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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법륜스님의 백일법문 103일째 날입니다. 오늘은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금요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는 날이고, 백일법문이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 날입니다.
지난 100일 동안 스님은 쉼 없이 법의 수레바퀴를 굴렸습니다. 막바지에 이르러 목이 잠기고 감기가 들어서 아침에 병원을 찾아가 문을 열자마자 진료를 받았습니다.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수액을 맞고 안정을 찾은 뒤 강연 시간에 맞춰 서둘러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봉사자들이 즉문즉설을 들으러 온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신록이 더욱 짙어져 가는 5월의 마지막 금요일, 골목 사이로 부는 바람이 땀을 식혀 주어서 시민들의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오전 10시 15분이 되자 삼귀의와 수행문을 함께 낭독했습니다. 지하 대강당에는 280여 명의 시민들이 자리하고, 유튜브 생중계에는 3500여 명이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오늘은 백일법문의 마지막 강연일입니다. 마지막이라고 해서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혹시 100일 동안 한 번도 안 빠지고 법문을 들은 사람이 있어요?”
몇 사람이 손을 들었습니다.
“대단하시네요. 백일법문이 끝나도 강연이 계속 열리니까 꾸준히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오프라인에서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원래대로 매주 금요일마다 강연이 열립니다. 제가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해외 오지에 있을 경우에는 녹화 방송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양해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한 시간 반 동안 다섯 명이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첫 번째 질문자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힘든 일이 생기면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쉽게 그만두게 된다며,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는 직장에서 조금이라도 힘든 일이 생기면 버티지 않고 도망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에도 몇 번 이직했습니다. 지금 직장은 5년 정도 다녔는데, 처음 합격했을 때의 기쁜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도망치거나 이직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여기는 제가 어렵게 들어온 곳이라, 그만두면 후회할 것 같고, 한편으로는 오래 다니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회사에 다녀야 할까요?”
“한 직장에 오래 다니겠다는 생각부터 버리면 됩니다. 인생은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니까요. 한 직장에만 다니면 다양한 경험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회사도 다녀 보고, 저 회사도 다녀 보면 좋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예요. 평생 한 남자만 만나면 지루할 수 있어요. 이 남자도 만나 보고, 저 남자도 만나 보면 좋습니다. 옛날에는 재혼을 윤리나 법으로 금지해서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은 자유롭잖아요?
그러니 이직을 단점으로만 보지 말고 장점으로 생각해 보세요. 예를 들어, 내가 먼저 사람을 떠난다면 난봉꾼이라 비난받을 수 있지만, 상대가 나를 떠났다면 그 비난에서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연애할 때도 상대가 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무분별하게 교제해도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매달릴 필요 없이 상대가 떠나면 또 다른 인연을 만나면 된다는 뜻이에요. 직장도 싫으면 나오면 되고, 해고당해도 신경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다른 직장에 들어가면 되니까요. 이렇게 마음을 먹으면 이성을 만나도 매이지 않게 되고, 직장을 다녀도 매이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진정한 자유예요.
다만 내가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면, 그 관계에 도움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정신적 위안이나 물질적 도움을 주어야 하고, 직장에서는 회사에 이익이 되는 기여를 해야 관계를 지속할 수 있어요. 우리는 보통 상대에게서 얻으려고만 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고 관계가 깨지는 것입니다.
첫째, ‘한 직장에 오래 다녀야 한다.’ 하는 생각을 내려놓으세요. 자주 옮겨 다닌다고 해서 ‘내가 부족한가?’ 하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해고당하는 게 나쁜 일이 아니잖아요? 남자친구가 떠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에게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가 나를 싫어해서 떠났다면, 그것은 그의 선택이기 때문에 내가 상처 입을 아무런 이유가 없어요.
