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6.20. 부탄 젬강 JTS 워크숍 1일째
“왜 JTS는 ‘행복의 나라’ 부탄에서 이 일을 시작했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젬강에서 JTS와 부탄 정부가 함께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 워크숍 1일째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을 마치고 아침 7시, 숙소에서 준비해 준 음식으로 아침 공양을 했습니다. 9시 15분에 숙소에서 워크숍 장소인 젬강 스타트업 센터로 출발했습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비가 내려 우산이 없는 일행들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9시 30분, 센터 입구에서 젬강 주지사와 인사를 나누고 워크숍이 열리는 강당으로 들어섰습니다. 75명의 참석자들이 자리에 앉아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젬강주는 부탄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 중 하나로, 이번 워크숍은 이 지역 행정 책임자들과 마을 대표들이 함께 모여 향후 3년간의 본 사업을 준비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는 자리입니다. 젬강주에는 8개 게옥과 게옥마다 5개의 치옥이 있습니다. 게옥 대표인 겁, 치옥 대표인 촉바들이 모두 참석했습니다.

워크숍은 젬강 주지사의 환영사로 시작됐습니다.

“젬강주는 부탄에서 빈곤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현재 그 수치가 41.6%에 이릅니다. 우리는 2029년까지 이를 15%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그 중심 전략이 바로 오늘 우리가 함께 시작하는 이 프로젝트입니다.

스님께서 ‘주민들이 하겠다고 하면 나는 무조건 지원하겠다.’라고 하신 말씀처럼, 주민 여러분이 진심으로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불사는 우리가 스님께 도움을 받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기회를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스님의 자비와 헌신에 깊이 감사드리며, 이 자리가 젬강의 미래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스님의 여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스님은 팔리어로 삼귀의를 하고 말씀을 시작했습니다.

“이 일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이 일을 불사라고 생각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 큰 절을 하나 지으려면 500만 불 정도 듭니다. 건물도 크게 지어야 하고, 불상도 크게 만들어야 하고, 불상에 금칠도 해야 하고, 스님들의 숙소도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큰 절을 지으려면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최고의 불사란 무엇인지 우리는 경전 속 부처님의 말씀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왕자로 태어나셨지만 왕위를 버리고 수행자가 되셨습니다. 카필라성을 떠나면서 ‘중생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내가 찾지 못한다면 이 성으로 돌아오지 않겠다.’ 이렇게 맹세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중생들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불사는 절을 짓거나 불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생이 고통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 유마경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유마 거사가 아파서 누워 있으니까 문수 보살이 병문안을 갔습니다. ‘병이 어떻습니까?’ 하고 물으니 유마 거사가 ‘중생이 아프니 저도 아픕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병이 언제쯤이면 낫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유마 거사가 ‘중생의 병이 나으면 제 병도 낫습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이것이 불교 사상입니다.

사람이 살려면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 물을 마셔야 합니다. 잠을 자려면 집이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이것은 삶의 기본적인 조건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조건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 사람의 인종, 계급, 성별과 관계없이 그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유엔 헌장에 있는 인도적 지원의 원칙입니다. 적어도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기본적인 생활은 영위해야 합니다. 중생의 고통을 없앤다는 것은 절대 빈곤에 처한 사람의 비율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고의 불사는 중생의 고통을 덜어 주는 것

