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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회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의 수행을 점검하는 수행법회가 열리는 날입니다.
어제까지 두북수련원에서 일정을 보낸 스님은 오늘 새벽 3시에 두북수련원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했습니다. 차로 3시간 30분을 달려서 6시 30분에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날이 밝자 수행법회를 하기 위해 3층 설법전으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 정각이 되자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하며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현장에는 100여 명이 자리하고, 온라인으로 4,000여 명의 정토회 회원들이 접속한 가운데 지난 주말에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청년 페스타’ 행사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정토회 대표가 청년 페스타 행사 결과를 보고해 주었습니다. 총 7,100여 명이 참가 신청을 하여 실제 행사장에는 3,5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행사 진행을 위해 청년활동가 280여 명, 지역 정토회 회원 180여 명, 불교대학과 경전대학 학생 200여 명이 자원봉사를 해주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은 수고한 모든 분들에게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어서 대중이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는 가을 소식을 전하면서 지난 주말 동안 청년 페스타 진행을 위해 수고한 활동가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올가을에는 가을비가 자주 내려서 추수가 조금 늦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지방에 내려가 보니, 추수가 다 끝나 있었습니다. 들녘에 남아 있는 초록빛이라곤 무나 배추 같은 김장 채소뿐이었어요. 다음 주에는 전국이 영하로 떨어질 만큼 추워진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한반도 기후를 두고 ‘사계절이 뚜렷하다.’라고 했지만, 이제는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을이 짧아졌어요. 9월까지 여름 더위가 이어지고, 11월 중순이면 바로 겨울이 들이닥치니 사계절의 균형이 많이 흐트러졌습니다. 특히 올해는 단풍도 늦게 물들었습니다. 예전엔 10월 말이면 단풍이 절정이었는데, 이제는 단풍이 드는 시기 자체가 늦어졌어요.
어제와 그제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원로 스님 몇 분을 만나 한국 불교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또 우리 사회의 갈등은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고찰도 참배했습니다. 단풍은 이미 다 졌겠거니 했는데, 뜻밖에도 가을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더군요. 덕분에 단풍도 마음껏 구경했습니다.
지난 주말에 사흘 동안 열린 ‘청년 페스타’의 현장 영상을 조금 전에 함께 보았습니다. 이번 행사를 위해 가장 수고가 많았던 분들은 다름 아닌 당사자인 청년특별지부 회원들입니다. 그리고 청년은 아니지만, 청년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정토회 회원들이 지원해 주었습니다. 특히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오시는 분들을 안내하기 위해,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먼 곳에서부터 길목마다 서서 안내문을 들고 계셨어요. ‘굳이 여기까지 나와서 안내할 필요가 있나?’ 싶을 만큼, 방문객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안내문을 들고 서 있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묵묵히 봉사해 주신 분들, 회관 입구에서 주차를 도와주신 분들, 공양간에서 수천 명의 식사를 준비해 주신 분들 덕분에 이번 행사가 무사히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정토회 봉사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사람들은 ‘정토회니까 가능한 일이다.’라고들 말합니다. 전문 기획사 없이 자체적으로 이런 행사를 치른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요즘은 회사든 단체든 대부분의 행사를 외부 기획사에 맡기잖아요. 그런데 청년 페스타는 청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진행했으며, 공동체 지부에서도 함께 힘을 보탰습니다. 행사에 필요한 수많은 자원봉사자도 모두 정토회 회원들이 맡아 주셨고, 출연자들 역시 전원 재능 기부로 참여했습니다. 이런 점들이 바로 ‘정토회의 저력’이라고 평가를 받았습니다.