둘째, 직장이든 인간관계든 지속하고 싶다면, 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즉문즉설을 하면서 질문자에게 100만 원씩 받는다고 합시다. 그 금액만큼 값어치가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 저를 찾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 거예요. 그런데 지금처럼 아무것도 받지 않으니까 질문자의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면 고마운 일이고, 도움이 안 되어도 손해는 없습니다. 그러니 계속 올 수 있지요. 이렇게 서로에게 혜택이 있으면 관계가 지속됩니다.
셋째, 지금 다니는 직장이 싫다면 그만두어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후회한다면 지금 판단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어요. 그가 싫어서 떠났는데 다시 그를 그리워하고, 그 직장이 싫어서 나왔는데 또다시 그 직장을 그리워한다면, 떠날 때 판단을 잘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질문자는 예전에도 그런 식으로 이직했다가 후회한 경험이 몇 번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만두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도 당장 그만두지 말고 ‘1년만 더 다녀보자!’ 하고 결정을 유보해 보세요. 최소한 3년 정도는 어떤 일이 있어도 수행 삼아 직장을 다녀보는 겁니다.
첫째, ‘나는 늘 떠돌아다니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냥 인연되는 대로 살겠다.’ 이런 마음으로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째, 한 직장에 오래 다니고 싶다면,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더라도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됩니다. ‘떠나고 싶어도 다니고, 떠나기 싫어도 다닌다.’ 이렇게 관점을 가지면 됩니다. 이렇게 스스로 원칙을 정하면 돼요. 후회한다는 건 그때 선택을 잘 못했다는 뜻입니다. ‘예전에도 그런 선택을 하고 후회했잖아. 내 판단은 믿을 만한 게 못 돼!' 이렇게 자기 판단을 의심해 보는 겁니다. ‘이건 번뇌다. 그냥 일어나는 마음일 뿐이야.’ 이런 관점을 가지고 회사에 다녀보면 좋겠습니다. 5년이면 5년, 10년이면 10년, 기간을 스스로 정해 두고 수행 삼아 회사에 다니는 겁니다.”
“지금 직장도 5년을 다녔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일어납니다. 그런데 또 떠나면 후회할 것 같아 두렵습니다. 그래서 계속 버티고 있는데, ‘버텨야지!’ 하는 생각 자체가 괴로움이 됩니다.”
“버티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회사가 해고하면 그때 떠나면 돼요. 버텨보겠다고 애쓰지 말고, 해고할 때까지 편하게 다니겠다는 식으로 마음을 가져 보세요. 일이 힘들다고 먼저 그만두지 말고요. 질문자가 직접 결정하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지만, 회사가 결정하면 후회할 일이 없습니다. 기분은 좀 나쁠 수 있어도 후회되지는 않아요. 사람을 만날 때나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결정해서 후회할 것 같다면, 상대가 결정하도록 두면 됩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행동하고, 그럼에도 상대가 나와 함께하겠다면 수용을 하는 겁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습니다. 상대가 관계를 끊자고 하면 그때 관계를 끊으면 돼요. 관점을 이렇게 가지면 편하게 다닐 수 있어요.”
“스님 말씀을 들으니, 제가 어려운 일을 버티는 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직장에서든 일상에서든 힘든 순간이 왔을 때 그냥 제 마음대로 행동해도 된다는 말씀인가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버티면서 하니까 힘든 겁니다. 예를 들어, 누가 뺨을 한 대 맞으면 1000만 원씩 준다고 합시다. 그러면 뺨을 맞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쉬운 일이 되어 버립니다. 한 대만 맞으라고 해도 열 대 더 맞고 싶을 거예요. 사실은 ‘어려운 일’이란 것이 실제로 없습니다. 모두 다 마음이 짓는 거예요. 싫은 사람과 데이트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1억 원을 준다면 어렵게 느껴지지 않겠죠? 결국 실제로 일이 어려운 게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싫어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되는 겁니다. 반대로 좋아하는 일은 돈을 써서라도 하려고 하잖아요? 그러니 질문자가 정 힘들다면 그만두셔도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려움은 마음에서 오는 거예요.
