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6.30. 종교인 모임 스리랑카 평화순례 1일째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두렵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스리랑카 콜롬보에 도착해 스리랑카 종교인들의 모임인 다르마샥티를 만나 스리랑카 평화순례의 첫날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스님과 일행은 어젯밤 인천에서 비행기를 탄 뒤 밤새 이동하여 오전 4시 10분 콜롬보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Bandaranaike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했습니다. 스님 일행을 초대해 준 다르마샥티 측에서 공항 내빈 서비스로 스님 일행을 맞이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직원이 나와서 내빈룸으로 스님 일행을 에스코트해 주었습니다. 공항 측에서 수하물까지 찾아서 차량에 실어주기로 했습니다.

내빈룸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작년 7월 한국에서 종교인들과 함께 교류했던 아사지(Assaji) 스님, 아누라(Anura) 목사님, 피르도스(Firdous) 이맘님이 활짝 웃으며 환영해 주었습니다. 한국인 방문단 개개인에 꽃 목걸이를 걸어주며 환영했습니다.

“웰컴!”

“감사합니다 땡큐!(웃음)”

스님은 이른 새벽부터 공항에 나와준 다르마샥티 종교인들에게 마음이 쓰여 말했습니다.

“새벽인데 일찍부터 서둘러 나오셨네요. 안 나오셔도 되는데….”

“여러분들과 저희는 형제인데 당연히 나와야죠(웃음)”

“성공회 박경조 주교님은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함께 하지 못해 많이 아쉬워하셨습니다.”

짐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스리랑카에서 생산된 커피와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종교인 한 분이 말했습니다.

“지난번에 스리랑카 종교인 분들이 한국에 오셨을 때 제가 많이 놀랐습니다. 종교인 모임을 우리만 하는 줄 알았는데 스리랑카에서도 다종교가 함께 활동을 잘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5시 20분 단체 사진을 찍고 공항에서 숙소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6시가 다 되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하고 밤새 비행하여 피로가 누적될 수 있어 오전 일정을 뒤로 미루고 휴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11시 10분 숙소에서 버스를 타고 무슬림 종교 및 문화부(Department of Muslim Religious and Cultural Affairs)로 이동했습니다.

무슬림 종교 및 문화부에 도착하니, 무슬림 지도자뿐만이 아니라 각 종교인이 모두 함께 방문단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일정 중에 무슬림 기도 시간이 되어 기도하는 것을 참관하기로 했습니다. 무슬림들은 하루에 다섯 번 예배를 드린다고 했습니다. 기도는 15분간 진행되었습니다.

스님이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모습을 직접 볼 기회가 없는데 이렇게 직접 기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뜻깊네요.”

참관하는 동안 한국에서의 INEB 정토회 투어에 참가했던 스리랑카 비구니 스님 두 분이 찾아와 스님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은 반갑게 인사하며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기도 후 오후 1시가 되어 점심을 먹었습니다. 한국에서 온 종교인들을 위해 식사 장소가 조용한 곳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 30부터 다르마샥티(Dhammashakti) 집행위원회 소개와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다르마샥티 대표의 환영 인사가 있었습니다.

“다르마샥티에 함께하고 있는 모든 종교 지도자를 대신하여 여러분을 맞이하게 되어 매우 큰 영광입니다. 작년에 한국에서 처음 한국의 종교 지도자 여러분을 만났습니다. 오늘 여러분을 다시 이곳에서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언론에서는 갈등과 분쟁이 일어날 때만 보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실제로 서로 다른 종교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직접 보시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무슬림 공동체도 만나고, 힌두교 공동체도 만나고, 불교 공동체와 기독교 공동체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종교의 장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많은 것을 배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스리랑카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부에서 종교부 차관님이 나오셔서 환영 인사를 했습니다.

“스리랑카는 지난 몇 년 동안 종교 간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종교나 민족 간 갈등 사례는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정부 역시 종교와 민족 간 화합을 이루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앞으로도 평화와 화합이 더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무슬림 측 대표도 이야기했습니다.

“스리랑카는 약 2천170만 명의 국민이 함께 살아가는 나라입니다. 인구의 약 69%가 불교도이고, 힌두교도는 약 12.5%, 무슬림은 약 10.5%, 가톨릭은 약 6.5%, 그 밖의 기독교인은 약 1.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이 섬에서 함께 살아왔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여러 유럽 국가의 식민 지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교와 문화, 전통, 그리고 형제애를 지켜 왔습니다. 최근 불교의 베삭 축제와 이슬람의 이드 명절이 같은 시기에 있었지만, 별다른 갈등 없이 행사를 마쳤습니다.”

