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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지회 문희영 님을 만나기 위해 처음으로 JTS 안산 다문화센터를 찾았습니다. 5층 문을 열자마자 따뜻한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머리 손질과 방문객을 안내하는 봉사자, 상담하는 법사, 진료하는 의사까지 모두 바빠 보였습니다. 맡은 소임에 집중하면서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봉사, 불교대학 진행자를 거쳐 상록 모둠장을 하는 문희영 님. 작은 주방에서 풀어놓은 문희영 님의 이야기는 제 삶에 잔잔한 울림을 전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기 전부터, 불교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종교를 가까이하진 않았지만, 시댁 큰형님이 새벽마다 불경을 사경하고 조용히 절에 다니는 모습을 보며 깊이 존경했습니다. 제 삶에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가르침을 불법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불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2018년 가을, TV 프로그램인 ‘힐링캠프’에서 법륜 스님의 말씀은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갈등하는 질문자에게 “멤버십은 딱 하나만 가져야 한다”라고 너무나 분명히 말씀하시는 스님의 선명함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시댁 큰형님이 돌아가시고 경전 공부를 하고 싶어 알아보다, 집 근처에 걸린 정토불교대학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왜 늘 불안하고 흔들리는지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고 싶어 바로 입학했습니다. 오랜 시간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불법을 향한 갈망은 긍정적 삶의 활력으로 바뀌었습니다.
딸은 어릴 때부터 반응이 느리고 말귀를 알아듣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일일이 설명을 해야 ‘아, 그거였구나’ 하고 알아듣습니다. 딸을 대할 땐 답답함이 앞섰습니다. 딸의 느린 걸음에 불안한 마음이 올라왔고, '앞으로 이 아이가 잘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
딸이 방 정리를 안 하거나 게으른 모습을 보이면 목소리 톤이 올라갔습니다. 그때 딸은 “엄마, 왜 화를 내요?”라고 합니다. 저는 “아니, 내가 언제 화를 냈다고 그래?” 합니다. 실수하거나 게을러 보이면 한숨부터 쉬고, 조급한 마음으로 다그치는 습관을 고치려 정일사 때 ‘공감하는 엄마 되기'로 원을 세웠습니다. 제 말투가 화난 것처럼 들릴 수 있어 목소리와 억양을 부드럽게 내는 연습을 합니다.
“딸을 믿어보세요.”라고 한 법사님의 말은 제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말이라 머리가 띵~! 했습니다. 딸을 백 퍼센트 믿지는 않지만, 그 말은 제 마음을 천천히 바꿔놓았습니다. 딸이 대학 입학한 것만으로 감사한 데 졸업까지 했으니 더욱 감사합니다. 어딜 가든 밥벌이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딸에게 “잘할 수 있어. 잘할 거야”라고 격려합니다. 딸을 다그치던 마음이 사라지자, 제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삶을 변화시킨 작은 실천 중 하나는 개똥 줍기입니다. 산책길에서 우연히 시작한 일입니다. 어느 날 사람들이 무언가를 피해 다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앞사람이 피하니 저도 피했고, 뒷사람도 또 피했습니다. 가만히 보니, 길 한가운데 개똥이 놓여 있었습니다. ‘저걸 내가 치우면 다들 편하게 지나갈 수 있을 텐데’라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더럽다고만 여겨 누구나 하지 않는 일, 바로 제 일로 삼았습니다.
산책길이나 아파트 화단을 지나다 개똥을 보면 조용히 몸을 숙입니다. 처음에는 민망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개똥을 줍지 않고 지나치면 종일 마음에 걸렸습니다. 제 일이니까요. 누구도 관심 두지 않는 개똥 줍기지만, 법륜스님이 “인간은 존엄해야 한다”라고 한 말뜻을, 개똥을 주우며 알았습니다. 개똥 줍는 제가 참 행복하고 존엄합니다. 제가 저를 좋아하고 긍정합니다.
