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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은 원주에서 강연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동안 원주 치악산 밑에 있던 소쩍새 마을에 자원봉사를 하러 가곤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지저분한 것 같고 이상한 냄새도 나는 것 같아서 원생들과 밥도 같이 먹지 못했던 제가
나중에는 같이 어울러 자고 먹고 뒹굴며 생활했던, 참으로 소중한 경험을 했던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원주에서 한살림운동을 시작하셨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은 제가 존경하는 분 중의 한 분입니다.
그래서 원주에 가는 발걸음에 약간의 설레임도 함께 했습니다.
서울 정토회관에서 아침 9시에 원주로 출발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어제 원고 수정하시느라 한 잠도 못 주무셨다고 합니다. 차에 타자마자 휴식을 하셨습니다.
장거리면 쉴 수 있는 시간도 많았을텐데 서울에서 짧은 거리라 아쉬웠습니다.
강연장에 들어가니 열기가 느껴집니다. 강연장 의자에 사람들이 다 앉고 바닥에 앉고, 옆에 줄줄이 서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첫 질문자가 질문을 했습니다.
“엄마랑 둘이서 같이 사는데, 나이들어 얹혀 살고 있어서 부담스럽습니다.
엄마가 밭을 팔아서 오빠 빚을 갚아주는 것을 보면서 엄마와 오빠에게 서운한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자식에게 그렇게 해 주는 것이 안 좋다고 스님께서 이야기하셨는데, 그런 엄마를 보면서 불편해 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내가 부모에게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불편했구나 하는 생각은 했지만 혼란스럽습니다.”
“어머니 인생이니까 간섭하지 마세요. (박수)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보면 꼭 자기 재산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 같애요.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런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드린 돈도 어디에 쓰든 그것은
어머니 자유예요. 그런데 어머니 돈을 어머니가 어디에 쓰든 그것은 자식이 상관할 바가 아니예요.
그것도 어머니 자유예요.
스님의 법문을 남에게 적용하면 안됩니다. 부처님 말씀은 자기에게만 적용해야 합니다. 자기가 이야기하듯이
‘나도 좀 안 주나?’ 하고 넘겨다 봤더니 안 줘서 서운했던 거예요. 이것이 요지예요.
정신차리고 사세요. (하하하. 박수)
내가 너무 심하게 이야기 했나요? 저런 경우는 욕 좀 얻어 먹어야지?”
이렇게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웃고 박수도 많이 쳤습니다. 이어서 일어나신
60대가 넘어보이는 할아버지는 온 국민이 통일을 염원하고 있는데, 통일이 언제쯤 될 것 같은지
스님께서 이야기를 해 달라고 해서, 또 대중들이 한 번 신나게 웃었습니다.
할아버지의 간절함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꼭 스님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스님께서 언제 통일이 된다고
꼭 대답을 드려야 할 듯이 질문을 하셔서 사람들이 많이 웃었습니다.
스님께서 지금은 통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고 조건도 좋은데 국민들이 간절히 통일을 원하지 않고,
정치 지도자들이 그렇게 나라를 지도하지 않기 때문에 통일이 어렵다며 통일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쉽게,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저는 스님 설명을 들을 때마다 정말 모든 것이 잘 될 수 있는데도 아직 성숙되지 않은 국민과 지도자로 인해서,
앞으로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성장동력인 통일이 자꾸 멀리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조급해질 때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스님께서는 세상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알려주시지만
그 행동의 주체는 우리가 될 수밖에 없기에 그런 우리를, 그런 세상을 언제나 지켜봐 주시는 스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일상의 마음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원주시청에서 30년 공무원 생활하다가 공무원 노조활동으로 인해 잘렸다는 분은 정세에 대해서
스님께 질문을 하면서 쌍용자동차 등 억울한 노동자의 삶에 대해서 스님의 의견을 듣고 싶어 했습니다.
스님과 이 분의 대화를 들으면서, 우리는 언제나 자기 편을 들어주기를 원하는구나, 그
렇지 않으면 내가 가진 생각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님께서 질문하신 분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즉문즉설은 객관적으로 사물을 보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지 어느 한 쪽을 편들어 주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을 인정해서, 우리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겠나, 찾아보는 거예요.
사람마다 권리가 똑같지만 현실에서는 노동자와 재벌 회장의 권리가 똑같지 않아요.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는 선거 때예요. 삼성의 이건희회장도 한 표고 저도 한 표예요.
