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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미얀마 만달레이를 떠나 캄보디아 바탐방으로 이동해 시하눅 라자 불교대학 기숙사 여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새벽 5시 30분에 숙소를 나와 만달레이 공항으로 출발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키티사라 스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방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8시 10분에 비행기를 타고 미얀마를 떠나 10시 30분에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방콕에서 안첼리 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태국의 난 지역에 갈 때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공항에는 김선영 님이 마중을 나왔습니다.
이동 시간이 빠듯해 공항에서 곧바로 돈므앙(Don Mueang)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돈므앙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김선영 님이 준비해 준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곳곳에 정토행자들이 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님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12시에 돈므앙 공항에 도착해 출국 수속을 밟고 1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캄보디아 씨엠립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2시 30분에 씨엠립 공항에 도착하자 시하눅 라자 불교대학 바탐방 캠퍼스의 부총장 폭판 스님(Ven. Pok pan)을 비롯한 스님들과 여학생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바탐방까지 170km 길을 차로 이동했습니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거의 4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가는 길에 부총장 스님은 캄보디아와 태국의 국경 분쟁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 지역은 태국과의 영토 분쟁이 반복된 곳으로, 지금도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번 일정에 함께하려 했던 태국 국적의 안첼리 님도 분쟁의 여파로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가는 동안 차 안에서 캄보디아 스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녁 7시가 되어 시하눅 라자 불교대학 바탐방 캠퍼스의 여학생 기숙사에 도착했습니다. 총장 소비치아 스님과 학생들이 따뜻하게 맞아 주었습니다. 이 기숙사는 JTS가 이 대학의 농촌 출신 여학생들을 위해 지난해에 준공하였습니다.
먼저 기숙사 여학생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년에 기숙사 준공식을 할 때 한번 보았던 학생들이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학생들은 스님의 방문을 환영하고, 또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다음으로 스님에게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학생들에게 먼저 안부를 물으며 인사말을 시작했습니다.
“나무 붓다, 나무 담다, 나무 상가.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를 이렇게 환영해 주신 총장이신 소비치아 스님과 여러 스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는 시간 관계상 이곳에 잠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온 첫 번째 이유는 여러분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기 위한 것이고요. 두 번째 이유는 이곳이 잘 운영되고 있다면 소비치아 스님께서 원하시는 기숙사 증축을 할 만한지 점검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인근 시골 마을에 고등학교 설립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어서 현장 답사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짧은 일정이라 따로 대화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저녁 시간에 여러분의 얼굴이라도 보려고 모인 것입니다. 다들 잘 생활하고 있습니까?”
학생들이 우렁차게 대답했습니다.
"Yes, we're doing well."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서로 싸우지는 않아요? 식사 준비나 청소를 서로 미루어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는 없습니까? 가족이 함께 살아도 그런 갈등은 있게 마련이죠. 여러분의 생활 공간을 깨끗하게 해 놓고 지내나요? 아니면 지저분하게 해 놓고 지내나요?”
"We live cleanly."
(깨끗하게 살고 있습니다.)
“오늘 제가 온다고 대청소를 했지요?”
"Not just today, but we always live cleanly."
(오늘뿐만 아니라 항상 깨끗하게 하고 삽니다.)
“총장님께서 여학생 기숙사가 필요하다고 하셨을 때, 저도 시골에서 자라다가 도시로 나가서 자취하며 학교에 다녔던 경험이 있어서 충분히 공감이 되었습니다. 저는 절에 들어오기 전까지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4년 동안 자취를 하면서 직접 밥을 해 먹으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1학년 말에 학교 옆에 있는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었어요. 여러분도 여기 들어와 사는 김에 머리 깎고 비구니가 되면 어떻겠어요? 저는 여러분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스님이 되었습니다. (웃음)
제가 소비치아 스님께 ‘건물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생활을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필리핀 민다나오에 남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지은 적이 있는데, 학생들의 생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청소도 하지 않고, 식사 당번이 식사 준비를 제시간에 안 하는 등 생활에 많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소비치아 스님께서는 캄보디아의 여학생들은 생활을 잘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지난 6월, 소비치아 스님이 한국에 왔을 때 기숙사 운영이 잘 되고 있는지 물었더니 ‘잘 운영되고 있다.’고 하며 기숙사를 하나 더 짓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기숙사 운영 상황을 보고 나서 결정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기숙사 운영을 잘하고 있어요?” (웃음)
“Yes.”
