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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도성지순례 5일째입니다. 오늘은 새벽에 수행법회 방송을 하고, 오전에는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오후에는 사르나트 마하보디 소사이어티 주지인 마하떼로 스님이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성지순례 스태프들과 전체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저녁에는 순례단과 즉문즉설을 했습니다.
새벽 6시 30분부터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한국 시각으로는 오전 10시입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반갑게 인사말을 했습니다.
“2025년 새해도 벌써 1월 중순이 되었네요.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인도 성지순례 중에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여러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도를 하는 것이 무의미한 일인 듯 느껴지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하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독선적인 지도자가 자기 꾀에 빠져 자충수를 두면서 평화와 통일의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물론 아직은 변화가 없습니다. 하지만 새해에는 남북 간의 대화가 다시 시작되어서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을 돕는 역할을 우리가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이 증진되어서 통일의 희망을 품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항상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고 정진하는 것이 수행자임을 꼭 명심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어서 지난 3일 동안 순례단이 바라나시, 보드가야, 전정각산을 순례한 모습을 사진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스님은 성지순례 소식을 자세하게 공유한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네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직장에서 친구가 승진을 하여 직장 상사가 되었다며 불편한 마음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지난 12월에 회사에서 조직 개편이 있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변화가 없던 저희 팀도 팀장이 승진하게 되면서 팀장으로 다른 팀의 팀원을 지명해서 그 팀원을 신임 팀장으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임 팀장은 저와 친한 친구입니다. 그래서 제 마음이 좀 복잡하고 괴롭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제가 기존의 팀장과 4년 가까이 함께 일을 했었는데 저를 포함한 함께 일한 팀원이 아닌 다른 팀의 팀원을 후임으로 정했다는 것이 굉장히 서운했습니다. 둘째, 신임 팀장이 저의 친구라는 점입니다. 친구를 상사로 모셔야 하는 상황이 되니 불편한 마음이 일어납니다. 왜냐하면 친구를 상사로서 인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신임 팀장이 업무 얘기를 할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계속 올라옵니다. 친구가 상사로 있기 때문에 제 개인의 성장이 정체된 것 같고, 제가 인정받을 가능성이 좀 제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됩니다. 이 팀에서 내가 나가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직장인으로서 지금 질문자가 갖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과거에 경찰이나 검찰처럼 위계질서를 굉장히 중요시하는 곳에서는 인사이동이 있을 때 어느 기수에서 총장이 나오면 그 기수 이상은 다 강제퇴직을 시켜버렸습니다. 왜냐하면 직장에서 후배가 상사가 되면 그 선배 입장에서는 지금 질문자처럼 상사로 안 대해지고 자꾸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임 책임자가 본인보다 아랫사람들을 데리고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평등성이 보장된 사회로 바뀌면서 이제는 후배가 상사가 돼도 선배나 같은 기수라고 퇴임하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다만 본인의 역할을 약간 한직으로 옮겨서 경찰대학 학장이나 연수원장처럼 직급은 높지만 직계가 아닌 쪽에서 근무를 하도록 합니다. 그런데 질문자가 다니는 일반 회사는 그런 위계질서를 중요시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얼마 전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는 것을 보셨습니까? 군대의 소령 출신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했어요. 