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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함을 만드는 과정 중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퇴비함 관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섞인 흙과 EM을 잘 섞어주기만 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티로폼 상자에 분갈이 흙을 넣고 음식물 쓰레기를 잘게 썰어서 EM을 뿌려 흙에 골고루 섞어서 흙으로 잘 덮어주었습니다. 매주 한 번씩 EM을 섞어 주기만 하면 되어 별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처음 맡았을 때가 겨울이라서 베란다에 있던 퇴비함의 흙이 얼어서 EM과 섞을 수가 없었습니다. 퇴비함 상자 4개를 실내로 옮겨 쌓아놓으니 매주 EM섞기가 어려워 다 섞지를 못하고 건너뛰는 상자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날씨가 따뜻해지고 습해지자 2개의 상자에서 작고 검은 벌레가 생겼습니다. 언젠가 저희 집에 생겼던 벌레와 똑같은 모양이라 그때 썼던 유칼립투스 오일을 뿌렸더니 차츰 없어졌습니다. 새로 만든 퇴비함에서도 같은 벌레가 나왔는데 퇴비가 완성되니 더 생기지 않았습니다. 퇴비가 되는 과정에서 EM만 잘 섞어주면 괜찮은 것 같습니다.
퇴비함을 만들면서 언제 기쁘고 보람되었나요?
법당의 도반들이 다 만들어진 흙에서 깊은 산속에서 나는 좋은 냄새가 난다고 했을 때는 퇴비가 잘 만들어진 것 같아 기뻤습니다. 분갈이한다는 도반에게 퇴비를 주면서도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냄새나고 지저분한 음식물 쓰레기가 흙과 섞여 깨끗한 흙이 되는 모습을 너무 신기해하던 도반처럼 저도 자연의 이치를 조금 맛본 기분이었습니다. 퇴비함 흙과 전부터 있던 화분의 흙을 섞어 상추와 쑥갓 씨를 심었는데 새싹이 나고 잘 자라서 법당에서 공양할 때 사용하는 걸 보며 조금만 노력 해도 많은 것을 내어주는 자연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입니까?
제가 잘 모르고 관심이 없는 일도 누군가 하고 있어서 법당이 돌아가는 것처럼, 제가 맡은 퇴비함 관리이니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당분간 계속할 것입니다. 이 작은 일도 같이 씨를 뿌리고 옮겨심기도 하고 EM 뿌릴 때도 거들어주는 도반들이 있어 할 수 있습니다. 화분과 스티로폼 상자에서 자라는 푸른 채소들이 신기하고 대견하다며 물을 주는 도반들이 있어 제가 일주일에 한 번만 법당에 나가도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에 함께하는 도반들이 항상 고맙습니다.
지렁이 퇴비함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신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어릴 적 시골에 살 때 지렁이인지 거머리인지를 말리면 그게 검정 고무줄이 된다는 말을 믿고 거머리나 지렁이를 잡아서 뜨거운 바위 위에 올려놓고 말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법당에서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위한 지렁이를 입양한다고 했을 때 어린 시절의 업보도 갚을 겸 선뜻 자원했습니다.
지렁이 퇴비함을 만들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저희 법당은 나무 박스 안에서 키우고 있는데 지렁이는 피부로 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공기가 통하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해가 들지 않는 어두운 곳을 좋아하고요, 흙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밥은 생쓰레기 중심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주면 됩니다. 외부로 배출하지 않으려면 가능한 쓰레기가 적게 나오도록 신경쓰는 게 필요합니다. 음식물을 잘게 잘라줄수록 잘 먹을 수 있어 좋고 음식물이 겉으로 보이지 않게 흙으로 잘 묻어둬야 벌레가 꼬이지 않고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가끔 흙 속을 파보면 음식물에 지렁이들이 바글바글 달라붙어 있을 때가 있습니다. 지렁이도 우리처럼 달고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 지렁이함에 과일 껍질 등을 그냥 던져놓는 경우도 있는데 날파리와 바퀴벌레 등이 생길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렁이 밥은 지렁이 상태를 잘 아는 담당자가 주는 게 좋습니다.
지렁이도 생명이라 섬세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조금만 흙이 말라도 지렁이들의 수나 움직임이 적어집니다. 여름이라 날이 더워서 물도 더 자주 줘야 합니다. 저희 법당 지렁이함에도 관리가 소홀했는지 쥐며느리같은 벌레가 생기고 바퀴벌레까지 나온다는 오해를 받아서 속상합니다.
