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
원하시는 검색어를 입력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전법회원들이 평소에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수행적 관점을 잡아 나가는 전법회원 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3시에 두북수련원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했습니다. 차로 3시간 30분을 달려 6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8시부터 평화재단 임시 이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오늘 이사회 안건은 평화재단 이사진의 임기가 만료되어서 새로 이사진을 선출하는 것입니다. 먼저 평화재단 사무국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추천했습니다. 특별한 이의가 없어 만장일치로 새로운 이사진 구성을 의결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인사말과 더불어 최근 남북 관계, 북일 관계, 북미 관계 등 한반도 평화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평화재단은 그동안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통일을 이루자는 관점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통일은 쌍방이 서로 원할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늘 통일을 주장해 왔던 북한이 오히려 통일을 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상황이 되었으니, 당분간은 통일 문제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통일보다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는 데 더욱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북한이 ‘두 개의 국가론’을 주장하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악감정이 누그러지면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성급히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통일을 포기하자는 뜻이 아니라 조금 기다려 보자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통일을 강력히 주장했고 남한이 오히려 소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북한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으니, 그들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는 기다려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강압적인 방식으로 통일을 추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평화적인 통일을 지향한다면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두 개의 국가론’을 수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논쟁은 잠시 미뤄 두고 우선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는 데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세 가지 과제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첫째, 북미 간의 대화를 통해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둘째, 북일 간의 대화를 통해 관계 회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셋째,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 신뢰 회복이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 과제가 해결되어야 동북아시아 전체가 안정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며칠 전 저는 일본을 방문해 원로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북일 관계의 조속한 회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만약 일본이 납치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할 의향이 있다면, 당사자인 북한 정부와 우선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납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대화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일 관계 정상화라는 큰 틀 속에서 우선 대화의 물꼬를 트고, 그 안에서 물밑 협상을 통해 서로의 요구를 조율해 나가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한 ‘안보’를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입장만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대화 자체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관계를 정상화하려면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며 대화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대만과 한반도입니다. 대만 문제는 우리가 개입하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한반도 문제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통해 일정 정도 안정화가 가능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납치자 문제나 북한 핵 문제도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가 필요합니다. 특히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해상의 안전 확보 차원에서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큰 틀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본의 원로 정치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고 왔습니다.

지금은 한반도의 안정이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두 개의 국가론이든 통일 논의든, 이런 문제들은 당분간 옆으로 미뤄 두고, 동북아 정세의 안정을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평화재단이 앞으로도 역할을 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스님의 말씀을 끝으로 큰 박수와 함께 평화재단 임시 이사회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그동안 수고한 이임(離任) 이사진에게 작은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그동안 수고했어요. 고맙습니다.”

새로 선임된 이사진과 물러나는 이사진이 함께 모여 기념사진을 남겼습니다.

스님은 바쁜 시간을 내어 준 이사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전법회원 법회를 하기 위해 정토회관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가 되자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하며 전법회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전법회원 모두가 화상 회의 방에 입장한 가운데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2주 후에 천일결사가 마무리됨을 알리면서 다음 천일이 시작되기까지 앞으로 3개월 동안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었습니다. 제2차 만일결사 제1차 천일결사도 이제 2주일 정도 남겨 놓고 있습니다. 12월 14일에는 천일결사 회향식이 열립니다. 회향식 이후에는 잠시 지난 천일결사를 평가하는 기간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12월 23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는 가정 주간을 갖고 휴식을 한 뒤 내년 1월 2일에 시무식을 하고 업무를 재개합니다. 천일결사 회향 기간은 총 석 달입니다. 이 기간에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고, 앞으로 3년간의 정토회 운영 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3월 15일이 되면 제2차 천일결사에 입재하게 됩니다. 이 3개월은 단순히 쉬는 기간이 아니라 지난 3년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3년을 준비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우리가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지난 천 일이 잘 정리되고, 앞으로의 천 일이 잘 준비될 수 있습니다.
