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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년 페스타 2일째 날입니다. 오늘도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강연, 세미나, 공연, 부스, 먹거리를 풍성하게 준비하여 청년들을 맞이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오전 10시 30분에 청년 페스타 행사가 열리는 9층 강당으로 향했습니다. ‘청년과 여는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강연과 함께 청년 페스타의 2일째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정동영 장관이 행사장에 도착하자 스님은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바쁘신데 이렇게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00여 명의 청년들이 자리했습니다. 먼저 통일부 장관이 되고 나서 김대중 대통령의 묘소 앞에서 개성 공단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하는 정동영 장관의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이어서 큰 박수를 받으며 정동영 장관이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한 시간 동안의 강연을 통해 정동영 장관은 청년이야말로 남북을 다시 잇고 한반도의 미래를 여는 중심 세대라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식민지와 전쟁, 독재와 가난을 딛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 중심에는 언제나 청년의 힘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이 서로의 일상을 나누던 개성 공단은 ‘작은 통일’이 실현되던 소중한 공간이었고, 저는 다시 그 문을 여는 일을 제 소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통일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일자리·문화·이동의 자유 같은 청년들의 삶과 직접 연결된 현실 문제이며, 단계적이고 평화적인 과정 속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남과 북이 만나고 협력하는 시간이 쌓여야만 통일이 가능하고, 내부의 국론을 통합해야 국제 사회에서 우리의 외교적 힘도 살아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념 싸움이 아니라 평화와 공존을 위한 용기이며, 청년들이 통일 의병·평화 의병이 되어 주어야 남북이 다시 연결되고 이 땅의 미래도 열릴 수 있습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청년들이 통일을 현실적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 남한 내부의 갈라진 인식, 통일부의 리브랜딩 필요성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고, 정동영 장관은 대화 재개와 직접 경험을 통한 인식 변화의 중요성, 국내 여론 통합, 미래 세대에 맞는 통일부의 이미지 전환을 강조하며 청년들과 폭넓게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청중석에 앉아서 정 장관님과 청년들이 소통하는 모습을 경청했습니다.

강연을 마친 후 스님은 정동영 장관과 함께 먹거리 부스가 있는 지하 공양간으로 이동하여 함께 점심 식사를 하며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를 개선해 나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이어 갔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정동영 장관을 배웅한 후 오후 1시에는 김예지 국회 의원의 강연에 참석했습니다.

김예지 국회 의원은 시각 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문화·예술·장애인 정책 분야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분입니다. 국회에서는 장애인의 권리 신장과 접근성 확대를 위해 다양한 법안을 발의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오늘 청년 페스타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별 없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시간을 내어 주었습니다.

안내견 태백이와 함께 무대 위에 오른 김예지 국회 의원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고 질문하는 용기를 가진 청년들이야말로 차별 없는 미래 정치를 만들어 가는 주체라고 강조했습니다.

“장애는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사회가 얼마나 공정한 환경을 제공하는가의 문제이며, 차별은 거대한 제도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익숙한 기준과 표현 속에 조용히 스며든다는 점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감각·언어·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결함이 아니라 다양성을 보여 주는 존재이고, 정치란 특정 자리에 앉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왜 이것이 당연한가, 누구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는가를 질문하는 순간부터 이미 여러분의 삶 속에서 시작됩니다. 미래의 정치는 경쟁보다 연대, 동질성보다 다름의 인정 위에서 자라며, 불편함을 감당하고 서로에게 공간을 내어 주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미 정치의 주체이며, 일상에서 질문하고 소통하고 선택하는 행위가 곧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차별 없는 정치’의 출발점입니다.”

