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7.11. 고인돌 터 가꾸기, 법명스님과의 만남
“91세 나이, 죽음을 기다리는 과정이 권태롭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마을에 있는 고인돌 유적지 앞에 꽃밭을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을 시작하고 법명스님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새벽수행과 명상을 한 후 울력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행자들과 고인돌 유적지 앞 공터에 모래를 부어서 땅을 평평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두북수련원이 있는 마을 안에는 큰 고인돌이 하나 있습니다. 청동기 시대에 이 일대를 지배했던 사람의 것으로 추청되고, 이 마을에서 청동기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어 지역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고인돌이 위치한 자리가 논둑 한 가운데에 있어서, 사람들이 찾아와도 구경하기가 불편합니다. 그렇다보니 나름 중요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고인돌임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안되는 유적지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스님은 이 고인돌 앞에 마당을 만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둘러보기 쉽도록 보행로를 만들고, 작은 꽃밭도 조성해서 구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곳 정비를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에 행자들이 고인돌 앞 움푹 파인 땅에 돌과 자갈을 채워 두었고, 어제는 경주에서 모래를 실어 와서 옮겨 놓았습니다. 스님도 행자들의 작업을 이어서 오늘부터 모래를 깔고 땅을 평평하게 만드는 일을 시작하려 합니다.

행자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스님은 텃밭의 상추와 깻잎을 수확 했습니다. 오전 6시 30분경 행자들이 도착했습니다.

“스님 안녕하세요”

“어서와요. 하던 일을 정리하고 작업 도구를 챙겨서 이동합시다”

스님은 행자들을 데리고 고인돌 앞 공터로 이동했습니다. 공터에는 모래가 세 무더기 쌓여있었습니다. 모래를 펼치기 위해 가까이 가 보니 아직 땅이 덜 메워져 있어서 이 상태로는 모래가 너무 많이 쓰일 것 같았습니다.


스님은 행자들과 땅에 자갈을 더 채우기로 하고 개울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에서 돌이랑 자갈을 주워서 갑시다”

스님은 삽과 호미로 자갈을 모으고 손수레에 담아서 공터로 이동했습니다. 벌써 해가 올라오고 무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손으로 몇 번 옮기면 메우는 작업은 어느정도 해 볼수 있을 것 같았지만 모래를 전부 펼치려면 도구와 포크레인이 필요했습니다.

“메우는 작업까지는 손으로 해 볼수도 있겠는데, 내일 포크레인을 사용할 줄 아는 거사님들이 도와주러 오신다고 하니까 오늘 꼭 안해도 될 것같아요. 내일 상황을 보면서 거사님과 같이 해보기로하고. 오늘은 다른 일을 하도록 합시다.”

스님은 집으로 돌아와서 딸기 밭을 바라봤습니다.

“딸기 밭에 거름을 주고, 새순을 손질해서 심어줘야겠네요.”

“스님, 지금은 딸기 옮겨심기에는 날이 더워서 시기적으로 이른 것 같습니다.”

“9월에는 제가 한국에 없으니까 지금 실험삼아 조금만 해 볼께요(웃음)”

스님은 딸기 밭 넝쿨의 일부분을 걷어내고, 땅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거름을 주고 땅을 뒤집어서 보슬보슬하게 한 다음 그 위에 모래를 덮고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스님은 밭에서 걷어낸 딸기 넝쿨을 한 포기씩 가위로 손질했습니다. 오래된 큰 뿌리에서 뻗어나온 딸기 넝쿨 줄기에서 마디마다 새로운 뿌리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새로운 뿌리들이 살아 남을 수 있도록 잎사귀와 줄기를 손질해서 딸기 모종을 만들었습니다.


해가 머리 위 방향으로 올라오면서 더 뜨거워졌습니다.

“딸기를 심어둬도 얼마나 살지 모르겠네요.(웃음) 이래서 지금이 적기가 아니라고 하나봐요. 그래도 시작했으니까 하는 만큼만 해 봅시다”

스님은 잘 만든 딸기 모종을 밭에 심었습니다.

“해가 강해서 빛을 덜 보도록 조금 덮어 둬야겠어요”

스님은 갓 심은 딸기모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철사를 세우고, 얇은 부직포를 덮어두고 울력을 마무리 했습니다.


어느덧 오전 8시가 다 되었습니다. 스님은 아침공양을 하고 정비를 한 후, 아도모례원에서 주호영 의원을 만나기로 한 약속이 있어서 이동했습니다.