‘어려움은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이 짓는 것이다. 지금 이 마음을 따라가면 나중에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어려운 마음에 휘둘리지 않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눈앞에 좋아하는 음식이 차려져 있는데 독이 들어 있다고 합시다. 아무리 먹고 싶어도 먹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먹고 싶은데 어떻게 안 먹어요?’라고 질문하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저도 ‘그러면 먹고 죽으세요!’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러나 먹고 싶다고 해서 독이 든 걸 먹으면 결국 자신에게 해롭잖아요? 그것처럼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어렵다면 그만둘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어려움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 따라 움직이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어요. 그래서 ‘어렵다’ 하는 마음에 비중을 두지 말라는 겁니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질문자의 습관일 뿐입니다. 그럴 때는 어렵게 느껴져도 그냥 해 버리면 됩니다.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면 그만두시고요. 그렇지 않다면 하루하루 그냥 다녀보세요. 등산할 때도 중간쯤 올라가면 힘이 들어요. 그래서 그만 가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중간에 내려와도 됩니다. 꼭 정상까지 가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정상을 목표로 삼았다면, 힘들어도 가야 합니다. 그럴 땐 ‘힘든 건 마음일 뿐 나는 그냥 간다.’ 이렇게 관점을 갖고 계속 가야 합니다. ‘내려갈까 말까?’ 이렇게 망설이면 오히려 더 힘들어져요. 비록 몸은 힘들어도 하기로 한 건 그냥 해버려야 번뇌가 사라집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제가 쇼핑을 하며 소비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쇼핑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상은 덧없고 공하다는 가르침을 듣고 나니 ‘이게 끝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자비의 길로 가려면 제가 어떤 수행을 해야 할까요?
저는 상대방이 저를 악하게 대하면 저도 악하게 대하고, 선하게 대하면 저도 선하게 대합니다. 이게 잘못된 것일까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아이 두 명을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가 자꾸 저한테 미안하다고 말하거나 ‘나중에 잘 살게 해 줄게.’ 이런 말을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대화를 마친 후 백일법문을 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동안 쉼 없이 법문을 해주신 법륜스님에게 모든 봉사자와 즉문즉설 참석자들의 마음을 담아 꽃다발을 전달했습니다.
이어서 스님이 봉사자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번에 백일법문이 진행되기 위해서 700여 명의 봉사자들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건물 관리, 청소, 안내, 공양, 부스 운영, 교과 진행 등 각 파트에서 많은 사람들이 봉사했습니다. 그중에 오늘은 금요 즉문즉설을 진행해 주신 분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는 즉문즉설이 이루어지려면 그냥 스님과 청중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봉사를 해주셔서 즉문즉설이 가능했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봉사자들이 모두 무대 앞으로 나오자 청중이 큰 박수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봉사자들은 다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자리로 들어갔습니다.
“일주일의 행복 루틴, 금요일엔 즉문즉설, 함께 해요!”
다음은 100일 동안 금요 즉문즉설 진행을 맡은 봉사자들의 소감을 들어 보았습니다.
“스님을 따라 봉사를 하며 법문도 듣고 100일을 한 발 한 발 걸어온 것 같습니다. 100일 전 2월 21일에 강연을 시작할 때는 날씨가 매우 추웠습니다. 100일이 지나고 장미가 피는 따뜻한 봄날에 마무리를 하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저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봉사를 하기 위해 매주 금요일마다 휴가를 내었습니다. 봉사를 하다 보니 제 마음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바뀌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인품이 있는 고상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봉사야말로 정토회 회원이 된 특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봉사하면서 힐링하게 되었습니다. 봉사를 통해 키운 면역력 덕분에 지금은 직장생활을 가볍게 해나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백일법문의 모습을 담은 스케치 영상을 함께 본 후 오전 강연을 마쳤습니다.