이어진 질의응답은 정신 병원 보호 입원 제도, 국가에 대한 신뢰, 부동산 정책의 공정성 등을 두고 청년들이 현실적인 고민을 거침없이 질문했고, 김예지 의원은 절차적 안전 장치, 제도 보완의 필요성, 시민이 직접 팩트를 확인하며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청중석에 앉아 김예지 의원이 청년들과 대화하는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스님은 접견실로 이동하여 김예지 국회 의원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다음 프로그램에 출연할 예정인 김제동 님도 일찍 도착해서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정신 질환자 보호 입원 제도 개편 문제, 가족에게만 과도하게 부과된 돌봄 책임, 존엄사와 생명 연장 결정의 어려움, 장기 기증 동의 절차 등 한국 사회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깊은 제도적 과제들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 갔습니다. 특히 스님은 장기 연명 치료 중단 문제를 직접 경험한 사례를 나누며 사회적 심사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김예지 의원은 한국 사회가 가족 중심 문화에 뿌리내려 있어 변화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반드시 논의가 필요한 영역임을 짚었습니다.

차담을 마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오후 2시부터는 김제동 님의 직썰 톡톡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지하 대강당에는 500여 명의 청년들이 자리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가수 난아진 님이 활기찬 노래로 강연장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어서 김제동 님이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로 올라와 기죽지 말고 세상을 뒤집어보라는 메시지를 유머와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청년이 왜 기죽습니까? 누구 앞에서도 기죽을 필요 없습니다. 세상이라는 게요, 그냥 조금 비틀어 보고 ‘이거 왜 이래요?’ 하고 한마디만 던져도 이미 자기 길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세상에 정답 알고 사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저도요, 맨날 흔들리고 방황합니다. 근데 그 흔들림이 나쁜 게 아니라, 그게 청년의 힘이고 재능입니다. AI 시대라고 겁낼 것도 없습니다.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건 웃고, 고민하고, 친구 사귀고, 서로 마음 살피는 일입니다. 너무 큰 정답을 찾으려고 애쓰지 말고, 하루에 몇 번만이라도 슬슬 웃고, 나를 좀 가볍게 해 주세요. 남 눈치 보지 말고, 내 기쁨 쪽으로 살짝 방향만 틀면 됩니다. 불안해도 괜찮고, 흔들려도 괜찮고, 그 상태로 질문하고 뒤집어 보고 한 발 나아가는 게, 저는 그게 청년의 진짜 힘이라고 믿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김제동 님은 장내에 흐르던 “뭘 물어봐야 하지?” 하는 분위기를 캐치하고 먼저 법륜스님을 지목했습니다.

“스님, 평생 남들 질문만 들으셨으니 오늘은 청년 법륜이 한 번 질문하시죠!”
마이크를 넘기자 스님은 곧바로 고민을 말했습니다.
“김정은하고 트럼프를 어떻게 만나게 할 수 있을까요? 그게 제 고민입니다.”

스님이 묵직한 국제 정세 질문을 던지자 강연장은 웃음바다가 되었고, 김제동 님은 그대로 받아쳤습니다.

“스님, 현실에 발을 좀 딛고 사세요! 청년들하고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정상 회담을…!”
그러면서도 스님의 질문을 큰 시대 변화 속에서 청년들의 역할을 생각하자는 메시지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냈습니다.

