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11월 16일 법륜스님의 하루(서울 동작구, 평화재단 전문가포럼)

오늘 오전은 서울 동작구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서울정토회관에서 1시간전에 이동했습니다.
출근시간을 지나서인지 차가 막히지 않아서 강연시작 30분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들어가니 자원봉사자들이 곳곳에 서서 사람들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강연은
서초정토법당 봄 불대생
, 가을 경전반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서 홍보를 하고,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강연 시간이 다 되어 가자 사람들이 우루루 밀려 들어왔습니다. 금새 1층 강당을 다 채우고 이어
2층 강연장도 채워졌습니다. 스님께서 강연하러 나오실 때쯤에도 사람들이 자꾸 들어와 좌석 사이 복도에까지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강연을 들었습니다
. 540석인데 730명이 와서 강연장을 꽉 채워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인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정말 많이 웃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나가면서도 사람들이
오늘 너무 많이 웃은 것 같다며 웃고 나갈 정도였습니다
. 생활 속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이야기했는데,
스님과 함께 고민을 풀어나가다 보면 어렵고 힘든 이야기들도 쉽고 가볍고 별 일 아닌 것이 되어 버립니다.
분명 질문할 때는 무거워 징징대기도 했는데, 스님과의 대화 속에서 다시 웃음을 찾게 됩니다.

300강연이 막바지가 다 되어 가는데, 강연이 진행될수록 더 깊은 속내를 들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약간 안타까움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 스님 강연이 끝나고 나면 저 사람들은 누구에게 물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7년동안 남편에게 잔소리를 들으며 살고 있다면서 결혼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고 하는 철없어 보이는
아이 둘을 가진
34살 아줌마와 스님과의 문답은 거의 배를 잡고 웃는 수준이었습니다.

지난 7년동안 남편에게 하루에 20개는 잔소리를 듣는 것 같애요. 저는 자랄 때 잔소리를 안 듣고 자라서
너무 힘들어요
.”

남편 잔소리가 자기가 볼 때 필요 없는 잔소리요, 가만히 보며 맞는 소리예요?”

다 맞는 소리인 것 같아요. (웃음) 너무 맞는 말이라서 설 자리가 없고 마음이 아파요.
결혼이 적성이 맞는지 확신도 안 서요.”

그걸 지금와서 물어보면 어떻게 해요? 처녀면 모르겠는데, 결혼한 사람이 지금 결혼이
적성이 맞고 안 맞는 게 어디있어요
?”

노는 거 진짜 좋아하는 스타일인데 결혼하니까 놀지도 못하고...더 놀고 싶어요.”

애들하고 놀면 되잖아요. 방청소하면서 놀고, 저녁에 남편하고 놀면 되지요.
내가 보기에 맨날 노는 것 같은데 뭐 해요? 뭐하고 놀아야 노는 거예요? 결혼한 여자가 남자 동창들 만나
놀아야 노는 거예요
? 그럼 집에서 못살아요. 남자가 마음에 안 들어요? 하나 가지고는 안된다 이 말이예요?
그래도 애 엄만데 애가 클 때까지는 조금 참아야 돼요.”

주변의 유혹도 너무 많아요.”

럼 쥐약 먹는 거예요. 부부 갈등 생기면 부모 속 썩이죠, 남편과 싸워야죠, 애들 힘들죠
자기가 지금 잠깐이라도 유혹에 끄달렸다가는 앞으로 나쁜 과보를 톡톡히 받아요. 그래서 그런 것보다는
아까 얘기한대로 수련 좀 하고 봉사하고 이렇게 건강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요
.
술 먹고 춤추며 노는 것보다는 이런 쪽으로 어울려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돼요.

남편이 생활 문제로 잔소리한다고 하는데 다 이유가 있어요. 음식 만들 때도 채소를
살짝 뜨거운 물에 데쳐야 할 것이 있고 푹 삶아야 할 것이 있고 다 달라요
. 그런데 데쳐야 할 걸
푹 삶아서 주니까 남편이 잔소리 하는 거예요
. 남편이 그런 걸 잘 아는 사람이니까 좀 배우세요.
미리 물어보세요. 그러면 잔소리가 아니잖아요. 그러면 풀려요. 남편을 스님이라고 생각하고
, , 알겠어요, 이러면 돼요. 자꾸 물어보면 니가 알아서 해라! 이렇게 하도록 자기가 거꾸로 귀찮도록
계속 먼저 물어요
. (웃음) 집에 오자마자 문 열자마자 물어요. 자꾸 그러면 남편이 나중에 니 알아서 해라,
이렇게 나올 거예요. 이렇게 지혜로워야 돼요. 착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지혜로워야 돼요.
그렇게 하면 버릇도 고치고 그래요. 시어머니 얘기도 잔소리로 듣지말고 인정하면 돼요.”

