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5.6.15 행복시민 활동 큰 잔치
“아들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 너무 힘듭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전국의 행복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실천활동 사례를 공유하고 소통하며, 행복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멤버십을 다지는 행복시민 활동 큰 잔치가 열리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행복시민 활동 큰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7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해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2시간 50분을 이동하여 9시 50분에 행사가 열리는 대전 KT인재개발원 대강당에 도착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행복시민들이 열렬히 스님을 환영해 주었습니다.


전 세계 67개 행복센터에서 활동하는 750여 명의 행복시민들이 대강당을 가득 메웠습니다. 스님이 모습을 보이자 모두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작년에 경주역사기행에 이어서 올해에는 행복시민 활동 큰 잔치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먼저 10개 지역 권역별로 참가자 소개 시간을 가진 후 대구경북지역 센터연합팀이 무대로 올라와 ‘아름다운 세상’ 노래를 율동과 함께 합창 공연을 보여 주었습니다.



노래를 함께 부르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뜻을 다진 후 평화재단 기획위원장 권영선 님이 여는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무대에 올라서 여러분을 보니까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들의 눈빛이 모두 별빛 같았습니다. 오늘 6월 15일은 25년 전에 남북 정상이 6.25 전쟁 이후 처음 만나서 남북 공동 선언을 발표한 뜻깊은 날입니다. 두 달 뒤에 있을 8.15 광복절은 80주년이 됩니다. 이토록 의미 있는 올해에 여러분과 대면할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행복시민, K파워를 이끄는 세계 시민의 모델

저는 행복시민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에 걸맞게 K 파워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시민 모델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첫째, 행복연습을 통해서 마음을 단련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연습을 통해서 그 힘으로 사회를 개선하는 활동을 하는 이런 모델은 전 세계에서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여러분이 평화, 환경, 복지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사회실천 활동을 꾸준히 하는 이것 역시 비록 소규모일지라도 전 세계에서 독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수행과 실천의 두 가지 힘을 초심 그대로 잘 유지하신다면 앞으로 10년 이내에 세계적인 뉴스에 실리게 될 것입니다. 행복시민 모임이 빠른 시일 내에 전국 각지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확산될 수 있도록 같이 함께 노력합시다.”

이어서 법륜스님이 한 자리에 모인 행복시민들을 환영하는 인사말을 해주었습니다.

“요즘 아침에 뉴스를 보면, 세계 곳곳에서 믿기 어려운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폭격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야말로 지구촌 전체가 커다란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혼란한 세계 속에서 다시 보는 대한민국의 가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기존의 세계질서를 뒤흔든 이후, 전 세계는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습니다.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약한 고리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가자지구에서는 학살에 가까운 참혹한 전쟁이 벌어졌으며, 이어서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사태까지 겹쳤습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갈등과 폭력의 불길이 번지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자연재해로 인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식량 부족으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면, 우리 대한민국이 얼마나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첫째, 우리는 굶어 죽는 극한의 상황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둘째, 인종, 계급, 성차별이 극단적으로 심하지도 않습니다. 셋째, 지금 전쟁이 일어나거나, 피난을 가야 할 만큼의 위험에 놓여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물론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지만, 세계 여러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나라에 속합니다. 성차별이 일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 기준에서 보면 성평등이나 사회적 평등 지수도 많이 개선된 편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는 어리석은 시도를 하긴 했지만, 불과 두 시간 반 만에 해제되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질서를 회복한 점에서 보면, 민주주의 역시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어 불안한 요소는 존재하지만, 치안과 테러 위협이 거의 없는 비교적 안전한 사회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면 한국은 꿈의 나라, 환상의 나라입니다. 예전에는 우리가 미국에 가보는 것을 꿈꿨다면, 지금 동남아시아나 서남아시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에 가보는 게 꿈이에요.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첫 번째 소원이 한국 방문이고, 그다음은 한국 음식을 먹어 보고, 한국 옷을 입어 보는 거예요. 한국 노래와 춤도 무척 좋아하고요.

그런데 정작 한국에 사는 우리는 매일 오만상을 찌푸리며 살고 있습니다. 이게 문제예요. 단순히 정부 정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먼저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좋은 조건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를 자각해야 합니다. 지금 경제가 위축되고, 가족 간 갈등이나 우울증 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의 사정을 들어보면 이해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가 그렇게 인상 쓰며 살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정말 웃으면서 살아도 괜찮은 환경이에요. 조금 전에 우리를 노래로 즐겁게 해 준 대구·경북의 행복 시민들처럼, 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행복을 전국적으로, 더 나아가 전 세계로 전해야 합니다.