이어진 질문들도 청년들의 분위기에 맞게 다양했습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자신감, 외로움, 연애, 학력 콤플렉스, 통일, 청년 정치, 시대 변화 속에서의 불안 같은 현실적인 고민들로 흘러갔습니다. 김제동 님은 가벼운 농담과 깊은 위로를 오가며 청년들과 긴 호흡을 나눈 후 큰절로 인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문득문득 행복하면 됩니다. 하루 세 번만 슬슬 웃읍시다. 여러분은 앞으로 100년 뒤 대한민국을 여는 세대입니다.”
강연을 마치고 곧바로 오후 4시에는 다음 강연자인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강연을 하기 전에 청년 페스타의 취지와 교육 현장의 현실, 그리고 각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여러 주제를 오가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정근식 교육감은 최근 잇따른 학생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교육자의 마음이 얼마나 무거운지 토로했습니다. 이에 스님은 학교마다 상담 전문가를 상주 배치하고, 조기 발견·조기 치료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조했습니다. 또 정서적 어려움을 지닌 학생들을 한 반에 배정하기보다 소규모 반 편성·담임 복수 배치 등의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30분 간 대화를 나눈 후 강연 시간이 되어 함께 9층 강당으로 이동했습니다.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정근식 교육감은 ‘경쟁 없는 협력 교육’을 주제로 한 시간 동안 열강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이 다녔던 학교와 지금의 학교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경쟁과 성적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불안·우울·외로움 같은 정서적 어려움을 돌보고 ‘마음의 건강’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공부보다 ‘관계 맺기, 감정 조절, 자기 이해’가 필요하고, 부모와 교사 역시 빠른 사회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청년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속도로 삶을 꾸려가며, 협력과 공감의 능력을 갖춘 민주 시민으로 성장해야 미래 사회가 건강해집니다. 무엇보다 기성세대가 자기 미완의 꿈을 자녀에게 강요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믿고 놓아 주는 것이 한국 교육의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청중석에서는 현실 교육 문제를 짚는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특수 교사로 일하는 참석자는 AI 시대에 느린 학습자와 장애 학생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질문했고, 교육감님은 난독·난산·느린 학습자를 위한 ‘학습진단성장센터’, 맞춤형 AI·에듀테크 프로그램, 넓은 의미의 특수 교육 체계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청년 실업과 적성 문제, AI 시대의 직업 변화 등 청년들이 직접 겪는 불안에 대한 질문도 나왔으며, 교육감님은 대기업 취업 여부보다 자기 주도성과 협력 능력이 더 중요한 시대라고 강조하며 청년들이 스스로의 길을 찾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스님은 청중석에 앉아 끝까지 강연 내용을 경청했습니다.

한편 정토사회문화회관 15층 옥상에서는 무소음 DJ 파티가 한창이었습니다. 청년들은 무선 헤드폰을 끼고 각자의 리듬에 몸을 맡기며 자유롭게 음악을 즐겼습니다. 옥상 밖으로는 소리 하나 새어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저녁 6시 30분에는 장애인 배우 겸 화가인 정은혜 작가가 가족들과 함께 스님을 찾아와 함께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정은혜 작가는 오후 4시부터 6층 회의장에서 열린 청년 페스타 에코 시네마 코너에 출연하여 청년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년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참 좋았다며 소감을 나눈 후 그동안의 안부도 주고받았습니다.

정은혜 작가는 직접 그린 그림으로 만든 책에 사인을 해서 스님에게 선물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진 선물이네요.”

이어서 정은혜 작가가 요즘 고민을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저도 드라마에 출연한 다음에 조금 유명해졌잖아요. 그런데 그 후로 출연해 달라는 섭외가 안 들어와서 고민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연기하는 것도 하고 싶거든요. 그림만 열심히 그려도 먹고살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스님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연기든 글쓰기든 그림 그리기든 그저 내가 좋아서 열심히 하면 돈은 벌릴 때도 있고, 안 벌릴 때도 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벌리는 돈으로 부자가 되는 건 괜찮습니다. 그런데 ‘부자가 되겠다.’ 하는 목표 자체에 매달리면 돈의 노예가 되고, 평생 돈 걱정에 휘둘리며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살 필요는 없잖아요.”
“네, 맞습니다.”
작가님의 가족들도 각자 고민을 이야기하다 보니 스님이 강연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작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서둘러 지하대강당으로 향했습니다. 45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강연에 앞서 동국대 백상 응원단에서 여는 공연을 해주었습니다.


절도 있는 동작과 경쾌한 리듬, 손끝까지 살아 있는 퍼포먼스가 이어지자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청년들의 에너지가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활기찬 무대에 이어서 오늘의 강연 주제인 ‘평화’에 대한 영상물을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이 끝나자 스님이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로 걸어 나왔습니다. 먼저 스님이 웃으며 인사말을 했습니다.