부탄에서 빈곤율이 제일 높은 곳이 젬강주입니다. 빈곤율이 41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절대 빈곤에 처한 사람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절반 이상은 낮추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큰 불사는 없습니다. 고통받는 중생 한 명 한 명이 모여 이 세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한 명 한 명의 고통을 없앤다는 것은 부처가 출현한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즉 이것이 부처님의 나라인 정토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불사는 절을 크게 짓고 불상을 크게 만드는 불사가 아니고, 중생의 고통을 없애는 불사입니다. 만약 제가 절을 크게 짓는다고 한다면, 절을 어떻게 지을 것인지, 불상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기술자와 함께 방문해서 여러 번 점검할 것입니다. 그것처럼 저도 젬강주에서 하는 이 일이 불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11번째 방문을 했고, 시범 사업도 해 본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떻게 불사를 해야 중생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을지 제가 일일이 점검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불사를 하는 전문 기술자가 되었다는 마음으로 이 일에 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젬강주에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절을 짓는다고 생각하고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불사에 드는 돈은 한국 정부의 돈이나 큰 기업에서 받은 돈이 한 푼도 없습니다. 전부 개개인이 10달러씩 매달 내는 돈을 모은 것입니다. 보통 절에서는 이런 돈을 받으면 큰 절을 짓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불상이나 절을 짓지 말고 부탄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불사를 해 보자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이 저는 이 불사가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잘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일을 누군가가 다 해 준다면 우리는 얻어먹는 거지가 됩니다. 모든 건 다 자기가 해결해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너무 가난해서 재료가 없다고 하니까 JTS에서 재료를 제공해 드리겠다는 겁니다. 집이 지어지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집을 자기가 짓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애가 있거나 연세가 많아서 집을 못 짓는 사람들은 마을 전체가 협력해서 집을 지을 때 마을 공동체가 형성됩니다.

여러분들 사는 마을에 집이 없는 사람이 없고, 집이 더러운 사람이 없고, 동네마다 다니는 길이 깨끗하게 포장되어 있고, 밭에는 울타리가 처져 있고, 상수도 물을 충분히 쓸 수 있고, 학교도 깨끗하고, 노인들도 보고 들을 수 있고, 도로가 완전히 포장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차는 다닐 수 있게 해 보자는 것입니다. 이것을 누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젬강주 전체를 하나의 절처럼 만들어 보자는 겁니다. 오늘 워크숍은 어떻게 그런 절을 만들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는 자리입니다. 이 불사는 웃으면서 해야지 힘들어하면서 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옴마니반메훔’ 하고 염불하면서 해야 합니다. 이 불사를 한다고 해서 여러분이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개인에게 이익이 되는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보살의 마음이 되어서 함께 만들어 가면 큰 공덕을 짓게 됩니다.”

이어서 10시 15분부터는 참가자 소개를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고싱 게옥의 레바티 촉바 소남 장포입니다. 반갑습니다.”

스님은 이름을 말하는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눈인사를 건넸습니다.

이후 박시현 활동가가 부탄에서 이루어진 JTS 사업의 경과를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시범 사업 진행 영상을 보고 기획 담당관이 시범 사업 경과를 발표했습니다. 주지사 님은 이를 정리하며 다시 한번 프로젝트의 중요성과 주민 참여의 핵심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11시가 되어 참가자들은 차 한잔을 마시며 잠시 쉬었습니다. 스님도 주지사 님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제에 이어 주지사 님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돈이 아닌 행복이 중심이 되는 세상, 가능할까요?

“제가 책을 읽다 보니까, 인류가 세상을 다스리는 방식이 시대마다 바뀌더라고요. 욕망을 채우기 위해 파시즘도 나오고, 공산주의도 나오고, 자본주의도 나왔습니다. 자본주의 다음에는 뭐가 나올까요? 부탄처럼 작은 나라도 GNH(국민총행복지수)라는 좋은 개념을 만들었는데, 세상 사람들은 별로 주목을 안 하잖아요. 그런데 자본주의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만족이 안 되고, 오히려 그게 불만으로 쌓입니다. 그래서 지금 극단적인 지도자들이 나오게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GNH(국민총행복지수)와 같은 가치가 자본주의를 대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두 분은 서로의 생각에 공감하며 대화를 이어 나갔습니다.