작은 실천이 지구를 살리고 모두를 행복하게 합니다

물론 사회평등 지수나 복지 지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행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입니다. 나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보다 행복으로 가는 빠른 길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첫째,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 내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곧 나 자신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둘째, 나만 행복한 것으로 멈추지 않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려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우리 국민이, 나아가 전 세계인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우리가 기여해야 합니다. 셋째, 그럼에도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한반도에서는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바로 이 땅의 평화입니다. 지금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비극이 이 땅에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평화를 굳건히 지켜내야 합니다.

지구 반대편에는 여전히 굶주리고, 마실 물이 부족하고, 집도 없이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외면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돕고 나누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하나뿐인 지구는 기후 위기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소비 줄이기 즉, 소비 멈춤과 쓰레기를 덜 만들어 내는 실천입니다.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바로 행복시민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반드시 감당해야 할 과제이며 전 세계 시민이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길 앞에 서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부터 먼저 웃으면서 행복하게 살아보자.’

이런 취지로 함께 나아간다면 10년, 20년 뒤 우리의 활동은 우리 자신과 우리 국민 모두에게 큰 희망이 될 것입니다. 그런 희망의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마음 깊이 간직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 귀한 여정에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해봅시다!”

큰 박수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를 내려간 후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온라인 행복시민 모임이 시작된 2021년부터 지금까지의 활동 모습이 영상 속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일상의 행동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행복시민의 약속이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낸 모두에게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행복시민 모임을 통해 다양한 삶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일산센터 지윤경 님의 사례담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저는 ‘사람은 왜 사는 걸까’라는 고민 속에 방황하던 아이였습니다. 나름 답을 찾고자 철학책도 보고 교회도 다녀보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후 아빠 사업에 어려움이 있어 ‘부모님 속을 덜 썩이면서 살자’ 하면서 잠시 궁금증을 미뤄 놓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게시판에 행복학교는 제 눈에 더 잘 들어왔고, 지금은 행복시민 3년 차가 되었습니다.

17살 여고생은 30년 후 행복시민 활동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삶은 단순히 태어나고 죽는 걸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라는 답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빠르지 않게, 과정을 즐기며 행복시민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갑니다. 우리 일산행복시민 모임에서는 어르신반찬 봉사도 하고, 이주민 정착 프로그램, 배수로에 돌고래를 그리는 환경 캠페인도 함께하고 있어요. 누군가를 위한 봉사 같지만, 결국은 저 자신을 위한 길이었음을 행복시민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다음은 행복시민들의 다양한 활동 사례를 들어보는 ‘천 퀴즈 온 더블록’ 행복시민 토크쇼를 시작했습니다.

송파센터에서 활동하는 손 모아 님은 역사기행을 비롯하여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온 사례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해외 생활을 하며 한 곳에 오래 머문 적이 없었기에, 지역 사회에 스며들기까지는 최소 1년 반에서 2년이 걸릴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송파구로 이사 오자마자 ‘역사 기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지역의 역사를 알면 사람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겠다’는 마음에 참여했죠. 그 활동을 통해 송파의 역사뿐 아니라, 지역 사회를 바라보는 제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았습니다.”

경산센터에서 활동하는 이유진 님은 외국인 노동자 가족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감동을 준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파키스탄 출신의 이주노동자 가정과 인연이 닿아 한국어 교육과 교통 지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언어 장벽은 있었지만 눈빛, 손짓, 번역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심이 통했어요. 특히 마지막 수업 날, 그분이 어눌한 한국어로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셨을 때의 감동은 잊을 수 없습니다. 작지만 꾸준한 이 활동이 사회 변화의 시작임을 느꼈고, 저도 그 안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회자가 이유진 님의 사례 발표를 듣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유진 님 같은 분이 시의원이 되면 우리 동네가 참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공감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부천센터에서 활동하는 송선남 님은 환경 캠페인 활동을 전개하여 작은 변화를 일군 사례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부천센터에서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우리는 지구 지킴이, 손텀장인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환경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손텀장인이란 손수건, 텀블러,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말합니다. 회의만 13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함께 준비했지요. 직접 손수건에 그림을 그려보는 체험부터 환경 퀴즈, 서명 캠페인까지 다양하게 꾸몄고,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작은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의미 깊은 배움이었어요.”

