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1.21. 김장 1일째, 금요 즉문즉설
“고1 아들이 인생이 재미없다는데…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두북수련원에서 김장을 하는 날입니다.

서울 공동체의 대중 30여 명과 법사단, 상근 활동가들이 3일간 김장을 위해 두북수련원에 모였습니다. 스님은 평화재단, JTS, 에코붓다 등 여러 사회 활동 단체를 운영하며 다양한 사회 인사들과 교류하고 있는데, 매년 연말이면 두북수련원에서 직접 수확한 농산물로 김치를 담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공동체가 함께 일 년 동안 먹을 김장과 더불어 선물할 김치를 정성껏 담갔습니다.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치고 아침 6시 40분에 김장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각 팀별 작업 준비 상황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곳곳에 흩어져서 무 씻기, 재료 썰기, 양념 만들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행자들이 김장의 밑재료를 손질하는 동안 스님은 김장 준비팀과 사무실에서 회의를 했습니다. 3일 동안의 전체 김장 계획을 점검한 후 배추 수확, 배추 절이기, 김칫소 만들기, 양념 치대기, 선물 포장하기 등 각 단계별 세부 계획에 대해 논의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 햇살이 따뜻하게 비추어서 일을 하기에 참 좋은 날씨였습니다. 오전 9시 20분이 되어 다 함께 배추를 수확하러 밭으로 향했습니다.

먼저 500평 길밭에서 배추 670 포기를 수확하기로 했습니다. 가을바람에 배춧잎이 흔들거리며 줄을 맞춰 오롯이 서 있었습니다. 농사팀은 한 해 동안 땀 흘린 수고와 자연의 은혜를 느꼈습니다.

행자들이 모두 모이자 농사팀장이 일감을 안내했습니다.

“이 밭에서 배추 670 포기를 수확한 다음에 다음 밭으로 이동해서 330 포기를 수확한 후 총 1000포기를 트럭에 싣고 두북수련원으로 가져가겠습니다. 배추가 손상되지 않도록 상자에 담은 채로 트럭에 실어 주세요. 상자가 모자라면 나머지는 톤백에 담겠습니다.”

안내가 끝나자 다 함께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1000포기 배추 수확! 파이팅!”

배추 뿌리를 자르려면 칼이 필요한데 담당자가 실수로 칼을 안 가져왔습니다. 스님은 칼을 가져오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배추를 한쪽으로 쓰러뜨려 놓읍시다. 칼을 가져오면 바로 베기만 하면 되니까요.”

스님은 빠르게 고랑을 따라 배추를 넘어뜨리며 앞으로 주욱 나아갔습니다. 행자들도 밭 곳곳으로 흩어져 빠르게 배추를 넘어뜨리고, 운반할 상자를 일정한 간격마다 놓아 두었습니다.

곧 칼이 도착했습니다. 스님과 행자들은 빠르게 넘어진 배추의 뿌리를 칼로 깨끗하게 잘랐습니다.

뿌리를 자른 배추는 상자에 담았습니다. 배추가 커서 한 상자에 한 개 내지 두 개의 배추가 담겼습니다.

상자를 실은 트럭이 출발하자, 다음 트럭이 톤백을 싣고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배추를 톤백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자, 배추 갑니다.”

주위에 있는 배추를 모두 실으면 트럭이 이동하고, 트럭이 멈춰 서면 다시 릴레이로 배추를 날랐습니다. 스님은 트럭 위에 타서 행자들이 전달해 준 배추를 부지런히 톤백에 담았습니다.

“이리 주세요.”

톤백에 배추를 담으니까 속도가 아주 빨라졌습니다. 순식간에 톤백 안에 배추가 가득 찼습니다.

트럭이 배추를 가득 싣고 출발하자, 배춧잎이 나뒹굴던 밭을 깨끗하게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멀칭된 비닐을 제거하고, 내년 농사를 위해 밭을 정리한 후 다음 밭으로 이동했습니다.

“자, 다음 밭으로 갑시다.”

고인돌 옆에 있는 200평 밭에 도착하여 다시 배추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행자들이 모두 밭에 도착하자 스님이 일감을 안내했습니다.

