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관악지회
봉사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일

이정희 님은 관악지회 경전대학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인터뷰 내내 담담하고 간결한 답변을 들으며,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흔들리지 않는 꾸준함과 강인함이 자리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33년 동안 직장을 다니며 2021년부터 정토회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디며 수행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가는 이정희 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2023.9. 으뜸절 실천활동(오른쪽 두 번째 이정희 님)
▲ 2023.9. 으뜸절 실천활동(오른쪽 두 번째 이정희 님)

직장 선배의 권유

정토회를 만난 계기는 직장 선배의 권유였습니다. 삶이 힘들 때마다 선배에게 하소연했고, 그 선배가 ‘행복학교1’를 추천했습니다. 한 달 과정이며 주 1회로 가볍게 생각하고 들었습니다. ‘마음’ 편 강의가 끝날 때 ‘관계’ 편 강의를 권유받았습니다. 그것을 마치니 정토회의 불교대학(이하 불대)을 권유받았습니다. 6개월 과정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부담스러워 할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일단 해보라기에 2021년 불대에 입학했습니다. 법문 듣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알아가는 것이 있어 좋았습니다. 졸업 후 경전대학(이하 경전대)을 권유받았을 때 또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또 들었습니다. 그렇게 전법활동가 교육을 받고 불교대학 진행을 4번 한 후 올해부터 경전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전법활동가의 의무 활동이라 했지만, 법문 들으며 배움이 있어 계속하고 있습니다.

남편과의 갈등

정토회 활동 전에는 남편과 성격 차이로 갈등이 많았습니다. 결혼 전 '아이가 태어나면 세 살까지는 부모가 키워야 한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출산 후, 공무원인 제가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직장이 불안정한 남편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나을 것 같아 남편이 육아를 맡았습니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전적으로 아이를 키웠습니다. 남편의 양육은 3년을 넘어 아이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남편 의견을 수용해 제주도로 이사했습니다. 제주도 생활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원했던 집을 구입하느라 과도한 대출로 인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웠습니다. 직장 상사와의 관계도 불편하여 직장 생활도 어려웠습니다. 직장 생활의 불편한 마음을 집까지 가져가 남편과의 갈등도 많았습니다.

2023.3. 불교대학 복지실천활동_사당역(맨 위 이정희 님 )
▲ 2023.3. 불교대학 복지실천활동_사당역(맨 위 이정희 님 )

제주도로 이사한 것은 아이를 사교육이 없는 학교에 보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한 달 동안 사전 답사하여 찾은 작은 학교 근처로 이사했습니다. 그곳은 춥고 눈이 많이 왔습니다. 저의 출퇴근이 힘들어 따뜻한 아랫마을의 조금 큰 학교로 전학했습니다. 그곳은 학생들이 많아 통제가 심했습니다. 공교육을 불신하고, 아이도 학교에 다니기를 원치 않아 초등학교 과정은 남편이 재택교육을 했습니다. 집 앞 해변에서 수영하고, 그림 그리고, 책 읽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대안학교에 다녔습니다. 아이는 참 잘 컸습니다.

20년 넘게 외벌이로 혼자만 애쓰고 있다는 생각에 어느 순간부터 남편이 미웠습니다. 육아와 살림을 전담한 것은 고마웠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어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남편이 탐탁지 않았습니다. 생각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 실질적 경제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 몫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저는 억울함과 남편에게 미움이 쌓였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제게 늘 이래라저래라 하는 잔소리도 불편했습니다. 주말에도 일하는 제게 여유롭게 커피 마시며 전화로 안부를 묻는 남편이 미웠습니다. 경제적 책임뿐만 아니라, 감정적 갈등으로 날마다 지치는 하루였습니다. 마음속에는 늘 무거운 돌덩이가 얹혀 있었습니다.

2023.3. 불교대학 평화실천활동_전쟁기념관(왼쪽 끝 이정희 님 )
▲ 2023.3. 불교대학 평화실천활동_전쟁기념관(왼쪽 끝 이정희 님 )

내면의 변화

정토회 활동하며 내면의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특히 ‘깨달음의 장2’을 통해 직장 내 갈등이 풀리는 체험을 했습니다. 제가 잘못한 일이 아닌데 의심했던 상사가 미웠습니다. 그분이 진심 어린 사과를 했을 때도 마음에 앙금이 남아 있었습니다. '깨달음의 장'에서 법사님이 "사과하지 않았냐?"라고 물었습니다. 제가 "사과했다"라고 답하니, 법사님이 "그럼 된 거 아니냐?"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저도 '그럼 된 거지'라는 생각이 들며 마음의 응어리가 사라졌습니다.