종로센터에서 활동하는 유희철 님은 행복학교를 통해 좀 더 행복해진 자신의 삶과 더불어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례를 통해 느낀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적처럼 매출이 올라가며 많은 것을 누렸지만, 이상하게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법륜스님의 행복학교를 통해 삶이 달라졌어요. 하루 동안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쓰는 단순한 연습조차도 처음엔 어려웠지만, 일상의 소소한 것들—맑은 공기, 나무, 아내의 미소—에 감사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 진심 덕분에 자원봉사도 처음으로 하게 되었고,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희 종로센터에서는 노숙을 경험한 자립 여성분들을 위해 매달 한 번씩 반찬을 직접 만들어 전달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자립을 돕기 위해 숙식을 제공하는 빌라를 마련해주고 있는데요, 저희는 그곳에 거주하시는 분들께 음식을 나누며 작은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활동을 통해 처음으로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처음엔 ‘내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지만, 몇 번 함께하다 보니 오히려 제가 위로와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주센터에서 활동하는 정세연 님은 텀블러 사용하기 캠페인 및 해양 환경 보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 사례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청정 제주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해안가에는 담배꽁초부터 냉장고까지 각종 쓰레기가 널려 있었어요. 그래서 ‘텀블러 나눔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사용하지 않던 텀블러를 기부받아 깨끗하게 소독해 나누었고, 바닷가 카페 밀집 지역에서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네 살이 된 우리 아이가 ‘쓰레기 때문에 바다가 아파요!’라고 외치는 모습이 화제가 되어 많은 분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어요. 3년째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진행하며 제주 해안의 변화를 함께 체감하고 있습니다.”

작은 실천이 이렇게 큰 울림을 줄 줄 몰랐습니다. 일상의 작은 행동이 가져온 변화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토크쇼를 마치고 오전 행사 내용을 스케치한 쇼츠 영상에 댓글을 달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동 행동 시간을 마치고 사회자인 천혜경 님이 돌발 퀴즈를 내어 청중에게 선물을 주었습니다.

“요즘 '유퀴즈'가 아주 인기잖아요? 유퀴즈가 더 재미있나요, 천 퀴즈가 더 재미있나요?”

행복시민들은 ‘천 퀴즈요!’, ‘유퀴즈요!’ 하고 외치며 웅성 거렸습니다.

“정답은 ‘천 퀴즈가 더 재미있다!’입니다! 유퀴즈는 화면 속 이야기지만, 천 퀴즈는 여러분과 제가 함께 만들어가는 진짜 이야기니까요!”

행복시민들의 표정에 즐거움과 따뜻한 여운이 번졌습니다.

유쾌한 시간을 뒤로하고 스님이 무대 위로 올라와 1부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며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다섯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깊이 감동했습니다. 작은 시민들의 실천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옛말에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쌓이면 결국 큰 변화를 이끕니다. 환경운동에서도 비슷한 비유가 있습니다.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N. Lorenz)는 ‘브라질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생길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작은 나비의 날갯짓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그 파장은 세상을 뒤흔드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꿉니다, 행복시민의 날갯짓

조금 전 사회자가 행복시민들의 활동 모습을 보고 ‘시의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요. 여러분처럼 활동하면 시의원이 되고도 남습니다. 만약 기초단체장이나 기초 의회 의원을 선출할 때 정당 공천제가 사라진다면, 이 자리에 계신 누구라도 시의원이 되는 일이 어렵지 않을 거예요. 지금처럼 정당 공천제를 유지하는 구조에서는 기초 의회조차 정당의 하수인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우리 동네를 대표하는 사람이 어느 정당 소속이든 그게 무슨 관계가 있나요? 동네 쓰레기를 어떻게 치울지, 마을 길을 어떻게 정비할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당 공천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앞으로 기초 의회만큼은 정당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여러분 같은 분들이 시의원이나 군의원이 될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의회 의원이 되면 월급도 많고 여러 이권이 따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외국처럼 봉사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별도의 월급 없이 각자의 직업을 유지하면서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소임으로 역할이 바뀐다면, 행복시민이야말로 그 취지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일정 부분 공공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갖게 되겠죠. 사실 지금의 NGO들은 자발적으로 모이지만 결정권은 없습니다. 반면에 정부 관료나 공무원은 결정권은 있지만 자발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제도가 바뀌어서 자발성과 결정권이 동시에 주어진다면, 일상 속 민주주의는 지금보다 훨씬 더 깊고 넓게 뿌리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변화가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행복시민운동은 지역을 변화시키는 더욱 영향력 있는 운동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그렇게 되면 좋겠다.’하는 말은 ‘인천에 배만 들어오면 나도 부자다.’라는 말과 비슷해요. 막연한 기대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행복은 자립에서 시작되고, 세상을 돕는 데서 완성됩니다

