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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부탄 답사와 준공식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부탄은 3일째 계속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트롱사에서 하룻밤을 머문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동이 트기 전 5시에 트롱사를 출발하여 젬강으로 향했습니다.

가파른 산길을 4시간 동안 달려 오전 9시에 JTS 센터가 있는 판탕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차에서 내리자 이곳에서 봉사하고 있는 JTS 활동가들이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스님은 한국인, 인도인 봉사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격려의 말을 건넸습니다.
“다들 수고가 많아요.”

그리고 JTS 활동가들을 비롯하여 이번 부탄 방문 일정을 동행하기로 한 부탄 공무원들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단주를 선물로 증정했습니다. 방콕 정토회원이 만들어서 보내준 약밥도 손수 들고 와서 활동가들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JTS 활동가들은 스님에게 삼배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가볍게 안부를 주고받은 후 오늘 일정에 대해 의논하고, JTS 센터 옆에 창고를 짓고 있는 현장을 돌아보았습니다. 아직 기둥만 세워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힘들게 일하지 말고 가능하면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서 작업을 하세요.”

창고를 어떻게 지을지 의논을 한 후 잠시 휴식을 했습니다. 오전 11시가 되어 '워터 프로젝트' 준공식을 하기 위해 부다시(Budashi) 초등학교로 이동했습니다.
부다시 초등학교는 JTS가 식수 개선 사업을 진행한 학교입니다. 이곳에는 수원지 취수 구조물을 새로 세우고, 8,000리터 규모의 물탱크를 신축했습니다. 파손된 수돗가는 보수하고, 새로운 수돗가도 만들었습니다. 또 교실과 화장실에 식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약 2.2km에 이르는 배관을 새로 연결했습니다.

오전 11시 10분, 학교에 도착하자 학교 관계자들이 나와 환영해 주었습니다.


현판에 걸린 천을 걷으며 준공식을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먼저 새로 만든 식수대 두 곳을 둘러보았습니다. 직접 수돗물을 틀어보며 물의 흐름을 확인했습니다. 이어서 화장실과 교실 내부도 꼼꼼히 살펴보았습니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스님을 바라보던 아이들과 웃으며 인사도 나누었습니다.


학교 곳곳을 둘러본 후 11시 30분에는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공양 장소 한편에는 부탄 국왕 즉위 17주년을 기념하는 등불이 밝혀져 있었습니다. 스님은 불을 향해 합장을 하고 축원했습니다.


공양을 마치고 스님은 식사를 준비해 준 마을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촉바에게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부탄 공무원들과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12시 25분이 되어 람탕 마을로 출발했습니다. 차로 이동하던 중, 홍수로 막힌 도로의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5분 정도 대기한 후 다시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12시 50분에 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습니다. 새로 지은 집은 언덕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마을 리더인 촉바의 안내를 받아 미끄러운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걸어 내려갔습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오후 1시부터 소박한 준공식이 진행됐습니다. 집 현관에 걸어 둔 리본을 풀고 솔잎에 술을 묻혀 집안 곳곳에 뿌렸습니다.


준공식을 마치고 스님은 새로 지어진 집을 둘러보며 집 안팎을 살폈습니다.
“깔끔하게 잘 지었네요.”

집을 다 둘러보고 현장에 있던 마을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공사에 참여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동네 목수가 기술을 지도했고, 자재는 모두 마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운반했다고 합니다. 람탕뿐 아니라 인근 무다시 마을과 다른 지역 주민들까지 함께 와서 집 짓는 데 힘을 보탰다고 전했습니다.

“이 집 주인이 누구예요?”
촉바가 대신 대답했습니다.
“주인 아들은 군인이고, 며느리는 뇌전증을 앓고 있어 병원에 자주 다닌답니다. 아이들이 지낼 집이 마땅치 않아서 꼭 집을 지어 달라고 요청해서 이렇게 집이 완성됐어요. 진심으로 고맙다고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촉바와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1시 20분에 다음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비에 젖어 미끄러운 길을 다시 올랐습니다. 스님은 몇 번을 멈추며 힘겹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오후 1시 40분에 다음 집에 도착했습니다. 흰 천을 풀고 축원을 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잠시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이 몇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이 집에는 어떤 가족이 살고 있나요?”
“가족은 총 네 명입니다. 부부와 딸 둘이 함께 삽니다. 큰딸은 성인이고, 둘째는 아직 열 살도 안 됐어요.”
“그동안 집이 없었어요?”
“네, 너무 가난해서 집을 짓지 못하고 살았다고 합니다.”

