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11.14. 동아일보 인터뷰, 케이씨텍 초청 강연, 행복한 대화(6) 천안
“월급만 주고 집에 안 들어오는 남편,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인터뷰, 초청 강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등 여러 일정들이 하루를 꽉 채웠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 스님을 찾아온 기자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오전 8시부터 10층 접견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기자님은 청년 페스타를 개최하게 된 이유, 오늘날 청년 세대의 어려움과 사회 인식, 해외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 이유와 방식, 종교와 수행에 대한 정토회의 관점, AI로 ‘법륜스님 아바타’를 만드는 제안에 대한 입장, 한반도 평화 문제와 북미·남북 관계의 해법, 정토회의 운영 방식과 모자이크 붓다 개념, 스님 개인의 고민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스님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특히 기자님은 즉문즉설을 할 때 스님이 모든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스님이라도 모든 질문에 답을 하실 수는 없을 텐데요. 즉문즉설을 할 때 어려운 질문이 나오거나 답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답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대화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즉문즉답이 아니라 즉문즉설이군요.”

“그렇죠. 만약 정말 답을 해야 하는 질문이 있다면 그냥 ‘모른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어려울 게 없어요. ‘그건 잘 모르겠는데, 인터넷 검색해 봐요.’ 이렇게 말하면 그만입니다.”

“날카로운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문이었네요.”

기자님이 멋쩍어하자 스님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즉문즉설에는 정답이 없다, 자각만 있을 뿐

“즉문즉설은 질문에 정답을 주는 자리가 아닙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납니다. 첫째, 질문자가 스스로 ‘별일 아니네.’ 하고 깨닫는 경우가 있어요. 처음에는 큰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문제가 아니네.’ 하고 알게 되는 거죠. 불교적으로는 ‘제법이 공하다.’는 도리를 깨닫는 겁니다. 세상 일은 본래 별일이 아닌데, 생각이 뭉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둘째, 대화를 하다 보면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제가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조금 쉬어보겠습니다.’ 하고 질문자가 스스로 방향을 잡기도 합니다. 행동의 길을 스스로 정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부모님이 편찮은데 어떻게 도와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놓고 대화를 하다 보면, 질문자가 ‘이게 별일은 아니네요.’ 하고 가볍게 받아들이기도 하고,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하고 행동의 기준을 스스로 세우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질문자 입장에서는 ‘답을 찾았다.’고 느껴질 것입니다. 그래서 ‘스님이 좋은 답을 주셨다.’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저는 답을 준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늘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합니다. 저는 단지 질문자가 스스로 자각할 수 있도록 대화의 방향을 조금씩 이끌어갈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하는 이유와 방식, JTS의 구호 활동 원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9시 30분이 넘어서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스님은 정토회관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저녁 시간에 맞춰서 시청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한 달에 한 번 오전에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는 날입니다. 2000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가을이 부쩍 깊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은 기온이 뚝 떨어져 제법 쌀쌀했어요. 다음 주에는 영하권으로 내려갈 거라는 예보도 있습니다. 10월 중순이 되어서야 겨우 가을이 왔나 싶었는데, 어느새 다시 겨울이 성큼 다가오는 듯합니다. 이렇게 봄·가을은 짧아지고 여름·겨울은 길어지는 기후로 점점 변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가장 아름다운 가을의 한가운데입니다. 이런 좋은 계절에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이어서 참석자들이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자신의 인생 고민을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1시간 동안 네 명이 고민을 말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한 후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했습니다.

“온라인이든 현장이든, 고민이 있는 분은 누구나 신청해 질문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천안에서 즉문즉설 강연도 열리니, 직접 오셔서 대화를 나눠 보셔도 좋습니다. 직접 질문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의 질문을 듣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고민이 풀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토끼도 살고, 다람쥐도 사는데 사람은 왜 ‘살기 힘들다.’고 할까요? 그 말대로라면 사람이 토끼나 다람쥐보다 못하다는 뜻이 됩니다. 동물들도 새끼를 낳고 키우지만 ‘육아가 힘들다.’고 불평하지 않습니다. 이 말이 여러분의 육아가 힘들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주어진 일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해주려 하니 힘든 것이지요.