이어 참가자 간의 대화를 이어 나갔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종교 간 협력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불교, 이슬람, 힌두교, 기독교가 함께 한 사회 안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식민지 시기 이후 종교 인구 변화, 해외 노동과 이주, 시민권 문제, 중동 지역의 수니파와 시아파 갈등 등 폭넓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종교와 경제에 대한 주제로 대화하기도 했습니다. 스리랑카 종교 지도자들은 종교 간 화합이 단순한 종교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신뢰와 평화가 기본이 되어야 해외 투자와 관광이 활성화되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간담회가 마무리 되어가자, 스님은 한국 종교인 방문단을 소개하며 발언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환영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에는 무슬림 인구가 많지 않아 저희가 직접 무슬림 공동체의 예배를 참관하거나 무슬림 종교 행사를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 예배를 직접 볼 수 있도록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점심도 아주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저희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종교 간 대화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종교 간의 화합 뿐 아니라 사회의 평화, 남·북 간의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과는 별개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오늘 함께 오신 분들은 한국 종교계를 대표하는 원로 지도자들입니다. 각 종단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시면서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쳐 오신 분들입니다. 앞으로는 젊은 종교 지도자들도 더 많이 함께 교류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스리랑카 종교 지도자 여러분도 한국에 초청해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스리랑카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스리랑카 자체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해외의 자본과 기술도 함께 들어와야 합니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자본과 기술이 스리랑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저희도 역할을 하겠습니다. 또한 현재 한국에는 약 3만 명 정도의 스리랑카인들이 노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스리랑카에 더 많이 투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스리랑카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습니다. 스리랑카가 투자하기 좋은 나라라는 정보를 한국인들이 더 많이 알게 된다면 한국과 스리랑카의 협력이 더 긴밀해질 것입니다. 종교 간의 교류로 앞으로 두 나라가 더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통로를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후 YMBA에 방문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습니다.

오후 3시 30분 스님일행은 YMBA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YMBA의 대표인 마헨드라 아마라세카라님이 스님 일행을 맞이했습니다.

스님과 방문단은 회의실로 이동하여 자리에 앉았습니다. 방문단은 먼저 소개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온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의 한 사람인 전 천도교 교령인 박남수입니다. ”

“박종화입니다.”

“저는 법륜스님이라고 하고, 이번 행사를 준비한 평화재단 이사장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원불교 김대선 교무입니다. 현재는 URI 한국 코리아의 상임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김홍진입니다. 서울교구 신부이고요. 은퇴한 지 5년 지났는데 지금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웃음)”

YMBA 쪽에서도 각자 소개를 하고, 이어서 YMBA의 역사와 활동에 관해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YMBA는 스리랑카 불교청년회(Young Men’s Buddist Association)로 1898년 영국 식민지 시절, 불교 정신을 지키고 청년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스리랑카 독립운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초대 회장은 불교도였지만 초대 사무총장은 가톨릭 신자가 맡을 정도로, 설립 초기부터 종교를 넘어 함께 협력하는 전통을 이어왔고, 이후 실론민족회의(Ceylon National Congress) 설립에도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스리랑카의 여러 대통령과 총리들이 YMBA출신이었다고 했습니다.

YMBA는 오늘날 불교 청년단체를 넘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학사업과 청년 리더십 교육, 교사 연수, 문화예술 행사, 식수 공급 사업 등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종교와 민족을 구분하지 않고 지원하고, 무슬림 지역과 힌두 사람들이 주로 거주 하는 타밀 지역에서도 꾸준히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스님은 YMBA에 참여할 수 있는 연령은 어디까지인지, 나이가 든 회원들은 어디로 가는지, 승려도 참여할 수 있는지 질문하였습니다.

스님은 한국의 경험에 비추어 말했습니다.

“한국도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 시기에는 젊은이들이 중심에 서 있었으나 사회가 안정되고 고령화되면서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되어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스님은 스리랑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에 YMBA 측은 예전처럼 청년 조직이 전면에 나서는 방식은 약해졌지만, 필요한 순간에는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오고 사회적 문제에 참여한다고 했습니다. 2022년에도 많은 청년이 거리로 나와 변화를 요구했고, 지금은 SNS와 디지털 공간에서 젊은 세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스님은 청년과 기성세대의 관계를 다시 물으며 세대 차이는 단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기술 환경이 달라지며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가진 경험도 필요하고, 젊은 세대가 가진 새로운 기술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두 세대가 서로 배우며 협력할 때 종교 단체도 사회 안에서 더 살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의 종교인들도 질문하고 답변을 주고받았습니다.

  • YMBA는 불교 청년을 양성하고 정책에도 참여했던 단체인데, 현재 정치와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습니까? 정치권과 갈등이나 협력 관계는 어떻습니까?"
  • 좋은 사업을 많이 하시는데, 재정은 어떻게 마련하십니까?
  • 법률상 비영리단체(NPO)로 인정되어 기부금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이 있습니까?
  • 한국에서는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의 세대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습니다. YMBA 안에서도 이런 세대 간 차이나 갈등이 있습니까?"