조금 전 발표하신 분들 모두 행복해 보이지 않았나요? 자신이 행복해 보이고, 또한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해낼 때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자존감이 생깁니다. 반대로 남의 도움만 받으며 살다 보면 삶이 쉬울지는 몰라도 자존감이 떨어져요. 우리가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은 귀여움은 받지만 자생력이 없습니다. 주인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요. 그런데 야생 동물은 비록 삶이 고단하더라도 자기 힘으로 살아갑니다. 바로 자생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는 부모의 보호를 받지만, 성인이 되면 자립해야 합니다. 어른으로 산다는 건 자립적인 존재로서 서로 돕는 것입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돕기만 하고 다른 쪽은 받기만 하는 관계라면, 도움을 받는 쪽은 자존감을 갖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행복시민의 구호는 ‘나부터 행복하기, 그리고 남도 행복하게 돕기’입니다. 먼저 내가 행복해야 하고, 그다음 다른 사람도 행복할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을 보태야 합니다. 나아가 세상이 정의롭고 평화로워지도록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 될 때, 비로소 자부심이 생깁니다. 학벌, 경제력, 지위, 성별과 관계없이 내가 이 사회에서 무언가 쓰임새가 있을 때 자존감이 생기는 거예요.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행복시민 여러분은 나이나 지위, 성별과 관계없이 이미 세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당당하고 행복한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 시민 여러분, 행복 시민이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를 행복하게 만들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행복을 바탕으로 세상에 쓸모 있는 존재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 길을 우리 함께 갑시다. 오늘 발표하신 다섯 분, 우리의 모델이자 모범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시민들은 스님의 말씀을 듣고 큰 자부심을 느끼며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다 함께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점심 식사 시간을 가졌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행복시민들은 전국 각 센터에서 준비한 다양한 부스를 체험했습니다. 대강당 로비에는 13개의 부스가 마련되어, 각자 관심 있는 주제에 따라 환경 실천, 평화 기원, 나눔 활동, 역사 퀴즈 등 다채로운 체험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삼베 수세미 뜨기, 친환경 세제 만들기, 미세 플라스틱 없애는 환경캠페인, 재활용 분리배출 캠페인 등 다양한 부스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어느덧 1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오후 2시 20분이 되어 2부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마포센터 행복시민 김동현 님이 ‘나는 나비’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2부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다음은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은 시원한 마음으로 법륜스님과 함께 하는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행복시민들이 ‘법륜스님’을 큰 소리로 부르자 스님이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 위로 걸어 나왔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행복시민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시간 동안 11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다양한 질문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들려주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최근에 아들과의 관계가 멀어지기 시작했다며 어떻게 하면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들과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아 너무 힘듭니다

“저는 딸 두 명과 아들 한 명이 있습니다. 딸 두 명은 고등학생일 때보다 지금은 사회생활도 안정됐고, 저와도 잘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오히려 어릴 때 더 다정하고 금쪽같은 아이였는데, 요즘은 저를 마치 길가의 돌멩이처럼 툭툭 대합니다. 원래 예민한 편이긴 한데, 뭐가 문제인지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아들이 제가 반대하던 연극영화과를 선택해서 지방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저와 떨어져서 살았습니다. 그 뒤 자원해서 해병대도 다녀왔고요.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지금은 다시 함께 살고 있지만, 예전의 아들과는 너무 다르게 느껴집니다. 저는 아들과 가장 친한 사이였다고 생각하고, 그래야 한다고 믿고 있는데, 요즘 아들 때문에 너무 힘이 듭니다.”