부모는 아이들이 잘 노는지 지켜보면 됩니다. 아이들이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는 것도 삶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어미 개가 사람처럼 매 순간 신경 쓰고 따라다닌다면 한꺼번에 많은 새끼를 어떻게 키우겠어요? 동물들은 젖을 먹이고, 위험하면 데려오고, 나머지는 내버려 두며 키웁니다. 그래야 보호 속에서도 자립하는 쪽으로 자랍니다. 육아도 이렇게 조금 여유를 가지고 해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평화재단을 찾아온 손님과 점심 식사를 함께 한 후 약 한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스님은 갈수록 여야 대립이 심해지는 상황 속에서 국민 통합의 길로 가려면 행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많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손님을 배웅해 드리고, 오후 2시에 정토회관을 출발해 ㈜케이씨텍 회사가 있는 안성시로 향했습니다.

케이씨텍 회사는 반도체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는 중견 기업입니다.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깨달음의장 수련에 다녀온 사람들이 많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회사 대표가 깨달음의장을 다녀와서 너무 좋았기에 사원들에게도 계속 깨달음의장을 추천한 결과입니다. 오래전부터 회사 사원들을 위해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마침 오늘 천안에서 강연이 잡혀서 가는 길에 들러 강연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오후 3시 20분에 케이씨텍 회사에 도착하자 양호근 대표를 비롯하여 임직원들이 반갑게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회사가 위치한 안성시의 김보라 시장도 함께 참석하여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안성시 시장입니다. 저도 깨달음의장 출신입니다. 스님이 오신다고 해서 왔습니다. 요즘 젊은 기업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찾아와 봤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질문을 했습니다.

“이 회사에서는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양호근 대표가 대답했습니다.

“제가 억지로 보내는 건 아니고요. 모두 개인이 희망해서 다녀온 겁니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깨달음의장을 다녀왔습니다. 어떤 직원은 깨달음의장을 다녀와서 ‘제 생일이 바뀌었습니다.’ 하고 말하기도 하고요. 본인이 새로 태어났다는 거죠. 아버지와 원수 관계였는데 깨달음의장을 다녀와서 관계를 회복했다는 직원도 있습니다. 반대로 본인은 많이 변했다고 말하는데, 옆에서 보기에는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여서 ‘갈 필요 없겠다.’ 하고 말하는 경우도 있고요.” (웃음)

양 대표님은 본인이 미국에서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사진을 보여 주었습니다.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회사 직원들의 변화를 듣고 나서 스님이 말했습니다.

“사람은 대부분 자기 생각에 갇혀 살아가기 쉽습니다. 평생을 살면서도 그 생각이 과연 옳은지 제대로 점검해 보지 않은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지요. ‘깨달음의장’은 바로 그 생각을 돌아보고 확인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됩니다.”

안성시 시장과 케이씨텍 대표는 깨달음의장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삶이 행복해졌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강연을 시작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강당에는 직원 300여 명이 자리했습니다. 김보라 안성시 시장과 양호근 케이씨텍 대표의 인사말을 들은 후 스님이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스님은 오늘 강연을 하게 된 인연에 대해 소개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일반 기업에서 강연을 하는 건 거의 5년 만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강연을 ‘대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비용을 받지 않고 진행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육군 본부, 경찰서, 구청 등 공익을 위해 일하는 기관에 먼저 시간을 배정해 왔습니다. 일반 기업 강연을 가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공공 영역의 일정이 우선되다 보니 시간이 잘 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케이씨텍에 오게 된 데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정토회에서 운영하는 ‘깨달음의장’ 수련 프로그램에 케이씨텍 직원분들이 다녀오신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강연’이라기보다 스님이 지나가다 들러 한 번 이야기 나누어 주면 좋겠다는 요청이 여러 번 있었고, ‘알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들르겠습니다.’ 하고 약속을 드렸지만 일정상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마침 오늘 저녁에 천안에서 시민들을 위한 강연이 있어 그 길에 들르는 것으로 시간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 여러분을 직접 뵙게 되었습니다.”