“맨 가쪽부터 배추를 수확하겠습니다. 배추를 만져 보고 허벅허벅한 것은 속이 빈 것이니까 그냥 두세요. 나중에 겨울에 먹으면 돼요. 크고 싱싱한 것만 수확하겠습니다.”

이어서 차례대로 고랑마다 들어가서 배추를 수확하기 시작했습니다.

배추를 넘어뜨려 칼로 뿌리를 자르자, 하얀 속살이 드러난 배추의 밑동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습니다.

스님이 배추의 뿌리를 잘라 놓고 지나가면 행자들이 릴레이로 부지런히 배추를 트럭으로 날랐습니다. 트럭 위에 실린 톤백에는 배추가 차곡차곡 쌓여 갔습니다.

한참 배추를 수확하고 있는 가운데 배우 한효주 님이 도착했습니다. 얼마 전 길벗법회에 참석했다가 스님에게 김장하러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일손을 돕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합니다.

“어서 와요. 배추를 넘어뜨리고 칼로 뿌리를 이렇게 잘라 주면 돼요. 간단하죠?”

“네!”

“작은 건 그냥 두세요. 큰 것만 수확할 겁니다.”

스님의 설명을 듣고 곧바로 배추 수확을 함께 했습니다.

배추를 모두 넘어뜨린 뒤에는, 모두가 힘을 모아 트럭에 실어 올리는 작업에 매달렸습니다. 한 줄로 길게 서서 릴레이로 배추를 날랐습니다.

중간중간에 스님이 큰 목소리로 외치며 알림을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싣는 분은 개수를 정확히 확인해 주세요.”

개수가 헷갈리지 않게 다 같이 배추를 나르며 숫자를 말했습니다.

“열다섯, 열여섯, 열일곱...”

선물용으로 사용할 큰 배추는 바로 싣고, 작은 배추는 따로 구분해 두었습니다. 한 줄을 다 수확하면 다음 줄로 이동했습니다. 트럭이 배추를 가득 싣고 출발하자, 다음 트럭이 오기 전까지 밭 입구에 나머지 배추를 나르기로 했습니다. 트럭에 싣기 편리하도록 책상을 설치하고 그 위에 수확한 배추를 높이 쌓았습니다.

릴레이로 배추를 나르자 금세 배추가 산처럼 쌓였습니다. 배추가 아주 크고 무거웠습니다.

다시 트럭이 도착하자 쌓아 놓은 배추를 트럭에 실린 톤백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이 다시 웃으며 말했습니다.

“손이 보이면 안 돼요. 빨리빨리 해요.” (웃음)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시원한 가을바람이 금방 땀을 식혀 주었습니다.

저 멀리 있는 배추는 릴레이로 전달하기에는 거리가 멀어서 힘껏 던지고 받는 방식으로 옮겼습니다.

“잘한다!”

숨 가쁘게 배추를 나르다 보니 어느새 330포기의 배추를 모두 수확했습니다. 시간이 남아서 3일 차에 서울로 보낼 배추도 수확해서 밭 입구에 쌓아 두었습니다.

11시 30분이 되어 스님이 오전 울력의 마무리를 알렸습니다.

“자, 수고했어요!”

다 함께 트럭 위에 몸을 싣고 두북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운동장에는 수확한 배추가 가득 쌓여 있었습니다. 11시 30분부터는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대중이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는 동안 시설팀을 맡은 행자들은 1000포기의 배추를 한꺼번에 소금에 절이기 위해 풀장을 설치했습니다. 풀장 설치를 완료한 후 12시 30분부터 배추를 자르고 절이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대중이 모두 모이자, 화광 법사님이 직접 배추를 자르는 시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법사님은 칼을 손에 들고 천천히 설명을 이어 갔습니다.

“먼저 한 번 단단히 내려치듯 자르고, 그다음 십자 모양으로 절반 정도 칼집을 넣은 뒤, 손으로 쫙 벌리면 됩니다.”

배추가 시원하게 갈라지자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보충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겉잎은 색깔이 누런 거나 상태가 아주 나쁜 것은 떼어 내지만, 가능한 이대로 두고 소금에 절이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어차피 씻으면서 계속 떨어져 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겉잎은 이대로 두겠습니다.”