‘상사가 사과했다.’라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받아들이니 마음이 풀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매주 듣는 법문과 천일결사3 덕분에 남편의 잔소리에 출렁거리지 않았고,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도 생겼습니다. 남편의 잘못만 눈에 보였는데, 불법 만난 후 나도 잘못한 일이 많음을 알았습니다. 서로 다름을 알기에 지금은 마음이 아주 편안합니다.

2023.9. 으뜸절 실천활동(뒷줄 오른쪽 끝 이정희 님)
▲ 2023.9. 으뜸절 실천활동(뒷줄 오른쪽 끝 이정희 님)

수행을 통해 제 감정을 알아차리고, 삶의 크고 작은 문제에 감정적으로 예민하게 대응하지 않으니,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힘이 생겼습니다. 수행은 제 생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전에는 내 마음이 편치 않아 남에게 눈 돌릴 여유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조금씩 넓히고 있습니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한 봉사

봉사하는 처음에는 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버거웠습니다. 그런데, 불대 진행하면서 듣는 법문은 배우는 것이 있습니다. 배움이 있으니 결국은 저를 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불대와 경전반을 진행하며 매주 법문을 두 개 듣습니다. 일주일의 방학에는 법문을 듣지 않습니다. 법문 듣는 주와 듣지 않는 주를 비교하면 마음의 상태가 차이가 있습니다. 듣지 않는 주는 조금 해이해져, 알아차림이 늦고 이치를 깨닫는 것이 잘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정토회 일은 단순 봉사가 아니라 제 마음을 다스리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불대하며 시작한 새벽 천일결사 기도는 활동가가 되면서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기도하며 저 자신을 점검합니다.

2024.3. 불교대학 평화실천활동_전쟁기념관(왼쪽 끝 이정희 님 )
▲ 2024.3. 불교대학 평화실천활동_전쟁기념관(왼쪽 끝 이정희 님 )

정토회의 생활 방식은 제가 추구하는 단순하고 편안한 삶과 잘 맞습니다. 정토회 환경 활동 중 뒷물 수건 사용은 제가 오래전부터 실천해 왔던 것입니다. 아이가 기저귀를 뗀 후 버리기 아까워 천 기저귀를 잘라 뒷물 수건과 면 생리대로 사용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아이 옷도 아름다운 가게의 전신인 녹색가게에서 구매했습니다. 새 옷은 거의 사지 않았습니다. 제 옷도 그곳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어린 시절 풍족하지 않았기에 아끼는 생활이 자연스럽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고 나를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고집이 있고 욕심이 많음을 알았습니다. 수행과 봉사를 통해 삶의 작은 부분까지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여유와 평온함을 주고 있습니다. 소임을 통해 저도 같이 배우니 좋습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됨을 조금씩 느낍니다. 그 가르침은 소임을 통해 알았습니다. 꾸준히 봉사하고 법문 들으며 바르게 살고 싶습니다.

2024.3. 불교대학 복지실천활동(가운데 이정희 님)
▲ 2024.3. 불교대학 복지실천활동(가운데 이정희 님)

취재하며 이정희 님이 보여준 꾸준함과 인내심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수행을 통해 삶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했습니다. 앞으로도 이정희 님이 지금처럼 변함없이 꾸준히 수행하며,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이루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글_홍정배 희망리포터 (서울제주지부 송파지회)
편집_최미영 (국제지부 아태지회)


  1. 행복학교 법륜스님 행복학교는 온라인에서 일주일에 한 시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보고 진행자와 참가자가 행복을 배우고 연습하며 '내 것으로 만드는 체험의 장'입니다. 행복학교는 종교를 떠나 누구나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행복학교 신청: http://hihappyschool.com 

  2. 깨달음의 장 4박 5일 기간의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 평생에 한 번만 참여할 수 있음. 

  3. 천일결사 정토회는 개인의 행복과 정토세상 실현을 위해 1993년 3월 만일결사를 시작. 3년을 정진하면 개인의 의식 흐름이 바뀌고, 30년(만일)을 정진하면 한 사회가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3년(천일) 단위로 천일결사 정진을 이어오고 있음.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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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등명 윤경례

이정희님~수행담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행과 봉사 소임을 통해 삶의 작은 부분들을 배우고 삶이 여유로워지고 평온해지셨다는 말씀에 잔잔한 감동이 옵니다. 도반으로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꾸준히 수행정진 하는 도반으로 함께 가요~
사랑합니다~~♡♡

2025-05-28 11:51:12

보람

아름다운 수행자의 모습을 본 것 같습니다. 단순하고 단단한 도반님의 삶 속에서 깨끗한 감동을 느낍니다.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05-28 09:52:07

손경희

잘 읽었습니다. 경험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이정희님처럼 남편을 크게 포용하는 큰 그릇이 되렵니다~ㅎ

2025-05-28 0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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