케이씨텍 직원들은 큰 박수로 스님을 반겼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사람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익명으로 질문지를 제출했지만, 스님이 질문지를 읽고, 질문자를 찾아 직접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여섯 명이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이 집에 자주 들어오지 않아 힘들다는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월급만 주고 집에 안 들어오는 남편,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요?

“남편이 집에 자주 안 들어옵니다. 회사 회식, 학교 동문회 모임, 개인 동호회 모임, 허구한 날 술 약속에 나가고, 술을 안 마시면 바다에 놀러 갑니다. 월급은 꼬박꼬박 잘 가져다주는데, 뽀로로도 아니고 노는 것만 너무 좋아하는 남편을 언제까지 놔둬야 할까요?”

“그래서 뭐가 문제인가요? 월급이라도 주니 다행이지요.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크리스마스에 교회나 성당에 꼭 갑니다. 그런데 제가 속한 정토회에는 가톨릭 냉담자(冷淡者)들이 꽤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교회나 성당에 갈 때면 옛날에 다니던 사람들을 모아서 찬송가 팀을 만들어 같이 가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 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가톨릭은 세례를 받으면 개종을 하지 않는 이상 계속 가톨릭 신자입니다. 그런 분들이 정토회에는 많이 있습니다. 그분들을 데리고 신부님께 가서 제가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신부님, 제가 잃어버린 양들을 찾아왔습니다. 앞으로 잘 간수를 하세요.'

그랬더니 신부님께서 저희를 쭉 둘러보시고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십일조는 성당에 내고 관리는 스님이 하세요.'

명언이죠. 얼마나 좋아요. 관리는 스님이 하고 십일조는 성당에 내라는 거예요. 제가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질문자가 바로 그런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십일조는 질문자에게 전부 다 내고 집 밖으로 돌아다니잖아요. 얼마나 좋아요? 십일조도 안 내고 집 밖으로 돌아다니면 문제가 되지만, 약속대로 꼬박꼬박 월급을 가져다주는데 그 정도 자유는 줘야 하지 않을까요?”

“쉬는 날이면 너무 바다로 가니까 아이들이랑 보내는 시간도 적고, 집에 있으면서 뭐라도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자기 할 일만 하고 돌아다니니까요.”

“그렇다고 이혼을 하게 되면 십일조도 못 받게 됩니다. 월급도 가져다주고, 시간을 내서 질문자하고 놀아도 주고, 아이들도 봐주고, 청소도 해준다면 너무 좋죠. 그렇게만 되면 말할 것도 없이 좋은 거죠. 그런데 질문자가 전생에 그만큼 복을 지어 놨나요? 십일조를 주는 남자를 만난 것만 해도 큰 복입니다. (웃음)

이혼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이들도 질문자가 봐야 하고, 청소도 질문자가 해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의 경우에는 남편이 십일조도 딱딱 가져다주고, 가끔 외로울 때 하루씩 함께 잠도 자주잖아요. 남편 없이 혼자 살면서 제비 한 마리를 키운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위험하겠어요? 내가 원하는 게 다 충족되지 않는 건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런데 이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안 되지만 남편이 질문자에게 해를 끼친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때리는 것도 아니고, 돈을 빼앗아 가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돈을 보태 주지만 단지 집안일을 좀 적게 도와줄 뿐입니다. 남편은 적어도 질문자에게 손해가 나는 행동은 안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단지 내가 원하는 수준의 남편이 아닌 것이지요. 혹시 더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꾸세요. 더 좋은 선택지가 있어서 바꾸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해서 지금 남편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란 겁니다.