정토회는 ‘인간의 마음이 일반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기초하여 활동 기간을 정하고 있습니다. 처음 수행하겠다고 마음을 내는 것을 발심(發心)이라고 합니다. ‘나는 오늘부터 수행 정진하겠다.’ 하고 발심해도, 막상 자기 모습을 아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어떤 사람은 하루 만에도 자기를 알고, 어떤 사람은 열흘 만에 알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보면 적어도 백 일은 되어야 ‘아, 내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자신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백일기도라고 하여 기도 단위를 100일로 잡습니다.

자신을 아는 데는 백 일이 걸리지만, 그렇게 알게 된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는 그보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나를 좀 고쳐 봐야겠다.’ 고 마음먹고 단박에 고치는 사람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한 3년 정도 꾸준히 정진해야 자기 변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천일결사라고 하여 수행 정진을 천 일 단위로 합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천일결사라는 용어를 쓰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토회는 수행 공동체이고, 자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천일결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정토회는 자기 변화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변화도 추구합니다.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10,000일은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에서 만일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즉, 정토회의 수행 프로그램은 천일결사가 가장 중심이 되고, 그 아래에 백일기도가 있고, 그 위에 만일결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반 대중에게는 천일결사에 참여하여 천 일 동안 정진하는 것이 중심 과제입니다. 여기에 기초해서 정토회는 회기를 3년, 즉 천 일을 단위로 해서 임기를 시작하고 마치고, 사업을 시작하고 종결하여 평가하게 됩니다. 해마다 연 단위로도 사업을 시작하고 종결하지만, 크게 보면 3년마다 한 번씩 전체 사업을 평가합니다.
규칙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토회에서는 어떤 규칙을 만들고 변경할 때 1년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3년을 기준으로 합니다. 규칙을 한 번 정하면, 앞으로 천 일 동안은 규칙을 탓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 정진에 집중한다는 뜻입니다. 도중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천 일은 꾸준히 해 보고 평가하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임원의 임기도 3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3년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3년이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3년은 대략 1,090여 일이 됩니다. 이 중에서 천 일은 정진과 활동을 하고, 나머지 90일은 지난 활동을 돌아보고 다음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기간을 우리가 '회향 기간'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번 3년 동안에도 여러분의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회기 중에는 일단 정한 규칙을 3년 동안 그대로 해왔습니다. 이제 회향하면 그동안 제기되었던 많은 문제를 검토하고 고려해서 바꿀 것은 바꾸어야 합니다. 그렇게 준비해서 다음 3년을 새롭게 출발하는 것입니다. 회향 기간에는 규칙을 바꾸기가 수월합니다. 회기 중에는 회의에서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규칙을 바꿀 수 있었다면, 회향 기간에는 회원의 다수가 원한다면 결사행자 회의에서 변경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이 기간을 잘 활용하여 다음 3년을 위한 많은 제안을 아낌없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회향 기간 동안 대행 체제와 대행자 추천 회의에 임하는 자세, 보직순환의 취지와 의미, 정토회 활동가들의 과로를 줄이기 위한 의견 청취 등 전법회원들이 숙지해야 하는 여러 가지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궁금한 내용이나 활동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성인 ADHD를 앓고 있는 학생에게 108배와 명상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저는 정토불교대학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학생 중 한 분이 성인 ADHD로 약을 복용 중인데, 수업 시간에 가끔 화면을 벗어나거나 산만한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명상이 집중력 향상과 알아차림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ADHD를 갖고 있는 학생에게도 108배와 명상을 권유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궁금합니다.”