(네.)
“여러분은 시골에서 나고 자라고 가정 형편도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우리가 빈곤에서 벗어나는 길은 본인 스스로 공부해서 자립할 때 가능합니다. 이 기숙사가 여러분들이 생활하고 학습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이러한 혜택을 입었으면 그 은혜를 갚아야 합니다. 나중에 자라서 여러분의 후배나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은혜를 갚는 길입니다.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여기 계시는 소비치아 스님께서도 어렵게 자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특히 교육 문제 해결에 헌신하신다는 말씀에 저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소비치아 스님과 여기 계신 스님들께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 한번 해주세요.”
“Thank you.”
(감사합니다.)
“혹시 생활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불편한 점, 개선할 점이 있으면 자유롭게 이야기해 주세요.”
학생들은 처음엔 머뭇거리다가 이내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어려운 점보다는 고마운 마음을 전했습니다.
“엄마 혼자 저희 가족을 책임지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여긴 무료로 살 수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돼요.”
“시골엔 교육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여기서 살면서 공부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부모님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서 기쁩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저녁 8시 30분이 되었습니다. 간담회를 마친 후 직접 기숙사 방들을 둘러봤습니다.
수납 공간, 위생 상태, 방 구조 등을 살펴보았습니다. 스님은 공간을 깔끔하게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 가지 제안도 했습니다.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침대 아래에 박스를 넣는 건 어때요? 물건은 가능한 한 줄이고, 생활 동선을 고려해서 정리하면 훨씬 쾌적할 겁니다. 정토회도 공동체 생활을 하는 대중이 많이 살고 있는데, 개인 짐은 제한이 있어요. 꼭 필요한 것만 두고, 나머지는 함께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숙사를 다 둘러보고 학생들에게 음식을 만드는 데에 필요한 식품을 선물했습니다.
불교대학 학생들도 스님에게 직접 만든 태극기와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숙사 바로 앞에 위치한 제2 기숙사 예정 부지도 둘러봤습니다.
이어서 총장, 부총장 스님과 제2 기숙사를 어떤 방식으로 지을지에 대해 회의를 했습니다.
회의를 마친 뒤 스님은 불교대학 스님들에게 영어로 번역한 저서를 선물했습니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나니 이미 밤 9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온 스님과 일행을 위해 저녁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준비한 분들의 정성을 생각해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캄보디아 스님들은 오후 불식을 지키기에 음식을 드시진 않았지만, 옆에서 자리를 함께하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밤 10시가 되어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고등학교 부지와 총장 스님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 현장을 둘러보고, 회의를 한 뒤 방콕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어제 수행법회에서 질문자와 스님이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최근 한 달여 동안 보이스 피싱, 교통사고, 독감,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일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가족들은 그만하기 다행이라며 액땜한 셈 치자고 가볍게 말했고,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왜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런 일이 한꺼번에 생기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원인이 있어 생긴 결과임을 알면서도 ‘무엇에 대한 액땜일까? 더 큰일이 닥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마음의 근육이 부족해서인지, 깨어 있지 못해서인지 자책도 생겨납니다. 저는 어떤 수행적 관점을 가지고 마음을 다잡아야 할까요?”