아무리 자유로운 미국 사회에서도 이런 인사 배치는 받아들이기 좀 어렵거든요. 그런데도 그렇게 하잖아요. 나이라도 많으면 괜찮은데 40대라고 합니다. 군대에서 계속 일해 온 사람이라면 그나마 괜찮은데, TV 프로를 진행하던 사람을 임명한 겁니다. 이것뿐 아니라 요즘 한국 사회도 파격적인 인사 배치가 많이 있지 않았습니까? 옛날에는 나이별, 기수별 질서를 존중했는데, 요즘은 능력과 성과 위주로만 평가하여 연공서열을 다 파괴하고 승진시키는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입니다. 물론 질문자로서는 기존 팀장님이 질문자를 팀장으로 추천해 주었으면 제일 좋았겠지만, 세상일이 꼭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게다가 승진 여부를 기존 팀장님이 혼자 결정하는 건 아닐 겁니다. 추천은 했겠지만 기존 팀장님이 볼 때나 회사 전체에서 봤을 때 친구 되는 분이 팀장으로 오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거예요. 이럴 때 질문자처럼 연공서열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기분이 나빠서 사표를 내고 나가는 경우가 지금까지의 사회였습니다. 그런데 앞으로의 사회는 직위 체계가 경력이나 나이와 무관하게 가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의 흐름이 될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이런 사회 변화에 좀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질문자가 팀장이 안 된 것이 섭섭하긴 하겠지만, 타 부서의 모르는 사람이 팀장이 된 것보다는 오히려 내 친구가 팀장이 된 것은 좋은 일이잖아요. 첫째, 친구가 승진한 것을 기뻐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합니다. 둘째, 내 친구가 승진해서 내가 일하는 부서에 팀장으로 왔기 때문에 위계질서를 지켜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친구지만 부서에서는 팀장으로 대우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부서의 팀장을 자꾸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인연법에도 맞지 않습니다. 제가 스님이라고 해서 고향 집에 가서 아버지에게 절을 하라고 하면 맞지 않습니다. 반대로 아버지가 절에 오셨는데 아버지를 대우한다고 절을 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아버지이지만 절에 오면 신도가 되기 때문에 스님에게 절을 해야 합니다. 저는 절에서는 스님이지만 집에 가면 아들이니까 아버지에게 절을 해야 합니다. 관계를 이렇게 인연을 따라 맺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질문자도 술자리에 가면 친구로 지내더라도 직장에 출근하면 상사로서 대우를 해야 인연법에 맞는 거예요. 이렇게 우리 인생은 인연을 따라서 이루어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합니다.
질문자가 수행자가 아니라면 기분이 안 좋아서 사표를 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질문자는 인연법을 아는 수행자이잖아요. 수행자는 내 친구가 팀장으로 오든, 후배가 팀장으로 오든, 그런 것에 구애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인연을 따라서 직장에서는 직장의 위계질서를 지켜주고, 사적으로 만났을 때는 친구로서 대해주어야 합니다.
제가 고향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면 스님이라는 걸 버리고 친구로서 대해주어야 합니다. 반대로 친구라고 하더라도 절에 왔을 때는 신도로서 깍듯이 스님을 대해야 합니다. 인연법을 따른다는 것은 내가 택시를 타면 승객이 되고, 학교에 가면 학부모가 되고, 가게에 가면 손님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연법을 아는 수행자는 누가 상사로 오든 회사 안에서는 상사로 대해야 합니다. 회사 밖에서 차를 마실 때는 친구로 대해도 되고요. 그런 관점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
질문자가 팀장이 안 돼서 섭섭한 건 이해가 됩니다. 세상은 내 뜻대로 다 될 수가 없습니다. 대부분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이 세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회사 생활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회사를 그만두게 되더라도 질문자가 관점을 이렇게 갖는 게 잘 안돼서 그만두는 것이라고 생각해야지 남을 원망해서는 안 됩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날이 환하게 밝아져 있었습니다.
법회 방송 후에는 새해 인사를 겸해 인도 공동체 대중들과 만났습니다. 이번 성지순례를 돕기 위해 단기 봉사자들도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성지순례 준비 과정에서 애쓴 대중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성지순례가 끝난 뒤에 다시 대화를 나누기로 약속하고 짧게 인사를 마쳤습니다.
오전 8시 30분, 인도 JTS 초창기 시절 무장 괴한들의 침입으로 희생된 故설성봉 님을 기리는 추도재가 시작되었습니다. 대중들은 故설성봉 님의 탑 앞에 자리를 잡고 천도재를 올렸습니다. 몇몇 대중들은 눈물을 훔치며 고인을 기렸습니다. 참석자들은 고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잔을 올렸습니다.