배추 자르는 방법을 배운 후 각자 흩어져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을 포함하여 많은 대중이 배추 자르는 일에 붙었습니다. 먼저 길밭에서 수확한 670포기의 배추부터 잘랐습니다.

배추의 겉잎을 정리하고 밑동을 잘라 반으로 가르자, 속이 알차게 찬 단면이 또렷하게 드러났습니다.

“손이 보이면 안 돼요. 빨리빨리 넘겨주세요.”

배추의 밑동을 잘라내고 반으로 가른 후 바구니에 담아 놓으면, 운반팀이 바구니를 운반하여 소금에 절이는 팀으로 넘겨주었습니다.

통에 소금물을 담아두고, 배추를 한 번 담갔다가 꺼냈습니다. 소금물에 한 번 절인 배추를 풀장 안에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풀장에 배추가 한 켜 쌓이면 그 위에 소금을 팍팍 뿌렸습니다.

양념팀은 장작에 불을 피워서 솥을 걸고 갖가지 재료를 넣어 육수를 만들었습니다.

길밭의 배추를 모두 자른 후 자리를 옮겨 고인돌 밭에서 수확해 온 330포기의 배추를 잘랐습니다. 스님이 톤백에서 크고 좋은 배추들만 골라서 빠른 속도로 꺼냈습니다.

배추가 산더미처럼 쌓이자, 대중은 재빨리 배추를 갈라 나갔습니다. 배추 속살이 갈라지는 경쾌한 소리가 곳곳에서 이어졌습니다.

두 시간 동안 부지런히 배추를 자른 결과 1000포기의 배추를 모두 잘랐습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호빵과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목을 축인 후 다시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배추 썰기를 마친 스님과 행자들은 창고 안으로 들어가서 무를 썰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무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시장에서 전부 무를 구매해 왔습니다.

깨끗하게 씻은 무를 도마 위에 올려 놓고 큼직큼직하게 잘라서 섞박지 무를 만들었습니다. 자른 무는 내일 선물로 포장할 때 양념과 버무려서 넣기 위해 모두 비닐에 다시 담았습니다.

그 사이 670포기의 배추가 풀장 안에 가득 찼습니다.

이제 배추를 소금물에 푹 담가 두어야 합니다. 풀장을 비닐로 덮고, 그 위에 팔레트와 돌을 올려 놓아 배추가 뜨지 않게 누른 후 다음 풀장에서 배추 절이기를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풀장에는 크고 무거운 배추들만 모아서 따로 절였습니다.

첫 번째 풀장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두 번째 풀장에서는 더욱 속도를 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금을 뿌리고, 온수를 풀장 안에 가득 부었습니다. 배추가 소금물에 푹 잠겼습니다. 이제 배추의 숨이 푹 죽을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섞박지 무 썰기까지 마무리한 후 오후 4시에 김장 1일 차 울력을 마쳤습니다. 동그랗게 모여서 몇몇 사람만 대표로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처음 김장을 함께 해 본 청년 붓다와 결사행자 교육생들의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풀장에 들어가서 김치 절이는 일을 해봤는데요. 갈수록 배추가 절여지는 건지, 제가 절여지는 건지... (웃음) 그래도 밥값은 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밭에서 배추 뽑는 것부터 절이는 것까지 해 보니까 정말 힘들었어요. 김치 한 조각 먹을 때도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겠다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울력을 마무리하며 닫는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어제 모두 밤늦게 도착해 새벽부터 하루 종일 일했으니, 오늘은 이만 일찍 마치겠습니다. 내일 새벽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어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뜨거운 김칫국에 밥을 말아먹으며 몸을 녹인 후 다들 일찍 휴식을 취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스님은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기 위해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저녁 7시 30분이 되자 유튜브 생방송에 4200여 명이 접속했습니다.