그러니 ‘남편이 문제 있는 남자는 아니다.’ 이렇게 관점을 가져 보세요. 더 좋은 남자와 비교하면 부족한 건 맞아요. 하지만 더 좋은 남자는 돈이 많으면 반드시 돈값을 하고, 인물이 좋으면 인물값을 합니다. 인간의 특성이 원래 그래요. 그리고 바람을 피운다는 것도 아니잖아요. 동호회 모임이나 술 약속이 많다는 정도는 봐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물을 평가할 때는 그 기준이 무엇인지 잘 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도 다른 직원을 볼 때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 이렇게 생각되는 경우가 있죠. 사무실에서 전화라도 받아 주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게 있다면 불평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만큼 안 됐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제가 자식들에게 ‘부모를 욕하지 말라!’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만큼 부모가 안 해준 것은 맞지만, 부모가 나에게 손해를 끼친 것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어릴 때는 더 그렇습니다. 밥도 주고 재워도 주셨잖아요. 물론 자식이 원하는 만큼 해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죠. 그러나 부모가 나에게 손해를 끼친 건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원망하거나 미워할 일은 아닙니다.

그것처럼 질문자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이 십일조를 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좀 봐줄 만합니다. 십일조를 안 낸다면 문제가 되겠죠. 그러니 남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하기 때문에 불만족이 생기는 겁니다. ‘십일조라도 꼬박꼬박 내서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남편을 대해야 합니다. 강압을 하면 할수록 자꾸 도망을 가게 됩니다. 그러나 열어 두면 내가 우선 괴롭지 않고, 더 나아가서는 조금의 변화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한번 바꾸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인정받지 못하는 괴로움, 사춘기 아이에 대한 걱정, 상사의 거친 말투에 대한 스트레스, 자퇴를 앞둔 아이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제가 여기에 온 김에 소개를 해드리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행복학교’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누구나 행복할 수 있고. 누구나 행복을 배울 수 있습니다. 종교적인 의식을 모두 없애고 그냥 행복이라는 주제로 운영하는 학교입니다. 그리고 ‘깨달음의장’이라는 수련도 있습니다. 여기에도 종교적인 것은 없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해 보시면 나의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세상이 훨씬 더 넓고 좋아 보입니다. 내 인생은 내가 주인이 되어서 사는 것이고, 이것을 도와주시는 분이 부처님과 예수님입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케이씨텍 대표와 안성시 시장의 배웅을 받으며 인사를 나눈 후 다시 차에 올라탔습니다. 곧바로 안성시를 출발하여 천안시로 향했습니다.

차로 30분을 이동하자 곧바로 천안시 시내로 진입했습니다. 강연장 근처 국숫집에 들러 국수 한 그릇으로 저녁 식사를 한 후 강연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 강연이 열리는 곳은 천안 시청 봉서홀입니다. 스님이 강연장에 도착하자 강연을 준비한 천안 행복시민들이 시민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접수처 앞에는 스님의 강연을 듣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스님은 강연장을 찾은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강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가운데 가수 최유경 님이 사전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최유경 님은 JTBC <히든싱어 주현미 편> 모창 경연에서 결승까지 진출한 분인데, 오늘은 재능 기부로 무대 위에 올라 ‘신사동 그 사람’, ‘짝사랑’ 두 곡을 신나게 불러 주었습니다.

강연장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한 뒤 공연을 마친 최유경 님에게 스님은 무대 뒤편에서 사인한 저서를 선물하고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습니다.

“고마워요.”

이어서 스님을 소개하는 영상이 상영되고, 영상이 끝나자 스님이 큰 박수를 받으며 걸어 나왔습니다.