“정신적인 불안정이나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명상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앉아 있으면 계속 심리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앉아 있는 것도 매우 힘들어요. 어느 정도 급한 치료가 되고 나서 재활 치료처럼 명상을 하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병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는 절이나 걷기 같은 하체 운동을 보강하여 기를 아래로 내려 보내서 불안을 완화한 뒤에 명상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앉아 있으면 오히려 생각이 더 많이 떠올라서 불안이 증폭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 학생의 성향을 살펴보면서 명상이 도움이 된다면 해도 되지만, 효과가 없는데 명상을 계속 권유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의학에서도 일부에게 효과가 있는 것을 모두에게 권유하지 않습니다. 이 약도 먹어 보고 저 약도 먹어 보면서 환자에게 맞는 약을 찾아 처방을 내리는 것입니다. 많이 걷는 것과 108배 같은 활동은 육체 건강을 좋게 하면서 정신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 학생이 약간 이상한 행동을 하더라도 다른 도반들이 너무 신경 쓰지 않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 이렇게 참가해 준 것만으로도 굉장히 고마운 일이잖아요. 불편해하지 말고 함께 공부해 나가자고 다른 학생들을 격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러나 질환이 있는 학생을 너무 중심에 두다 보면 다른 학생들이 불편해지고, 그렇다고 다른 학생들의 불편함만 너무 강조하다 보면 질환 있는 사람은 참가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증세가 너무 심해서 다른 학생들에게 크게 방해가 되면 수업에서 제외해야 하지만, 약간 불편한 정도는 다른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해서 함께 참여하도록 하는 쪽이 좋습니다. 정상적인 사람들과 함께 공부할수록 환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이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행자이므로 그런 부분을 이해하는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면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증세가 심해서 전체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도 생각해야 하므로, 특별히 그런 분은 따로 두세 명만 모아서 특별 수업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하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전법회원 법회를 마친 후 스님은 병원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심장의 동맥 혈관 하나가 막혀서 약을 먹고 있는데, 오늘은 내과에서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전법회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전법회원들은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한 후 삼배의 예로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오전 법회처럼 천일결사 회향식 이후 다음 천일결사 입재식 때까지의 정토회 공식 일정과 이 기간 동안 어떤 마음가짐으로 활동에 임해야 하는지 한 시간 동안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법회의 끝 무렵에는 특히 정토회 활동가들의 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일준비위원회에서 마련한 방안을 소개하며 전법회원들도 많은 의견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천일준비위원회에서는 지금 개선해야 할 여러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그중 제일 큰 문제는 전법회원들의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직장 생활, 가정생활과 병행하기 힘들 정도라는 점입니다. 집에서는 가정생활을 소홀히 한다는 말을 듣고, 회사에서는 직장 생활에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라고 합니다. 업무를 조금 줄일 방법을 논의했지만, 그렇다고 전법회원이 불교대학 진행을 안 할 수도 없고, 임원을 안 맡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업무량이 가장 많은 부분을 알아보니, 바로 ‘회의’가 너무 많다는 거예요.
회의를 줄이자는 이야기는 여러 번 나왔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회의 구조 조정’을 하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사람을 구조 조정으로 줄이듯이, 우리는 현재 하고 있는 회의의 50%를 줄이자는 계획이에요. 어디서 줄이든 회의의 절반을 무조건 줄인다는 원칙을 정해 놓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 천일준비위원회에서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어떤 회의를 줄여야 하는가?’입니다. 회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줄이려고 보니 사실 다 필요한 거예요. 본래 필요해서 생긴 회의이니까요. 그래서 강제로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회의는 두 달에 한 번 하고, 매주 하는 회의는 격주로 하고, 매일 하는 회의는 격일로 하는 식으로 강제성을 부여해서라도 회의를 줄이려고 합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것은 정말 필요 없는 회의입니다.’, ‘이런 회의는 진짜 없애야 합니다.’ 하고 과감하게 제안해 주십시오.
평상시에는 제안을 해도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되니, 반대하는 사람이 3분의 1만 되어도 변경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천일결사 회향 기간에는 과감하게 규칙을 바꿀 수 있습니다. 결사행자 회의에서 통과시키면 바로 바꿀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이번 기회에 많은 제안을 해주십시오. 지금 제일 큰 과제는 ‘회의를 어떻게 구조 조정할 것인가?’입니다. 회의 시간과 횟수를 어떻게 줄여야 하고, 어떻게 회의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논의해야 합니다.

다만 우리는 회의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의는 곧 우리 전법회원들의 권리입니다. 회의가 없어지면 여러분의 권리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즉 여러분 스스로 권리를 포기하는 거예요. 여러분이 권리를 유지하려면 힘이 들어도 회의를 해야 됩니다. 회의에 참여해야 결정권을 갖게 되는 거예요. 회의가 자꾸 줄어든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이미 결정한 것을 여러분이 그냥 받아서 하는 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만큼 여러분의 권리가 축소되는 것입니다. 이 점을 감안해서 설문 조사가 시행되면 여러분의 의견을 잘 알려 주셔야 합니다.”
