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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인도 사르나트에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오전에는 인도성지순례 전에 사르나트를 답사하고 오후에는 온라인으로 특별정진위원회와 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원고를 교정했습니다. 사르나트 태국 절에는 성지순례를 준비하기 위해 선발대로 도착한 15명의 스태프들도 있었습니다. 스님은 전날 밤늦게 사르나트에 도착해 스태프들을 만나지 못해, 아침 식사 후에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사르나트 태국절 응접실에서 스태프들이 삼배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준비는 잘 되어갑니까? (웃음)”
“네, 오늘 에어인디아 항공편으로 순례객 157명이 무사히 출발했다고 합니다.”
스님은 온라인 방송 준비 상태와 순례객들의 강가강 방문 등 사르나트에서 진행될 성지순례 일정을 점검했습니다. 대화를 마친 뒤 스님이 스태프들에게 깜짝 선물을 주었습니다.
“자, 새해 인사를 했으니 세뱃돈을 드리겠습니다. (웃음)”
“감사합니다.”
인사를 마친 후, 오전 9시 30분부터 사르나트를 답사하러 출발했습니다. 다르마라지크 스투파를 지나 다메크 스투파로 가는 길의 동선을 꼼꼼히 점검했습니다. 다메크 스투파를 지나 물간다꾸띠로 향하는 길도 살폈습니다.
물간다꾸띠 앞에서 처음 성지순례를 온 스태프가 질문했습니다.
“스님, 그런데 우리가 지금 무엇을 답사하는 것입니까?”
모두 크게 웃었습니다. 스님은 천천히 설명했습니다.
“스태프로 온 사람이 그런 소리를 하다니...... 성지순례객들에게는 더욱 설명을 잘해야겠어요. 지금 우리는 순례객들과 어떻게 탑돌이를 할지 미리 동선을 점검하는 거예요. 유적지를 돌 때는 탑돌이를 하듯이 오른쪽으로, 시곗바늘 방향으로 돌아야 합니다.
들어올 때 입구 왼편에 보였던 큰 탑터인 ‘다르마라지크 스투파’가 제일 중요한 곳입니다. 이곳은 부처님께서 처음 설법하신 곳이고, 이후에 ‘다메크 스투파’에서 두 번째 설법을 하셨습니다. 다르마라지크 스투파가 터만 남은 이유는 이 지역의 한 힌두왕이 이 탑을 허물고 벽돌을 자신의 집을 짓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르마라지크 스투파는 파괴되고, 지금은 터만 남아 있습니다.
‘다르마라지크 스투파’와 ‘다메크 스투파’는 부처님이 설법하신 곳이자 진신사리가 모셔진 탑입니다. 그리고 이 물간다꾸띠는 ‘녹야정사’라고 불리는 절입니다. 절은 부처님 당시에는 없었고, 후대에 지어진 것입니다. 이곳에는 부처님이 처음 설법하신 곳이라는 명문이 새겨진 아쇼카 탑도 있습니다.”
대중들이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면 부처님께서 이 절(물간다꾸띠)에 머무셨습니까?”
“부처님 당시에는 절이 아직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나무 아래에서 설법하셨습니다.”
“스님, 저희가 모르는 게 많네요. 야간 학습이라도 하겠습니다.” (모두 웃음)
모르는 것을 솔직하게 질문해 준 스태프 덕분에 유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답사를 이어가며, 다메크 스투파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을 장소도 점검했습니다.
“어떻게 자리를 잡으면 스투파와 430명의 순례단이 모두 나올 수 있을까요?”
기준점을 두고 몇 걸음을 옮겨보며 최적의 구도를 확인했습니다. 스태프들이 모두 펼쳐 서서 단체사진 구도를 맞춰보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1시간 30분가량 답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길거리 가게에서 짜이와 라씨를 마셨습니다. 스님이 주의를 주었습니다.
“되도록 라씨는 먹지 않도록 하세요. 작년에 라씨를 먹고 배탈이 난 사람이 많았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수자타 아카데미에 도착할 때까지도 아팠다고 합니다. 그래도 먹고 싶으면 드세요.” (웃음)
스님은 짜이를 한 잔 마신 뒤 사르나트 태국절로 돌아와 스태프들이 머무는 숙소를 점검했습니다.