다만 재벌은 돈을 이용해서 언론을 통해 선전을 하거나 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국민들만 깨어있으면
선거 때 바꿀 수 있는 거예요. 지난 30년 돌아보면 조금씩 조금씩 개선되어 왔어요. 이번에 못 고치면
5년동안 싸워서 다음에 고쳐야지요. 이것 가지고 너무 억울해 하면 자기가 먼저 죽어요.
죽음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부당한 것을 알릴 수 있지만, 옛날에는 한 사람 죽으면 분개를 했는데,
지금 국민들은 죽으면 그것을 불쌍히 여기기보다는 너무 과격하다고 민심이 도로 돌아서요. 이것이 현실이예요.
그러기 때문에 싸우더라도 현명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노동자의 억울함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동조하는 사람이 10%도 안됩니다. 억울한 심정을 굉장히 합리적으로, 시민이 보기에도 이것은
좀 심하지 않느냐 생각할 수 있도록 굉장히 지혜롭게 해야 확산이 됩니다.
일반 국민들이 볼 때 MBC 노동자들이 투쟁하는데 국민 70%가 지지해도 해결이 안 됩니다.
이런 사람들이 파업을 해도 국민들은 동조가 안돼요. 그런데 노동자 입장에서는 합당합니다.
기업을 보고 투쟁을 하지 국민을 보고 투쟁을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국민이 어떻게 볼 것이냐를 보고 투쟁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이 노동자들의 억울한 것만 가지고
투쟁을 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동조가 안됩니다. 어떻게 승리할 것이냐?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합니다.
요즘 국민들은 직업으로 청소부 되기도 힘들어요. 공무원 입장에서, 대기업 노동자 입장에서 볼 때는
억울할지 몰라도, 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종업원은 노조고 뭐고 할 수도 없어요. 대기업 노동자, 공무원보다
비정규직, 직장 없는 사람들 숫자가 더 많아서 대기업이나 공무원 노조의 투쟁이 배 부른 사람의 소리처럼
들리기 때문에 국민적인 지지가 없는 것입니다.”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양극화의 심화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하나 하나 드러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주에서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으로 진지하기도 했고, 개인적인 문제를 풀면서는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금방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원주 강연을 마치고 평화재단으로 와서 스님께서는 잠시 일상업무를 보시고,
저녁 강연이 있는 인천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강연은 인천 송도에 있는 인천대학교에서 진행이 되었습니다. 600여명이 모여서 강연에 함께 했습니다.
인천에서는 서울시청 비정규직으로 있는 분이 동료들과 비정규직 단체 투쟁에 함께 하고 있지 않는데서 오는
부담감과 현재 비정규직에 만족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서 스님께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스님께서 비정규직은 필요에 의해서 뽑기 때문에 안정적인 정규직보다 더 많은 임금을 줘야 정상인데,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은 정규직의 일을 비정규직에게 주면서 임금도 적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며
진정한 노동 해방, 새로운 문명속에서의 노동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있게 정리를 해 주셨습니다.
저는 전체적으로 정리가 되는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통일을 원하는 청년으로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을 때는
스님의 「새로운 100년」을 사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함께 스터디모임을 만들어 보는 일,
작은 돈이라도 북한동포를 위해서 성금을 내는 일 등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저도 주변 사람들과 스님의 「새로운 100년」 책을 가지고 세미나를 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과거식의 당위적인 통일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미래비전으로서의 통일을
전파해 나가는 것이 정말 필요하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인천 강연도 그동안 전국 시군구 300강연 중 인천지역에서의 마지막 강연이라, 사전 공연도 있었고,
300강의 지나간 발자취를 돌아보는 영상물도 있었고, 아이를 가진 엄마가 스님의 희망세상 강연을 듣고
변화된 모습을 이야기한 수행담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스님께 꽃다발을 전하고 함께 ‘사랑으로’을 부르며 인천에서의 300강을 마무리했습니다.
단체사진까지 다 찍고 나서니, 이 곳에도 케익을 준비해 놓고 있었습니다. 케익 커팅식을 하는
환한 스님의 미소를 보면서 세상 사람들도 모두 어렵고 힘든 개인 문제가 해결되고, 나아가 사회도 맑고
깨끗해져서 스님처럼 맑고 환한 미소를 모두가 다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은 서울 동작구에서 강연이 있고, 오후 2시부터는 평화재단 심포지업이 있습니다.
내일은 서울에서의 일정들이네요. 어제 밤을 새며 원고 작업을 마친 스님은 오늘 밤은
푹 주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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