, 감사합니다.”

이 분은 꼭 철없는 어린애 같아서, 다들 신랑이 잔소리하며 부인을 키우는 것 같다며 많이 웃었습니다.
오늘도 질문이 많았는데, 미리 예정되었던 질문을 다 마치고 뒤쪽에 있던 여자분이 손을 들어서
마지막 질문으로 받았습니다
.

 

처음에는 2살 어린 아는 동생이 돈을 너무 밝혀서 불편하다는 질문을 하더니, 뒤 이어 본인의
깊은 속내 이야기를 했습니다
.

제가 연애를 한 번도 못해보고 결혼을 했어요. 아버지가 너무 엄했어요.
그래서 밤 9시면 무조건 들어오라고 해요. 남자 만나다가도 9시만 되면 택시타고 들어갈 정도였어요.
그러다 보니 남자랑 같이 있으면 침도 못 삼킬 정도로 긴장을 해요.”

그럼 남자 안 만나면 되지요.”

신랑이 많이 예뻐 해주고 아무 문제없이 행복한데요. 그런데 가끔 다른 남자 생각이 나요.”

그럴 수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남자랑 커피 한 번 마시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요. 그렇게 자꾸 잡념이 생겨요.”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여기 앉아 있는 여자들도 다 속으로는 다른 남자이 들 때도 있어요.
남자도 마찬가지구요.”

회사를 다녔는데 연하의 남자가 저를 좋아했었는데 그 때는 그건 아닌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상대를 안 했는데 나중에 보니 마음속으로는 미련이 있더라고요. 신랑도 제가 좋아서가 아니라
저희 아버지가 너무 엄격하다 보니 아버지와 반대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했어요
.”

아버지가 엄격하다 보니 자기는 사람 만나는 것에 대해 심리적 억압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도 그 심리적 억압에 대한 반발 심리가 생겨나요. 늘 나는 사람을 못 만났다,
나는 사람을 좀 만나야 한다 이런 껄떡거림이 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지 남자를 만난다고
꼭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 계속 만나고 싶은 갈증이 있는 거예요.

그건 충분히 이해가 되요. 윤리적으로 뭐라고 하지만 자기 심리가 그렇다는 건 이해가 되니까
깨달음의 장이란 수련에 참석해서 자기 상태를 체크해보는 게 좋아요
. 솔직하게 점검해보고
마음껏 내 욕구를 충분히 말로라도 풀어버리면 훨씬 줄어요
. 그런데 그걸 계속 혼자서 윤리, 도덕적으로
억압하고 있다면 어느 순간에 사고 칠 확률이 높다는 거예요
. 그러니까 오히려 편안하게 그런 걸 드러내고
충분히 자기 욕구를 풀어내야 돼요
. 이것을 충분히 풀어내면 압력이 줄어서 훨씬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사실은 결혼해서 살아보면 무슨 계속 뜨겁고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런 사람은 연애를
너무 못해봤기 때문에 남편이 아무 문제가 없지만 늘 따끈따끈한 뭔가가 없는 게 아쉬워요
.
이런 심리적 압박을 잘못 풀면 불행을 자초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인간이면 누구나 갖는
억압된 심리의 분출이기 때문에 그걸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중요해요
. 오늘 정말 질문 잘 했어요.”

저는 뒤에 질문한 사람이 700여명이나 되는 사람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질문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질문한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 자기 문제를 풀려고 하는 스스로의 의지만큼
자기 숙제는 풀리는 것 같습니다
. 한 사람이 평생 억압되어 살거나 아니면 한 가정이 파괴될 수도 있는
사안인데
, 이야기를 잘 해 준 것 같았습니다. 속에 있는 억압심리가 잘 해소되기를 기원합니다.

 

동작구에서 강연을 마치고 사인회와 단체사진을 찍고 바로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의 정기 전문가포럼이 있는
프레스센타로 이동했습니다
. 프레스센터에도 행사 시작전 여유있게 도착을 해서, 사회자, 발표자, 토론자들과
사전에 충분히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2시에 심포지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제58차 전문가포럼의 주제는
통일, 외교, 안보정책,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대선후보의 정책방향을 점검한다였습니다.
전 외교부 장관이었던 송민순 장관님의 사회로 두 사람이 3명의 대선 후보의 통일, 외교, 안보정책에 대해서
비교 발표를 하고
, 각 캠프의 통일, 외교, 안보 관련 사람들이 나와서 토론을 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진지하게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특히 사회를 본 송민순 전 장관님의 재미있고 내용있는 진행에
사람들이 즐거워 했습니다
. 세 후보 캠프에서 나온 분들은 저마다 각 후보 정책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반론에 대해서 덧붙이고, 다른 캠프의 정책에 대한 일정정도의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키워드가, 박근혜 후보는 신뢰, 문제인 후보는 평화, 안철수 후보는 과정으로서의 통일이었는데
여기에 대해서 객석에 있는 사람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