추도재가 끝난 뒤, 멀리 상카시아에서 석가족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스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오늘 개교 기념식이 열릴 쁘락보디홀로 이동했습니다.
쁘락보디홀 앞에는 한국에서 온 비구니 스님들이 스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비구니 스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미리 도착한 내빈들과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10시가 되어 수자타 아카데미 31주년 개교 기념식이 시작되었습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매일 부르는 빤쯔실(삼귀의,오계)과 교가를 합창하며 행사의 막을 열었습니다.
JTS 이사장인 쁘리야팔 스님의 환영사 후에 학생들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의 액션 댄스, 드루가푸르 마을 여성들의 노래, 초등 여학생들의 ‘샤랄라’ 댄스, 중등 남학생들의 ‘베쥬아 이스크’ 댄스 공연이 차례로 이어졌습니다.
노란 옷을 맞춰 입은 바가히 마을 주민들의 흥겨운 음악 공연도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이어서 까나홀 마을의 무키야 상까르 야다브는 짧은 축사를 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를 축하드리며, 마을을 위해 많은 일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신나는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중등 여학생들이 ‘펀자비’ 댄스, 초등학생들이 태권도 시범을 선보였습니다. 올해 태권도 공연에서는 여학생들의 참여가 특히 눈에 띄었습니다.
이어 까나홀 마을 주민들의 공연과 중등 남학생들의 ‘돌베제’ 댄스, 중등 여학생들의 ‘핑가’ 댄스 공연이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채웠습니다.
학생들의 공연이 끝난 후에는 국회의원 지떤람 만지가 축사를 전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기념식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일찍 왔어야 했는데 이제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오늘 직접 와보니 JTS가 인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는 것 같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곳은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계급, 성별, 계층에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이 평등하게 교육받고 있습니다. 교육은 모든 사람의 권리이며, 특히 아이들은 제때 교육받아야 합니다. 인도의 한 옛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어느 날 한 형제가 길을 가다 한쪽에는 신이, 다른 한쪽에는 스승이 서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형이 동생에게 물었습니다.
‘누구에게 먼저 인사드려야 할까?’
동생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스승님 덕분에 신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신을 가르쳐준 스승님께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이처럼 교육은 지식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나 지식만 가르치는 교육은 진정한 교육이 아닙니다. 자비심이 없는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본받으려면, 자비심과 차별 없는 마음을 키워야 합니다.
요즘 인도의 젊은이들은 도시든 시골이든 취업의 어려움으로 괴로워합니다. 그러나 자비심과 차별 없는 마음을 지닌 사람은 마음의 평화를 찾습니다. 이런 사람은 취업하지 못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오늘 행사에서 감명 깊었던 점은 마을 주민들이 아이들의 개교 기념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입니다. 둥게스리 마을 주민들도 무대 위에서 공연하며 함께 즐겼습니다. 이를 통해 수자타 아카데미가 마을 전체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떤람 만지의 축사가 끝난 뒤, 수자타 아카데미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BTS(방탄소년단)의 곡에 맞춰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학생들의 공연 실력은 해마다 발전하고 있어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행사가 진행된 지 어느덧 2시간 가까이 되어,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들이 준비한 공연이 모두 끝났습니다. 스님은 개교기념식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마무리 인사를 건넸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오늘은 수자타 아카데미가 31주년을 맞이한 날입니다. 이 자리를 빛내주신 귀빈과 내빈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애써주신 버마 박사님과 훌륭한 공연을 준비해 준 드루가푸르, 까나홀, 바가히 마을 주민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 공연 즐거우셨죠?”
“네!”
“무대 위에서 멋진 공연을 보여준 선배들처럼 여러분도 연습하면 멋진 공연을 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배우고 연습하면 누구나 잘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열심히 배우고 연습할 준비가 되었나요?”
“네!”
“마을 주민 여러분, 여러분의 자녀들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모습이 자랑스럽지 않으신가요?”
“네!”