먼저 스님이 웃으며 천안 시민들을 향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모든 강연을 다 무료로 하기 때문에 제가 하는 강연에 출연하는 사람도 다 무료로 공연을 해야 해요. 그래서 최유경 님도 오늘 유료 공연이 하나 예정되어 있었는데 그걸 취소하고 이렇게 무료 공연을 해주셨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강연 장소도 천안시에서 무료로 제공해 주었고, 강사인 법륜스님도 무료로 강연을 하고, 강연을 진행하는 사람들도 모두 자원봉사로 참여해서 오늘 이 강연이 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 사는 게 꼭 뭐든지 돈 주고 거래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한번 보여주자!’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모든 자원봉사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박수를 한 번 부탁드립니다.”

박수갈채와 환호를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다섯 분이 먼저 질문을 하고, 이어서 현장에서 세 명이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사랑하는 아내에게 상처를 주는 자신의 무뚝뚝한 말투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내가 상처받는 줄 알면서도 무뚝뚝한 말투가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 모든 게 만족스럽고 감사한데, 딱 한 가지 고치고 싶은 게 있어서 질문을 드립니다. 제가 제일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데, 평소 저의 말투가 경상도라서 그런지 아내한테 너무 무뚝뚝하고 딱딱하게 얘기하고, 짜증 섞인 말도 자주 합니다. 아내가 상처받는 줄 알면서도 무뚝뚝한 말투가 변하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보면 서울 사람들은 말을 예쁘게 하고 다정다감하게 하잖아요. 저도 그렇게 말을 하고 싶은데 이게 정말 잘 안되더라고요. 안 되면 안 된다고 그냥 넘기면 되는데, 아이들이 있다 보니까 아이들이 조금씩 따라 배우는 게 눈에 보여서 정말 고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전기 충격기 말고, 천배 하는 거 말고 혹시 다른 방법으로 고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얘기를 하는 거 보니까 고치고 싶지 않다는 얘기로 들리네요. ‘전기 충격이 아니라 더 한 것도 고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이래도 될까 말까인데, 전기 충격기 빼고, 천배 빼고, 이 말은 안 고치겠다는 말이네요. 그냥 생긴 대로 사세요. 왜냐하면 경상도 부모 밑에 나면 그걸 따라 배워서 경상도 기질이라는 게 생기기 마련입니다. 서울 사람은 서울 기질, 함경도 사름은 함경도 기질이라는 게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적 특색을 살리는 게 좋지 않나요? (웃음)

그런데 화를 내는 건 고쳐야 합니다. 무뚝뚝한 건 괜찮아요. ‘밥 먹었나?’, ‘자자!’ 이런 건 괜찮아요. 그런데 화를 내는 건 성질머리가 더러운 겁니다. 그건 경상도하고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제가 밖에서는 잘 안 그러거든요. 밖에서 일할 때는 화를 그렇게 많이 내는 편은 아닌데요.”

“사람이 다 그래요. 왜냐하면 밖에서는 상대방이 나하고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 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까이 있는 사람한테는, 첫째, 긴장을 안 하고 방심하고, 둘째, 가까운 사이니까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작은 차이도 못 견뎌요. 결혼을 하거나 연애를 하거나 부모 형제 사이인 경우에는 ‘같아야 한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그마한 차이도 못 견딥니다. 그러나 남에 대해서는 차이가 나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대부분의 짜증은 가까이 있는 사람, 즉 가족한테 많이 냅니다. 밖에서 보이는 모습은 위장한 모습이고, 집에서 보이는 모습이 본모습입니다. 즉, 밖에서 보이는 모습은 화장한 얼굴이고, 집에서 보이는 모습은 세수하고 난 생얼굴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 것처럼 집에서 보이는 모습이 자기가 본래 가진 까르마입니다. 법륜스님도 일상생활에서는 가까운 사람에게 짜증을 좀 내요. 그게 본래 성질이에요. 그런데 여러분 앞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저의 본래 모습이 아니에요. 스님이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성질을 내겠어요? 그렇다면 정말 미친 사람이지요. 누구나 다 그래요. 위선적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사람은 누구나 그렇다는 거예요. 집에서는 가족하고 늘 같이 지내야 하기 때문에 속일 수가 없는 거예요. 조심하면 좋지만 노력한다고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닙니다. 오직 고칠 수 있는 길은 내가 거듭나는 수밖에 없어요. 예수님도 광야에서 40일간 금식하고 기도해서 거듭났고, 부처님도 6년간 고행해서 거듭났어요. 그런데 질문자는 천배도 하기 싫다는데 어떻게 거듭나겠어요? 그러니 아예 꿈도 꾸지 말고 생긴 대로 사세요.” (웃음)