물론 회관 공간이 조금 좁았고, 목표했던 1만 명에 비해 실제 참가자가 3,000명 정도였던 건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내부에서는 부족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이런 대규모 행사를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공간과 인력을 갖춘 것만으로도 부러움을 살 만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번 청년 페스타가 우리의 기대에 조금 못 미쳤더라도, ‘우리가 이만큼 해냈다.’라는 점에서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겠습니다.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이번 경험을 밑거름 삼아 다음에는 더 알차고 의미 있는 청년 행사를 만들어 보면 좋겠습니다. 이번 행사는 말하자면 연습 삼아 해 본 첫걸음입니다. 잘 마무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사람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온라인으로 두 명이 질문하고, 현장에서 한 명이 질문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내려놓는다는 것과 알아차린다는 것에 대해 일상생활에서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다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는 ‘내려놓는다’라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 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감정을 알아차리고 내려놓는다고 하지만, 정작 어떻게 내려놓아야 하는지 막막합니다. ‘두렵다.’, ‘억울하다.’, ‘수치스럽다.’ 하는 감정을 알아차린 뒤, 마음을 어떻게 탁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뜨거운 냄비는 그냥 탁 내려놓지만, 마음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요?”
“내려놓는다는 것은 사실 ‘알아차림’ 그 자체입니다. 알아차림이 일어나면 내려놓아지는 것이지 따로 내려놓을 것은 없습니다. 화가 나면 ‘화가 나는구나.’, 욕심이 올라오면 ‘욕심내고 있구나.’, 넘어졌다면 ‘내가 넘어졌구나.’ 하고 그냥 알아차리면 됩니다. 알아차림은 어떤 행동을 새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보는 것입니다. 한문으로는 ‘자각(自覺)’, 즉 스스로 깨어 있음이라는 뜻이지요.

예를 들어, 장기 입원 환자가 욕창이 생겨도 본인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신경이 잘 통하지 않아 통증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무지(無知), 즉 모르기 때문에 상처가 점점 커집니다. 만약 아프다는 걸 알았다면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겠죠. 이것처럼 질문자가 먼저 자기 상태에 대한 알아차림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해요.
그런데 알아도 내려놓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화가 난 상태는 어떤 상태일까요? 사실 화가 난 상태는 정신적으로 ‘미친 상태’와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 내가 화가 난 것을 알아차렸는데, 이 화가 곧 미친 상태라는 걸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화는 점점 커지고, 결국 그 화를 내려놓는 것이 불가능해집니다. 질문자가 고민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화가 난 상태는 정신적으로 일종의 ‘미친 상태’이고, 이 ‘미친 상태’에서 우리는 큰 손실을 볼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정신을 차려야 하지만, 우리는 종종 자신이 미친 상태라는 걸 모릅니다. 자신의 상태를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화가 나는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순간은 이미 ‘지금 내가 미친 상태구나.’라는 것을 아는 것과 같습니다. 이 상태가 좋지 않으며 손실을 가져온다는 걸 분명히 안다면, 화를 알아차리는 순간 저절로 화가 사라집니다. 눈앞에 독약이 든 음식이 있다면, 아무리 먹고 싶어도 ‘여기 독약이 들어 있다.’라고 알면 먹지 않겠죠. 굳이 ‘먹지 마라.’고 하지 않아도, 독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면 피하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독약을 먹으면 죽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독약을 먹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지금 이 음식에 독약이 들어있는지 모른다면 결국 먹게 됩니다. 반대로 음식에 독약이 들어있다는 걸 알아도 독약을 먹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모르면 역시 그걸 먹게 됩니다. 결국 독약을 먹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렇듯 ‘독약을 먹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고 ‘지혜’입니다. 그런데 독약을 먹으면 죽는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상태가 ‘근본 무지’입니다.
‘독약은 먹으면 죽는다.’ 하고 알았다면 근본 무지는 깨우친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먹는 음식에 독약이 들어 있는 줄을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먹고 죽게 됩니다. 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화가 나는 것이 미친 상태라는 걸 확실히 알아도 지금 화가 나는 줄 모른다면 그 미친 상태는 계속됩니다. 반대로 지금 화가 나는 줄은 아는데, 이 화가 미친 상태라는 걸 모른다면 역시 화를 알아차려도 계속 화내게 됩니다. 즉, ‘화가 나는 것은 미친 상태다.’ 하고 아는 것이 근본 무지를 깨닫는 것입니다. 하지만 찰나의 순간 화가 확 일어날 때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 미친 상태가 계속됩니다.