“오늘 청년 페스타에서 준비한 여러 부스들을 잘 둘러보셨습니까? 강연도 잘 들으셨고요?”
“네!”
“이번 행사는 내일까지 계속되지만, 오늘 2일째 일정은 이 강연이 마지막입니다. 이번 강연의 주제는 개인의 문제보다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데 ‘사회 문제’라는 것이 개인과 완전히 분리되어 따로 생겨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문제가 모여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하고, 또 개인의 영향력과는 별개로 작용하는 성질도 있지요. 그래서 정토회는 어떤 환경에 놓이더라도 괴로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수행’을 삶의 기틀로 삼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좀 더 평화롭고,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만들어 가자는 뜻을 품고 다양한 사회 실천 활동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 활동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운동, 어려운 이웃을 돕는 구호 활동, 그리고 지구적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 운동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여러분의 질문을 바탕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이어서 누구든지 평화 문제를 비롯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누구든지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네 명이 궁금한 점을 묻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지금의 극단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 고민을 털어 놓았습니다.

“저는 각 개인의 정치관 속에 그 사람의 인생관, 특히 사회적 부의 순환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치관을 굉장히 중요한 기준으로 여깁니다. 실제로 저는 일상에서 맹목적이거나 고집스러운 정치관을 가진 사람들과는 가급적 관계를 맺지 않으려 하고, 특히 혐오를 이념처럼 내세우는 이들과는 거리를 둡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계기는 지난 12.3 비상계엄 이슈와 대선 시기에 겪은 일입니다. 국가와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문제였는데, 제 지인 중에는 비상계엄을 옹호하거나 그 책임자들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런 사안을 놓고 가까운 사람조차 설득할 수 없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을지 깊이 우려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요즘 사람들과의 ‘대화의 어려움’입니다. 많은 이들이 상대를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자기 생각만 고집하며 관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대화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았고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선량한 성격을 발견할 때면, ‘그가 특정 정치 이념에 물들었다는 이유로 내가 배척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정치 이야기는 아예 꺼내지 않고 지내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처음부터 정치관을 물어보고 맞지 않으면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나은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과 때때로 충돌을 감수하더라도 대화와 이해를 시도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갈등을 피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의 방식인지, 이 부분이 궁금합니다.”

