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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탄 답사일정 8일째 날입니다. 오늘은 젬강주의 싱칼(Shingkhar) 게옥와 낭콜(Nangkhor) 게옥에서 진행되는 5군데 프로젝트 현장을 답사하고 트롱(Trong) 게옥으로 이동하는 일정입니다.

간 밤에 비가 계속 내렸는데, 아침이 되자 다행히 비가 멈추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 이른 아침 식사를 한 후, 일정을 떠나기 전 원고 교정을 보고 오전 7시부터 답사를 시작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습니다.
숙소 밖에는 주인 아주머니가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감사 인사를 하고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출발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차가 오지 않아서 알아보니 진흙길에 차가 빠져서 숙소 입구까지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차가 멈춰진 곳까지 내려가서 직접 상황을 보기로 했습니다.

간밤에 내린 비로 비포장길이 진흙밭이 되어 엉망이었습니다. 차는 진흙길에 푹 빠져서 바퀴를 굴리려고 할때마다 진흙 속으로 빠지고 있었고, 오른쪽 앞바퀴는 낭떠러지로 나가서 도로 끝에 걸려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스님은 상황을 살펴보고 해결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먼저 도로 밖으로 걸려있는 바퀴 아래에 단단한 지지대를 받치도록 하고, 차 앞부분에 여러 사람들이 잡아 당길 수 있도록 밧줄을 튼튼하게 묶도록 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과 부탄 활동가들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모두 팔을 걷어부치고 있는 힘껏 밧줄을 잡아 당겼습니다.

길 밖으로 빠져 나갔던 차 바퀴가 지지대를 딛고 스르르 움직이면서 도로 위로 올라오자 함께 했던 사람들이 모두 환호했습니다.
스님은 도움을 주었던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활동가들에게 말했습니다.
“밤에 비가 내릴 것이 예상 되면, 차를 포장된 도로 위에 주차 해 놓아야 해요. 그러면 비가 와서 도로가 진흙으로 엉망이 되어도, 차가 안전하게 출발할 수 있을 거예요.”

진흙길에 다시 빠지지 않기 위해 운전 기사는 더욱 신경을 써서 운전 했습니다. 비포장길 위를 가는 동안은 아슬아슬 했지만, 포장이 잘 되어 있는 큰 도로를 만나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포장 도로를 따라 쭉 달리며 오늘 일정의 첫 목적지인 라디(Radi) 치옥으로 이동했습니다.
라디 치옥 사람들은 300미터 구간의 보행로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래쪽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위로 올라오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었기에 스님은 천천히 걸어 내려갔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유난히 소똥이 많았습니다. 소똥을 보니 옛 말이 생각나서 스님은 일행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소똥에 미끄러져 개똥에 입맞춘다는 말이 있어요. 소똥을 밟고 미끄러져 넘어진 것만으로도 재수가 없는데, 넘어지면서 개똥까지 입에 묻었으니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어요.(웃음)”
서로 웃고 대화 하며 걷다보니 저 아래 보행로가 완성된 구간에 마을 주민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스님은 마을 사람들 가까이에 도착해서 머리를 짚어주며 부탄식 축복을 하고 선물을 나눠주었습니다. 이어서 보행로 준공식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이 보행로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넘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분도 함께 염불을 하면서 기도합시다.”

준공식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마음을 담아서 축원하였습니다. 준공식을 마친 후, 스님은 마을 사람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보행로 공사하는 기간 동안 다들 나와서 조금씩이라도 같이 일을 했나요?”
“네.”

마을 사람들이 밝은 미소를 띄며 대답했습니다.
“아직 공사 해야 할 구간이 200미터 정도 된다고 들었어요. 200미터 공사를 할 때도 다 나와서 함께 할 예정인가요?”
“할 마음은 있는데 지금은 농사로 바쁘고, 비가 와서 일을 진행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겨울에 하고 싶습니다.”
“그래요. 지금은 농번기이니 농사를 짓고, 겨울에 하면 되요. 남은 200미터도 프로젝트로 신청해서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아침에 진흙에 빠진 차를 빼내고 답사를 시작하느라 계획했던 일정이 지체되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스님을 위해 따뜻한 차를 준비해 두었지만, 스님은 200미터 보행로 준공식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서둘러 낭콜 게옥으로 출발했습니다.
싱칼 게옥을 떠나 비포장 도로를 꼬박 3시간을 달려 낭콜 게옥에 도착했습니다. 냐칼-차이당(Nyakha-Tshaildang) 치옥에 도착 후, 마을 사람들이 닦아 놓은 가파른 보행로를 따라 걸으며 이동했습니다.