이 집도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어졌습니다. 인근 여러 마을 주민들도 집 짓기에 힘을 보태 주었다고 합니다.
“이 마을 사람들이 다 같이 힘을 합해 집을 지었나요?”
“네, 이 동네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마을 주민들도 함께 도왔습니다.”
람탕 마을에 새로 지은 집들의 준공식을 모두 마치고, 오후 2시에 고싱 게옥 사무실로 이동했습니다. 오후 2시에 스님이 게옥 사무실에 도착하자 마을 주민 30여 명이 정성껏 환영을 해주었습니다.


뒤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앞으로 가까이 앉도록 정비한 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집 짓기 프로젝트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수고한 마을 주민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힘을 합해 집을 짓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자신의 집을 짓는 것도 힘든데 남의 집까지 지어 주려니 더욱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일곱 종류의 시범 사업 중에서도 집을 짓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상수도를 설치하는 일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물을 마시기 때문에 기꺼이 참여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다니는 길이 흙으로 질척거리면 불편하니까, 도로를 시멘트로 포장하는 프로젝트에도 모두 잘 참여합니다. 치옥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도로 중 질퍽거리거나 경사가 높은 부분을 포장하는 일도 주민들이 모두가 차량을 이용해야 하므로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농수로를 놓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밭에 울타리를 치는 일은 본인 땅일 때는 혼자 할 수도 있고, 땅이 맞붙어 있을 때는 함께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프로젝트는 집을 짓는 일이었습니다. ‘내 집을 지을 때 도와주지 않았던 사람의 집을 짓는 것을 도와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이틀 정도는 도와줄 수 있지만, 집 한 채를 다 짓는 데에 보통 두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여러 날 참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형편이 괜찮은 집은 주민들에게 밥이나 술을 대접하며 협력을 요청하기 때문에 지원이 쉽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도와 집을 짓는 일이 지금까지 해본 사업 중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집을 짓는 데에는 전문가인 목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개 봉사보다는 돈을 받으려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취지는 누군가가 집을 대신 지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집을 지어야 하는데 재료를 살 돈이 없을 때 재료를 지원해 주는 것이 본래 취지입니다. 즉, 일은 내가 직접 하지만 재료비가 부족하면 그 재료를 지원받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집안에 환자가 있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 집을 짓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형편이 어려워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적도 거의 없었을 겁니다. 그러다 보니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남의 집을 지어 주는 일이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 어려운 일을 여러분이 이렇게 잘 해내셨습니다.