“그건 크게 잘못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질문자는 남의 남자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남자는 이미 자기를 좋아해 주는 다른 여자가 있으니까, 질문자도 이제 그만 남의 남자를 좋아하지 말고 내 남자를 좋아하세요.”

“그게 다 인가요?”

“네, 그게 다예요.” (웃음)

“아들이 요즘은 저와 밥도 같이 안 먹고, 식탁에 차려 놓으면 그냥 들고 들어가서 방에서 먹어요. 아예 저를 거부합니다.”

“물론 젊은 남자가 다정하고 대화도 잘 되면 좋겠죠. 그런데 그 남자가 나이 든 여자를 안 좋아하는 걸 어쩌겠어요. 방법이 없어요.”

“저는 진짜 심각한데요.”

“뭐가 심각해요? 내 남자를 좋아하라니까요. 아들에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럼 그냥 내버려 둘까요?”

“안 내버려 두면 어떻게 할 건데요?”

“그냥 완전히 관심을 꺼야 하나요?”

“내 남자한테 신경을 쓰라니까요. 질문자가 남편에게 잘하고 다정하게 대해 보세요. 그러면 혹시 아들이 질투가 나서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지요. 아들에게 너무 신경을 쓰면, 아들은 귀찮아하고 징그러워할 수도 있습니다. 어릴 때 기억을 떠올려 보면, 엄마가 간섭도 하고 반대도 했으니까 그런 기억이 썩 좋지는 않을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그건 모릅니다. 요즘 20대 남성들이 약간 보수적이고 우익적인 성향이 있다는 말 들어보셨죠? 그건 단지 20대 여성들이 혜택을 받는 것에 대한 반발심만은 아니에요. 심리적으로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 요즘 40대에서 50대 여성들이 굉장히 강합니다. 우리 세대는 아버지가 엄마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며 자랐기 때문에 대부분이 엄마 편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아버지보다 엄마 목소리가 더 크고, 간섭도 주로 엄마가 많이 합니다. 그래서 여성에 대한 무의식적인 저항감이 생긴 거예요. 더구나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님의 약 80퍼센트가 여성이에요. 중고등학교도 절반 이상이 여자 선생님입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초등학교를 제외하면 여자 선생님이 귀했습니다. 음악, 미술 빼고는 전부 남자 선생님이었거든요. 학생들을 혼내거나 기합을 주는 것도 남자 선생님 몫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주로 여성한테 잔소리를 듣습니다. 그래서 여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반발심이 생기는 거예요. 그런데 엄마나 여자 선생님들은 이런 걸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20대 청년들과 즉문즉설을 해보면, 딸들은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성격이 불같아서 좀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고, 아들들은 대부분 엄마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호소합니다. 또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나면서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어릴 때는 그냥 엄마일 뿐인데 사춘기가 지나면 여성으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엄마가 자꾸 와서 귀엽다고 껴안고 만지니까 마치 성추행을 당하는 것처럼 불쾌할 수 있어요. 중학생쯤 된 아들에게 그런 행동을 하면 성추행에 해당합니다. 만약 아버지가 딸에게 그런 행동을 한다면, 다 성추행이라고 할 거잖아요. 그런데 엄마는 그런 행동을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니까 문제인 겁니다. 지나친 신체 접촉은 피해야 합니다.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두 가지 심리가 생깁니다. 하나는 신체 접촉이 불쾌하거나 성추행처럼 느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적인 자극에 예민해지는 것입니다. 엄마가 샤워 후에 아이가 어리다고 옷을 대충 입고 돌아다니면, 그게 사춘기 아이에게는 성적 자극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사춘기를 지난 아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이런 의식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문제인 겁니다.”

“처음 알았습니다.”

“그걸 아직도 몰랐어요. 무식하네요. (웃음) 형식적으로 그렇게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아이를 적절히 존중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아이 취급하면 안 돼요. 해병대까지 다녀온 청년인데 자꾸 아이 취급을 하니까 싫은 겁니다. 이웃집 총각을 대하듯이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존중하는 자세, 명심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소 닭 보듯이 무관심하게 대하라는 건 아니에요. 닭이 병아리를 품듯이 품으라는 것도 아니고요. 거리를 두되, 존중하는 자세를 갖추라는 것입니다.”