스님은 카메라 앞에 자리한 후 시청자들을 향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오늘 시골에 내려와서, 오전에는 대중과 배추 1000포기를 수확하고, 오후에는 배추를 갈라서 소금에 절이는 일을 여러 사람과 함께 했습니다. 약간 춥기도 했지만, 낮에는 뜨거운 햇살 때문에 오히려 더웠습니다. 오랜만에 하루 종일 칼질하고 노동을 했더니 몸이 좀 피곤한 상태입니다. 도시 생활은 편리해서 좋은 면도 있지만, 이렇게 시골에 내려와서 자연 속에서 노동하면 몸이 고되기는 해도 맑은 공기, 육체적 노동,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기쁨이라 느껴집니다. 여러분도 틈나는 대로 교외로 나가서 자연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으면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네 명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고등학생 아들이 인생이 재미없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며 부모로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고1 아들이 인생이 재미없다고 합니다. 부모로서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아들이 고1인데, 친구가 거의 없고 혼자 지내는 편입니다. 학업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지, 자기는 다른 애들과 다른 것 같다며 공부가 너무 힘들고 인생이 너무 재미없고 왜 사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도 자주 합니다. 저는 부모로서 어떻게 말해 줘야 할지, 어떤 태도로 도와줘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지고 힘을 잃지 않도록 하려면, 제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여쭤봅니다.”

“일반적인 학생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아이의 성향이 좀 특이해서 현재의 학교 시스템이나 공부 방식이 자신의 적성에 안 맞는 경우입니다. 자연 속에서 생활하고 싶다든지, 공부보다는 기계 만지는 일을 하고 싶다든지, 아니면 부처님처럼 출가해서 수행 생활을 하고 싶다든지, 이렇게 보통 학생들과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문제아라고 생각하시면 안 되고, 아이의 성향을 이해해 줘야 합니다.

대화해 보면서 그 나이 또래 아이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보고, 부모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어떤 이유가 있다고 판단될 때는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열어 주어야 합니다. 저도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절에 들어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아라든지, 정신 질환자라든지 이런 건 아니잖습니까?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볼 때는 학생이 공부를 중단하니까 큰 문제라고 여기죠. 그러나 지금은 인공지능도 발달하고 여러 변화가 있어서 굳이 학교에 다닐 이유가 있느냐는 생각을 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시대에 나는 이런 공부를 하고 싶다.’ 이런 입장을 명확하게 가진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저는 이런 경우에는 그 아이에게 맞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약간의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불안 요인이 있으면 가만히 못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미칠 것 같기 때문에 컴퓨터 게임에 몰두한다든지, 유튜브만 본다든지, 아니면 계속 여자아이나 남자아이를 만난다든지, 이렇게 어느 한쪽에 사로잡히는 증상이 생길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가 공부를 안 해서 문제다.’라고만 보면 안 됩니다. 야단을 쳐도 그때뿐이지 근본적으로 해결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아이에게 심리적 불안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정신과에 가서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불안 요인이 뭔지를 찾아야 하고, 상담 치료를 받든 약물 치료를 받든지 해야 증상이 완화되면서 안정을 되찾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학교에 가느냐 안 가느냐를 중심에 두면 안 되는 거예요.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아이의 상태를 점검해 봐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는 단순히 ‘문제아’라고만 생각합니다. 문제아라서 너무 다루기가 힘들고 방법을 모르겠다고 합니다. 질문자도 아이가 문제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먼저 아이의 정확한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첫째, 아이를 잘 지켜봐야 합니다. 내 생각대로 안 따른다고 해서 문제아라고 단정해서 나무라기보다는, 아이의 행동이나 생활 방식 등을 차분히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아이의 얘기를 많이 들어주어야 합니다. ‘도대체 왜 그러니? 무슨 말이 하고 싶어? 얼른 얘기해라!’ 이런 식으로 재촉하는 건 들어주는 게 아니라 말하라고 강요하는 거예요. 아이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들어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엄마, 나 학교 안 갈래.’ 그러면 ‘그래? 왜 안 가려고 그러니?’ 하고 물어봐 주는 겁니다. 그러면 아이가 이런저런 이유를 말하겠죠. 그러면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우선 공감해 주세요.