JTS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트롱사주 콜푸 치옥에서 집 한 채를 지었습니다. 그때는 매우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동네 사람들이 함께 참여했는데 나중에는 참여하지 않아 결국 목수가 거의 혼자 지었습니다. 그래서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게 되었죠. 이 프로젝트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집을 짓겠다면 신청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신청하지 말라고 안내했습니다. 동네의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었지만 혼자서는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함께 집을 짓자는 것입니다. 즉, 건축 재료만 지원해 주면 마을 사람들이 서로 도와 집을 짓겠다고 약속한 신청자들을 프로젝트 대상자로 선정하였습니다.
이번에 여러분이 집 두 채를 지으면서 많은 봉사를 하셨습니다. 제 생각에는 집 짓는 일의 경우 일 년에 한두 채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촉바는 내년에 집을 아홉 채 짓겠다고 하더군요. 그 마음은 고맙지만, 현실적으로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촉바가 주민들에게 집을 지어 주고 싶어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러나 집 짓는 일은 어디까지나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집 짓는 일 뿐만 아니라 농사도 지어야 하고 각자의 일도 있기 때문에 집을 아홉 채나 짓는 일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촉바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집을 짓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제가 보기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동의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습니다. 또한 집을 짓는 과정에서는 목수와 같은 전문가가 한두 달 정도는 일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인건비를 게옥에서 감당할 수 있을지도 문제입니다. 주 정부에서는 그런 예산이 없다고 합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정한 원칙에 따르면, 전문가의 인건비는 JTS 프로젝트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부탄 정부 쪽에서 책임을 지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부탄 정부는 예산 편성 시기를 놓치면 다음 해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JTS는 모든 사람이 자원봉사로 참여한다는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든 인도 사람이든 누구도 인건비를 받고 활동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운영 원칙은 일반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마을의 도로 포장이나 다른 필요한 일을 하고자 할 때 재료만 지원받아 스스로 해내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 마음으로 임할 때는 언제든지 JTS가 지원을 해줍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지원이 어렵습니다. 내년에 집 아홉 채를 더 짓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이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지금 집 두 채를 지어 보니까 봉사할 만했습니까? 힘들었습니까?”
“기뻤습니다. 집 두 채가 새로 생겼으니까요.”
“열흘 이상 나와서 일했던 사람 손 들어 보세요.”
마을 주민들의 대다수가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농한기에 집 짓는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네!”
“그런데 너무 부담이 되게 목표를 너무 많이 잡으면 안 됩니다. 집을 많이 짓자는 계획은 좋지만, 그 집은 여러분이 직접 짓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자재만 지원해 주시면 큰 문제없습니다. 주로 여자들은 농사를 짓고, 남자들은 집을 지을 겁니다. 조를 짜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난번에 레바티 치옥에 수로를 놓을 때는 집집마다 사람들이 나와서 거의 한 달 가까이 일했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었는데도 그분은 ‘힘들었지만 정말 좋습니다.’라고 얘기하셨어요. 마을 사람들이 자기 집 앞까지 물이 들어오니까 굉장히 기뻐했거든요. 또 ‘내가 이렇게 고생해도 나만 마시는 게 아니라 우리 후손들도 물을 마실 수 있으니 기쁜 마음으로 했습니다.’라고 말하셨어요. 이처럼 여러분도 ‘내 손을 보태서 이웃이 편안하게 살 수 있으니, 힘은 들어도 참 기쁘다.’ 이런 마음으로 참여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촉바가 일을 크게 벌여서 우리만 고생한다.’ 이렇게 불평하면 오히려 참여하지 않는 게 더 낫습니다.”
“저희는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대부분 나무도 미리 베어 놓고, 사전 준비도 어느 정도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 얼굴이 별로 밝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여러분과 함께해서 기쁨이 되어야 하는데 ‘스님이 일을 벌여서 우리만 고생 시킨다.’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 ‘스님이 산에서 수행이나 하지 않고 왜 우리 동네에 와서 우리를 괴롭히나?’ 이렇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 저는 ‘우리 마을은 우리가 가꾼다.’ 하는 마음을 여러분이 갖도록 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입니다. ‘우리 동네에 집 없는 사람은 우리가 집을 지어 준다.’, ‘집이 낡아 불편한 이웃은 우리가 함께 고쳐 준다.’ 이런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제가 오늘 여기 올 때도 비가 와서 아주 미끄러운 길이 있었어요. 그럴 때 ‘그 길은 비가 오면 너무 미끄러우니 우리가 시멘트를 발라서 다니기 편하게 만들어 보자!’ 이런 마음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너무 가파른 비포장도로에 비가 오면 차가 오를 수 없으니 그 부분만이라도 우리가 직접 포장을 해 보자는 마음이어야 합니다. 또한 수로에 물이 오다가 끊기면 ‘우리가 직접 보강해서 물이 저 논까지 닿도록 해보자!’, ‘물탱크를 좀 키우거나 새 상수원을 찾아서 물을 좀 더 넉넉히 쓸 수 있도록 해 보자!’ 이런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또 야생 동물이 자꾸 내려와 농작물을 망친다면 ‘우리가 협력해서 울타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보자!’ 이런 마음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이렇게 여러분이 3년에서 5년 정도 꾸준히 힘을 합해서 일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살기 좋은 마을로 바뀔 것입니다. 한국도 부탄보다 가난하게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마을 운동’이라고 해서 주민들이 주도해서 마을을 가꿔 나가는 운동을 펼쳤습니다. 물론 정부 정책도 있었지만,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큰 역할을 했어요. 이처럼 여러분도 여러분의 마을을 직접 가꾸어 나가면 됩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청년들이 모두 도시나 외국으로 돈 벌러 나가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렇지 않고 계속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결국 청년들은 다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서 살아가는 마을이 될 거예요.
우리 마을은 우리의 손으로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물론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아직 부탄 정부의 재정은 그만큼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선택해야 해요. 정부가 지원해 줄 때까지 몇 년씩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직접 여러분 손으로 개선해 나갈지 말이에요. 한국에서도 스님들은 대부분의 보시금을 절을 짓는 데 씁니다. 그런데 저는 진정한 불사(佛事)는 절을 짓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의 집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보시금으로 절을 짓지 않고 여러분이 집을 짓는 일을 우선해서 지원하는 거예요. 절보다 사람이 살 집을 짓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동네에 집 없는 사람이 완전히 없어지면 그때는 절을 지어도 돼요. 그러나 절은 여러분이 스스로의 힘으로 지어야 합니다. 이런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시고 계획을 세워 주시면 좋겠습니다.