“맞습니다. GNH가 처음 나왔을 땐 세상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안 가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어요. 겉보기엔 다들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고 있으니까 괴로울 게 없어 보이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들 괴롭다고 해요. 요즘은 투자의 기준이 얼마나 생산을 유발하느냐가 아니라, 그 일이 사람들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로 바뀌고 있습니다. 핀란드나 뉴질랜드 같은 나라에서는 벌써 그런 흐름이 보이거든요. 세계는 이제 GNH 개념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거예요. 사실 지금 JTS가 부탄에서 하는 프로젝트도 겉으로 보면 빈곤 퇴치 같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GNH(국민총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입니다. 스스로 뭔가를 해내면서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그게 진짜 행복을 만드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요즘 가장 큰 변수는 기후 위기입니다. 물질을 많이 생산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 생산이 오히려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해 왔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사람들에게 ‘소비를 줄이면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 하고 다시 물어봐야 합니다. 그 답은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GNH는 1974년에 제4대 국왕께서 19살 때 처음 말씀하셨어요. 물질만으로는 사람이 행복할 수 없다는 걸 그 나이에 깨달으신 거죠. 다만 그때는 이념으로만 존재했고, 구체적인 실행은 부족했어요. 지금 자본주의는 모든 게 경쟁 중심입니다. 앞으로는 어떤 사업이 들어오더라도 친환경적이어야 하고, 사람들의 행복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게 부탄이 가야 할 길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해 봐야 아는 거예요. 우리가 지금까지 해 왔던 방식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때입니다.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그것은 새로운 길을 열기 위한 과정입니다. 왜 실패했는지 살펴보고 다시 시도하면 됩니다. 긴 역사로 보면 실패도 실패가 아니에요. 수행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이냐 실패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괴롭지 않고, 결국 열반에 이를 수 있습니다.”

차담을 마친 후 다시 워크숍에 참석했습니다.

11시 40분, 박시현 활동가가 JTS라는 단체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부탄에서의 활동 방향을 소개했습니다.

12시 10분부터는 스님의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스님은 워크숍의 목적과 JTS의 운영 철학, 사업의 방향성, 주민 중심의 실행 원칙 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여러분이 올해 1년 동안 우리 마을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각자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처음 계획은 매년 100만 달러씩, 5년 동안 500만 달러를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을 둘러보니 집을 짓고 생활을 개선하는 이런 일들은 5년까지 걸리지 않고 3년 안에 해결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예산을 3년 안에 모두 집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어요. 예산을 집행한 이후에는 성과를 평가해야 합니다. 프로젝트의 결과가 효과적이라고 하면 다른 주로도 확산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별로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사업을 중지해야 합니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이 프로젝트는 중단됩니다

JTS의 지원 원칙 중 하나는 반드시 주민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주민들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프로젝트는 종결됩니다. 누군가 대신해서 일을 다 해주겠다고 한다면 주민들이 끝도 없이 요구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JTS에서는 반드시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야만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사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JTS의 기본 원칙입니다.

JTS는 정토회라는 불교 단체의 산하 단체입니다. 정토회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수행함으로써 개인이 행복해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수행 단체입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물질적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세속적 가치를 지양합니다. 지위가 높고, 재물이 많고, 인기가 많아서 행복해질 수 있다면, 부처님께서는 출가하실 이유가 없었어요. 부처님은 욕망을 충족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왕위를 버리고 출가 수행을 한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많은 불교 단체가 ‘부처님께 복을 빌면 지위가 높아지고 복을 받는다.’라고 가르치는 것은 불교의 근본 가르침에 어긋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기후 위기 시대에는 오히려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그래서 정토회는 한국에서 소비 멈춤 운동, 검소하게 살기 운동, 적게 먹기 운동 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JTS도 역시 단순히 개발의 관점에서 돈을 지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왜 JTS는 부탄에서 빈곤 퇴치 운동을 할까요? 그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최소한 먹고, 입고, 잘 수 있는 조건은 해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몸이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하고, 아이들은 제때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JTS는 기본적인 생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집에 살고자 하는 사람은 JTS의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만약 집을 더 크게 짓고 싶다면, 그것은 JTS 예산이 아닌 본인의 돈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여러분도 이번 프로젝트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JTS는 ‘행복의 나라’ 부탄에서 이 일을 시작했을까요?

그러면 이 프로젝트를 왜 부탄에서 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부탄 정부가 추구하는 GNH(Gross National Happiness, 국민총행복)의 개념은, 물질적인 풍요만으로는 진정한 행복에 이룰 수 없다는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 GNH 철학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에 부탄 정부와 의논하여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JTS(Join Together Society)는 세 가지 이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하고,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하고, 아이들은 제때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부처님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아난다 존자가 ‘우리는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서 큰 공덕을 짓습니다. 이제 부처님이 계시지 않으면 어떻게 큰 공덕을 지을 수 있습니까?’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걱정하지 말아라. 부처님께 직접 공양을 올리는 것과 똑같은 공덕이 되는 네 가지가 있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첫 번째는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어 배부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작 배고픈 사람은 외면한 채 돌로 만든 불상 앞에 음식을 바치는 데에 더 열중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가난한 사람을 돕고 외로운 사람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청정하게 수행하는 사람을 외호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스님들이 옛날처럼 숲 속에서 어렵게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네 번째 항목은 JTS의 실천 항목에서는 제외했습니다.