“네, 감사합니다.”

“필요하면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쳐야 한다는 생각은 아무 도움이 안 돼요.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도 잘 안 고쳐지거든요. 고쳐야 하는데 안 고쳐지면 자기 학대가 일어나고, 자기 불신이 생겨서 결국 자기를 괴롭히게 됩니다. 그러니 ‘생긴 대로 산다.’, ‘이만해도 다행이다.’ 이런 관점을 갖는 게 좋습니다. 그 바탕 위에서 그래도 아이를 위해서 좀 고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노력을 해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고쳐지면 다행이고, 안 고쳐져도 괜찮습니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괴로움이 없습니다. ‘이 정도면 됐지 뭐.’ 이런 자세는 안 됩니다. 그건 안주(安住)하는 거예요. 만약 고쳐야겠다고 결심한다면, 아예 죽을 각오를 해야 해요. ‘이걸 못 고칠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이럴 정도로 각오하면 고쳐져요. 안 고쳐지는 건 없습니다. 예수님은 목수의 아들에서 하나님의 아들로 거듭났고, 부처님은 중생에서 부처로 거듭났어요. 무의식적 습관을 바꾸려면, 완전히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나야 합니다. 그래야 바뀝니다. 절에 가서 부처님의 6년 고행을 본받든지, 교회에 가서 예수님의 40일 금식 기도를 본받든지 하세요. 그런데 교회가 좀 낫습니다. 기간이 40일밖에 안 되니까요. (웃음)

첫째, 생긴 대로 살아도 괜찮습니다. 화를 좀 내고 짜증을 좀 내도 괜찮아요. 그런데 손실이 너무 크면 고쳐야 합니다. 성질머리를 고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좀 어렵습니다. 어려운 것을 고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충격을 좀 세게 줘야 하고, 둘째, 꾸준히 오래 해야 합니다. 한번 하고 마는 정도로는 안 돼요. 백일기도, 천일기도, 만일기도, 이렇게 꾸준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조금 강하게 충격을 줘야 성질이 고쳐집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반드시 자각(自覺)이 필요해요. ‘내가 화를 내면 아이들한테 정말 나쁘다.’ 하는 자각이 가슴속에 있어야 무의식이 바뀝니다. 남의 말만 듣고 ‘고쳐야 하는데...’ 이런 생각으로는 안 바뀝니다. 그래서 ‘내가 화를 안 내겠다.’ 하고 정했다면, 화를 냈을 때 자기에게 천배 벌칙을 주는 겁니다. 이렇게 벌칙을 계속 주면 결국에는 바뀔 수밖에 없어요. 한 번 화내고 두 시간 동안 절을 하려면 너무 힘들기 때문에 무의식이 깨어납니다. 화가 확 올라오다가도 ‘아이고, 또 절을 해야 하는데...’ 이러면서 화가 쑥 들어가 버립니다.”

