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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장수 죽림정사에서는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하며 통일을 위한 특별 정진이 있었습니다. 정토회는 이날 임진각과 죽림정사, 미륵사, 아도모례원, 사천왕사지, 봉림사지 등 여섯 곳에서 동시에 평화통일 기도를 진행했습니다. 죽림정사에는 대전, 충청지부를 중심으로 회원 75명이 모여 통일 발원문을 봉독하고 천배 정진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최고기온은 29도, 체감온도는 31도였습니다.

죽림정사의 호국 정신은 절 입구에서부터 드러납니다. 산문에는 세 개의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가운데는 장안산 죽림정사, 왼쪽 '범종 법고루(梵鍾 法鼓樓)'는 범종, 목어, 법고, 운판 등 불교의 사물(四物)을 모신 ‘누각(樓閣)’이라는 뜻입니다. 오른쪽 '충의원통문(忠義圓通門)'은 용성 스님의 호국·호법 정신을 상징하는 현판으로, 산문 가운데 첫 번째 문입니다.

경내로 들어서면 석조 연당(蓮塘)이 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통일된 대한민국의 모양입니다. 연못을 건너는 피안교는 번뇌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 즉 피안(彼岸)의 세계로 건너감을 상징하는 다리입니다. 그 아래 교각 아치에는 정통 삼태극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과거에는 광복을, 오늘날에는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호국 도량의 뜻을 담은 것입니다. 죽림정사는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백용성 조사의 생가터가 있는 곳이자, 광복을 발원하는 대전, 충청지부의 실천 활동 장소입니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 오전 7시가 되었습니다. 경내에는 하루 먼저 도착한 봉사자들이 아침 공양을 마치고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전날 제천에서 여섯 시간 운전해서 온 청주지회 황보미 님이 보였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왜 이렇게 일찍 하루 전날 죽림정사에 오셨어요?”
“제천에서 아침에 출발하면 새벽 4시에 길을 나서야 해요. 5시까지 청주로 가서 지회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여기까지 또 두 시간 넘게 와야 하거든요. 너무 긴 시간이라 그렇게까지 해서 여기에 올 자신은 없어서 하루 전날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먼 거리인데도 발심(發心)한 이유는요?”
“절에서 느끼는 고즈넉함이 좋고 새벽 예불도 좋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 아침 예불을 듣는데, 오늘따라 광복을 못 보고 가신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뭉클하더라고요. 그분들이 맺힌 게 있다면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풀어드려야겠다 싶습니다.”
이미 세월 저 너머에 가 닿은 듯 말하는 도중 울먹거립니다.
가지런히 줄 맞춰 방석을 놓은 교육관에서는 오늘 행사 총연습 중입니다. 입구에서는 첫 번째 봉사자가 출석을 확인하고, 맨 앞자리에서는 대전, 충청지부 집전 봉사자 다섯 명이 순서와 교대 요령을 점검했습니다. 이들은 30분씩 돌아가며 2시간 30분 동안 천배 정진을 집전할 예정입니다. 천안지회 정선영 님이 집전을 맡게 된 계기를 전합니다.
"법사님이 문경 목탁 교육을 권했는데, 저는 장거리 운전을 못 하고 홍성에서 너무 멀어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더 권하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그 일이 처음엔 책임 봉사자 회향 수련 때 같은 지회였던 김종호 님에게 넘어갔는데, 자신은 맡고 있는 소임과 겹쳐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얘기를 듣고 그러면 ‘내가 목탁 교육을 받아야겠다’라는 마음을 냈습니다. 오늘의 목탁 집전은 다섯 명이 돌아가며 150분을 꽉 채울 것이라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절하는 도반들이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같은 곳 그 옆에서는 사회자가 행사 전체 총연습을 진행하고, 음향 담당자가 마이크를 조정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회를 맡은 천안지회 김정성 님도 역시 전날 저녁에 도착했습니다. 그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아침 봉사도 있지만, 미리 와서 차분한 마음으로 순서를 숙지하고 사회 진행문을 제 언어와 속도에 맞게 조금 수정할 게 있어서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그대로 읽으면 건조해지고 실수가 나오는데, 그러면 더 떨리거든요. 제가 흐름을 가져야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습니다.“
오전 8시가 지나자, 대웅전에서 삼배를 마친 회원들이 삼삼오오 교육관으로 모였습니다. 삼귀의와 반야심경 봉독으로 정진이 시작되었습니다. 죽림정사 원장 법정 법사님이 여는 말을 했습니다.
“이제는 남북의 평화와 통일이 되었으면 하고 모두가 바라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오늘같이 우리가 기도하며 그 힘을 보태어가는 것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기 안에 평화는 먼저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작게는 남편이나 아이, 주변 지인들과 갈등을 겪는 일도 적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그렇게 마음의 평화까지 함께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어 통일 발원문을 함께 읽고 천배 정진에 들어갔습니다. 남과 북으로 갈라져 겪어야 했던 아픔과 고통이 사라지기를, 미워했던 마음을 녹여 동포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나아가기를 발원하며 한 배 한 배 절을 이어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도반들의 등과 얼굴은 땀에 젖었습니다.
법정 법사님께 해마다 통일 기도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기도한다고 우리나라의 통일이 되는 건 아니죠. 하지만 평화통일이 되는 일에 마음을 보태는 건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현실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자신을 위해서도 뭔가를 하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행복해야 사회가 평화로워지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남북의 평화만이 아니라 내 마음의 평화도 함께 발원하는 것입니다."