무대에서 내려온 스님은 지하 공양간으로 이동하여 대중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에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저녁 무렵에는 JTS를 후원하고 있는 채스터넷패밀리재단의 손희숙 님이 찾아와 스님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고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손희숙 님은 스님과 JTS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활동에 큰 감동을 받아 앞으로도 꾸준히 후원을 해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직장인들을 위한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백일법문의 마지막 강연입니다.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퇴근 후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찾았습니다. 유튜브에 5000여 명이 접속하고, 지하 대강당에는 230여 명이 자리했습니다.
즉문즉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가는 새벗 합창단에서 노래 공연을 보여 주었습니다.
새벗 합창단은 작년에 좋은벗들에서 주최한 통일체육축전 장기자랑대회를 함께 준비한 것을 인연으로 정토회 화성지회 회원들과 북한이탈주민들이 힘을 합해 결성한 남북 합창단입니다. 통일의 염원을 담아 ‘고향의 봄’, ‘아름다운 나라’ 두 곡을 불러 주었습니다.
큰 바다 있고 푸른 하늘 가진
이 땅 위에 사는 나는 행복한 사람 아니냐 ♬
아름다운 나라
열창이 끝나자 청중석에서 앵콜과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남과 북이 하나되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준 새벗 합창단에 모두가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이어서 삼귀의와 수행문을 낭독한 후 스님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스님은 오늘 서울에서 울려 퍼진 이 노래가 언젠가는 꼭 평양에서도 울려 퍼지기를 염원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우리가 통일된 나라에 살고 있었습니다. 남과 북이 하나 되어 노래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남과 북이 두 개의 적대적 국가로 대치하면서 전쟁도 할 수 있는 위험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고, 한국에서 12.3 비상계엄이 실패하게 되면서 전쟁의 위험이 많이 낮아졌습니다. 한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력 정책이 성공해서 평화로운 한반도가 되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고향이 얼마나 그립겠습니까. 그분들이 고향에 갈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노력합시다. 여러분도 우선 마음 공부를 해서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는 동시에 또한 자신이 가진 재능과 재물을 보시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하는 데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한 시간 반 동안 여섯 명의 질문을 받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유학을 가서 고립된 환경 속에서 세상을 원망하고 자책하며 살아왔다며 어떻게 하면 자책하는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는 ‘못났다 병’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어서 독일에서 왔습니다. 독일로 유학을 가서 지금까지 약 15년째 살고 있습니다. 저는 기독교 집안의 장손으로 부모님의 기대를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시기심이나 미움, 질투, 반항심과 같은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기독교에서는 '겸손하게 살아라.' 하는 교훈을 강조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갈등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을 공부하고자 유학을 갔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 모든 것이 저의 학벌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결국 제가 원하는 대로 살고자 한 욕심이었습니다. 신앙심도 깊지 않아 교회도 잘 나가지 않았고 반항심만 키우며 살아왔습니다. 마음 작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지냈습니다, 지금은 행복학교 마음반을 이수했고 관계반도 등록해 있습니다.
결정적인 문제는 유학을 하면서 일어났습니다. 유학을 가고 나서 의욕도 사라지고, 잘 되던 일도 안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큰 목표를 세우고 왔지만, 고립된 환경에서 시간만 계속 흐르고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으니 자책과 원망이 커졌습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나자 마음이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원래 목표로는 박사 학위 두 개쯤은 땄을 시간이었지만 겨우 석사 학위 하나만 간신히 마쳤습니다. 학교를 나온 뒤에는 회사에 취직해, 들끓는 화와 질투를 억누르며 일을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명증이 발병했습니다. 24시간 내내 이명이 와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고, 결국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아내와 가족의 지지를 받아 치료도 받고 공부도 이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6개월 전부터 스님 법문이 제 마음을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못났다 병’을 중증으로 안고 살고 있는데 어떻게 이 병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첫째, ‘못났다 병’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계속 반복되리라는 것을 먼저 받아들이는 게 좋습니다. 습관이라는 것은 쉽게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이것을 하나의 핸디캡으로 인정하고 사는 수밖에 없어요. 만약 다리를 다쳤다면 절뚝거리는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 불편을 받아들이면, 나머지는 모두 괜찮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한 가지 불편을 계속 문제 삼게 되면, 전체 삶이 못마땅해집니다. 부족한 부분은 그냥 인정하면 되는데, 그걸 인정 못해서 전체 삶을 망치게 돼요. 그런데 없는 것에 자꾸 집착을 하면 내 삶 전체가 파괴되는 거예요. ‘못났다 병’은 단박에 없어질 수가 없으니까 계속 반복된다는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이것을 핸디캡으로 받아들이고 그 외의 부분에 대해 만족하며 살면 됩니다. 비록 100점은 아니지만 98점이라도 돼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수용하며 살면 됩니다.