“부처님은 이곳에서 6년간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되셨습니다. 암베드카르 박사님도 천민으로 태어났지만 열심히 공부해 인도의 독립운동가이자 초대 법무부 장관이 되셨습니다. 우리도 이곳에서 배우고 연습하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집안일을 돕는 것이 지금 당장은 유익할 수 있지만, 제때 교육을 받으면 10년 뒤에는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은 피부색, 계급, 신체적 조건에 상관없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JTS는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학교를 세우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한국 불교인들의 후원 덕분입니다.
한국의 후원자들은 ‘절을 짓는 것보다 아이들을 돕는 것이 더 큰 불사’라고 믿습니다. 아이들이 공부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후원이 아깝지 않죠?” (웃음)
“네!”
“학생 여러분, 마을 주민 여러분, 자녀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한국 후원자분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냅시다.”
쁘락보디홀에 환호와 박수가 울려 퍼졌고, 순례객들도 감사를 전했습니다.
“수자타는 강가에 쓰러진 한 수행자에게 공양을 올렸습니다. 붓다는 그 공양으로 건강을 회복하고 수행정진해서 깨달음을 얻어 부처님이 되셨습니다. JTS는 수자타의 마음을 이어받아 모든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자타 아카데미 개교기념식의 마지막 공연은 메모리얼 댄스였습니다. 이 공연은 스님이 둥게스리에 학교를 세우고,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던 과정을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Heal the world. Make it a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and the entire human race. (세상을 치유하세요. 당신과 나, 그리고 전 인류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듭시다.)”
아이들의 춤은 마치 세상을 치유하는 듯 감동적이었습니다. 한국 순례단도 핸드폰 불빛을 흔들며 마지막 순간의 감동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위에 오르지 않았던 학생들까지 올라와 자유 댄스를 추며 31주년 기념행사를 마쳤습니다.
스님은 내빈들과 함께 점심 식사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10학년 학생들이 단정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스님은 내빈들과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30년 전에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아이들이 아파서 하나둘씩 쓰러졌습니다. 저는 원인을 몰라 병원에 보내려 했는데, 버마 박사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들은 약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음식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무료 급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큰 문제가 됐습니다. 아이들이 수도 없이 학교에 나오기 시작한 거예요. 처음에는 네 칸짜리 작은 학교를 세우려고 했는데, 버마 박사님 덕분에 수자타 아카데미가 이렇게 커졌습니다.” (웃음)
모든 내빈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며 이야기 속 감동을 나눴습니다. 쁘리야팔 스님이 질문했습니다.
“스님은 어떤 수행을 하시기에 이렇게 오래된 일들을 다 기억하고 계십니까?”
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글쎄요, 30년 전 일이지만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게 다 기억납니다.”
스님은 한 분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기 계신 분이 수레스지의 아들입니다. 수레스지는 지금 고인이 되었습니다. 수레스지의 동생인 비나이지는 30년 전 제가 보드가야와 둥게스리를 오가며 활동하던 때, 매일 오토바이를 태워 둥게스리로 데려다주기도 했습니다.”
스님은 이야기를 이어가며, 여러 소중한 인연이 모여 수자타 아카데미가 세워졌음을 되새겼습니다.
스님은 내빈들과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마을 주민들의 식사 장소를 둘러보며 음식이 부족하지 않은지 확인했습니다. 자그디스푸르 마을에서 음식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스님은 남은 음식을 확인해 모든 사람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모든 공양장소를 둘러본 뒤, 스님은 공연을 준비한 마을 주민들에게 선물을 건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공연 준비하시느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오늘 흥겨운 노래 공연도 잘 보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공연 의상까지 갖춰 입으신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이제 다들 조금 살 만하신가요?” (웃음)
드루가푸르 여성들은 초록색 예쁜 사리를 두른 채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네.”
오후 3시에는 사르나트 마하보디 소사이어티의 회장인 마하떼로 스님이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스님은 정성껏 마하떼로 스님을 맞이했습니다.