“오늘 질문하기 전까지는 저에게 큰 문제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냥 생긴 대로 살겠습니다. 저는 부처님과 예수님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에 그냥 생긴 대로 살고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생긴 대로 사는 것도 좋아요, 말투도 괜찮고 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화를 내는 거는 미친 증상입니다. 화를 내는 것은 피해가 크기 때문에 생긴 대로 살면 안 돼요. 피해가 크니까 꼭 고쳐야 합니다. 그것만 유의하면 나머지는 괜찮습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 퇴사 후 이혼, 부친의 급성 백혈병 사망, 상속세 조사, 환불 소송 등 여러 문제가 한꺼번에 닥친 가운데 아들을 키우며 버티고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삶의 어려움 속에서 저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까요?

  • 같은 과 상사의 말투·표정·지시 방식이 거칠고 자극적이라 매일 스트레스가 쌓여 직장 생활이 너무 힘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마음을 내면 직장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까요?

  • 어릴 때부터 엄마가 출산과 양육의 고통을 제 탓으로 돌려 왔고 지금도 기대가 과해 늘 죄책감이 듭니다. 저 역시 딸에게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데, 이런 마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 유권자가 되기 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치 뉴스와 주변 어른들의 극단적 의견 때문에 무엇을 기준 삼아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스님은 정치와 정치인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보시나요?

  • 손녀와 살게 된 워킹 할머니입니다. 손녀와 엄마의 연결이 끊겼는데, 엄마를 보고 싶어하는 손녀에게 어떻게 얘기해 줘야 할까요?

  • 아이가 15살, 11살인데 잔소리를 자꾸 하게 됩니다. 아이에게 모범을 보이지 못하는 남편에게도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아이가 사람 노릇을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직장 다니는 30대 후반 여성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저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끼면 너무 슬픕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마쳐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스님이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재미있었어요?”

“네.”

“유익했습니까?”

“네.”

“재미가 있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졸리지도 않고 지루하지도 않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한바탕 웃고 즐기는 코미디는 볼 때는 재미있어도, 문을 나서는 순간 허전함이 남곤 하지요. 유익함이 있어야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그래서 첫째, 지금은 재미있어야 좋고, 둘째, 그 안에 유익한 내용이 있어야 오래도록 좋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너도 좋고 나도 좋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리입니다. 진리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만 좋으면 상대가 견디기 어렵고, 상대만 좋으면 내가 힘들어집니다. 이런 관계는 오래갈 수 없지요. 서로에게 좋은 방향으로 가야 지속 가능합니다.

오늘 질문자와 제가 나눈 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자만 좋았던 대화가 아니라, 아내에게도 좋은 내용이었지요. 아내만 좋고 본인은 손해를 보는 관계가 되면 결국 본인이 버티지 못합니다. 행복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지지 않습니다. 나도 좋고 너도 좋고, 지금도 좋고 미래에도 좋은 길을 찾아갈 때 비로소 행복이 지속됩니다. 여러분 모두 그런 방향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큰 박수와 함께 강연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무료로 장소를 대여받은 강연이라 도서 판매와 책 사인회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청중이 모두 강연장을 빠져나가자 스님은 강연을 준비한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천안 행복시민 파이팅!”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천안 시청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했습니다.

차로 두 시간을 달려 밤 11시가 넘어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내일은 하루 종일 결사행자와 법사단이 함께하는 자자 수련이 진행됩니다. 스님은 입재 법문과 즉문즉설, 회향 법문을 한 뒤, 저녁에는 청년 페스타를 준비한 서포터즈들과의 해단식에 참석해 법문을 전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7

0/200

구자정

고맙습니다.

2025-11-17 07:19:36

정태식

“즉문즉설은 질문에 정답을 주는 자리가 아닙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두 가지 변화가 일어납니다.
첫째, 질문자가 스스로 ‘별일 아니네.’ 하고 깨닫는 경우가 있어요.
세상 일은 본래 별일이 아닌데, 생각이 뭉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
괴로움이 일어날 때 괴로워하면 상황이 개선될까를 생각해 봅니다.

2025-11-17 07:16:54

최영관

고맙습니다...

2025-11-17 07:11:20

전체 댓글 보기

스님의하루 최신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