와 비교해 보면 낫다고 할 수 있지만 민주주의가 최고의 형태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날 미국식 민주주의와 중국식 사회주의는 어느 것이 더 효율이 있을지는
 역사가 평가를 해 주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경험했을 때는 다수의 의사를 존중하는 다수결의 원칙의
민주주의가 소수의 의사에 의해서 결정되는 사회주의보다는 단 1점이 많더라도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문제는 있죠.

부처님 당시의 승단(僧團)은 매우 민주주적이었습니다.
승단(僧團)의 결정 원칙으로 삼의제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처음 결정할 때 다수가 나왔다면 소수에게
‘당신들의 소수 의견을 철회하겠느냐?’고 묻습니다. 이 때는 백명 중 한 명이 반대를 해도 소수가 되고,
반대자가 1/3 이하로 떨어져야 소수가 됩니다. 소수의견을 철회하겠느냐고 물었는데 철회하지 않겠다고 하면
다음은 소수에게만 발언의 기회를 줍니다. 자기가 왜 그것을 주장하는지를 충분하게 설명하게 해요.
그리고 다시 투표를 합니다. 이 때 소수의 의견이 1/3이 넘으면 앞의 결정과 상관없이 새로이 토론을 합니다.
그런데 다시 소수가 되면 철회하겠는지 또 묻습니다. 철회하지 않겠다고 하면 다시 소수가 자기 의견을
충분히 발표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3번을 했는데도 소수가 될 때는 소수가 자발적 철회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결론은 다수결이 아니라 만장일치가 됩니다.

보통 만장일치제라고 할 때는 한 명이라도 끝까지 반대를 하면 통과가 되지 않으므로
이것은 소수의 횡포가 됩니다. 다수의 횡포도 막아야 하지만 소수의 횡포도 막아야 합니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나온 것이 삼의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 가면 소수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겠습니까?”

“결정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서로 자기 주장 내세우며 싸워서 결정이 안 나는 것보다는 빠릅니다. 폭력적으로 밀어붙여서
결정내는 것보다는 이렇게 함으로서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를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저희 정토회 대의원회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해서 20년째 하고 있습니다. 정토회는 수행단체라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쉬울 수 있습니다.

삼의제의 핵심은 소수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데 있습니다. 소수에게 3번까지 발언의 기회를 줍니다.
이렇게 해서 결정해도 어떤 때는 철회한 소수의 의견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소수의 의견이
맞다고 검증할 수가 없기 때문에 옳든 그르든 삼의제를 거친 다수의 의견을 수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결론이 나면 소수의견을 낸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전체가 내린 결론이 자신의 의견이 되어야 합니다.”
다수결의 원칙이 최고의 가치라고 배워오고 그렇게 생활을 해 왔기 때문에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소수자의 의견을 최대로 수용하는 삼의제가 쉽게 이해되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자녀 교육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방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서 겨울에는 장작 10개를 때지만, 봄에는 5개, 여름에는 안 때도 되는 것처럼,
아이들도 3살까지는 엄마가 희생을 하면서 아이를 보살피고, 어릴 때는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하고,
사춘기에는 지켜봐 줘야 하고, 성인이 되면 자립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의 경우
겨울에 불을 때던 습관으로 여름에도 장작 10개를 때어서 따뜻한 것이 아니라 뜨거워서 못 사는
화를 일으키는 것처럼,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데도 어린아이 돌보듯이 하게 되면 커가는 아이들에게는
결국 과잉보호가 되어 노력은 많이 하고 성과없이 망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아이들 교육에 대한
부모의 생각을 바꾸어야만 창조적인 아이로 키울 수 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스님께서는 충남도지사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원래 이전한 새 충남도청 청사를 둘러보기로 했는데 시간이 늦어져서 바로 점심 식사를 한 후,
저희는 서울로 향해 출발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오후 3시부터 밤 늦게까지 평화재단에서 여러 업무가 있어서
오늘도 늦은 밤에 정토회관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스님께서는 3월 8일부터 8일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현지 답사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부터 출국전까지는 평화재단 내부업무를 보실 예정이라 스님의 하루는 당분간 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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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의제가 그런 것이었군요...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오던 것이었군요..삼의제와 장작불에 비유한 자녀교육들에서,반짝이는 스님의 지혜가 느껴집니다^^

2013-03-12 00:33:04

있는 그대로

항상 느끼는 거지만<br />법문 중에 예를 드는것도 우찌 그리<br />귀에 속쏙 들어오게 잘 들어서 해 주시는지요....<br />스님 먼길 건강히 잘 다녀 오시고<br />들국화님도 더 건강하시길... (^_^)

2013-03-07 21:05:29

환희심

스님의 웃는 표정은 언제봐도 좋네요~~ ^^ 저도모르게 흐뭇해집니댜~~ ^^ 들국화님. 항상 감사합니다~~ ^^ _()_

2013-03-06 13: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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