JTS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총 일곱 가지입니다. 첫째,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 주는 일입니다. 둘째, 낡은 집을 수리하는 일입니다. 수리 대상은 주로 부엌이나 화장실이 될 것 같습니다. 셋째. 동네에 길을 만드는 일입니다. 넷째, 차가 다니는 도로를 보수하는 일입니다. 다섯째, 밭에 울타리 치는 일입니다. 여섯째, 상수도를 만드는 일입니다. 일곱째, 농수로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 중에서 여러분이 올해 할 수 있는 만큼 신청하시면 됩니다. 올해 못한 사업은 내년에 신청하면 되고요. 이번 프로젝트는 3년 간 진행되니까 한 번에 모두 신청할 필요가 없습니다. 급한 것부터 순서대로 해 나가면 돼요. 아마 집 없는 분들이 제일 급할 테니 그걸 먼저 신청하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기쁜 마음으로 하실 수 있겠어요?”
“기쁜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는 다 이해하셨어요?”
“통역을 통해 잘 이해했습니다.”
“집 두 채를 지어 보니 어떠셨어요?”
“할 만했습니다.”

“새로 지은 집이 도로에서 멀어서 자재를 나르기가 아주 힘드셨을 것 같아요. 내리막길이라 그나마 다행이에요.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자기 집도 아닌데 이렇게 힘들게 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촉바가 밀어붙여도 여러분이 원하지 않으면 꼭 참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직접 결정해서 신청을 해주세요.”
한 시간 동안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 후 스님은 수고한 주민들에게 비누를 선물로 나눠 주었습니다.
그리고 촉바에게 너무 일을 밀어붙이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집 짓기 계획을 너무 많이 세우면 주민들이 힘들어하니까 밀어붙이지는 마세요.”
촉바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집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면 주민들도 저절로 힘이 납니다.” (웃음)

2시 50분에 람탕 마을 주민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다시 차를 타고 리마퐁 마을로 이동했습니다.

3시 15분에 차에서 내려 리마퐁 마을의 첫 번째 새 집으로 걸어갔습니다. 이번 집도 가파른 언덕 위에 있었습니다. 스님은 미끄러운 오르막길을 숨을 고르며 천천히 올라갔습니다.


집 앞에는 새 집의 가족과 마을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곧바로 준공식을 시작했습니다. 현관에 걸린 흰 천을 풀고 축원을 했습니다.


준공식을 마친 후 집 안으로 들어가 스님은 집주인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가족은 몇 명이예요?”
“아내와 아이 셋, 다섯 명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15년 됐습니다.”
“그동안 돈 벌어서 뭐 했어요? 왜 지금까지 집을 못 지었어요?”
“돈이 없어서 집을 못 지었습니다. 이 근처엔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요.”
알고 보니 집주인이 목수였고, 이번 집도 직접 지었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공정을 혼자 해냈고, 일부 공정만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또 이 집은 주지사가 직접 설계에 참여한 시범 주택으로, 설계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스님은 바닥이 시멘트로 마감된 것을 보고 유의할 점을 알려 주었습니다.