정토회 회원은 잘 썩지 않는 비닐은 쓰지 않으려 매우 노력합니다. 융통성 하나 없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준비한 꽃 공양에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며 뒷말이 많았습니다. 봉사활동 중에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여러 번 갈등 했습니다.
개똥 주울 때는 비닐이 필요합니다. ‘비닐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때는 사용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힘들게 하지?, 무유정법인데 너무 기계적이고 편협하고 획일적이다’ 싶은 마음에 정토회를 나가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스님의 하루에서 법륜 스님이 동네 어른들에게 선물로 커피믹스 주는 걸 보았습니다. ‘아니!, 아니!! 비닐 사용을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스님은 저거를 선물하시네~ 내가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쳐서 생각한 건가? 저런 면이 또 있을 수 있구나?’ 해서 그 순간 마음이 확 열렸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정토회 활동을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모둠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 도반이 모둠 활동에 자주 빠지자, 마음이 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면 그 도반 상황에서는 이해가 갔지만, 제 상황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거의 다 빠지냐?’라는 마음에 그 도반이 굉장히 불편했습니다.
연말에 모둠 활동 영상을 만들면서 도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감사 문구를 넣었습니다. 다른 도반에게는 술술술 썼는데 그 도반에게는 형식적인 말만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마음에 안 들어 ‘에라, 모르겠다. 그냥 있는 그대로 쓰자’ 싶었습니다.
“분별심 내서 미안했습니다. 참회합니다”라고 썼더니 오랫동안 꽉 뭉쳐 눌려있던 감정이 쑥 내려갔습니다. 지금 그 도반은 가능하면 모둠 활동에 참여하고 제게 도움을 많이 줍니다.
그 경험으로 분별하는 제 마음을 확연히 알 수 있었고 사람은 누가 지적해서 바뀌는 게 아니라, 믿어주는 관계 안에서 조금씩 변화함을 배웠습니다. 각자의 속도와 방식이 다르기에 재촉하거나 지적하지 않고 믿고 기다릴 때, 도반의 변화는 저절로 일어납니다. 모둠장으로서 잘 이끄는 사람이기보다 편히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안산 상록모둠의 모둠장을 맡은 지 3년이 되었습니다. 우리 모둠은 한 달에 한 번 꼭 얼굴을 봅니다. 모임이 끝나면 근처 분식집에서 떡볶이나 피자를 먹으며 마음을 나눕니다. 모둠 활동이든, 쓰레기를 줍든 가볍고 편안하게, 재미있고 유쾌하게 활동하니 참여율이 높습니다. 꼭 앉아서 명상만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마음을 연결하는 시간이 실천 수행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도반이 오면, 그동안의 활동을 담은 영상을 보여줍니다. 영상에는 계절마다 함께한 정진,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 소소한 실천들이 담겨 있습니다. 영상을 본 도반은 처음부터 함께했던 것 같다며 자연스레 어울려 모둠의 일원이 됩니다.
모둠원들이 정말 각양각색이라 참 다행입니다. 신혼 때 남편이 “많은 걸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돼라” 했습니다. 제가 모둠장을 안 했다면 각각 다른 모둠원의 요구를 존중하고 함께 실천하는 기쁨을 누릴 수 없었을 겁니다. 남편의 말처럼 뭐든지 하면서 제 그릇이 조금 더 커져 흐뭇합니다. 꽃밭에 한 가지 꽃만 있으면 심심합니다. 우리 삶이 각자의 빛깔로 피어날 때 더 향기롭고 소중합니다.
문희영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한 실천이 얼마나 깊은 울림을 주는지 알았습니다. 그 어느 것도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모두가 단단한 삶의 기반이 됩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삶, 그래서 더 믿음이 갔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저도 작은 실천 하나를 만들어봅니다.
글_김정은 희망리포터(서제지부 구로지회)
편집_곽정란(대구경북지부 구미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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