“스님, 어서 오십시오. 학교 개교기념 행사는 2시간 전에 잘 마쳤습니다. 오늘 스님이 못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마하떼로 스님은 서둘러 사과하며 말했습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약속했으니 당연히 와야지요. 오늘 아침에 비행기로 사르나트에서 가야로 오려고 했는데, 비행기가 취소되는 바람에 기차표를 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표가 전부 매진되어 겨우 도착했습니다. 내년에는 하루 일찍 와서 꼭 개교기념행사에 참석하겠습니다.”
스님은 먼 길을 와준 마하떼로 스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습니다. 마하떼로 스님은 스님의 부탄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 이야기를 들으며 감명을 받았고, 이를 돕고자 라즈기르에서 부탄절을 불사하고 있는 다쇼 도르지(Dasho Dorji)님과 함께 수자타 아카데미를 방문했습니다.
스님과 마하떼로 스님, 그리고 다쇼 도르지 님은 약 한 시간 동안 부탄의 지속 가능한 개발 사업과 이번 답사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하떼로 스님은 전정각산 아래에 세워진 학교가 스님이 설립하셨다는 것을 알고 깊이 감명받았다며 현재 학교 책임자인 보광법사님에게도 기쁜 마음을 전하고 격려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마하떼로 스님과 다쇼 도르지 님은 보드가야로 갔습니다.
오후 4시에는 인도인 JTS 스태프들이 스님을 만나기 위해 사무실에 모였습니다.
“학교 개교기념행사와 성지순례 준비하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습니다. 잠도 제대로 못 잤을 텐데,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 푹 쉬세요.”
“아닙니다. 아직 한국 순례단이 학교에 머물고 있어 모든 일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저희도 함께하겠습니다. 오늘까지만 학교에서 숙박할 예정입니다.”
스님은 웃으며 답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성지순례가 끝난 뒤에는 다시 돌아와서 함께 소풍을 가든, 다른 계획을 세우든 논의해 봅시다. 새해는 지났지만 지금 새해 인사를 나누었으니 세뱃돈을 드리겠습니다.” (웃음)
스님은 인도인 스태프들과의 새해 인사를 마친 뒤, 오후 5시에 성지순례 전체 스태프들과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일들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점을 논의하며, 다음 날 일정을 세세하게 확인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6시에 400여 명이 쁘락보디홀에 모여 저녁예불을 했습니다. 예불이 끝나고 스님과 즉문즉설 시간을 가졌습니다. 순례자들은 그동안 순례를 하면서 궁금했던 점에 대해 자유롭게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여섯 명이 질문을 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성지를 순례하면서 별로 감동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며 어떤 마음으로 순례를 하면 좋을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감동이라는 것은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작용일 것 같은데요. 저는 사르나트에서 수계식을 할 때와 이곳 수자타 아카데미에 와서 학생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을 때 엄청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JTS에 더 많은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의 성지를 돌면서는 크게 감동이 없었습니다. 단지 역사적인 사실이 있었다는 것만 알겠고, ‘여기에서 부처님이 성도를 하셨구나’, ‘여기서 수자타가 부처님께 공양을 했구나’ 딱 그 정도만 느껴지고, 오히려 ‘그런 사실이 진짜가 맞나?’, ‘이 위치가 맞나?’ 이렇게 약간의 분별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눈에 보이는 것이나 사실에 대해서 항상 분별하는 의식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와서 다름에 대하여 넓은 관점으로 보면서 ‘우리는 정말 많이 다르구나’ 하고 깨닫게 되었고, 도반들과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모두 너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충돌하는구나’ 하는 관점으로 보니까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금 인도 성지순례가 너무 즐겁습니다. 이제 앞으로 남은 일정 중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과연 성지에서 과연 어떤 관점을 가져야 더 큰 감동을 얻어갈 수 있을까요?”