오늘 전문가포럼을 마치면서 스님께서 마지막 인사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대권후보가 잘하겠다고 말하지 말고
내년되면 우리나라가 정말 어렵습니다. 경제문제가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겁니다. 내년에 전부
허리띠 졸라 매야 한다고 국민들에게 말해야 합니다
. 그 방법밖에 특별한 길이 없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 매자고 할 때 대통령 특권부터 내려놓겠습니다,
정치인들에게도 특권을 내려놓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국가의 지도자가 솔선수범하면서 재벌들에게도
이런 어려운 시절에 고통을 분담하자고
, 가진 것을 내어 놓아야 한다고 설득하겠습니다.’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지도자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찬 가지로 마찬가지로 남북관계와 미중관계도 풀기가 어렵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처럼 대화를 단절하지는 않겠습니다. 우선 조건없이 대화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테이블에 먼저 앉아서 사과를 받든 뺨을 때리든 일단 테이블에 먼저 앉아 대화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신뢰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지배로 36년간 고통을 겪고 그 응어리가
채 풀리지 않았는데 해방
20년만인 65년도에 한일국교정상화를 했습니다. 사실 그 때 굉장히 감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 그런데도 지나놓고 보면 아직도 일본이 사과도 안 하고 얄밉지만
그래도 한일국교정상화를 한 게 우리 국가발전의 이익이었습니다
.

그럼 중국은 어땠느냐. 6.25전쟁 때 100만 중공군이 침공해와서 우리가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사과도 한 마디 안받고 수교했습니다. 그런데 한중수교를 한 지 올 해20년이 되었습니다.
한중간의 교역이 한미간의 교역의 두 배가 넘고 있습니다. 한중수교 참 잘했다고 말할 수 있죠.

그렇다면 남북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겠습니까? 남북문제 또한 과거를 따지면 도저히 함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20년 후를 지나서 오늘을 되돌아 볼 때 남북관계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이런 악감정 때문에 갈등하고 대립하는 것이 좋으냐
, 아니면 대화하고 교류협력하는 것이 좋으냐,
또 분단된 상태로 가는 것이 좋겠느냐, 평화통일로 가는 것이 좋겠느냐를 살펴보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알 수 있습니다
. 교류협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문제는 생길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우리 민족의 미래에 엄청난 발전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런 것을 우리가 생각해본다면 남북관계는 현재의 몇 가지 문제로 지체시킬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민족의 미래 비전이 되는 통일문제와 동아시아 평화 공동체로 향하는 외교문제만큼은 누가 되더라도
꼭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오늘 세 분이 조금 차이가 있지마는 그래도 공통점이 더 많았습니다.
이것은 우리 나라의 큰 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년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을 봅니다.
감사드립니다.”

프레스센터 20층 대강당에 사람들이 꽉 차서 끝까지 집중해서 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조금 더 치열하게
서로 논쟁이 진행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런 자리가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포럼 후, 사회자, 발표자, 토론자들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평화재단으로 돌아와 스님께서는
한겨레 신문사와 며칠 후 나올 신간 책 관련해서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
그런 후, 밤을 타고 울산 두북으로 내려왔습니다.

비가 옵니다. 이 비가 그치면 더 추워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용히 혼자 앉아 글을 쓰는데,
처마에서 비떨어지는 소리가 아름답습니다.

내일은 평화리더십 아카데미, 여성리더십 아카데미, 대학생 리더십 아카데미 참가자들과 함께
경주 역사 기행이 있습니다
. 내일 아침이면 비가 그치겠죠?

내일 뵙겠습니다.

전체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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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k0907

참여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상세한 글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12-11-21 23:43:54

혜향

스님의 역량은 도대체 어디까지 일까요?^^ 깨달은 사람도 있고 선지식도 있지만 모두가 스승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잇는 역량은 또 별개의 문제라고 하던데...<br />우리 시대에 법륜스님과 같은 살아있는 스승님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어둠속에서 불빛을 만난 희망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님의 은덕으로 행복해지고 있네요. 감사합2니다._()_

2012-11-18 19:12:28

이미희

포럼에 참가했던 법우에요. 바로 앞에 법륜스님을 직접뵈니 뒷모습만 뵈도<br />두근두근 하더라구요 ^^;; 대선주자들의 정책의 일면을 알게 되서 좋았고<br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더 잘 살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br />좋은 자리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2-11-18 18:3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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