둘째, ‘못났다 병’이 왜 생길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이 병은 자신의 존재가 실제로 못나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잘나고 싶어서 생기는 병입니다. 내가 바라는 만큼 안 되기 때문에 그 간극에서 '못났다 병'이 생기는 것입니다. 원하는 만큼 능력이 오르지 않으니 스스로 못났다고 느끼는 거죠. 그러니 이 병을 없애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잘나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입니다. 물체가 있을 때는 그림자가 생기지만, 그 물체 자체를 없애거나 불을 꺼버리면 그림자도 사라집니다. 그림자를 없애려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근본 원인인 물체를 없애야 하듯 ‘못났다 병’의 뿌리인 '잘나고 싶다.'라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병도 사라집니다.
잘나고 싶은 마음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잘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그만이라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키가 175cm 정도면 일반인 가운데에서는 작은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 농구 선수가 되고 싶다면,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자신이 키가 작다는 생각이 들고, 거기서 ‘못났다 병’이 생깁니다. 키 자체에는 못나고 잘난 게 없습니다. ‘못났다 병’은 결국 존재에서 오는 게 아니라 심리에서 오는 것입니다. 키가 작다면 농구를 그만두든지, 그 핸디캡을 극복할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키만 조금 더 컸으면’하는 헛된 꿈만 꾸는 게 문제입니다.
마찬가지로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독일 사람처럼 독일어를 완벽하게 하고 싶다면 그것도 욕심입니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유창하게 한다는 것은 뇌 구조나 언어 체계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도 사람들은 종종 그런 꿈을 꿉니다. 질문자도 실제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잘나고 싶다.’는 집착이 지나쳐서 ‘못났다 병’에 걸린 것입니다. 질문자가 다른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수용해야 합니다. ‘잘나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박사 학위를 꼭 따야 할 이유도 없어요. 저처럼 학위가 없어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석사만 해도, 대학만 나와도, 사실은 굉장한 겁니다. 질문자처럼 박사 학위를 두 개는 땄어야 했다는 생각은 헛된 생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치면 저도 지금쯤 박사 학위를 열 개는 땄어야죠. (웃음)
지나간 것을 붙들고 살면, 미래가 망가집니다. 남북 간 대화를 하자고 하면 ‘종북 빨갱이’라고 비난하고, 일본과 협력하자고 하면 ’토착 왜구‘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전부 과거에 묶인 시각입니다. 그렇게는 문제 해결이 안 됩니다. 과거는 과거대로 풀어 가되, 미래를 우선으로 두는 관점을 가져야 국제 관계도 풀립니다.