“지금 이곳 수자타 아카데미를 방문하는 것도, 사르나트의 수계식도 모두 성지순례 프로그램의 일환입니다. 질문자는 수자타 아카데미에 온 것은 성지순례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생각하나 봐요? 그렇지 않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를 방문한 것도 역시 중요한 성지순례 프로그램이고, 사르나트의 수계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중에 석가족을 만나는 것도 성지순례 프로그램 안에 들어있는 내용이고, 오늘 학교 교실에서 잠을 자는 것도 성지순례 프로그램의 일환입니다.
그런데 제가 여행 경비를 아끼려고 여러분을 교실에서 재우는 걸까요? 그런 면도 없는 건 아니예요. 여행 경비를 조금 아껴야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볼펜 한 자루나 옷 한 벌이라도 나눠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들에게 ‘이 아이들이 불쌍하니까 기부 좀 하세요’ 이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여러분들이 먹는 경비를 줄이고, 자는 경비를 줄여서, 그로 인해 남는 돈을 수자타 아카데미 학생들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것은 순례를 안내하는 저의 권한이니까요.
인도성지순례 프로그램이 왜 이런 시스템을 갖게 되었는지를 먼저 말씀드릴게요. 제가 처음으로 인도를 한번 갔다 오니까 인도성지순례는 제가 안내를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인도 아이들이 너무 가난해서 학교를 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자니 돈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돈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제가 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생각해 봤어요. 하나는 제가 고속버스 터미널 앞에 가서 하루에 3시간만 절을 하는 거예요. 옛날에는 고속버스 터미널 앞에 보시함을 놓고 목탁치고 절하는 스님들이 많았습니다. 제가 그 일을 하는 스님한테 물어보니까 2시간 절을 하면 10만 원을 벌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일을 해서 학교를 짓는 방법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게 아니면 제가 사람들에게 인도성지순례 안내를 해주는 대신에 그 경비를 좀 아껴서 학교를 짓는 방법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남한테 돈을 구걸하는 불쌍한 존재가 되기는 좀 그렇잖아요. 그리고 저는 원래부터 남한테 돈 달라는 소리는 잘 못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내가 벌어서 썼으면 썼지 ‘좋은 일 하니까 돈 좀 주세요’ 이런 소리는 잘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인도성지순례 프로그램입니다.
성지순례는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는 거니까 제가 안내는 아주 잘해 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대신에 경비를 줄이려면 먹는 경비, 자는 경비를 줄여야 하니까 고생을 좀 해야 했습니다. 인도에 가보면 바로 옆에 인도 아이들이 전부 가난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순례자들에게 ‘인도 아이들의 1년 생활비를 하루 저녁 호텔 숙박비에 쓴다면 좀 양심 불량이 아닙니까? 먹고 입고 자는 경비는 좀 줄여 봅시다’ 이렇게 설득해서 인도 성지순례를 시작하게 된 겁니다.
그때 당시 이런 방식으로 아낀 돈이 한 사람당 30만 원 정도가 되었어요. 그렇게 1년에 100명을 데리고 성지순례를 하면 약 3천만 원이 되잖아요. 그때는 인도의 물가도 쌌기 때문에 그 돈으로 네 칸짜리 학교를 1년에 하나씩 지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해서 부처님의 8대 성지마다 학교를 하나씩 지으려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처음에는 성지마다 점으로 연결하듯이 하나씩 학교를 짓고, 나중에는 그 점 사이를 연결하는 여러 개의 학교를 짓고, 이런 계획을 처음에 세웠는데, 지난 30년간 이곳 수자타 아카데미에 딱 묶여서 점 하나만 찍고 이렇게 있습니다. (웃음)
