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6.3.28. 인도네시아 구호 물품 배분
“일을 하면서도 계속 갈등하고 고민을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도네시아 아체지역의 3개 마을을 방문하여 구호 물품을 배분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사이클론으로 수해 피해가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주민들은 살던 집에서 일상을 살 수 없습니다. 집 안에 산사태로 들어온 흙이 그대로이고 홍수에 밀려온 잔해물들이 길가에 그대로 있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오전 7시에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왔습니다. 밖에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마을을 방문하여 구호 물품을 배분하는 날인데 계획대로 배분이 원만하게 잘 진행 될 수 있을지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오전 8시가 되자 구호 물품을 배분할 장소로 출발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밖을 보니 수해복구가 한창이었습니다. 포크레인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쌓여있는 흙더미와 건물 잔해들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오전 9시 10분에 첫 번째 마을인 무나사 만창(Meunasah Mancang)에 도착했습니다. 유치원에서 물품을 배분하기로 했습니다. 물품을 받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구름이 끼어 다소 흐려서 배분하기 좋은 날씨였습니다. 이 마을 108가구에 구호 물품을 배분할 예정입니다. 1개 가구는 수해 피해로 완전히 소실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마을에 도착한 후, 배분 물품을 꼼꼼히 살펴봤습니다. 18개 품목이 준비되었습니다. 마을 주민이 가져온 쿠폰을 확인하고, 먼저 손수레부터 받아서 이동 동선을 따라 가면, 주방 도구(대야, 웍, 찜통, 접시, 국그릇, 컵, 수저, 국자, 뒤집게, 주걱, 전기밥솥, 가스스토브)와 청소도구(장갑, 장화, 삽, 괭이, 스퀴지) 순으로 물품을 받아 갈 수 있도록 물품을 종류별로 세팅하고 동선을 짰습니다.

박지나 대표님의 제안에 따라 JTS 현지 협력 단체인 FDP(Forum Dakwah Perbatasan)의 활동가들이 세세한 사항까지 챙겨서 준비했습니다.

“여러분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지난번 큰 홍수가 나서 집이 잠기고 큰 피해를 보았다고 뉴스에서 봤습니다. 집이 흙더미에 묻히고 살림살이가 다 떠내려갔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한국이라는 먼 곳에 있었지만, 여러분들의 수해 피해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우선 흙을 치울 수 있는 수레, 삽, 괭이 등 용품을 마련했습니다. 전기밥솥, 가스스토브 등 생활용품도 준비했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여러분들이 새로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와서 좋은 세월을 보낼 날이 곧 올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오전 9시 20분부터 물품 배분을 시작했습니다. 집을 잃은 주민에게 먼저 배분을 진행하고, 나머지 주민들에게 물품을 배분했습니다.

JTS 활동가와 현지 봉사자들이 물품을 하나씩 정성스럽게 나눠줬습니다. 현지 봉사자들은 마을 수해민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봉사자들은 마지막까지 물품을 배분하고 맨 나중에 받아 갔습니다. 봉사자들이 준비를 잘 해둬서 물품 배분이 15분 만에 108가구 배분이 모두 끝났습니다.

바로 두 번째 마을인 무나사 록(Meunasah Lhok)으로 이동했습니다. 9시 50분에 배분 장소인 모스크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배분 준비가 덜 되어 있어서 JTS 활동가들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물품 세팅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마을에 완전 소실 된 2개 가구를 포함하여 총 307가구에 16개 품목의 구호 물품을 배분하기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배분 준비가 끝나자 스님은 주민들에게 인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지난번 사이클론 피해로 여러분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 산 위에 산사태가 나서 흙이 내려와서 집이 다 묻혔습니다. 소식을 듣고 바로 들어왔지만, 여기 길이 막혀서 들어올 수가 없었습니다. 몇 달이 지났습니다. 도로는 치웠지만, 집안의 흙이 치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집에 있는 흙을 퍼내기 위해서 수레, 청소도구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살림 도구가 다 묻히고 떠내려가서 살림 도구도 준비했습니다. 작은 물건이지만, 여러분들의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해민들이 물품을 받아 손수레를 끌고 지나가며 스님에게 활짝 웃으며 ‘땡큐(Thank you)’ 인사를 했습니다. 물품 받은 주민들의 표정이 밝았습니다.

3번째 마을을 방문할 예정이었는데, 물품 준비가 덜 되어서 오후 4시로 연기하였습니다. 물품이 준비되는 동안 스님과 JTS 활동가들은 숙소에 들러서 휴식을 했습니다.

오후 3시가 되자, 세 번째 마을로 출발했습니다. 30분가량 차로 이동해서 도착한 곳은 빤떼 롱 마을(pantee Lhong)입니다. 완전히 소실된 19개 가구를 포함하여 총 286가구에 물품을 배분할 예정입니다. 비가 억수같이 오고 있어서 주민들이 비를 피해 모스크로 들어와서 삼삼오오 모여 앉아서 스님과 JTS활동가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후 3시 45분이 되자 비가 잦아들었습니다. FDP의 프로그램 매니저인 아자르 님이 한국에서 온 스님과 JTS 활동가들을 소개했습니다.

소개가 끝나자 바로 배분이 시작되었습니다. 집을 잃은 19개 가구는 청소도구가 필요하지 않아서 주방용품만 배분했습니다. 나머지 가구에는 주방용품과 청소도구로 구성된 17개 품목을 배분했습니다.

스님도 함께 물품을 배분했습니다.

오후 4시가 되자 무슬림 기도하는 시간이 되어서 잠시 휴식하기로 했습니다. 현지 봉사자들이 무슬림이라서 기도를 위해 잠시 배분 작업을 멈췄다가 오후 4시 15분부터 다시 배분을 시작했습니다. 4시 40분이 되자 물품 배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손수레는 무겁지만, 주민들의 표정은 밝았습니다.