그래서 JTS는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아픈 사람은 치료하며, 아이들이 제때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실천의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가난한 사람을 돕는다.’라고 할 때 가난한 사람이라는 말 안에는 너무 가난해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가난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부모는 자녀를 교육하고 싶어해요. 종교가 무엇이든, 장애가 있든, 어떤 아이라도 제때 배워야 한다는 것이 JTS의 신념입니다. 그래서 JTS 활동은 부처님이 남기신 마지막 유훈을 실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불사(佛事), 즉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다는 관점에서 하고 있어요. 정토회는 회원들이 보시한 돈으로 건물을 짓거나 불상을 만드는 데 쓰지 않고, 부처님의 유훈을 실현하는 데 사용합니다. 돈이 많아서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이 아닙니다. 정토회 회원이 되면 무조건 매일 아침 기도할 때 1달러를 보시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모은 돈이 바로 이런 활동에 쓰이는 겁니다.

그동안 JTS는 긴급 구호나 극빈층을 돕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부탄 프로젝트는 개발 프로젝트입니다. 한 개의 주를 선정해서 빈곤을 근본적으로 퇴치하자는 시도를 처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만약에 이곳 젬강주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집을 지어 주는 일을 JTS가 단독으로 진행한다면 여러분과 같은 공무원들이 참여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NGO인 JTS가 알아서 하면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NGO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부탄 정부와 협력하여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지역 전체의 빈곤을 퇴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정부 프로젝트가 아닌 별도의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공무원인 여러분이 JTS의 지원을 받아 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부 프로젝트가 아니다 보니까 여러분의 일이 더 늘어난 거예요. 그렇다고 추가적인 보너스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여러분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모두가 공무원이라는 생각을 떠나서 ‘우리 마을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는 일을 진심을 다해 한 번 해보자!’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해주세요’가 아닌 ‘하겠습니다’로 시작되는 변화

저도 처음에는 촉바와 겁이 ‘주민들에게 일을 하라고 시키기가 어렵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촉바와 겁은 주민들의 선거에 의해 선출이 된 사람들이니까 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뭐든지 나누어 주어야 표가 되지, 일을 시키면 주민들이 싫어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푸 게옥(Kolpu Gewog)에서 시범 사업을 해보았습니다. 겁과 촉바가 주민들에게 ‘이건 정부 프로젝트가 아니고, 우리 마을을 위해서 라마(Lama)가 자재를 사준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주민들이 '우리 친척도 안 도와주는데, 라마가 도와주니까 우리가 나가서 일해야지!' 이렇게 되었습니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주민들이 협조를 잘 해 주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겁이나 촉바가 인건비를 떼먹고 우리에게 일을 시키는 거 아니냐.' 이렇게 오해할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모든 마을을 방문해서 이 사업에 관해 설명한 거예요.

‘여러분에게 우리 마을을 우리 힘으로 바꾸자는 뜻이 있다면 JTS에서 지원하겠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하면 지원을 하지만 '해주세요.' 이러면 지원이 안 됩니다.’

이렇게 설명하니까 오해가 많이 풀렸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을 다 만난 게 아니기 때문에 아직도 저는 많은 오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주민들에게 설명을 잘 해야 됩니다. 여러분들이 이야기해도 오해가 안 풀리면 JTS 활동가들이 직접 설명해야 돼요. 여러분들이 이 프로젝트를 잘 이해해서 ‘우리 젬강 주민들을 위해서 마을을 잘 가꿔보자!’ 하는 마음이 커지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할 것입니다. 반대로 ‘주민들이 싫어해서 성공하기 어렵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JTS는 'Join Together Society'를 줄인 말입니다. 해주는 게 아니고 함께 하자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 보자는 겁니다. 저는 이 일을 한다고 사람들에게 기부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제가 하는 활동을 보고 감동을 해서 기부하는 거예요. 저는 부탄 주민들을 지원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같이 지구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거예요. 이렇게 함께 만들어 가는 소식을 사람들에게 알리면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아 기부를 합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3년 안에 성공한다면 이것을 부탄 전체로 확대하는 것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고 알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감동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큰 불사입니다. 여러분들이 이번 젬강주 불사를 잘 진행해 주면 젬강주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부탄 전체를 불사할 수 있는 경비도 모이게 됩니다. 방금 레바티 치옥에서 식수 프로젝트를 진행한 영상을 보셨죠? 얼마나 감동적입니까? 만약 JTS가 지원한 돈이 100눌트럼(BTN)이라면 레바티 치옥 주민들이 한 일은 1,000눌트럼(BTN)이 넘을 겁니다.