강당, 숙소, 식당을 둘러본 후 물었습니다.
“여기에서 지내보니 가장 불편한 점이 무엇인가요?”
“공간이 습해서 더 춥게 느껴지고, 모기가 많습니다.”
“생각보다 시설이 열악하군요. 이곳에는 순례객을 배정하지 않았지요? 스태프들도 본관에 자리가 있다면 그곳에서 머물지 왜 이곳에 숙소를 정했나요?”
“네, 순례객들에게는 배정하지 않았습니다. 강당과 식당을 사용할 수 있어 스태프들에게는 이곳이 더 편리합니다.”
“그렇다면 이 공간을 조금 수리해서 앞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겠네요.”
스님은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눈 뒤 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 3시에는 백일특별정진위원회와 온라인으로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정토사회문화회관 활성화를 위해 2월 17일부터 6월 1일까지를 백일 특별 정진 기간으로 정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백일특별정진위원회 구성원들은 그동안 준비한 내용에 대해 스님에게 보고하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두 시간이 넘도록 다양한 안건에 대해 질문을 받고 스님의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다들 회의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이 충분히 논의해서 제안을 해주시면 저는 뭐든지 그에 맞춰서 강의를 하겠습니다.”
“네, 스님.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의를 마친 후 스님은 인도성지순례 스태프들과 함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이렇게 사르나트에서의 첫날이 저물었습니다.
내일은 마하보디 소사이어티 회장 스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저녁에는 즉문즉설 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20일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열린 즉문즉설 강연에서 스님이 질문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저는 30년 동안 살았던 아파트를 5년 전에 팔게 되었습니다. 돈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 날 부동산에서 아내한테 전화가 왔는데, 지금쯤 집을 팔면 좋을 것 같다는 설명을 했다고 아내에게서 전해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제가 ‘그럼 팔고 천천히 다른 집을 구하자’ 고 동의하고 위임을 하여 집을 팔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집을 팔고 난 다음부터 집값이 슬슬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지금은 아파트 가격이 제가 판 가격보다 2억 5천만 원 정도 오른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남들이 사는 아파트가 10억짜리든 50억짜리든 마음이 조금 불편하고 부러움이 조금 있는 정도였을 뿐 지금처럼 마음이 괴롭고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왜 하필이면 그때 집을 팔았을까? 왜 나는 복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며 집을 팔자고 한 부인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2억 5천만 원은 저에게는 너무나 큰돈이기에 ‘집을 팔지 않았더라면 저 돈이 내 것이 되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자주 사로잡힙니다. 절약하는 생활을 하다가도 그 돈이 내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올라오면 모든 게 시시해 보입니다. 주위의 아파트 단지를 쳐다보기만 해도 더욱 생각이 나고,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속상함과 원망이 터져 나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돈이 너무나 크게 느껴집니다. 어떻게 하면 이 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마음이 좀 아프시겠습니다. 그런데 집을 팔고 나니까 2억 5천만 원이 올랐다는 게 여기서 핵심은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가지고 있던 집을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즉, 문제는 돈이 아니라 가지고 있던 내 집을 다시 가질 수 없게 되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잃어버린 집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는 것입니다. 만약 5억짜리 집을 가지고 있다가 7억에 팔았는데, 팔자마자 바로 비슷한 집을 7억 주고 샀다면 가진 돈에는 이익이 없지만 집을 잃은 건 아니잖아요. 반면 질문자는 5억짜리 집을 누가 7억에 팔라고 해서, 2억 이익 본다는 생각으로 팔았는데 그때 받은 7억으로 집을 사지 않고 돈을 가지고 있었던 것과 같아요. 그렇게 현금을 가지고 있는 동안 이 집이 10억이 되어버리면, 내가 7억 받고 판 집을 더 이상 7억으로는 살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문제는 집값이 2억 5천 올랐다는 게 아니라, 내가 판 돈으로는 이 집을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내가 그 집에 살고 있을 때는 그 집이 5억에 거래되든, 10억에 거래되든, 나한테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그냥 ‘5억짜리 집에 산다’, ‘10억짜리 집에 산다’ 하는 기분 차이만 있을 뿐이지,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사는 동안에 돈이 더 들어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집값이 오르면 세금을 더 내야 하니까 손해밖에 없어요.