“제가 며칠 전에 친구랑 얘기하다가 ‘아들을 수용해야겠다.’라고 했더니, 친구가 ‘그걸 더 좋은 말로 하면 존중이네?’라고 하더라고요. 스님이 해주신 말씀과 비슷하네요.”

“스님을 자기 친구하고 비유하나요?” (웃음)

“아니에요! 그건 아닙니다. 소중한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네, 웃자고 하는 말입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유쾌하게 웃다 보니 오후 4시가 넘어서 대화를 마쳤습니다.

하루 종일 행사장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이어서 즐겁고 활기찬 행복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스케치 영상을 함께 보았습니다.

다음은 하루 종일 행복시민들과 함께해 준 법륜스님이 다시 무대로 올라와 마무리 인사말을 해주었습니다.

“오늘 즐거우셨나요?”

“네!”

“지금 세계정세는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그 중심에는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있습니다. 미국은 이제 자기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깊어졌고, 세계를 방어하던 기존의 자세에서 한발 물러서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 정책의 목적은 매우 분명합니다. ‘무엇이든 필요하면 각자 돈을 내라.’하는 입장입니다. 동맹이라 해도 자국의 이익을 해치면 더 이상 동맹으로 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보다 동맹을 더 경계하는 분위기마저 있습니다.

코리아 리스크를 넘어,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기

이런 식의 외교 정책의 단점은, 이익에 눈이 멀어 신의를 저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나라 간의 관계가 동맹이냐 적이냐로 뚜렷하게 나뉘었지만, 지금은 그 경계가 무너졌습니다. 북한을 바라보던 미국의 시각도 예전에는 명백한 적이었지만, 이제는 그렇게만 보지 않게 된 거죠. 동맹과 적이라는 구분이 희미해진 것입니다.

이런 변화가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무엇이 이익이 되느냐’로 접근하다 보니, 오히려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문제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열렸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식 접근이 바람직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금은 기존의 세계 질서를 무너뜨리고 미국 중심의 새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칫하면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있지만, 반대로 잘 풀리면 과거의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분기점에 서 있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좋다, 나쁘다’라고만 보면 안 됩니다. 전쟁 통에도 그 와중에 돈을 버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니까요. 마찬가지로 변화된 세계 질서 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유리하게 적용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늘 전쟁 위험이 있는 나라, 즉 ‘코리아 리스크(Korea Risk)’를 안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적어도 ‘남북 간에 전쟁은 없어야 한다.’라는 평화에 대한 입장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전달해야 합니다. 동시에 결과에만 매달리지 말고, 기후 위기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세계 시민이고, 저는 여러분이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한류를 넘어, 진짜 좋은 영향력을 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요즘 한류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자랑스럽게 느껴지실 거예요. 그런데 한류는 결국 소비문화입니다. 멋진 옷을 입고, 노래하고 춤추고, 맛있는 걸 먹는 그런 문화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특히 부모 세대의 눈에는 젊은이들이 이런 문화에 빠져드는 모습이 마냥 좋아 보이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류가 꼭 좋은 영향만 주는 건 아니에요.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좋은 점도 있지만, 그 나라에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건 아니죠.

그래서 우리가 진정으로 좋은 영향을 주려면, 그 나라에 실제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여성 교육이 필요하다면 그 부분을 지원하고, 자연재해를 겪으면 복구를 도와주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합니다. 그렇게 한국에 대한 호감과 유익함이 겹치게 되면 한류는 더욱 지속 가능해집니다. 그렇지 않고 우리의 이익만 챙기려 한다면, 한류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이 시기에, 우리가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밥 한 끼를 아끼면 만 원 정도 남잖아요. 그 돈이 다른 나라로 가면 열 끼, 스무 끼의 식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세계 시민으로서 역할을 해나가야 합니다. 물론 지금 한국의 서민 경제가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까지 괴롭다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에요. 내내 ‘죽겠다’는 말만 반복하지 말고, 한국 사람들도 이제는 의식이 한 단계 더 성장해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 그런 세계 시민이 되어 정신적으로 더 편안하고 자유롭기를 바랍니다.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하는 삶을 함께 실천해 나갔으면 합니다.”

행복시민 활동 큰 잔치를 마무리하며 부산울산 지역 센터 연합이 준비한 공연을 함께 보았습니다. 행복학교 로고송에 맞춰 신나는 율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청중석에 앉은 행복시민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율동을 했습니다. 하나 된 마음으로 웃고 손뼉 치고 춤추는 가운데, 대강당은 그야말로 행복 에너지로 가득 찼습니다.