아침에 진흙으로 엉망이 된 길을 걷고 왔던 터라, 산길 사이로 정갈하게 놓여있는 보행로가 새삼 귀하고 쾌적하게 여겨졌습니다. 보행로를 따라 걷다보니, 저 멀리 보행로 준공식을 하기 위해 스님을 기다리고 있는 마을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스님은 마을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곧바로 준공식을 시작했습니다. 냐칼-차이당 마을 주민들의 염불 소리가 나즈막하게 주변을 울렸습니다.

“길을 만들기 위해서 무거운 시멘트를 나르느라 고생했어요. 앞으로 이 보행로가 잘 쓰여지기를 바랍니다. 호법선신이 이 길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을 보호할 겁니다.”

스님은 준공식 선물로 준비한 칫솔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다음 장소인 차이당 초등학교로 이동했습니다.
차이당 초등학교는 총 41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너무 열악하여 위생을 위해서라도 신축이 필요한 상태였고, 교실 바닥과 벽면이 모두 깨져있어 전면적인 보수가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학교 측에서 열악한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JTS 프로젝트에 요청을 했고, 이번에 남녀 화장실 각 2칸을 신축하고 교실과 행정실 수리를 진행하여 전반적으로는 마무리 단계에 있는 중입니다.
오후 1시경, 차이당 초등학교에 도착해서 학교를 바라보니 언덕 위에서 고개를 내밀고 스님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보였습니다.

언덕을 올라 학교 앞에 이르자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의 아이들이 의젓한 자세로 일렬로 줄을 서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스님이 가까이 가자 아이들은 스님에게 축복받기 위해 한 손으로는 입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스님은 머리에 손을 얹어 주며 부탄 전통식으로 축복의 인사를 한 후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사탕과 열쇠 고리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학생들과 인사를 마친 후 스님은 학교에서 준비해 준 음식으로 점심 식사를 하고, 공사를 진행한 교무실과 화장실을 둘러보았습니다.

스님은 아이들이 사용할 화장실을 둘러보면서 교장 선생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화장실 공사를 마을 사람이 했나요?”
“네. 마을 사람들이 했습니다. 더 잘 할수 있었는데 공사 당시에 감독할 사람이 없어서 작업이 다소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그랬군요. 학교 시설은 여러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이니 깔끔하게 지어져야 하기때문에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공사를 진행하느라 수고했어요.”
스님은 점심 공양을 마련해 준 주민들과 학교 선생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네 번째 답사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보수한 40미터 콘크리트 길을 타고 골링-조블링(Goleng-Zhobleng) 치옥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길을 만들기 위해 여자들도 남편을 도와서 돌을 나르고 자갈을 깔며 함께 완공시켰다고 합니다.

마을 입구에서 주민들이 부탄 전통 노래를 하며 스님을 맞이하고 촉바가 환영하는 의식을 했습니다.

스님은 완공된 도로를 한번 둘러보고 주민들과 함께 준공식을 시작했습니다. 부주지사, 촉바와 함께 도로 앞에 묶인 흰 천을 푸는 의식을 하고, 수고한 마을 주민들을 위해 준비한 준공식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스님은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다과를 먹으면서 골링-조블링 치옥의 가구 수가 몇인지, 집 없는 사람은 없는지, 물 문제는 없는지 등을 촉바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골링 지역의 특산품이 수박이라고 해서 생산량은 얼마나 되는지, 판로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스님은 부탄 활동가들과 함께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오후 5시, 다섯 번째 답사지인 닥펠-탈리(Dakphel-Tali) 치옥에 도착해서 주거 개선 프로젝트로 신축한 집을 방문했습니다. 공사를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시멘트가 덜 말라 있었습니다. 스님은 집 외부를 둘러보았습니다.