“전통 집처럼 나무 마루는 괜찮지만, 시멘트 바닥은 습기 때문에 냉기가 올라올 수 있어요. 잘 때는 반드시 매트리스나 두꺼운 깔개를 깔고 자야 해요.”
오후 3시 50분에 다음 집으로 이동했습니다. 차를 타고 약 20분을 이동한 후 차에서 내려 다시 언덕길을 따라 걸어 올라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준공식을 시작했습니다. 현관에 걸린 흰 천을 풀고 축원을 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가족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 집엔 누가 살고 있어요?”
“부부와 어머니, 그리고 아이 둘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농사는 어떤 걸 지어요?”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땅은 6에이커 정도 됩니다.”
“결혼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꽤 오래됐습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그런데 땅도 있고 결혼한 지도 오래됐는데, 지금까지는 왜 집을 못 지었어요?”
“현금이 없어서 집을 못 지었습니다.”
“집 짓는 데 동네 사람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네, 이틀에서 삼일 정도 오셔서 도와주셨습니다.”
스님은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물었습니다.
“술은 많이 마셔요? 적게 마셔요?”
“조금씩만 마십니다.”
“조금 마시는 얼굴은 아닌데요? (웃음) 명절에 한두 잔 마시는 건 괜찮지만, 부탄은 술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집이 많습니다. 가능하면 자제하세요.”
스님은 주인에게 단주를 손에 쥐여 주며 다시 한 번 당부했습니다.
“술은 너무 많이 마시지 마세요.”
리마퐁 마을에 새로 지은 집 준공식을 마친 후 주민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리마퐁 초등학교로 이동했습니다.

오후 4시 40분에 스님이 학교에 도착하자 주민들 40여 명이 스님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자리하자 스님이 웃으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잘 계셨어요? 지난번에 물탱크 준공할 때 만났었죠?”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물탱크를 아주 잘 만들었어요. 그런데 또 몇 개월 만에 집을 두 채나 지었네요. 여러분 모두가 집 짓는 일을 도왔나요?”
“네, 도왔습니다.”

“열흘 정도 이상 도운 사람 손들어 보세요.”
손을 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일주일 도운 사람도 별로 없었고, 5일 도운 사람도 별로 없었습니다. 스님이 의아해하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하루나 이틀만 도왔어요?”
“네, 하루나 이틀만 도왔습니다.”
“하루나 이틀만 도와서 어떻게 집이 지어져요? 주로 운반하는 것을 도왔습니까?”
“네, 시멘트로 미장하는 일과 자재 운반을 도왔습니다.”
“촉바가 하는 얘기로는 내년 농번기까지는 집을 여섯 채 짓겠다고 하는데, 그러려면 여러분이 며칠씩 가서 일해야 할 텐데 할 수 있겠어요?”
“여름에는 어렵지만 농한기 때는 일이 없으니 충분히 가능합니다.”
“완성된 집이 작지만 모양이 괜찮았나요?”
“제대로 잘 만들었습니다.”
“하루나 이틀만 도와서 집을 지을 수 있겠어요? 그러면 집주인이 혼자서 집을 다 지어야 하는데 너무 힘들잖아요.”

“집 짓는 과정의 특성이 그렇습니다. 자재를 운반할 때는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만, 집을 지을 때는 목수의 손이 많이 들어가야 합니다. 목수 옆에 집주인이 붙어서 일을 도와주면 됩니다. 자재를 운반할 때는 동네 사람들이 다 가서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취지는 우리가 사는 마을을 더 편리하고 잘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는 것입니다. 외국에서 손님이 오더라도 물을 편하게 쓸 수 있어야 하고, 화장실과 부엌이 깨끗해야 합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길이 미끄럽지 않고, 자동차가 마을 안까지 들어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편리해져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사는 마을을 우리 손으로 가꾸지 않고, 모두 도시나 외국으로 떠나 버린다면, 앞으로 시골에는 노인들만 남게 될 것입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우리 고향이 점점 사람이 없는 마을이 되고 맙니다. 정부에서도 마을을 위해 여러 지원을 하지만, 정부 예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시설들이 모두 설치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럴 때 그저 기다리기만 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직접 나서서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우리가 스스로 하겠다.’라고 마음을 모은다면, JTS에서는 그 일에 필요한 재료를 제공하겠습니다. ‘이걸 해 주세요.’라고 하면 ‘No’라고 하지만, ‘우리가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필요합니다.’라고 하면 ‘Yes’라고 합니다. 아시겠죠?”
“YES!”
(네!)