교육관에서 절이 이어지는 동안 공양간에서는 함께 정진하던 법사님들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지난해와 같은 모습에 그분들에게 다가갔습니다.
“오늘 점심 메뉴가 뭔가요?”
“오늘 점심은 열무 냉면입니다. 대전지회 공주 모둠 이은숙 님이 열무김치를 보시하셨어요. 거기에 다른 육수를 넣어서 열무 냉육수를 만들 겁니다. 이은숙 님의 공덕이죠.”
“정진하다 멈추고 나와 점심 식사를 준비하는 게 힘들지는 않은지요?”
“천 배하고 나오면 다들 배가 고프잖아요. 그 얼굴들 생각하면 힘든 줄 모릅니다. 이것도 정진의 한 부분이지요.”
냉장고 한 칸에는 정진을 마친 회원들이 나눠 먹을 수박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공양을 준비하던 그 시각, 백용성 조사 기념관에서도 봉사자들이 다른 행사를 위해 법당을 새 단장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용성 조사의 정신을 잇는 또 하나의 손길이었습니다.

어느덧 사홍 서원을 끝으로 천배 정진이 끝났습니다. 각각의 소감 나누기가 이어졌습니다.
“얼마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요즘 백중 기간이기도 해서 어머니와 함께 왔습니다. 정진하면서 ‘마음의 평화가 중요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혼자 천 배를 하려면 너무 힘든데, 도반이 있어서 할 수 있었습니다.”
“칠백 배까지는 엄청 힘들었는데, 그 뒤로는 마음이 탁 놓이면서 그냥 절이 되더라고요.”
“소임을 맡았기 때문에 여기에 왔는데, ‘소임이 복이다’라고 되새기다 보니 절을 할수록 오히려 평온해졌습니다.”
천안 지회장 박은숙 님은 정진의 의미를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으로 정리했습니다.
“법륜 스님과 법사님이 늘 개인의 평화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것처럼 절을 하면서 개인이 평화를 얻으면 그 평화가 통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통일은 옳고 그름의 문제도, 하고 말고의 문제도 아닙니다. 상생과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평화가 필요합니다.”

81년 전, 그 시대 우리 민족의 해방은 어쩌면 이루지 못할 꿈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기도했고, 누군가는 또 독립운동했습니다. 35년의 식민 통치 끝에 맞은 광복은 그 씨앗들이 하나, 둘, 모여 만든 결과였습니다. 그처럼 통일의 씨앗은 이미 우리 마음에 심겨 있습니다. 남은 건 거름입니다. 그것은 매년 이어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일 것입니다. 하루 전날 여섯 시간을 운전해 온 봉사자, 30분씩 목탁을 나눠 잡은 다섯 명의 집전 봉사자, 열무김치를 가져온 사람, 그리고 체감온도 31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죽림정사 용성 교육관을 채운 75명, 이날 올린 절이 모두 7만 5천 배였습니다. 이것이 올해의 거름입니다.

내년 8월 15일에도 죽림정사에는 오늘에 버금가는 방석이 깔릴 것입니다. 올해 깔린 75장의 방석이 내년엔 몇 장이 될지 아직 모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방석 한 장이 늘어날 때마다 평화통일의 씨앗은 천 배의 정성만큼 쑥쑥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한 장의 빈 방석은 늘, 언제나 어떤 이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과 사진_김종호(대전,충청지부 천안지회)
편집_황재윤(대구,경북지부 대경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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