다른 집들과는 달리 입구를 옥외 공간이 있는 형태로 만들어 놓으니 보기 좋았습니다.

스님은 준공식을 마치고 집주인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왜 아직까지 집을 못 지었었나요?”
“가난해서요. 부모님 집에서 살다가 분가를 했는데, 어린 애들을 키우며 사느라 현금을 모을수가 없어서 집을 못 지었어요.”
“그랬군요. 그 동안 고생했어요. 이제 새 집에서 편안하게 사세요. 시멘트 바닥이 시원하긴 하지만 냉기가 있으니 카펫을 깔고 사용하세요. 잘 때는 특히 두꺼운 카펫을 깔아야 해요.”
“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스님은 새집을 얻은 가족을 위해 따뜻한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답사 일정을 마무리하고, 스님은 일행과 함께 낭칼 게옥에서 트롱(Trong) 게옥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녁 7시가 되어서야 젬강 주에서 마련한 타마-벌티(Tama-Berti) 치옥의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큰 일을 치르고 차량 이동도 많았던 터라 숙소에 도착하니 피로감이 몰려왔습니다. 스님은 정비를 하고 일찍 휴식을 취하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젬강 트롱 게옥의 현장을 점검하고 젬강 공무원들을 위한 강의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4월 온라인 즉문즉설의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28살 공대생입니다. 지난 1월 즉문즉설에서 게임에 빠져 10년을 허송세월했다고 스님께 질문드린 적 있습니다. 당시 스님께서, '원 없이 놀아본 경험도 하나의 성공이니 후회하지 말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난달에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를 자퇴했습니다. 수업을 들을 때마다 신입생 학생들이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 세대는 저희 세대만큼 게임이 유행하지 않았고, 모두 저보다 일찍 정신을 차리고 사는 것 같았습니다. 몸도 머리도 가장 잘 돌아갈 시기에, 마음공부를 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을, 현실을 도피하고 값싼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게임에만 전부 써버렸다는 생각이 저를 자꾸 옥죄어 옵니다.
스님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최소한의 할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남는 시간과 돈을 전부 게임에 썼습니다. 일종의 정신 감옥에 갇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공부도 잘할 수 있고 애인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게임을 끊는 것이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스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가까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오히려 그 후 제 마음이 무척 괴롭습니다. 어리석게도 저는 앞으로의 미래보다 진작에 더 잘될 수 있었던 과거가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매일 부모님을 원망하고 자신을 원망합니다.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는 나이 든 저만 덩그러니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하나의 성공으로 보는 것은 합리화인 것처럼만 느껴집니다. 앞으로 아무리 잘 풀린다고 해도 예전이 더 소중하다고 느껴질 때,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과거에 게임이나 마약 혹은 술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인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후회하는 마음이 문제입니다. 아직 신경정신과를 가보지 않았다면 먼저 신경정신과에 가서 의사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게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정신과에 가라는 것이 아니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 후회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거기에 매달려 있는 것, 이것이 정신 질환에 해당한다는 말입니다.
과거에 '내가 왜 그렇게 게임에 빠져 있었지?' 하면서 계속 후회한다면, 그것은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잘못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라며, 잘못한 자신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는 것 입니다. 어떤 사람의 잘못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 '반드시 복수하겠다'라고 다짐하듯이, 자신에 대해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라고 다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에 대해 절대 잘못을 저질러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며, 머릿속에서 과대 포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누구든 인간은 별것이 아닙니다. 그냥 길거리에 차이는 돌과 같고 풀 한 포기 같고, 나무 한 그루 같고, 산에서 뛰어다니는 다람쥐 한 마리 같은 존재입니다. 우주적인 시각에서 보면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에요. 이는 하찮은 존재라는 뜻이 아니라, 그냥 한 존재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만약 질문자가 자신을 고귀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질문자가 하찮은 존재라고 말할 겁니다. 반대로 질문자가 자신을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저는 질문자가 고귀한 존재라고 말할 거예요. 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존재는 그냥 존재일 뿐이지 고귀한 것도 하찮은 것도 없다는 것이 본질입니다.
