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4.20. 중국 출장
“연로한 부모님께 효도를 어디까지 해야 할까요? ”

안녕하세요. 스님은 1박 2일 동안 동북아 역사기행 준비를 위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스님은 보통 때보다 더 이른 시간에 새벽 정진과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새벽 5시에 서초동 정토회관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출국 수속을 밟고 오전 8시 중국 심양(瀋陽, 선양)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1시간 50분을 비행하여 심양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심양에서 8월에 있을 역사기행을 위해 몇 곳을 방문하고 준비 사항을 점검했습니다. 스님은 원고 교정과 업무 소통을 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도 스님은 몇 곳을 더 방문한 후 곧바로 입국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4월 15일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열린 즉문즉설을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연로한 부모님께 효도를 어디까지 해야 할까요?

“저는 80대 초반의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십니다. 제가 고향을 13년 정도 떠나 있다가 이번에 와서 보니 부모님이 더 연로하신 것 같고 저도 갱년기가 시작되어 몸도 아파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직장 다니느라 바빠서 부모님께 3일 정도만 연락을 못 드려도 전화하십니다. 퇴근길에 와서 밥이라도 먹고 가라 하시고, 전화 안 받으면 받을 때까지 계속하셔서 조금 지치기도 합니다. 부모님께 효도를 어떻게,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부모님 나이가 되면 제가 자식들한테도 이렇게 될 텐데, 자식으로서 어디까지 보살펴 드리는 것이 맞는 것인지 제가 지금 불효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미성년자인 자녀를 키우는 것은 부모의 의무에 들어갑니다. 만약 자기 아이를 키우지 않고 보호하지 않는다면 처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자녀가 스무 살이 넘으면 신경 쓰지 않아도 아무런 윤리적, 법률적 책임이 없습니다. 성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나이가 80세인 부모님은 성인이에요, 미성년이에요? 도로 미성년자가 되나요? 아닙니다. 성인입니다. 80세가 아니라 90세가 되어도 성인입니다.

성인과 성인 사이에는 의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를 돌보는 것은 선택 사항입니다. 학대하지 않으면 불효가 아닙니다. ‘부모님의 집이나 재산을 뺏는다든지 때리거나 욕하면서 부모를 학대하지 않는다면 불효는 아니다’라는 말이에요. 부모를 모시는 것은 선택 사항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됩니다. 안 해도 된다는 전제 위에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됩니다.

부모가 미성년의 자녀를 돌보는 것은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자연 생태계에서 종족 보존의 법칙에 해당합니다.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빚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마움을 느끼면 좋지만 느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만 19세가 넘어서 부모에게 도움을 받으면 그건 빚이 됩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할 수 있는 만큼 편하게 하면 됩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질문자와 관점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부모님 세대에는 부모가 자식을 키고 자식이 커서 부모를 돌보는 사회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런 사회적 관념을 가지고 있어서 자식이 나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식을 대여섯까지 낳으니까 한 부모를 자녀들이 돌아가면서 보살펴서 자녀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았어요. 그리고 평균수명이 낮아서 60대에 대부분 돌아가시니까 한 10년만 돌보면 되어서 부모를 돌보는 게 큰 문제가 안 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녀가 하나 내지 둘밖에 안 되니까 부모를 돌본다는 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평균수명도 높아져서 80세, 90세, 100세까지 사시니까 더욱 어렵게 되었지요.

그래서 노후를 보장하는 사회 시스템이 나온 거예요. 이건 자식이 책임져야 할 일이 아니고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 낸 세금으로 정부가 책임지도록 시스템이 바뀐 거예요. 거동이 불편하면 집으로 요양사가 오고 더 어려우면 시설에서 관리해 줍니다. 그러니 질문자는 할 만큼 하면 됩니다. 질문자가 더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만큼

부모님이 자주 전화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부모 세대의 관념이라서 우리가 그것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이 일찍 들어오라고 하면, ‘네’ 하고 갈 수 있으면 가고 안 가도 괜찮아요. ‘왜 안 왔니?’ 하시면, ‘가려고 했는데 바빠서 못 갔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됩니다.

‘바쁜데 어떻게 가요?’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는 뜻이에요. 뭐든지 ‘예’ 해야 합니다. 거짓말을 하라는 게 아니에요. ‘예’하고 할 수 있으면 하고, 못하면 안 하면 돼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부모 때문에 내 인생이 힘들다는 것은 부모가 내 인생에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와 다름없습니다. 부모가 죄를 짓는 격이 되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항상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면 됩니다.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지악수선(至惡修善)이란 말이 있습니다. 선(善)은 선택 사항입니다. 좋은 일은 권합니다. 권하는 일이라는 것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악은 바로 멈춰야 합니다. 남을 때리고 남의 돈을 뺏는 일은 바로 멈춰야 합니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일은 권장 사항이라서 하면 좋고 안 해도 그만이에요. 남을 도와주지 않았다고 나쁜 사람이 되진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윤리 도덕관이 조금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남을 도와주지 않는다고 나쁜 놈이라고 말해도 안 되고 부모가 자식을 알뜰히 키운다고 훌륭한 부모라고 해도 안 됩니다. 부모가 어린 자식을 돌보는 것은 의무 사항이고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것은 선택 사항입니다.

유교에서는 부모를 중히 여기지만, 상대적으로 자식을 종처럼 하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늙은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서 자식을 바치는 것을 효라고 봤습니다. 이것은 자연 생태계의 법칙에 어긋납니다. 극단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충성’할 때, 나라에 충성하는 것은 괜찮지만 개인에게 충성하는 것은 지금 민주주의 사회에서 맞지 않습니다.

부모와 임금이 주인이고, 신하와 자식은 종이고, 선생이 주인이고 학생은 종이 되고, 남편이 주인이고 아내는 종이 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과거에 주인이라서 종을 때려도 되고 팔아도 되고 남편이 아내를 때려도 되고 부모가 자식을 때려도 되고 선생이 학생을 때려도 되고 임금이 신하를 때려도 되는 봉건시대 문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민주 시대에서는 이런 식의 문화는 안 됩니다.

사장이라고 해서 종업원을 말 안 듣는다고 군홧발로 차고 정강이뼈를 까고 이런 폭력적인 방식으로 하는 것은 안 됩니다. 부모가 자식을 때려도 안 되고, 선생이 학생을 때려도 안 되고, 남편이라고 아내를 때려도 안 돼요. 옛날에는 엄청나게 맞으면서 자랐어요. 요즘 그렇게 하면 인권 침해죠.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효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기쁜 마음으로 해야지 괴로워하면서 억지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부모를 외면하라고 받아들이면 안 돼요. 성심껏 봉양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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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경

엄마께 "예" 하고 항상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만큼 하겠습니다.

2026-04-23 06:37:44

구자정

고맙습니다.

2026-04-23 06:36:34

정태식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지악수선(至惡修善)이란 말이 있습니다.
권하는 일이라는 것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악은 바로 멈춰야 합니다.
남을 때리고 남의 돈을 뺏는 일은 바로 멈춰야 합니다.
남을 도와주지 않았다고 나쁜 사람이 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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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해롭게만 하지 않아도 살 만한 세상이 됩니다.

2026-04-23 06: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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