이어서 누구든지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질문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지막 질문자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을 스님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제 질문은 두 가지입니다. 얼마 전 환경 실천 활동을 하면서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해 주어 참 뿌듯하고 보람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이메일이나 동영상 등 디지털 기술 사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생각 없이 챗GPT에 질문하는 것은 인터넷 검색보다 수십 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이는 전등을 5분 켜 놓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또한 영국 사람들이 이메일을 한 통씩만 덜 보내면 영국과 유럽을 8만 번 이상 비행하는 만큼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앞으로 데이터 확보 전쟁이 심화될 것이며, 거대한 데이터 센터 건설로 인해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합니다. 제 질문은, 이렇게 앞으로 더 심각해질 디지털 환경 문제에 대해 짧게라도 환경 실천 활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면 어떨까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이와 관련하여 경전대학을 불교대학과 차별화하는 방안입니다. 불교대학을 졸업한 경전대학 학생들은 이미 수업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도, 불교대학에서처럼 여전히 법문과 수행 연습 독려 메시지를 일주일에도 몇 번씩 반복하여 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환경 실천 주간에는 오히려 더 많은 메시지와 이미지들을 매일매일 보냈습니다. 이 역시 올바른 디지털 환경 실천을 위해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요?”
“네, 이것은 우리 몸의 에너지 사용 원리와 비슷합니다. 우리가 밥을 먹고 얻은 에너지는, 첫째,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움직이는 데 쓰이는 운동 에너지, 둘째, 몸의 체온을 유지하는 열 에너지, 셋째, 머리에서 생각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로 나뉩니다. 이 중에서 머리에서 쓰는 에너지의 비중이 몸 전체의 부피나 무게에 비해 가장 높습니다. 그래서 심장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피의 양이 전체의 3분의 1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디지털 에너지 사용도 이런 원리와 비슷한 것 같아요. 전기를 단순히 움직이는 동력으로 쓸 때는 사실 에너지가 적게 듭니다. 그런데 물을 데우거나 전기다리미, 온풍기 같은 열에너지로 쓸 때는 에너지가 굉장히 많이 듭니다. 전기 차의 경우 보통은 300km에서 500km까지 갈 수가 있는데, 히터를 틀면 주행 거리가 확 줄어듭니다. 그만큼 열 에너지가 많이 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 에너지가 더 많이 소모되는 것이 바로 데이터 분석입니다.
현재 한국에서도 데이터 센터를 지으려 할 때, 이를 위해 원자력 발전소나 화력 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용인에 데이터 센터를 짓고 싶은데, 그곳에 발전소도 지어야 한다고 하면 주민들이 반대할 것입니다. 아니면 다른 곳에 발전소를 지어서 전기를 끌어 와야 하는데, 그러면 송전탑 때문에 사람들이 반대합니다. 이처럼 데이터 센터를 짓고 싶어도 전기 문제 때문에 지을 수 없는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것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무분별하게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 또한 실제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서 효율이 오르는 측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한 곳에 모여 회의를 한다면 여러분이 모두 차를 타고 이동해서 모여야 하잖아요. 이렇게 화상 회의를 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화상 회의가 그래도 에너지가 더 적게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무조건 ‘화상 회의가 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아느냐?’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이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데이터 사용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든다는 것을 각성하도록 에너지 교육에 이 내용을 넣었으면 좋겠습니다. 히터를 켜는 것도 아니고,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니 에너지를 쓰지 않는 줄 알지만, 사실 이것도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제안을 환경 실천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검토해 보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환경 운동을 한다면서 메시지를 중복으로 보내거나 스팸처럼 남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문제 제기로 보이는데요. 이 문제에 대해서 불교대학 운영팀에서 면밀히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사홍서원으로 생방송을 마친 후 전법회원들은 모둠별로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여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은 늦게까지 업무와 원고 교정을 본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사상계 잡지와 대담을 나눈 뒤, 대화 문화 아카데미 60주년 기념행사에서 ‘기후 위기와 생명애(生命愛)의 길’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오후에는 평화재단으로 돌아와 손님들과 미팅을 하고, 저녁에는 춘천에서 올해 마지막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전체댓글 5
전체 댓글 보기스님의하루 최신글
다음 글이 없습니다.
이전글“도와주면 간섭, 물러서면 무관심,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