YMBA 쪽에서도 한국 방문단에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 한국에서는 불교와 개신교·가톨릭의 교류는 보이는데, 이슬람과 힌두교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한국에서는 이슬람과 힌두교가 어떤 위치에 있으며 종교 간 교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선물을 전달한 후 오늘 방문 일정을 마쳤습니다.

오후 6시 30분 INEB 이사장인 하르샤님이 스님과 방문단을 저녁식사에 초대하여 방문하였습니다. 하르샤님은 특별히 방문단을 위해 비건 음식으로 식사를 준비해주었습니다. 약으로 쓰이는 특별한 품종의 쌀 국수, 열대작물로 만든 카레 등 스리랑카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는 환경과 평화의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스리랑카의 오염된 식수 문제,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한국 종교계의 역할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저녁 8시 30분이 다 되어 숙소에 복귀하였습니다. 스님은 원고를 수정한 뒤, 휴식을 하였습니다.

내일 스님과 종교인 방문단은 스리랑카 일정 2일 차로 말와타 탬플과 부처님의 치아 사리가 있는 불치사를 참배하기 위해 캔디라는 지역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어 지난 일요일 서제지부의 날에 있었던 스님의 즉문즉설 내용을 소개합니다.

아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두렵습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과 갈등이 많았습니다. 그 과보인지 현재 21살인 아들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아빠를 향한 적대감도 큽니다. 아이는 2년 전, 가고 싶었던 대학에 아빠의 반대로 진학하지 못하고 원치 않는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결국 자퇴했고 지금은 삼수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극심한 불안과 스마트폰 중독으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 스트레스를 아빠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언급할 정도로 매우 힘들어합니다. 다행히 아이를 설득해서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이 상황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이의 나약함과 저의 과잉보호만 탓할 뿐 아이를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저는 혹시 남편이 아이를 자극해서 큰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습니다. 제가 지은 인연의 과보를 달게 받겠다는 마음으로 매일 참회 기도를 하지만, 자식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수시로 밀려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어떤 관점으로 남편과 아이를 바라봐야 이 고비를 잘 넘길 수 있을까요?”

“우리는 수행자입니다. 수행자는 어떤 상황을 만났을 때 그저 두려워하고 근심하거나 불안해하기보다, 먼저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거기에 맞춰 대응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아이는 A 대학에 가고 싶었는데 아빠가 B 대학에 가라고 해서 원치 않는 대학에 갔고, 결국 자퇴해서 다시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공부에는 집중을 안 하고 계속 아빠와 갈등을 빚고 있다고요. 그런데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고 본질은 아이의 심리 불안입니다.

아빠와 갈등하는 것도, 대학 문제도 모두 아이의 심리 불안이 바깥으로 드러나는 모습일 뿐이에요. 그런데 자꾸 대학 문제나 아빠와의 갈등에만 매달리면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우선 병원에서 심리 불안을 치료하는 것이 핵심이지, 더 이상 아빠와의 관계를 문제의 중심에 두고 논할 필요가 없어요. 만약 아빠와 다투다가 아이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 ‘아빠 때문에 죽었다’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심리 불안이라는 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서 그런 결과가 생긴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주변에서 자극을 조금 덜 주면, 심리가 덜 불안해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갑자기 비가 오거나 천둥소리에 놀랄 수도 있고, 여행을 갔다가 낯선 환경 때문에 증상이 심해질 수도 있고, 아빠가 고함을 질러서 악화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아빠와의 관계도 여러 자극 가운데 하나라는 말이에요. 다른 요인은 질문자가 어쩔 수 없으니까 문제 삼지 않으면서도, 남편만큼은 내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꾸 남편을 문제 삼는 거예요. 남편도 천둥번개처럼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하나의 조건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 인간 성질을 내가 어떻게 하나’라고 생각하면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로 보게 됩니다.