개인 인생도 똑같아요. 과거의 실패를 참고하면 좋지만, 거기에 매여서 살면 안 됩니다. 과거에 뭘 했든, 얼마나 잘했든, 지금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과거의 성공도 집착이 될 수 있고, 어릴 적 상처도 지나간 트라우마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와 미래를 보며 '지금 나는 아무 문제가 없다.'라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질문자는 못난이도 아니고 잘난이도 아닙니다. 다만 ‘잘나야 한다.’라는 기준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못난이가 되는 것뿐이에요. 잘난이도 못난이도 본래 없습니다.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소중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필요해서 하는 것이라면 좋습니다. 하지만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서 하는 공부라면 좋은 동기는 아니에요. 독일에 유학을 간 이유가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함이었지만, 그 과거를 계속 붙들고 있으면 결국 독일 유학은 실패한 일이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독일에서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귀한 기회입니다. 독일에서 아내를 만나서 결혼한 것도 좋은 일입니다. 석사를 했든 회사에 다니든 그게 뭐가 중요해요? 처음 세운 목표에만 집착하다 보니 열등의식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저도 원래 과학자가 되는 게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스님이 되었어요. 그 과학자라는 꿈을 계속 붙들고 있었으면 내 인생이 실패한 게 되었겠죠? 하지만 지나고 보니 스님이 된 것도 괜찮습니다. 어떻게 보면 과학자가 된 것보다 더 낫습니다. (웃음)
결국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내려놓고 살아간다는 관점을 가지면, 잘난이도 못난이도 그저 구분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내가 잘난이가 아닌 줄 알면 못난이도 아닌 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이 더 이상 못난이가 아니라는 걸 단박에 깨달을 수도 있는데, 오랜 습관 때문에 오늘 당장 그렇게 되기가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못났다는 생각이 올라와도 그냥 그 생각을 안고 살아간다는 관점을 가지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가 있는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남편이 정치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각자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기로 했습니다. 둘째가 결혼도 해야 하는데, 앞으로 제가 남편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요?
남자친구의 어머니가 아직 서로 만난 지 1년밖에 안 되었으니 결혼은 이르다고 반대하십니다. 남자친구가 어머니에게 결혼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아이들이 좋아서 어린이집 교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행정 업무로 인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적어졌습니다. 이렇게 경력을 쌓아 가는 게 맞을지 고민이 됩니다.
회사에서 시달리고, 주거 환경이 열악하고, 결혼 전처럼 도와 주던 부모님도 안 계시고, 우울증도 왔습니다. 회사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둘지 고민이 됩니다.
누군가 과거에 성추행 당한 적이 없냐고 물었을 때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그런 경험이 없다고 답하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닐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되었습니다.
이어서 백일법문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금요 즉문즉설을 진행하기 위해 수고해 준 봉사자들을 스님이 직접 소개해 주었습니다.
“많은 봉사자들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제일 수고해 주신 분들은 질문자들입니다. 꺼내 놓기 어려운 내면의 이야기를 대중이 모인 자리에서 기꺼이 내어 놓음으로 인해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인간 내면의 상처도 알 수 있었고, 그 상처를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토사회문화회관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데에도 많은 봉사자들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오늘은 금요 즉문즉설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신 분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모두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봉사자들이 무대 앞으로 걸어 나오자 청중이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모든 봉사자와 참가자들의 마음을 담아 쉼 없이 법문을 해주신 법륜스님에게 꽃다발을 전달했습니다.
이어서 봉사자들을 대표하여 두 분의 소감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까 시비심이 많이 일어나서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소임을 하면서 조금씩 다듬어져 갔습니다. 100일 동안 조금씩 발전하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법문을 듣는 시민들의 얼굴이 밝아지는 모습을 볼 때 무척 기뻤고, 보람도 많이 느꼈습니다. 누가 어떤 일을 시킬 때 ‘예’ 하고 하니까 마음이 점점 행복해졌습니다. 여러분도 다음에 기회가 되시면 이런 봉사의 기쁨을 한번 누려 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금요 즉문즉설 강연 모습을 담은 현장 스케치 영상을 함께 본 후 사홍서원으로 강연을 마쳤습니다. 이로써 104일 동안의 대장정이 끝났습니다.
강연장을 나온 스님은 합창 공연을 해준 정토회 화성지회 회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공연 잘 봤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정토회관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백일법문 회향 기념으로 정토회의 고문이신 불심 도문 큰스님을 모시고 초청 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 통일의병대회에 참석하여 즉문즉설 시간을 가진 후 청년특별지부와 사회 활동 단위가 모인 가운데 ‘청년 전법’을 주제로 회의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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