10시 45분경 아도모례원에 도착하니, 유수스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도착하자마자 법당으로 이동하여 참배를 했습니다.

법당에는 마침 대구경북지부의 회원들이 ‘대구경북 정토회관 불사 원만성취’를 위한 정진을 한창 하고있었습니다. 날씨가 많이 무더웠는데도 법당 불사를 위해 모여 정진하는 회원들의 분위기가 활기차고 밝았습니다.

오전 11시 20분경 주호영의원이 도착해서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12시 10분, 스님은 두북수련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스님, 살펴가십시오.”

이동하는 차 안에서, 영천을 지나는 중에 문득 안강에 살고있는 법명스님이 생각이 났습니다. 스님은 법명스님에게 연락을 해 보았습니다.

“화상(和尙), 잘 계시는가. (웃음)”

“법륜스님! 왠 일이십니까.”

“잠깐 일정이 있어서 나왔다가, 영천을 지나 가는데 법명스님이 생각 나서 연락했습니다. 혹시 점심 드셨습니까?”

“아직입니다 스님”

“그러면 잠시 나와서 점심공양이나 같이 합시다”

스님은 법명스님과 통화를 마치고 안강에 있는 시골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1시 20분경 법명스님이 노모를 모시고 식당으로 들어왔습니다.

“스님, 너무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래요, 잘 있었습니까?”

법명스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노보살님과도 인사를 나눴습니다.

“보살님,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십니까. 건강은 어떠신지요.”

“91세입니다. 그래도 아직 괜찮습니다. 스님도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법명스님은 식사하는 동안 내내 노모의 숟가락에 반찬을 얹어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스님은 노보살님께 이야기 했습니다.

“보살님, 중(僧侶)이 된 아들이 최고이지요? 결혼한 아들들은 자기 가족 돌보느라 바쁘지만 중은 갈 곳이 없으니 이렇게 어머니 옆에 있을 수 있고 잘 돌봐 드리잖아요.(웃음)”

“네, 맞습니다 스님. (웃음)”

다같이 맛있게 공양을 하고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노보살님이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스님, 이 나이가 되니까 하루 종일 정말로 아무 할 일이 없어요. 아무런 욕망도 없고요. 그러니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고 무료합니다. 나이가 들면 얼른 죽어야지 세상도 정리가 되는데, 죽는게 마음대로 안되니 그것이 참 어렵습니다. (웃음)”

“‘어떻게하면 조금이라도 일찍 죽을까’ 하고 고민하지 마세요. 그냥 가만히만 계셔도 사람은 누구나 죽는데 그런 생각하면 괜히 머리만 복잡해져요. (웃음) 죽음은 시간이 흘러야 찾아오는 순리입니다. 그리고 그 시기가 오기 전까지는 누구나 보살님 처럼 무료하고 긴 기다림의 과정을 겪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계시는 동안 마음 편안하게 사세요. 보살님은 집도 절이잖아요. (웃음)”

스님은 대화를 마치고 노보살님께 용돈을 전했습니다.

“보살님, 제가 노보살님들을 보면 용돈을 모아 뒀다가 다른 사람을 줘요. 이 용돈은 다른 사람 주지 말고 꼭 보살님이 맛있는거 사 잡수세요.”

“스님, 감사합니다.”

스님은 공양을 마치고 식당을 나왔습니다. 법명스님과 노보살님이 마지막까지 스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식당을 출발해 오후 3시경 두북수련원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원고를 교정하고 업무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휴식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5월에 했던 즉문즉설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원치 않던 요양병원으로 아버지를 모셨는데, 일주일 만에 돌아가셔서 죄책감이 듭니다.

“지난 3월에 아버지가 요양병원에 들어가신 지 일주일 만에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사실 아버지는 요양병원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도 오랫동안 간병하시느라 힘드셨고, 가족들도 모두 지쳐 있었기 때문에 요양병원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저를 포함한 가족 모두가 '우리가 요양병원에 모셔서 일찍 돌아가신 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49재를 지내며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라고 생각 해도, 무거운 마음이 계속 떠나지 않습니다. 이 마음을 어떻게 떨쳐내야 할까요?”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서 슬프고, 자식으로서 마지막까지 충분히 돌봐드리지 못했다는 죄스러운 마음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입니다. 그런데 '요양병원에 가기 싫어하던 분을 내가 억지로 모셔서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금 과민한 생각이에요.