“제가 질문자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인간관계를 맺을 때, 그 사람의 종교는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만약 상대의 종교가 질문자와 다르면, 대화조차 하지 않고 관계를 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종교가 다르더라도 대화하고 교류하며 지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은 종교는 다르지만, 설득해서 종교를 바꿀 가능성이 있는 사람만 사귀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은 아예 만나지 않는 게 낫다고 보시나요?”
“저는 실제로 특정 종교인을 만나 본 적이 있습니다. 다른 종교라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무조건 배척하는 태도는 저로서는 이해도, 수용도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 제 삶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종교인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최근 들어 저를 혼란스럽게 만든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 양극단으로 갈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당 지지율이나 대통령 지지율만 봐도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다양한 종교나 가치관을 전제로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존중할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그들과 대화하고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극단적 이념에 사로잡혀 서로 헐뜯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현실을 보며 ‘그들을 다 배척해 버리면, 나는 결국 아무와도 관계를 맺을 수 없겠구나.’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그래서 제가 질문자에게 그런 질문을 드린 겁니다. 저는 여러 사회 활동을 하면서 함께하는 이들의 종교가 달라도, 특정 사안에 뜻이 같다면 그들과 기꺼이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기독교 목사님이든, 천주교 신부님이든, 원불교 교무님이든 상관없습니다. 서로 종교는 다르지만, 인도적 대북 지원이나 기후 위기 대응 같은 문제에 대해 뜻이 같다면, 그들과 협력하고 교류할 수 있습니다. 그런 관계에서 불교로 개종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뜻이 맞는 일에만 함께하는 것이죠.
그런데 세상에는, 정치적 이념이 다르면서도 상대를 바꾸겠다는 목적으로만 협력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는 어떤 종교인은 ‘개종하지 않으면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는 전교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 바꿀 가능성이 없으면 그 사람에게 시간을 쓰려하지 않겠지요. 그러나 전교가 목적이 아니라면, 사람을 만날 때 종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목표가 같다면 함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명상을 함께 하기로 했다면, 정치 성향이 달라도 함께 명상할 수 있고, 기후 위기 해결이라는 문제의식이 같다면, 이념이 달라도 함께 환경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에 관한 관점이 같다면, 종교나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함께할 수 있는 겁니다.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이 평화에 관해서는 진보적인 관점을 갖기도 하고, 정치관이나 사상, 종교가 다르더라도 한반도 평화라는 목표 아래 뜻을 모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평화 문제에 아주 적극적인 종교 단체도 있고요.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트럼프 정부 1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헌법이나 법률을 지키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의 대화라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오바마, 클린턴, 바이든과 같은 미국 민주당 인사들은 김정은과 대화 자체를 시도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똑똑하고 스마트하다.’라며 대화의 문을 열었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한반도의 평화입니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트럼프와 협력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정책은 우리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평화 문제만큼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과 함께 가야 합니다.
과거 트럼프가 방한했을 때, 진보 진영은 ‘전쟁 반대’뿐 아니라 ‘트럼프 방한 반대’도 외쳤습니다. 저는 전쟁 반대만 외쳤습니다. ‘트럼프 방한 반대’는 뺐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지만, 상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트럼프가 전쟁도 할 수 있고, 평화도 만들 수 있는 양면적인 성격을 가졌기에, 전쟁 반대라는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이념의 극단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저 사람은 나쁜 놈이니 말할 필요 없다.’ 하는 태도는 위험합니다. 모든 사람과 대화의 문을 열어 두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기독교는 하나님을 믿기 위해 개종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불교는 믿으면 좋지만, 안 믿어도 괜찮다는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너도 나처럼 되어야 해!’라고 요구하면 대화는 불가능해집니다. 밥은 스님인 제가 사더라도, 기도는 목사님이 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달에 한번 이웃 종교인 분들을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해 드리는데, 목사님께 기도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것은 문화입니다. 문화를 서로 존중하고 수용할 수 있을 때 서로 함께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기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와 협력하는 것이 공동의 이익이 된다면 그 점을 감수하고 협력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앞으로를 생각하면, 일본과 협력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과거를 따지기보다, 미래의 이익을 위해 손을 잡고, 그 후에 과거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남북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6.25 전쟁을 일으킨 과거만을 따진다면 협력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협력이 이익이 된다면, 그 바탕 위에서 과거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 안의 여야는 서로를 척결 대상이라며 싸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북한도, 일본도, 상대 정당도 다 척결 대상이 됩니다. 그게 옳은 방식일까요? 아닙니다. 물론 명백한 범죄는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합니다. 그러나 단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사회를 분열로 몰고 갑니다.