처음 계획은 네 칸짜리 학교만 지으려고 했던 것인데, 보시다시피 자꾸 학교의 규모가 커지고, 동네마다 유치원을 짓다 보니까 다른 곳으로 확대하지를 못한 겁니다. 아무튼 이렇게 학교를 짓고 운영을 해 왔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학교 교실에서 자는 것도 가능하고, 개교기념식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해진 겁니다. 나중에 석가족 마을에 갔을 때 석가족들이 와서 여러분들을 환영하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이런 모든 것이 다 성지순례 프로그램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감동을 받는 부분이 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부처님 성지에 가서 절하다가 감동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수자타 아카데미를 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감동하기도 하고, 길거리를 가다가 구걸하는 사람을 보고 감동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감동의 요소는 사람마다 달라요. 만약 제가 여러분들 각자가 어디에서 감동을 받을 것인지 미리 다 알고 있다면 성지순례 프로그램을 좀 단순화할 수 있을 텐데, 저는 여러분들이 어디서 감동할지 모르니까 그냥 뷔페식으로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을 만든 겁니다. 많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어떤 것에서든 감동을 받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든 겁니다. (웃음)
그렇기 때문에 사실은 여러분들이 모든 프로그램에 다 참여할 필요는 없어요. 몸이 아프면 몇몇 프로그램은 좀 빠져도 됩니다. 많은 프로그램을 순례 안에 넣다 보니까 조금 무리한 일정이 된 것은 맞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면 모두 참가하면 좋지만, 도저히 힘들면 하루 쉬어도 손해날 일은 없어요. 일반적인 성지순례 프로그램에 비해서는 거의 3배 많은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 성지에서는 감동이 안 오고, 수자타 아카데미에서는 감동이 왔다’ 이렇게 생각하기보다는 ‘인도에 도착해서 인도를 떠날 때까지 전체 프로그램이 다 성지순례이구나’ 하고 생각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네팔 국경을 통과하면서 버스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도 성지순례이고, 버스가 고장 나는 것을 경험하는 것도 다 성지순례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입재식에서 제가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만이 성지순례가 아니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온갖 마음들을 구경하는 것이 더 큰 성지순례이다’ 하고 말씀을 드린 겁니다.
너무 감동을 받으려고 하면 오히려 감동이 안 와요. 그냥 다니다 보면 저절로 감동이 생기는 겁니다. ‘인도 성지순례 가서 감동을 해야지!’ 하거나 ‘인도에 가서 깨달아야지!’ 한다고 깨닫는 사람을 제가 아직 보질 못했어요. 왜냐하면 생각이 앞서가 버리면 그 생각이 감동을 가로막아 버리기 때문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다니면 돼요. 이곳 인도까지 와서 요일 따지고 날짜 따지고 시간 따지며 살려고 그래요? 그냥 가자고 하면 가고, 오자고 하면 오고, 자라고 하면 자고, 먹어라 하면 먹고, 이렇게 다니는 게 제일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저절로 감동을 받게 됩니다.
질문자는 어쨌든 감동을 받았다니까 다행입니다. 어디서 감동을 받든 상관이 없으니 너무 따지지 마세요. 영화를 볼 때도 감동을 받았든 안 받았든 영화관 밖으로 나오면 기억도 나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어디서 무슨 감동을 받았다는 얘기는 마음 나누기 할 때만 좋습니다. 그 감동이 삶의 변화로 이어질지 여부는 한국에 가봐야 알지 여기서는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
여기서는 감동을 받은 만큼 다만 얼마라도 지금 당장 기부를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겁니다. 기부란 감동을 받았을 때 얼른 해야지, 한국 가서 기부하겠다고 생각하면 막상 한국 가서 또 생각이 달라져요. 옛날부터 똥 누러 갈 때 마음하고 똥 누고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하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똥 누러 갈 때 마음하고 똥 누고 나온 마음이 다른 게 나쁜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이 원래 그래요. 그래서 나쁘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그런 줄 알고 우리가 살면 돼요. 하여튼 감동 받았다고 하니까 좋은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질문하고 싶은 사람이 더 있었지만, 내일 순례를 위해서 오늘 일정을 마쳤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순례자들은 숙소로 돌아가 조별로 마음 나누기를 하고, 다음 날 먹을 도시락을 싼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새벽 일찍 죽림정사가 있는 라즈길로 이동합니다. 다시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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