스님과 JTS활동가들, FDP활동가들은 식당으로 이동하여 미팅했습니다.

“이번에 분배 활동을 하느라고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자원봉사를 하니까 일이 잘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직장 다니면서 이렇게 봉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시간을 내서 이렇게 봉사를 하기 때문에 또 어려운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됩니다. 홍수 피해자들이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원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여러분들 같이 봉사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스님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3일간 수고한 봉사자들에게 숙소비와 식사비를 전달했습니다. JTS활동가들이 한국에서 초코파이를 준비해 와서 나눠 먹으며 미팅을 이어 나갔습니다.

“누가 이 동네 사람인가요?”

“여기 네 명이 이 동네 사람입니다.”

“여기 논이 많지요? 이번 홍수에 물 내려가는 수로가 망가졌나요, 그대로 있나요?”

“망가졌다고 합니다. 온 동네 수로가 다 망가졌다고 합니다. ”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나요?”

“여기서 10km 정도 됩니다. ”

“강에서 들어가는 취수장이 망가졌나요? 어디쯤 수로가 망가졌나요? 내일 아침에 2시간 정도 시간이 있는데, 부서진 수로를 보여줄 수 있나요?”

“네.”

스님과 활동가들은 내일 9시에서 11시 사이에 망가진 수로와 그 주변을 답사하기로 했습니다. 스님은 수로에 물이 들어가야지 다음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수로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활동가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식당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걸어서 숙소로 돌아와서 업무와 휴식으로 일과를 마쳤습니다. 식당에 남은 FDP 활동가들과 JTS활동가들은 저녁 식사를 하며 배분 활동에 대해 소회를 나눴습니다.

내일은 정토경전대학 입학식에 온라인으로 참여하여 법문할 예정입니다. 이후 동네 수로 점검을 하고 한국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으므로, 지난 3월 15일 정토사회문화회관 특별지부 회원의 날에 있었던 즉문즉설의 내용을 소개하고 ‘스님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 특별지부 구성을 축하합니다. 10여 년 전에는 전부 오프라인 법회였고, 국제지부만 온라인 법회를 했습니다. 그러나 10년 만에 세상이 바뀌어 이제는 전부 온라인 법회가 되었고, 정토사회문화회관 특별지부만 오프라인 법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법당을 중심으로 법회를 할 때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 관리하는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데도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법당이 전국적으로 160여 개가 되니까, 임차료도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비용은 없어졌습니다.

임차료 지출이 없는 장점이 있지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수행이란 사람과 사람의 만남 속에서 인격의 향기를 맡으면서 배우는 것인데, 온라인은 그게 쉽지 않고 지식만 쌓게 되었습니다. 그런 부족함을 메꿔보고자 정토사회문화회관 특별지부가 설립되었습니다. 이 공간을 활용해서 예전의 오프라인 법당의 특징을 살려보고자 합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은 자기가 사는 곳과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참가하겠다 하는 뜻이 있다면 제주도에서 비행기 타고 와도 되고 부산에 살면서 기차 타고 와도 됩니다. 반면 회관 옆에 살아도 오기 싫으면 온라인으로 지역지부에 소속이 되면 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특별지부로 명명했고, 이렇게 여러분들이 모였습니다. 온라인 법회는 확장성이 있는 반면에 실천력이 떨어지는데, 오프라인 법회를 통해서 특별지부가 확장성이 떨어지더라도 실천력이 더 돋보이는 지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정토불교대학, 경전대를 마치고 전법교육을 받으라고 했지만 안 받고 도망을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전법교육을 받았고, 오프라인 불교대학 진행자를 하라고 제안이 있었지만, 거부를 하다가 결국 했습니다. 그렇게 흘러 마야붓다 프로그램을 하게 됐는데, 저는 계속 내적 갈등을 겪었습니다. 주위 도반들이 '해봐라, 어울린다.', 이렇게 말하니 흘러 흘러 운영팀장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고민하는 게 저인지, 도반들이 보는 제가 저인지, 제 정체성을 잘 모르겠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안에서는 계속 고민하고 고민합니다. 주위 분들은 '걱정 안 하는 것 같아, 괜찮은데 왜 그래? 그냥 해봐.'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저는 그사이에 어떤 게 저인지 약간 혼돈이 생깁니다."

"두 가지가 다 섞인 게 질문자입니다. 그렇게 하기 싫어하면서 계속하면 돼요."

"마야붓다 성지순례를 갔을 때, 그 고민을 법사님께 질문했습니다. 법사님도 똑같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싫다, 싫다 그러면서 하면 되겠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처음에는 그 대답이 황당했는데 힘들다면서 계속하고 있고, 소임이 큰 게 오면 어떡하지, 걱정하면서 또 하고 있고, 그러다가 지금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그게 질문자 본인이에요"

"운영팀장 해도 별문제 없을까요?"

"문제를 삼아가면서 해도 별문제 없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문제를 삼아가면서 하겠습니다."

"새로운 특별지부가 설립되었으니, 3년 동안 잘 키워보세요. 장소가 부족하면 건물을 지으면 되잖아요. 장소가 없어서 천막을 치고 하고, 옥상에서도 하고, 스님 방도 내놓을 정도가 되면 새로운 공간을 또 마련해야죠. 공간은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 해보세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전체댓글 16

0/200

최영관

고맙습니다...

2026-03-31 08:48:23

정의웅

지혜로운 말씀 감시합니다..;

2026-03-31 08:28:28

견오행

늘 함께 합니다.고맙습니다.()()()

2026-03-31 08: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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