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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행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기흥법당 수행법회 사회를 담당한 정혜선입니다. 7개월의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어찌나 실수가 많았는지, 정성스레 준비해서 여법하게 진행해야 마땅한 법회 중에 저지른 실수담을 얘기드리려니 죄송한 마음 가득합니다.
몰라서, 준비가 덜 돼서, 익숙해지자마자 자만하는 바람에 일어난 좌충우돌 속에서 ‘처처가 불법이요, 매사가 수행이며, 만나는 사람 모두가 부처’라 하신 스님의 말씀을 떠올리고 수행의 계기로 삼았기에 용기 내어 봤습니다.
#실수1
하루는 ‘법회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시작 멘트를 하는데요, 집전을 맡은 이경빈 님이 황급히 밖에서 들어오시는 거예요. 집전자가 자리에 앉아있는지 확인도 안 하고 법회를 시작하는 과감함을 보인 날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으며 저에게 레이저를 쏘시던 이경빈 님의 당황한 얼굴이 아직도 생생합니다.(보살님 넘 죄송했어요ㅠㅠ)
수요일 일찍 가서 영상 내려받고 공지사항 점검하고 여유롭게 준비하는 대신, 늘 늦게 가서 허둥지둥 준비한 과보였습니다. 매일 아침 등교 시간이 다 돼서야 겨우 일어나고, 약속 시각이 3시면 그 시간쯤 집을 나서는 아들이 누굴 닮았는지…. 그런데도 아들에게 잔소리해온 저에게 ‘누가 낳고 누가 키웠냐’는 스님의 질문이 들려온 날이었습니다.
#실수2
그 날은 평소에 쓰던 마이크 대신 조금 줄이 짧은 낯선 마이크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냥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안녕하세요’를 하는데, 소리가 나질 않았습니다. 얼른 기존에 쓰던 마이크를 찾아 다시 시작했지만 ‘마이크 바꿔놓은 사람 누구야!’ 하는 원망의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잠시 후, 법회 시작 전에 한 번도 마이크 테스트를 하지 않았던 제가 보였습니다. 지각이 코앞인 시간, 엘리베이터가 다른 층에 오래 서 있으면 구시렁구시렁 하거나 엘리베이터 문이라도 살짝 차야 속이 풀리는 아들과 그때마다 일찍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는 대신 남 탓한다고 마음속으로 아이를 비난했던 제 모습이 겹쳐졌습니다.
▲실수해도 방긋이~ 수행자 자세 잃지 않기^^ 구진옥 님(오른쪽)과 함께
#실수3
법회 전에 공지사항을 읽어야 함에도 급하게 프린트만 해두고 법회를 시작한 날이었습니다. 그런 날은 스님 법문을 듣는 동안 슬쩍 눈으로 읽어두는데요. 그랬는데도 실수를!
백일출가 27기 모집에 대한 홍보영상을 보고 다음과 같이 안내 멘트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문경수련원에 살면서 자주 듣는 얘기, “여기 사람들은 표정이 원래 이렇게 좋아요?” 문경 산골짜기 한 중턱에 씐~나게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침대, TV, 간식은 없지만 백만 불짜리 미소를 가진 사람들. 나도 가진 것 없이 다 가진 삶을 살아가도 싶다면? (밝게) 문경에서 100일 어때요?>
‘살아가도 싶다면?’ 에궁, 오자가 있는 줄 모르고 그냥 읽었더니…. 읽는 순간 당황하고 그 다음 ‘문경에서 100일 어때요?’도 ‘밝게’ 안 되고…. 출가하고 싶은 마음을 내었던 분도 그 결심 거두게 할 안내였습니다.
저는 평소 라디오를 많이 듣는데요. 시청자들의 재미있는 사연을 전할 때 버벅대면서 처음 읽는 티를 내거나 글맛을 살리지 못하는 진행자를 보면 비난했었습니다. ‘미리 읽고 준비했어야지….’ 하면서요. 그날 그동안 제가 비난했던 모든 라디오 DJ분들에게 참회했습니다. ‘그분들도 그날 바쁘셨거나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셨을 거야.’
수행자로 살기 시작한 덕분에 실수했을 때 자책하거나 남을 탓하는데 머무르지 않게 됐습니다. 예전에 지금 제가 한 것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상대에게 보여준 저의 모습을 기억하고 반성하게 됐고요. 그 당시 헤아리지 못한 상대의 마음과 행동을 뒤늦게라도 이해하게 되니 바늘 하나 꽂기 어려웠던 제 마음자리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정토행자 여러분~, 성불로 가는 아우토반에 진입하고 싶으신가요? 제 경험으로는 크고 작은 법당의 소임을 맡아 봉사하시면 된답니다! 크고 작은 실수 속에서 수행이 저절로 되는 정토법당 활동가 되기! 강력히 추천합니다.^^
글_정혜선 희망리포터(용인정토회 기흥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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