집값이 오른 게 나한테 이익이 되는 경우는 딱 한 가지 경우인데, 그건 집을 팔고 그 돈으로 다른 집을 사지 않으면 확실하게 이익이 생깁니다. 반면, 다른 집을 사야 하면 별로 차이가 없어요. 왜냐하면 1억짜리 집이 10억이 되어서 판다고 해도, 다른 집들도 같이 올랐기 때문에 내가 살 집을 다시 살 때는 더 이상 1억을 주고 살 수가 없고 나도 10억을 주고 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집값이 오른 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만약 집을 10억에 팔았는데, 동네를 옮겨서 다른 곳에 가서 8억을 주고 집을 산다면 그때는 2억이라는 차액이 생깁니다. 이건 집값이 오른 것 때문이 아니라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면서 차액이 남은 것입니다. 반대로 집을 10억에 팔았는데 다른 집을 15억에 구입하면 오히려 내가 5억을 보태야 하니까 그때는 집값이 올라도 내 돈이 더 들어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집을 팔고 난 뒤에 집값이 올랐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질문자는 계속해서 ‘그때 안 팔고 놔뒀으면 2억 5천을 더 벌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본질이 아닙니다. 집값이 올라도 팔지 않으면 아무런 이익이 남지 않습니다. 2억이 아니라 10억이 올라도 팔기 전에는 그냥 살고 있는 집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는 팔고 난 다음에 2억 5천만 원이 올랐다는 것이 핵심이 아니라, 그때 집을 팔고 나서 다른 집을 사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집이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네, 맞습니다. 그때 바로 집을 사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집이 없습니다.”
“이제는 집값이 올라버렸으니 못 사는 거죠. 반대로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내가 집을 10억에 팔았는데, 그 뒤로 집값이 갑자기 폭락하는 거예요. 그래서 같은 집이 5억에 거래가 되면, 내가 같은 집을 5억에 살 수 있으니까 집은 그대로 있고 돈이 5억 생기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 5억을 벌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려면 내가 팔자마자 집값이 떨어져야 합니다.
주식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만 원 주고 산 주식이 10만 원이 되면 돈을 번 게 됩니다. 그런데 10만 원에 팔고 난 다음에 주식이 15만 원이 되어 내가 다시 사려고 하면 그땐 돈을 번 게 아닌 게 됩니다. 이때는 다시 사지 않는 걸 전제로 할 때만 투자를 통해 돈을 번 것이 되고, 다시 사고자 하면 번 게 아닙니다.
그러니 2억 5천만 원에 너무 집착하지 마세요. 이 문제는 질문자가 집을 팔고 나서 집값이 올라버려서 새 집을 못 산 것 때문에 발생한 겁니다. 쉽게 말해 질문자가 재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만약 질문자가 집을 팔고 나서 집값이 떨어져서 다른 집을 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그러니 집을 판 값에 그만한 다른 집을 사지 못한 것이 핵심이지, 내가 팔고 난 다음에 집값이 2억 5천만 원 오른 것이 핵심이 아닙니다. 그러니 집값이 오른 게 2억 5천이든, 5억이나 10억이든 그 액수는 하등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은 내가 집을 팔고 새로운 집을 사려고 하는데 집값이 올라서 새로운 집을 못 사거나, 반대로 집을 팔았는데 마침 집값이 떨어져서 새로운 집을 샀는데 차액이 얼마 남거나, 둘 중 어떤 경우인가 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2억5천만 원에 너무 꽂혀 있지 마세요.
아내도 그냥 말을 전해줬을 뿐입니다. 결정권은 질문자에게 있으니 만약 부동산에서 질문자한테 전화를 했으면 자기가 책임지고 말았을 겁니다. 하필 아내에게 전화가 왔고 아내는 자기한테 말을 전해줬을 뿐이잖아요.”