“여러 사건 사고가 한꺼번에 일어났네요. 이런 경우 ‘사건 사고가 겹쳤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사건 사고라는 건 1년에 하나만 일어나도 반갑지 않은데, 한 달 사이에 네 가지가 겹쳤으니 좀 특이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재수가 없다.’, ‘운이 없다.’고 할 만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사건 사고라는 것은 어떤 때는 겹쳐서 일어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1년 내내 아무 일도 없기도 합니다. 주사위를 던질 때 1이 나올 확률은 6분의 1이지만, 실제로 던져 보면 여섯 번 중 딱 한 번만 나올 수도 있고, 여섯 번 모두 나올 수도 있고, 또 한 번도 안 나올 수도 있어요. 즉, 6분의 1이라는 것은 수학적 확률일 뿐이고, 실제로 일어나는 결과는 한 번도 안 나오는 것부터 여섯 번 다 나오는 것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확률로 보자면 이런 일은 일어날 확률이 매우 드뭅니다. 한 달 안에 네 가지 사건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것은, 주사위를 던져 여섯 번 모두 1이 나오는 것만큼이나 드문 일이에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에요. 옛날에는 이런 일을 두고 ‘운이 없다.’고도 했고, 또 ‘큰 사고를 막기 위해 작은 사고가 일어났다.’ 하며 액땜으로 해석했어요. 즉, ‘큰 화를 막아 주는 일이니 오히려 잘된 일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거예요.
차분히 따져 보면, 질문자가 말한 네 가지 사건은 모두 일어날 만한 일들이에요. 일상에서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굴러 떨어질 수도 있고,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독감에 걸릴 수도 있어요. 보이스 피싱 역시 누구나 방심하면 당할 수 있는 일이에요. 굳이 원인을 찾는다면 네 가지 모두 어느 정도 ‘주의 부족’과 관련이 있어요.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것도 그렇고, 교통사고도 불가피한 경우가 많지만 대체로 주의가 부족할 때 더 잘 일어나지요.
그래서 스스로 돌아본다면, 혹시 내가 조금 산만하지 않았는지, 주의가 부족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알아차림이 부족했다는 것이고, 세속적으로 표현하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볼 때는 약 20퍼센트는 부주의 때문이고, 나머지 80퍼센트는 단순히 우연이 겹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불안한 마음을 키울 필요는 없습니다. 옛날에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 부적을 몸에 지니거나 굿을 하기도 했어요. 영 불안하다면 절에 가서 기도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죠. 중요한 것은 심리적 안도감을 얻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수행적 관점에서는, 이런 일을 계기로 ‘좀 더 알아차림을 유지해야겠다, 주의를 기울이며 살아야겠다.’ 하고 마음을 다잡는 것이 좋습니다. 나머지는 그저 하나의 사건 사고일 뿐이라 여기면 됩니다.”
“스님께 질문하는 순간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적인 감정에 또 속았구나.’ 하고 알아차리고, 주의를 기울여 정신 차리고 살겠습니다.”
“그런데 사고는 정신 차려도 일어납니다. 저도 어제 공항에서 갑자기 여권이 어디 있는지 전혀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가방에도 없고, 호주머니에도 없고,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니 큰일이다 싶었는데, 결국 옆 사람이 찾아 주었어요. 또 엊저녁에는 안경을 쓰려고 케이스를 열었더니, 안경이 없는 겁니다. 안경을 벗은 기억만 나고, 그 뒤로는 전혀 기억이 안 났어요. ‘두고 왔구나.’ 싶었는데, 함께 있던 분이 ‘스님, 아까 답사 때도 끼고 계셨어요.’ 하는데, 저는 오늘 안경을 낀 기억이 없어요. 그때 찍은 사진을 확인해 보니 정말 안경을 쓰고 있었어요. 결국 화장실 세면대 위에 놓아둔 걸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저 혼자서는 도저히 못 찾았는데 다른 분이 찾아준 거예요.
이런 일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습니다. 나이 탓이기도 하고, 불교적으로 말하면 부주의, 즉 알아차림을 놓쳤기 때문이에요. 날씨가 더워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첫째는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고, 둘째는 나이가 들면 뇌 속 작은 혈관들이 막히면서 기억력이 저하되거나 일시적인 건망증이 생길 수 있다고 해요. 이런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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