“남한테 의지만 하지 말고 우리가 사는 동네를 우리가 가꾸자는 겁니다. 우리 동네에 사는 사람들을 조금만 따져보면 전부 먼 친척이 되지 않습니까. 그러니 ‘집 없는 사람은 집이 있어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힘을 합해야 합니다.
JTS에서 여러 가지 사업을 해보면 집 짓기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다른 일들은 다 공동으로 쓰는 시설이니까 마을 사람들이 다 나서서 하는데, 집 짓기는 개인 집이기 때문에 참여가 원활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JTS가 재료를 제공할 테니까 우리 동네에 집 없는 사람이 없도록 힘을 합쳐 집을 지어 보자는 겁니다. 앞으로 3년 안에 ‘리마퐁 마을에는 집 없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해 보자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힘을 합해서 해 봅시다. 할 수 있겠어요?”
“네.”

“집을 두 채나 짓느라고 모두 수고했어요. 벼를 추수한 뒤에 다시 집 짓기를 시작해서 내년 봄에 농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마을별로 집을 지어 봅시다. 농한기에 맨날 술만 먹지 말고, 이렇게 좋은 일을 좀 합시다. 그래서 젬강 주지사님이 술 적게 먹기 운동을 하고 있어요. 우선 농한기 때 급한 것부터 좀 해 놓고, 다음에는 돈이 될 만한 생산품을 만드는 일들도 해 나가야 합니다. 옥수수와 쌀농사만 가지고는 살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농한기 때 부수입이 생기도록 하는 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수고를 많이 했는데, 제가 가져온 선물은 요만합니다. 왜냐하면 비행기에 많은 양을 싣고 오지를 못하기 때문입니다. 작지만 제 정성이라고 생각하고 받으세요.”
대화를 마치고 선물을 나누어 준 후 마을 주민들 전체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은 떠나기 전에 주민들에게 양해의 말을 전했습니다.

“이번에 일정이 자꾸 바뀌어서 죄송합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APEC 정상 회담이라는 큰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정이 여러 번 조정되었어요. 게다가 어제는 비 때문에 비행기가 지연되어 더욱 늦어졌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후 5시 10분에 다시 차를 타고 JTS 센터가 있는 판탕으로 향했습니다. 도착을 2~3분 앞두고 산에서 떨어진 돌덩이에 차량 앞 타이어가 펑크가 나는 일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 없이 센터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센터 앞에는 젬강 부주지사가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센터로 들어갔습니다.

저녁 식사 후 저녁 예불을 드리고 오후 7시 20분부터 JTS 활동가들과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회의에서는 샘플 하우스와 주방 건축, 목공 교육, 학교 보수 등 다양한 현장 사업들의 진행 현황과 문제점이 논의되었습니다.

특히 목수 인건비 지원 기준, 주민 참여 방식, 자재 관리 체계 등 실제 마을 지원에서 발생한 쟁점들에 대해 스님은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활동가들은 각 게옥 상황에 따라 대응 방안을 정리했고, 부탄 주민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업무를 재정비하기로 했습니다.

밤 9시에 회의를 마치고 길고 긴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발도 치옥으로 이동해 새로 지은 집의 준공식을 하고 주민들과 대화를 나눈 후, 오후에는 콤샤르 치옥으로 이동해 농수로와 수원지를 답사하고, 이어 랑덜비 치옥에서 집 준공식과 주민들과의 대화를 마친 뒤, 판탕 초등학교의 보수한 시설을 방문하고, 저녁에는 JTS 센터로 복귀해 젬강 공무원들과 저녁 식사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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