“그것만 떠올리면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질문자는 안 팔겠다고 했는데 아내가 빡빡 우겨서 팔았다면 아내를 원망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아내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입니다. 굳이 아내에게 잘못이 있다면 부동산에서 온 전화를 안 받았어야 되는데, 그걸 받은 죄밖에 없어요.” (웃음)
“아내가 우긴 건 아닙니다.”
“아내가 우긴 게 아니라면 아내 입장에서는 부동산에서 전화가 온 내용을 전해준 것밖에 없잖아요. 질문자가 그 이야기를 듣고 집값이 올랐으니 팔면 되겠다 싶어서 판 거잖아요. 집을 팔고 나서 금방 다른 집을 하나 사지 왜 망설였어요?”
“되돌아보니 제가 이쪽으로 아는 게 많이 부족했습니다. 집값이 이렇게 올라갈 줄도 몰랐어요.”
“집값이 올라갈 걸 자기만 몰랐을까요? 당시에 정부 관계자들도 몰랐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집값이 오른다고들 했는데, 전국에서 모든 정보를 다 받는 정부 발표에서는 그것이 빠르게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정부에서는 전국 평균을 주로 보는데 전국 평균으로는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집값 상승이 바로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 주변에서는 집값이 두 배로 올랐는데도 지표상으로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평균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는 두 배, 세 배씩 뛸 정도로 일종의 비정상적 폭등이었습니다.
주식도 어느 날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폭등할 때도 있고, 폭락할 때도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비트코인이 폭등한 것처럼 내가 팔고 나서 많이 오를 수도 있고, 내가 팔고 나서 떨어질 수도 있고, 내가 사고 나서 오를 수도 있고, 내가 사고 나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건으로 인해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건 전생의 죄도 아니고, 복이 없는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산길을 가다가 돌이 떨어져서 다치는 일도 옛날 사람들은 전생에 죄를 지어서 그랬다거나 하느님이 벌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도 다 일어날 수 있는 사고입니다. 지금 질문자도 하필 그런 시기에 집을 팔고 망설이다 보니 겪게 된 일입니다. 만약 그런 시기가 아니었다면 질문자가 집을 팔고 길게 고민을 했어도 별 문제가 아니었을 거예요. 그리고 설령 그런 시기라고 하더라도 만약 질문자가 팔자마자 다른 집을 바로 샀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바로 사는 건 또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질문자가 집을 판 이유가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판 거잖아요. 집값이 올랐다고 판단해서 팔았으니 그 상황에서는 똑같은 돈을 주고 바로 사기가 어렵죠. 올라서 팔았으니 집값이 조금 떨어질 때 사서 차액을 좀 남기고 싶었을 겁니다.”
“네, 맞습니다.”
“그러니 그건 질문자가 이익을 보려다가 손해를 본 것에 해당합니다. 이익을 보려고 하는 데는 반드시 손해를 볼 위험도 함께 존재합니다.”
“이 문제를 잊어버리고 지내다가도 다른 아파트들을 쳐다보게 되면 ‘저분들은 가만히 앉아만 있었는데 집값이 이렇게 많이 올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머리가 아파집니다.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5억이나 집값이 오른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괴로워집니다.”
“그 사람들은 그런 생각조차 안 합니다. 질문자는 가지고 있던 집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계속 그렇게 느끼지만, 그 사람들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겉에서 보는 수치만 올랐을 뿐 그 사람들은 그냥 자기 집에 살고 있는 거잖아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네, 그건 그렇습니다.”
“질문자가 30년 동안 그냥 같은 집에 살았듯이 그 사람들도 그냥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거예요. 그냥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은 ‘집값이 올라서 기분 좋다’ 이런 생각도 안 합니다. 그저 바깥에서 보는 수치만 오르락내리락할 뿐이에요.”
“그분들이 그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 돈이 많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다른 집들도 그만큼 올라있기 때문에 다른 집을 사려면 다시 그만큼의 돈이 듭니다.”
“시골로 이사를 가면 이익이 많이 남지 않을까요?”
“그 사람들은 시골로 이사를 안 가죠. 질문자도 지금 시골에 가서 빈집을 구해서 살면 그때 집 팔았던 게 다 이익으로 남죠. 제가 시골에 있는 빈집을 하나 구해 드릴까요?” (웃음)
“그건 아닙니다.”