그래서 무지는 ‘근본 무지’와 ‘찰나 무지’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근본 무지를 깨우친 것을 ‘지혜’라고 하고, 찰나 무지를 깨우친 것을 ‘알아차림’이라고 합니다. 알아차림이란 독약이 들어 있는 사실을 아는 순간 저절로 안 먹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굳이 내려놓으려 애쓸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내려놓는다’라는 표현은 ‘알아차림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로 표현한 것일 뿐입니다.

질문자가 화가 나거나 욕심이 나는 것을 알아차려도 내려놓지 못한다면, 아직 근본 무지를 깨우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뜨거운 것을 만졌을 때 ‘뜨겁다’라는 걸 알지만, 손을 데는 줄 모르고 계속 손을 대고 있으면 결국 손을 뎁니다. 반대로 뜨거운 것을 만지면 손을 덴다는 것을 아는데, 지금 뜨거운지 모른다면 역시 손을 데겠죠. 결국 우리는 근본 무지를 깨우쳐 지혜를 증득해야 하고, 지금 이 순간 찰나 무지에 사로잡히는 내 상태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런데 ‘알아차려도 내려놓아지지 않습니다.’ 하는 것은 아직 근본 무지를 온전히 깨우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또, 아는 데 잘 안된다고 하는 것은 그때그때 자신에게 깨어 있지 못하고, 단지 지식으로만 아는 상태인 겁니다. 머리로만 ‘독약 먹으면 안 돼.’라고 아는 것과 같아서,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나면 그냥 먹어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부탄이 인터넷 등 보급으로 자살률이 올라가고 행복지수가 낮아진다고 들었습니다. JTS의 지원으로 물질적 만족이 이루어지면 개발이 가속화되어 환경 자원이 훼손되지 않을까요?
글쓰기를 통한 자기 성찰이 가능한가요? 바르게 본다는 '정견'이 어떻게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가르침 속의 ‘평등’과 수행에서의 ‘나이 제한’은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11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다가오는 20일에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리는 『 푸른배달말집』 책 잔치 우리말 강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자세히 소개한 후 법문을 마쳤습니다.
참석한 정토회 회원들은 모둠별로 마음 나누기 시간을 이어 가고, 스님은 지하 공양간으로 이동하여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오후 1시에는 남산 라이온스 클럽 김명신 총재와 이정근 안과 원장이 찾아와 JTS의 의료 지원 활동 방안과 의료 기기 기증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원래는 부탄에 지원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 우선 필리핀 JTS에 의료 기기를 기증하여 매년 의료 지원 활동을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기로 한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오후 2시에는 인도 정토회 임시 이사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현재 인도 정토회는 상카시아에 담마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FCRA(외국인 기부 규제법) 신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임시 이사회에서는 기존 이사회를 보강하기 위해 새로운 이사 다섯 명을 추가로 영입했으며, FCRA 신청을 위해 현지 인도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도 새롭게 꾸렸습니다. 이사회 구성원들의 만장일치로 제안된 내용을 승인한 후 임시 이사회를 마쳤습니다.

오후 3시에는 외교 안보 전문가들이 자리한 가운데 평화재단 회의실에서 미팅을 이어 갔습니다.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모임인데, 오늘은 지난 경주 APEC 정상 회의 성과를 진단한 후 북미 정상 간 만남이 이루어지지 못한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다방면으로 타진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후 4시부터는 조지 메이슨 대학교 송도 캠퍼스 관계자들이 찾아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평화재단과 조지 메이슨 대학이 서울과 워싱턴 D.C.에서 함께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향후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실내에서 여러 가지 업무를 처리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전쟁의 뉴노멀, 북중러 연대! 아시아판 나토?’라는 주제로 열리는 평화재단 창립 21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하여 전문가들의 발표를 듣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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