여기서 중요한 건 엄마가 나서서 결론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학교에 가지 마라거나, 그래도 학교에 가라거나, 부모가 먼저 판단하지 말고 그냥 들어주는 거예요. ‘그래서 힘들었구나.’ 하면서 계속 들어주다 보면, 아이 심리의 밑바탕에 어떤 원인 때문에 힘들어하고 방황하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가 ‘살 맛이 안 난다.’, ‘살면 뭐 하나?’, ‘왜 사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하는 것은 위험 신호입니다. 조금 더 진행이 되면 자살 위험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이 불안하다는 겁니다. 더 심해지면 ‘사는 게 의미가 없다.’라고 말하게 되고, 그 말은 ‘죽는 게 낫다.’는 말과 같습니다. 의미가 없는데 무엇 때문에 살겠어요. 결국은 자살하는 쪽으로 생각이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은 아이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게 아이를 관찰하고 얘기를 들어본 것을 바탕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야 합니다. 청소년들의 정신적인 어려움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나 상담사에게 질문자가 관찰한 내용을 자세히 얘기하면서 전문가는 어떻게 보시는지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내가 관찰해도 잘 모르겠다면,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서 검진을 받고 정확한 상태를 파악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어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지, 아니면 과거 상처로 인해 트라우마가 있는지 등 심리가 불안한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관찰하고 검진해서 정확히 아이의 상태를 알게 되면, 약물 처방이나 상담을 통해서 치료하면 됩니다. 치료를 위해서 휴식이 필요하다면 휴학도 해야 하고, 치료를 위해서 학교를 아예 그만두어야 한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 다니느냐 안 다니느냐, 시험을 치느냐 안 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 아이가 건강해지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런 점검을 해봤더니 심리적 질병도 없고, 누가 봐도 건강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라면 아이의 요구나 주장을 들어주어도 됩니다. ‘그래, 그렇게 한번 해 보자!’라고 하면 됩니다. 1년 내지 2년 정도 해보고 안 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 돼요. 출가를 하겠다고 하거나 신부가 되겠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왜 그렇게 하고 싶은지 물어보고 들어봐서 합당하면 ‘그래, 한번 해 봐라!’라고 해도 됩니다. 한두 해 해 보다가 못 견디고 돌아오면 다시 공부를 시작하면 되잖아요. 잘하면 계속 그 길로 갈 수도 있는 겁니다.

아이의 인생에 대해서 엄마가 미리 단정짓고 결정해서 이래라저래라 해 놓고선 내 뜻대로 안 된다고 해서 문제아라고 바라보면 안 됩니다.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이에게 약간의 정신적인 우울 증상이나 불안 증상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아이의 얘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고 정신과 의사의 검진을 받아보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의사의 진단에 따라서 대응을 하면 됩니다. 내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비록 부모라 하더라도 이런 부분은 전문가의 견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렇게 아이 상태를 점검하고 확인해 보면, 아이가 왜 그런지 알게 되고, 해결책도 찾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말씀해 주시는 내용 마음에 잘 새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 공장에서 일하던 중 기면증 진단을 받고 퇴사와 업무 중단을 반복하며 삶의 방향을 잃은 상태입니다. 지금 저는 어떻게 살아갈 길을 정하면 좋을까요?

  • 좋은 일을 하면 좋은 결과가 돌아오듯, 스님들도 결혼을 많이 한다면 더 행복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혼이 후대의 고통을 줄이는 길이 될 수 있을까요?

  • 오랜 경추 측만증과 최근 교통사고로 몸이 크게 불편해지며 ‘왜 내 인생은 이럴까?’ 하는 무력감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삶의 고통 속에서 저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질문자들이 모두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좋게 받아들여 줘서 저도 감사드립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여러 일이 일어납니다. 그 순간에는 모두 큰일처럼 느껴지지만, 5년, 10년이 지나 돌아보면 대부분 별것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실을 나중에서야 깨닫기보다는, 지금 겪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별일 아닐 거야.’라고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가볍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밤 9시가 넘어서 생방송을 마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김장 2일째 날입니다. 소금에 절인 배추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건져 물기를 빼고, 배추에 김칫소를 정성스레 버무린 뒤 섞박지 무를 사이사이에 넣어 통에 담는 작업을 하루 종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0

0/200

구자정

고맙습니다.

2025-11-24 07:02:13

이수정

고맙습니다.

2025-11-24 06:38:24

정의웅

지혜로운 말씀 감사합니다~

2025-11-24 06: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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