‘도와주세요’는 구걸이지만 ‘함께하자’는 감동을 줍니다

주민들이 저렇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JTS 회원들이 ‘내가 밥이라도 한 끼 굶고 기부하겠다’ 하는 마음을 내게 되는 거예요. 여러분이 ‘도와주세요’ 하면 구걸하는 행위가 됩니다. 여러분이 뭐가 부족해서 남한테 도움을 요청합니까? 그러나 여러분이 불사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이 감동을 해서 ‘이런 일에 써 주십시오’ 하고 기부를 하면, 그 기부는 시혜가 아니라 공동의 꿈을 이루기 위한 연대가 됩니다. 이렇게 서로의 진심이 만나야 진정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저는 이렇게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중에는 ‘당신은 스님이니까 그렇게 할 수 있지 우리는 그렇게 못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듣기로는 부탄에도 옛날에는 이런 공동체 정신이 있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공동체 정신이 많이 사라졌다고 해요. 그런데 콜푸 치옥에서는 주민들이 도로를 닦을 때 외지에 나가 있는 마을 사람들이 음식도 보내 주고 여러 가지 지원을 해 주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공동체 정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우리가 마을을 만들어 가자는 겁니다.

가장 가난한 마을에서 시작된 가장 위대한 변화

물론 국왕을 비롯하여 부탄 정부에서도 주민들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통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집이 없는 사람을 위해 집을 지어주고, 마을에 도로를 닦고, 밭에 울타리를 보수하는 일은 JTS가 자재를 지원해 주면 지금 당장 여러분이 해나갈 수 있습니다. 촉바, 겁, 행정관이 조금만 발심하면 저는 충분히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제안을 하는 겁니다. 우리 한번 같이 만들어 봅시다. 젬강주가 제일 빈곤율이 높다는 불명예를 좀 없앱시다.”

강의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오후 2시 20분부터는 JTS 20주년 기념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이어서 본 사업의 실행 절차와 예산 집행 방식에 대한 안내가 있었습니다.

곧바로 그룹 토론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토론에 앞서, 지난 1년간 시범 사업을 진행했던 치옥의 촉바들이 나와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어떤 점이 어려웠고, 무엇이 잘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들려주었습니다.

스님은 이어서 참가자들에게 사업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며, 본격적인 토론의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우리 게옥과 치옥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인데, 그전에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일단 우리의 목표는 주민 생활 개선입니다. 사람들의 생활 조건을 깨끗하고 편리하게 하는 것이 첫 번째로 할 일입니다.

주민의 손으로 짓는 작지만 확실한 변화

먼저 여러분이 직접 가정 방문을 해보고 내가 이 집에서 살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점검해 봐야 합니다. 내가 어떤 집에 가서 하룻밤을 잔다고 해 봅시다. 칸막이가 없이 가족들과 같이 자야 해요. 그럼 불편할 것 아니에요. 그래서 칸막이 없는 집은 칸막이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화장실이 너무 지저분하면 안 되잖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해야 하는데 물이 안 나온다면 불편하잖아요. 집 안이든 마당이든, 어딘가에 수도가 있어야 하잖아요. 아이들이 학교 기숙사에 있다가 집에 오면 기숙사만큼은 되어야 될 것 아니에요. 손자들이 할머니 집에 왔을 때 지저분하다고 느끼면 안 되잖아요. 집이 크진 않더라도 깨끗해야 합니다. 너무 가난해서 침구가 없으면 지원을 해 주어야 합니다. 그릇을 바구니에 담아 놓지 말고 선반을 마련하여 그릇을 차곡차곡 넣어 두어야 합니다. 그릇이 없다면 그릇도 제공이 되어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개서 선반에 놓아야 해요. 이렇게 집 내부를 개선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마을 전체가 가난하든 잘 살든 관계없이 깨끗해야 합니다.