질문자는 지금 자신을 너무 고귀한 존재로 망상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별 볼 일 없는 존재임을 자각하라는 것입니다.
내가 별 볼 일 없는 하찮은 존재라면, 나는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까먹으며 3일을 보내놓고, '그 시간에 도토리를 모았다면 얼마나 많이 모았을까'하며 나무에 머리를 박고 후회한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요? '저 다람쥐가 뭘 깨달았구나!' 하고 생각할까요? '저 다람쥐가 미쳤구나!'라고 생각할 거예요. 질문자는 능히 잘못할 수 있는 작은 존재예요. 본인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스님을 포함해서, 잘못할 수 있고 어리석은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어리석지 않게 살아가려고 할 뿐이에요.
어떤 사람은 젊은 날에 게임에 빠지거나, 주먹을 휘두르거나, 중고등학교 때 비행을 저지르며 살다가 크게 반성하고 유명한 영화배우가 됐는데, 옛날에 맞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럴 때 본인의 과거를 후회해야 할까요?"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만약 이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않았으면 그것이 문제가 될까요, 안 될까요?"
“문제 되지 않았을 겁니다.”
"맞아요. 사회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제가 안 생기기 위해 성공하지 않는 것이 나을까요, 그래도 성공한 다음 문제를 감당하는 것이 나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고 합시다. 돈을 벌지 못하면 안 갚아도 되지만, 어떻게든 사업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더니 압류가 들어왔어요. 번 돈을 다 압류 당하는 것이 나을까요, 압류를 피하려고 계속 실패하는 것이 나을까요?"
"계속 실패하더라도 압류를 안 당하는 게 나은 것 같습니다."
"질문자의 대답을 들으면, 사고 방식에 문제가 조금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번 돈이 다 빚갚는 데 쓰인다 하더라도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돈을 벌 수 없는 존재가 되면 안 갚아도 됩니다. 하지만 번 돈을 하나도 쓰지 못하더라도, 벌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 낫습니다. 여러 비난을 받더라도 비난받을 만한 위치에 서는 것이 서지 않고 비난받지 않는 것보다 낫습니다. 그럴 때 비난받는다고, 도망가거나 반항하면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나로 인해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습니까'라고 말하고 사과하면 됩니다. 재물로 배상할 수 있으면 변상하고, 사과야 할 일이면 사과하고, 봉사해야 할 일이 있으면 봉사해야 합니다. 도망가지 말고요.
과거의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지, 과거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과거에는 게임에 빠져 시간을 다 보내고, 지금은 그 시절을 후회하는데 시간을 다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남을 원망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고, 이제는 자기를 원망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는 것과 똑같습니다. '내가 한때 어리석어서 시간을 많이 낭비했구나'하고 자각했다면, 지금부터 낭비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런데 단지 게임을 안 할 뿐, 지금도 후회만 하는 데 시간을 다 보낸다면 게임에 빠져있을 때와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게임에 시간을 다 보내거나, 술 마시는 데 보내거나,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거나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지금 질문자는 단지 게임을 안 할 뿐이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깨달은 것이 아닙니다. 똑같은 사로잡힘, 또 다른 어리석음에 빠진 것입니다. '한때 게임에 빠져 실컷 해봤다. 이제 앞으로는 게임 안 하고 다른 일을 해야지'하면 됩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게임을 실컷 해놓고, 전혀 게임을 안 한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저 사람은 저렇게 됐는데 나는 왜 이거밖에 안 됐나'라고 괴로워하고 있어요. 그것은 결과를 공짜로 얻으려는 심리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남이 해놓은 것을 부러워하고, 그 사람과 동등해지려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28살이면 많은 나이가 아니에요. 나이 50, 60이 되어서 돌아보면 28살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20살이나 28살이나 비슷한 나이에요. '그래, 한때 게임에 몰두 좀 했다, 이제 다른 일을 해야지' 이렇게 하면 됩니다. 아무 문제가 없어요. 게임을 좀 했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남을 때린 것도 아니고, 남의 돈을 훔친 것도 아니고, 성추행을 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혼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허비한 것뿐이지, 남한테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어요. 혼자 잘 놀았을 뿐입니다. '게임만 해서는 이제 안 되겠구나, 세상을 살려면 다른 일도 해야겠구나' 이런 관점에 선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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