지렁이 퇴비함을 분양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던가요?
가끔 분양해간다는 도반들이 있습니다. 지렁이도 생명이니 애완동물 키우듯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데려가서 잘 키우는 분도 계시지만 방치하는 일도 있습니다. 저희 인천법당 건물 3층 노인요양보호센터에서 분양받고 싶다고 하셔서 가져갔더니 지렁이를 키울 환경이 전혀 조성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어디서 지렁이를 키울 것인지 물어보니 그냥 텃밭이나 화단에 뿌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지렁이가 하루도 안 되어서 말라 죽고 맙니다. 그래서 그냥 되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지렁이에 관심을 보여도 키울 여건이 되어있지 않으면 분양을 해드릴 수 없습니다. 아기 입양 보낼 때처럼 엄격해야 합니다.
이후 법당에서는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면 퇴비함과 지렁이함에 넣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초파리나 벌레가 생기거나 여름에는 수박 껍질, 겨울에는 귤껍질이 많아 어떻게 처치해야 할지 곤란한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때 오렌지, 귤, 바나나 같은 두꺼운 껍질은 말려서 퇴비화를 하였습니다. 퇴비화가 잘 될까 의문이었으나 예상외로 매우 잘 되었습니다.
퇴비함 외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어떤 활동이 있었나요?
각 교실 환경 담당자를 세워서 매 수업 후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과 외부 배출량, 종류를 자세하고 꼼꼼하게 기록합니다. 2018년 9월 인천법당 쓰레기 성상 조사보고 환경나누기를 함으로써 법당 사람들이 법당 쓰레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매달 '비닐을 삼키고 죽은 고래' 기사 같은 환경 관련 뉴스를 보고 환경 나누기를 하였습니다. 이렇게 6개월 정도 환경 나누기로 한 후 2019년 3월부터는 환경실천 나누기와 환경 나누기를 번갈아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8년 5월 음식물 쓰레기 중 일부는 퇴비함에 넣고 나머지는 외부배출을 하면서 음식물 쓰레기 법당 내 처리를 시작했습니다. 7월에는 지렁이를 분양받아서 음식물 쓰레기 중 일부는 퇴비함, 일부는 지렁이함, 다시 나머지는 외부 배출을 하면서 음식물 쓰레기 법당 내 퇴비화 양을 점차 늘렸습니다. 이후 퇴비함을 몇 개 더 만들어 2018년 12월에는 모든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함과 지렁이 밥으로 처리하여 외부 배출량이 제로가 되는 쾌거를 얻게 됩니다. 2019년 1월 총무단 회의에 다녀온 부총무님께 인천경기서부 지부가 음식물 쓰레기 외부 배출량이 전국 꼴찌에서 1위로 올라갔는데 모두 인천법당이 음식물 쓰레기 제로와 퇴비화를 잘 진행한 결과라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겨우내 진행된 퇴비함을 오픈하여 사람들에게 퇴비가 된 흙을 나눠주었습니다. 법당에서는 직접 퇴비가 된 흙과 화분 속에 굳어 있던 흙을 섞어서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퇴비가 된 흙에서 지렁이가 나오고 봄이 되어 씨앗을 뿌렸습니다. 수업 후, 부처님 오신 날, 갈무리 비빔밥 재료 등 공양 때마다 상자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내어 여름 내내 잘 먹었습니다. 2차로 씨앗을 뿌려 현재도 새싹이 올라와 잘 크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지속되자 사람들의 법당 내 쓰레기제로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높아졌습니다. 쓰레기제로와 퇴비함 성공으로 성취감과 자부심은 높아졌습니다. 법당의 여름 반찬도 해결되었습니다. 현재는 퇴비함과 지렁이 밥으로 음식물 쓰레기 제로 운동은 도시 한가운데 법당 내에 잘 정착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밥을 먹을 때마다 공양게송을 합니다. "이 음식이 나에게 이르기까지 수고하신 많은 분의 공덕을 생각하며 감사히 먹겠습니다." 그 공덕은 사람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은 자연의 공덕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있고 나에게서 나아가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그 인연의 법을 잊지 않으며 깨끗한 환경, 정토를 이루는 데 모두 한마음이 되길 발원해봅니다.
글_방민영(인천정토회 인천법당)
편집_고영훈(인천경기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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