마지막으로 행복시민들의 구호인 ‘다 함께 행복하자’를 세 번 외치고 행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다 함께 행복하자!”

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모두 대강당을 퇴장하고, 스님은 차를 타고 대전을 출발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오후 5시에 대전을 출발해 이동하던 중, 잠시 안양에 들러 암투병 중인 묘향 법사님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묘향 법사님이 얼마 전 항암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다는 소식을 듣고, 스님도 시간을 내어 직접 병문안을 갔습니다. 묘향 법사님은 1995년 대학생불교연합회 부산지부 활동을 하면서 법륜스님을 처음 뵈었고, 그 후 북한동포 돕기 100만 인 서명운동을 하면서 공동체에 입방 하였고, 좋은 벗들을 거쳐 주로 정토출판에서 오래 근무한 후 법사 수계를 받아 소임을 해오다가 작년부터 투병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법사님은 음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많이 야위어 있었고, 겨우 힘을 내어 조용히 말을 했습니다.

“먹고 싶은 욕구는 있는데 소화를 시키지 못해서 못 먹고 있어요. 의사 선생님이 항암 치료를 한 번 더 해보겠느냐고 물어보셔서 이제는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스님은 법사님을 조용히 위로했습니다. 스님이 물으면 법사님이 대답하고, 다시 스님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다음 말을 건네는 사이, 병실엔 따뜻한 대화가 잔잔히 흘러갔습니다.

“이제는 자연치료에 맡겨보지 뭐. 항암 치료를 하면 오히려 고통만 겪다가 시간을 다 보낼 수가 있잖아. 죽으려고 할 필요도 없고, 살려고 발버둥 칠 필요도 없고, 그냥 자연적으로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조금 더 편할 거야. 하루를 살더라도 편하게 살아야 되잖아. 통증은 심하지 않나?”

“통증은 크게 없습니다. 호스피스 병동이니까 통증이 있다고 하면 주사를 놓아주거든요. 그런데 몸이 자꾸 말라가니까 앉지도 못하겠고, 서지도 못하겠어요. 아, 이런 게 고통이구나 했습니다.

“통증이 없어서 다행이다. 제일 힘든 건 통증이야. 통증이 심하면 하루하루가 너무 고통스럽거든. 힘이 없으니까 가능한 말을 하지 말아야 돼.”

“감사합니다. 스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백일법문도 들었습니다.”

“법문을 어떻게 들었어?”

“핸드폰으로 열심히 봤습니다.”

“걱정했던 것보다 기운이 조금 있어 보여서 다행이네. 항상 ‘이만하기 다행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먹어. 그러면 마음이 좀 편안해질 거야.”

“네, 알겠습니다. 저도 몸이 좀 회복되면 대중들 얼굴을 보고 싶어요.”

“나는 내일 일본 갔다가 부탄에 갔다 올게. 부탄 다녀와서 또 얼굴 보러 올게. 그때까지 마음 편히 지내고 있어.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면 조금씩 좋아질 거야.”

스님은 제자가 투병 중인 모습을 보며 무척 안타까워하는 듯했습니다.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손을 꼭 잡은 채, 깊은 연민과 따뜻한 응원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병문안을 마치고 저녁 7시에 안양을 출발하여 저녁 7시 4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실내에서 업무를 본 후 원고 교정을 보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일본 도쿄 공항에 내린 후 하루 종일 일본의 원로 정치인들과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를 나누고, 밤에는 다시 비행기를 타고 부탄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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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

묘향법사님 소식이 궁금하긴 했는데요.... 두분의 대화를 옆에서 듣는것 처럼 몰입했네요..... 마음이 짠합니다. 제작팀에 감사드립니다.

2025-06-18 12:47:52

감로화

성인이 된 아들들이 잘 이해되지 않아 답답했는데 그 아들들은 제가 더 이해되지 않았겠군요.
이십대 남성들의 성향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고 나니 제가 할 행동들을 어렴풋히 알게 되었습니다.

2025-06-18 12:20:19

이지우

묘향법사님 건강 다시 회복하시어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통이 많이 없기를 평안하기를 기원합니다.

2025-06-18 11: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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