질문자는 남편을 문제의 원인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근본은 아이의 심리 불안이고, 남편은 여러 자극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에요. 그래서 우선 약을 어떻게 처방받고 꾸준히 복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다음으로 주변 환경을 조금 편안하게 만들어 주면 도움이 됩니다. 만약 아이가 자기 목숨을 끊으려 할 만큼 위험한 상태라면 지금은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남편이 잔소리하느냐 마느냐도 핵심이 아니라는 거예요. 우선 약을 잘 먹고, 운동을 하고, 절을 하든 걷기를 하든 하체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튜브를 보든 다른 취미를 갖든, 그런 건 지금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닙니다. ‘우리 아이가 죽을지도 모르겠다’라고 걱정하면서 유튜브를 보는 것까지 간섭할 필요는 없습니다. 차라리 거기라도 관심을 두고, 마음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향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관점을 이렇게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은 첫째, 아이가 환자라는 점입니다. 둘째,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치료 과정에서 약을 먹고 하루 종일 잠만 잔다면 약이 조금 과한 것일 수 있고, 약을 먹는데도 심리 불안이 계속 심하고 아빠와 갈등이 반복된다면 약이 부족한 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단위로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의하며 약의 종류나 용량을 몇 차례 조절해야 합니다. 그렇게 치료를 이어 가다가 3개월 정도 지나면 다시 상태를 보고 조절하면 됩니다. 약을 끊을지 말지는 절대로 본인이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의사의 판단을 따라야 해요.

그리고 남편에게도 이야기해야 합니다. 재수하느냐 마느냐가 핵심이 아니고 아이가 지금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으니 조금 배려해 달라는 것이죠. 남편 말대로 아이가 나약해 보일 수는 있습니다만, 병이 났으니 당연히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거예요. 다리가 부러져서 잘 못 걷는 사람에게 ‘걷는 모습을 보니 나약하네’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게을러서 안 걷는 게 아니라 다리가 부러져 못 걷는 것이니까 이해해야 하지 않겠어요? 정신질환도 비슷합니다. 비전문가는 겉모습만 보고는 병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습니다. 몸은 멀쩡해 보이고 밥도 잘 먹는데, 공부는 안 하고 딴짓만 하니 아버지로서는 잔소리할 수밖에 없죠.

남편이 원래 이런 분야를 잘 알거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리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에게 계속 아이에 대해 이해를 요구하면 안 되겠죠. 그래서 설명해야 합니다. ‘아이를 야단치지 마세요’라고 하기보다, ‘병원에서 진료받아 보니 이런 증상이고, 지금은 외부 자극을 가능한 한 줄여 주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라고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설명하고, 그래도 남편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여러 조건 가운데 하나라고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리고 약을 꾸준히 먹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집니다. 사람이 불안하다고 해서 바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어느 순간 감정이 갑자기 치솟으면서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요. 약을 안 먹으면 그런 충동이 확 치솟을 수 있지만, 약을 꾸준히 먹으면 그런 상태까지 가는 경우는 훨씬 줄어들어요. 그렇다고 해서 100퍼센트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요. 그런데 치료받고 약도 꾸준히 먹었는데도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내가 뭔가 잘못했다’라고 자책할 일이 아닙니다. 현재의 의학으로는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고 받아들여야 해요.

예를 들어 병이 났는데 병원에도 안 가고 치료도 안 받고 있다가 세상을 떠났다면 안타까움이 더 남을 수 있겠죠. 하지만 병원에 다니고 수술도 하고 항암치료도 하는 등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했는데도 결국 세상을 떠났다면 안타깝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시점에서는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도 ‘혹시 내가 무언가 더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며 계속 미련을 갖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더 이상 방법이 없는 일은 받아들이는 것이 수행자의 자세입니다.

지금은 아이가 병원 치료를 꾸준히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약을 잘 먹도록 챙겨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남편에게도 이 병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세요. 그래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약을 꾸준히 먹는 동안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요. 다만 아이들이 부모 몰래 약을 끊는 경우가 있습니다. 증상이 갑자기 심해졌다면 가장 먼저 약을 제대로 먹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죠. 며칠만 약을 끊어도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를 보면 처음부터 병원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치료받다가 중간에 병원을 그만두거나, 처방받은 약을 며칠씩 먹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말의 요점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는 것이 핵심이에요. 아들이든 남편이든 부모든 그게 누구라도,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하고,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그냥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스님이 동분서주 뛰어다니며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했다고 합시다. 그래도 전쟁이 났다면 어떻게 하나요? 그때는 또 전쟁을 멈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죠. 그래도 멈추지 않으면 부상자를 치료해야 할 것이고,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치러야 할 겁니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에요. 다른 길이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없는 일까지 붙잡고 자꾸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움이 오래가는 거예요.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안 되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다시 그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면 됩니다.”


2026 여름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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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식

“우리는 수행자입니다.
수행자는 어떤 상황을 만났을 때 그저 두려워하고 근심하거나 불안해하기보다, 먼저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거기에 맞춰 대응해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그래도 안 되면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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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만 해서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당연히 걱정해야겠지요.

2026-07-03 06:47:38

오정숙

스님 명쾌하신 말씀 고맙습니다.

2026-07-03 06:47:02

무위성

스리랑카에도 젊은이들이 활동하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해결책을 하나하나 찾아보라는 말씀새깁니다.

2026-07-03 06: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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