“이렇게 대화를 해보면 질문자는 지금 집을 논할 상황이 아닙니다. 질문자는 어느 생각에 꽂히면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게 핵심이에요. 이걸 사로잡힘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이해관계나 상처에 대해 사로잡힘이 생기곤 하는데, 자기는 그 정도가 조금 심한 편이에요. 그대로 두게 되면 나중에 트라우마로 발전할 수 있는데, 이 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하는 방법은 신경정신과에 가서 방금 스님한테 이야기하듯이 의사에게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러면 의사가 진단을 해보고 약을 지어줄 거예요. 이때 먹는 약의 대부분은 신경안정제인데 그걸 먹으면 심리가 많이 안정됩니다. 물론 질문자가 손실을 봐서 생긴 문제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질문자가 정신적으로 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에요.”
“팔 때의 집값과 지금의 집값이 너무 차이가 나다 보니까 자꾸 생각이 납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고등학생이 대학 시험에 떨어진 것과 똑같아요. 다른 아이들은 다 대학에 가는데 나만 일 년 더 공부해야 하니까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대학 원서를 낼 때 다른 곳에 냈으면 합격했을 텐데’ 하고 지나간 일을 자꾸 생각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에 계속 집착하는 건 정신 질환에 속합니다. 현재 질문자는 그렇게 심각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치료를 조금만 받으면 괜찮아질 겁니다. 그런데 치료하지 않으면 감기가 폐렴이 되듯이 지금의 증상이 우울증으로 발전해 갑니다.
첫째, 신경정신과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세요. 둘째, 사고가 나서 집을 하나 잃어버렸다고 생각을 해야지 2억 5천만 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돈이 2억 5천만 원이든 5억 원이든 이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집을 팔고 기다렸다가 집을 사려고 했는데 집값이 올라서 그 돈으로는 집을 못 사게 되었다는 게 문제이지, 2억 5천만 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스님, 감사합니다.”
“인간의 심리를 한번 관찰해 보세요. 주식이나 어떤 물건을 샀는데, 사고 나서부터 값이 떨어지면 기분이 좋아요, 안 좋아요?”
“안 좋아요.”
“그럼 판 사람은 기분이 좋을까요, 안 좋을까요?”
“좋아요.”
“이러한 기분 좋음은 다른 사람의 기분 나쁨 위에 기분 좋음이 있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후회 위에 다른 사람의 행운이 있는 거예요. 반대로 여러분이 어떤 물건을 샀는데 이튿날부터 값이 오르면 기분이 좋아요, 안 좋아요?”
“좋아요.”
“그런 판 사람은 기분이 어떨까요?”
“안 좋아요.”
“부처님은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두고 ‘타인의 불행 위에 자신의 행복을 쌓는다’ 하고 표현하셨습니다. 이렇게 느끼는 행복은 지속 가능한 게 아니에요.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런 행복을 두고 ‘재수 좋다’, ‘재수 없다’ 하고 생각합니다. 그런 행복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에 인생살이가 피곤해집니다. 살다 보면 싸게 팔 때도 있고, 비싸게 팔 때도 있고, 싸게 살 때도 있고, 비싸게 살 때도 있습니다. ‘싸다’, ‘비싸다’ 하는 건 원래 없습니다. 속았다고 억울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속은 것도 인생의 큰 경험이 됩니다. 속았을 때 ‘내가 왜 속았지?’ 하고 생각해 보면 내가 속을 만큼 속임수를 생각해 낸 그 사람의 아이디어가 굉장합니다. 거기에서도 배울 게 많아요. 그리고 나의 어떤 생각 때문에 속임수를 못 알아챘을까 하고 살펴보면 ‘그때 나에게 어떤 욕심이 있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잘 되면 기분 좋아하고, 안 되면 억울해하기만 합니다. ‘이익을 봤다’, ‘손해를 봤다’ 이렇게만 보지 말고, 그 경험을 통해 인간의 심리와 세상의 원리를 살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 한 번의 실수지만 그다음에는 그 경험이 삶의 교훈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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