이념이 달라도, 종교가 다르더라도, 대화를 해야 합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함께하고, 없다면 따로 가면 됩니다. 하지만 힘으로 밀어붙이면 반드시 반발이 생깁니다. 진보가 밀어붙이면 보수가 반발하고, 보수가 밀어붙이면 진보가 반발합니다. 그래서 남북 관계도 한 정권이 한 걸음 나아가면, 다음 정권이 한 걸음 후퇴하는 반복만 50년째 이어져 왔습니다. 이제는 두 걸음 나가려 하지 말고, 여야가 합의해 한 걸음씩만 나아가되, 정권이 바뀌어도 후퇴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평화에 가까이 왔을 것입니다. 이런 지혜가 필요합니다.
요즘 이념의 극단이 심해져서, 저 같은 사람은 좌파로도, 우파로도 불립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분류에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북한 안에 있든, 밖에 있든, 한국에 있든, 사람이 어렵고 힘들다면 도와야 합니다. 하지만 이념에 매이면, 어떤 사람은 북한 내부에 있다는 이유로, 또 어떤 사람은 북한을 탈출했다는 이유로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모두 정치적 입장에 따라 판단하는 태도입니다. 그 사람이 어디에 있든, 어렵기 때문에 돕는 것, 그것이 비정치적이고 인간적인 태도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는 누구와도 대화의 문을 열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필수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남북은 정치·사회·문화적으로 많이 달라졌고, 통일의 필요성이 예전만큼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여전히 통일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최근의 상황을 보며,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 북한 주민들과의 선거에서 또다시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이런 불안 속에서 통일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좋을까요?
교실에서 마음의 평화를 잃은 학생들을 마주하며 교사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을 위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고, 어떤 선을 지켜야 하는지 그 경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국제 갈등 속에서 국익과 인류 보편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할까요? 대한민국은 국가로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며, 시민으로서 우리는 정치인들에게 어떤 방향을 요구해야 할까요?
대화를 마치며 스님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세 가지 과제와 그 속에서 국가의 역할과 청년의 역할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평화, 둘째는 국민 화합, 그리고 셋째는 지속 가능한 발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화합은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서로를 적대적으로 대하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그 다름을 이유로 상대를 혐오하거나 적으로 삼는 것은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청년 세대에게 출산율이 낮다고 지적하기보다는, 그 원인을 고민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주택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교통이 편리한 도심 지역, 특히 전철역 근처에 10평이든 15평이든 소형 임대 아파트를 조성해서, 젊은이들이 월급의 10% 정도만 내면 직장 근처에서 언제든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사교육 문제입니다. 공교육만으로 적어도 중학교까지는 충분히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아이를 낳고 싶어도,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망설이게 됩니다. 내가 차별을 당하는 것은 참고 견딜 수 있어도, 내 아이가 학교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은 참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적어도 일정 수준까지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단순히 ‘아이를 낳으면 천만 원을 준다’ 하는 방식으로는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이를 낳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택 문제는 사회 시스템을 조금만 바꾸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는 자가용도 있고 경제적 여유도 있으니 도시 외곽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한 도심 내 역세권에 임대 주택을 공급해야 합니다. 월급을 200만 원 받으면 20만 원, 300만 원을 받으면 30만 원 정도만 임대료로 내고도 살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합니다.
주택, 교육, 의료는 국민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입니다. 그중 의료는 어느 정도 제도적으로 안정되어 있지만, 주택과 교육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문제만 제대로 해결되면, 굳이 재벌기업이나 대기업에 취직하지 않아도,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꼭 고임금이 아니어도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 그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일들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예전에 4대강 사업 등에 수십 조 원을 투입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런 예산을 배정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부탁드립니다. 정치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치적 의식을 가진 시민이 되십시오. 우리가 낸 세금이 정말 국민을 위해 합리적으로 쓰이도록 의견을 내고, 투표를 통해 의사를 반영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합니다. 단지 유튜브를 보고 누군가의 말을 따라 투표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직접 투표에 참여하는 시민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진정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사회 문제에 아예 무관심해져 버린다면, 결국 세상은 소수의 열성분자들에 의해 움직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이 사회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큰 박수와 함께 청년 페스타 2일째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참석한 청년들이 모두 정토사회문화회관을 빠져나가자 서포터즈 봉사자들은 각자 맡은 구역을 청소하고 뒷정리한 후 내일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내일은 청년 페스타 3일째 마지막 날입니다. 오전에는 배우 조인성 님이 ‘삶의 길을 함께 찾다’라는 주제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고, 오후에는 스님이 ‘기후 위기와 AI 시대, 청년에게 건네는 희망 이야기’를 주제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눈 후, 폐막식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청년 페스타 행사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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