최근에 어떤 분이 비슷한 고민으로 연락을 해왔어요. 그분은 요양병원에 계시던 아버지를 집으로 모셨다가 며칠 뒤에 돌아가셨다고 해요. 그래서 '병원에 그대로 계시게 했으면 더 사셨을 텐데 내가 집으로 모시고 와서 일찍 돌아가셨다' 하는 죄책감이 든다고 했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은 우리가 쉽게 조절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사람이 늙고 병들어서 죽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병원에서 돌아가실 수도 있고 집에서 돌아가실 수도 있어요.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해서 더 오래 사는 것도 아니고, 병원에 갔다고 해서 돌아가시는 것도 아니에요. 24시간 내내 곁에서 돌보다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에 돌아가시기도 하고, 전화가 와서 잠깐 통화하고 온 사이에 숨을 거두시기도 합니다. 부모님이 병원에 계시는 동안 한 번도 못 오다가 1년 만에 찾아왔는데, 마침 그 순간에 임종을 지킨 경우도 있어요. 이런 일은 모두 우연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수학적으로 말하면 확률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에 대해 질문자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자식으로서 '마지막을 충분히 보살펴 드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옛말에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어요. 부모가 처음 아프셨을 때는 안쓰러운 마음이 큽니다. 그런데 병치레가 몇 년씩 길어지면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해도 마음속으로는 '차라리 돌아가시는 게 부모님에게도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오랜 병수발 끝에 돌아가시면 슬프기는 해도 '그래도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자책 하는 마음이 비교적 덜 남습니다.

질문자 아버지처럼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인분들이 '스님, 저는 자는 듯이 편안하게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그건 욕심입니다'라고 말해요. (웃음) 자다가 조용히 죽으면 본인은 편할지 몰라도 남은 아들딸들은 몇 년 동안 마음고생을 합니다. 그래서 남은 자식들을 생각한다면, 내가 조금 힘들어도 병원에 몇 년 입원해 있으면서 자식들 애를 먹이다가 죽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웃음)

그러니 우리는 이렇게도 생각 해 볼수 있어요. 부모님이 자는 듯이 편안하게 돌아가시면 죽는 당사자에게는 좋은 일이니 자식이 그것 때문에 마음 아파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대로 병치레를 좀 하다가 돌아가시면 부모님은 조금 힘들 수 있지만 남은 자식들에게는 좋은 일입니다. 자식들이 마음의 빚을 덜 남기도록 부모님이 시간을 주는 것이니까요.

질문자 아버지도 오랜 병치레를 하셨고, 가족들이 더 이상 집에서 모시기 어려워 요양병원으로 옮기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병원에 들어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돌아가시니까 '집에 그냥 모셨더라면 조금 더 사시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거지요. 그런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하지만 그건 감정 낭비예요. 왜냐하면 집에서 돌아가셨다면 이번에는 '병원에 모셨으면 조금 더 사셨을텐데' 하고 또 자책했을 테니까요. 이런 생각은 끝이 없어요. 그냥 '잘 가셨다' 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내 개인의 삶에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일이 엄청난 비극 같겠지만,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이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젊은 나이에 전쟁이나 사고로 목숨을 잃는 것은 사고사(事故死)이기 때문에 특별한 슬픔이 따르지만,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자연의 이치입니다. 제 나이가 올해 일흔넷인데, 오늘 죽으나 여든에 죽으나 아흔에 죽으나 개인에게는 큰일 같겠지만, 지구 전체로 보면 그게 그렇게 큰일일까요? 별일 아니에요. 하루살이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하루살이는 누구나 하루를 살다 갑니다. 그중에는 낮 12시에 죽는 것도 있고, 오후 4시나 저녁 6시에 죽는 것도 있고, 밤 10시까지 살다 죽는 것도 있겠지요. 우리가 보기에는 점심에 죽으나 저녁에 죽으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하루살이들에게는 그 몇 시간 차이가 큰 일일 수도 있습니다.

사고사 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자연의 이치로 보면 별일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가 거기에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입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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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KSY

매일 감사드립니다.🙏

2026-07-14 08:10:04

견오행

늘 함께 합니다.고맙습니다.()()()

2026-07-14 08:08:27

김단우

시야를 넓고 크고 멀리 두는 태도를 가져야겠다 싶은 한 편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6-07-14 07:5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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