이렇게 생활을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생활 개선을 넘어서는 문제는 안 하자는 게 아니고 생활 개선이 되면 그다음에 하겠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어떻게 개선을 했는지 제가 직접 다 가 볼 것입니다. 잘한 마을에는 더 많은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일은 반드시 주민들이 직접 해야 합니다. 욕심을 내서 너무 일을 많이 벌리면 주민들이 힘들어서 오래 하지 못합니다. 가령 농수로의 경우 물의 유실이 많은 곳만 부분적으로 해야 합니다. 도로 보수도 정말 필요한 곳만 조금씩 해야 합니다. 이 일은 주민들이 해야 하는 것이어서 주민들을 너무 힘들게 하면 안 됩니다. 대신 주민들이 하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게 자재를 지원하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주민과 JTS 중간에서 역할을 잘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힘들다고 게으름을 피우면 주민들에게 혜택이 가지 않고, 여러분들이 너무 욕심을 부리면 주민들이 힘듭니다. 그래서 잘 조절해 주시기 바랍니다. 새로 지어야 할 집이 3 채라면 한꺼번에 지을 경우 주민들이 힘듭니다. 급한 대로 1년에 한 채씩 짓는 겁니다. 물론 마을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한꺼번에 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후에 여러분들이 발표하는 내용을 다 들어 보고 조언을 하겠습니다.”

오후 3시 40분, 본격적인 그룹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은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하고, 참가자들은 각자 마을의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누군가는 마실 물을 해결하고자 했고, 또 어떤 마을은 화장실이나 주거 환경 개선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모두가 자기 마을을 위한 불사에 마음을 다해 임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5시 40분, 스님이 강당에 도착하자 각 게옥별로 ‘2025년 마을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곰푸 치옥에서는 수원지 공사 4곳, 집 한 채 신축, 보건소 앞 도보 포장을 하겠습니다.”

스님은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했습니다.

“1년 안에 다 할 수 있겠어요?”

“치옥 안에서도 마을이 나뉘어 있어서요. 괜찮습니다.”

“그럼 촉바가 너무 바쁠 텐데요?”

“할 수 있습니다. 문제없습니다.”

참가자들은 저마다 마을의 현실을 담은 1년 계획을 의욕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스님은 발표를 들으며 하나하나 세심하게 점검했습니다.

오늘은 8개 게옥 중 4개 게옥이 발표를 했습니다. 나머지 발표는 내일 하기로 하고, 1일째 워크숍을 마쳤습니다.

저녁 7시 40분부터는 흥겨운 문화의 시간이 펼쳐졌습니다. 부탄 전통 노래가 울려 퍼지고, 참가자들이 원을 그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여덟 명뿐이었지만, 음악이 고조될수록 앉아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원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함께 돌며 발을 맞추는 춤 속에는 마을의 공동체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있었습니다.

JTS 활동가들도 촉바들의 손짓에 이끌려 서툰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옆에서 춤추는 촉바들이 손짓 발짓을 알려 주자, 한국인 활동가들도 조금씩 장단에 익숙해졌습니다.

부탄은 저녁 식사를 늦게 하는 문화가 있어, 문화 행사 후 9시가 다 되어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스님은 오후 9시 30분에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젬강에서 JTS 워크숍 2일째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판탕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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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관

고맙습니다...

2025-06-23 07:55:23

이미진

"이제는 GNH(국민총행복지수)와 같은 가치가 자본주의를 대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늘도 고맙습니다 🙏

2025-06-23 07:39:10

박영미

"최고의 불사는 중생의 고통을 덜어 주는 것"
"‘도와주세요’는 구걸이지만 ‘함께하자’는 감동을 줍니다."
“할 수 있습니다. 문제없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머리카락 듬성듬성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눈물겹도록 감동입니다.
스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박시현님 그리고 함께하시는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2025-06-23 06:5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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