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2.3 한국 도착
“과연 나는 쓸모가 있는 사람인가 고민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5박 6일 동안의 인도와 방글라데시 방문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입니다.

어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있는 로힝야 난민캠프에서 비누 636만 개 전달식을 한 후 밤 11시에 다카 공항을 출발한 스님은 밤새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3시간 30분 동안 비행기를 탄 후 중간 경유지인 중국 광저우 공항에 현지 시각으로 새벽 4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탑승구 앞에서 대기하는 동안 원고 교정과 여러 업무들을 보았습니다. 5시간 동안 공항에서 대기를 한 후 오전 9시 25분에 광저우 공항을 출발했습니다. 스님은 비행기 안에서 쪽잠을 잤습니다.

다시 3시간 30분 동안 비행기를 탄 후 한국 시각으로 오후 1시 50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을 나와 곧바로 서울 정토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오후 3시 4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하여 짐을 풀었습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는 눈이 쏟아졌고, 인도에 도착했을 때는 사이클론으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니 매서운 추위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을 오가며 급변하는 날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밤 비행으로 인한 피로를 풀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밤 10시 30분에 깨어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뉴스 속보로 접했습니다. 이후 사태 추이를 방송을 통해 지켜보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자 일과를 마무리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25일 포항에서 열린 행복한 대화 즉문즉설 강연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과연 나는 쓸모가 있는 사람인가 고민이 됩니다.

“저는 간호 쪽에서 공무원으로 일한 지 6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데요. 실무적인 일을 주로 하다 보니 행정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좀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기안을 한다든지 예산을 집행한다든지요. 앞으로 어느 조직에 가든지 제가 쓸모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듭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내가 어떤 일을 잘하지 못할 때, 즉 그 일을 몇 번 해봤는데도 잘 안될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예요. 첫째,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쪽으로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째, 잘하지 못하는 것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연습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남들처럼 아주 잘하지는 못해도 중간은 가도록 연습을 좀 하는 거죠.

보통 이 둘 중에 선택을 해서 이렇게 하든지 저렇게 하든지 하게 되는데, 질문자는 이런 상황에서 ‘나는 쓸모가 없는 사람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잖아요? 그렇다면 질문자는 약간의 정신질환이 있는 거예요. 내가 행정 서류를 제대로 못 꾸민다던가, 혹은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게 힘들다던가, 하는 것은 정신질환이 아니에요. 자신의 어떤 재능이나 기질이 그 일에 안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일이 내게 안 맞는다고 ‘나는 쓸모가 없는 인간인가? 이렇게 살 바에 내가 죽는 게 낫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건 정신질환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경정신과 병원에 가서 체크를 한번 해 봐야 합니다. 행정적인 일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다 어떤 일을 못 할 수 있고, 또한 어떤 일을 잘할 수가 있어요. 여러분이 보기에 법륜스님은 뭐든지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음악을 정말 못해요. 아직도 음표를 제대로 못 읽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어떤 음은 길게, 어떤 음은 짧게, 또 어떤 음은 높게, 어떤 음은 낮게 부르는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해 보여요. 제가 어릴 때 학교 공부를 잘 못했던 친구 하나가 있었는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딱 한 번만 듣고는 그대로 따라 불렀습니다. 제가 볼 때는 노래의 천재 같았어요. 이렇게 사람마다 재능이 서로 다릅니다. 저는 수학이나 과학은 잘했지만, 음악, 미술, 체육 같은 것은 정말 못했어요. 특히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조금 전에도 행사장에서 어떤 분이 인사를 하는데 제가 금방 못 알아봤어요. 다행히 상대방이 ‘스님은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니까 구분을 못 하시죠’ 하고 오히려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사실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그런 것이 아니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이 볼 때는 스님이 굉장히 기억력이 좋아 보이지요?

이렇게 사람마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어떤 점이 부족하다고 누가 지적하면 ‘죄송합니다’ 하고 살든지, 아니면 ‘양해 좀 해주십시오. 여러분들이 보기에 안 그런 것 같지만 사실 제가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가끔은 고백하면 됩니다. 이러면서 인생을 살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나는 사람의 얼굴도 잘 구분하지 못하니 쓸모가 없는 사람인가 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나?’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병이라는 겁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정신과에 가 봐야 해요. 정신이 온전하면 일은 잘하지 못해도 ‘내가 쓸모가 없나?’,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냥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노력해서 보완해야겠다.’, ‘이것은 나와 안 맞으니까 저것을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죠. 질문자는 어느 쪽으로 선택하시겠어요?”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보완해서 노력해 보겠습니다.”

“잘 못하는 것을 더 열심히 해 본다고요? 간호사라면 현장으로 가거나 병원에 가서 간호만 하면 되잖아요? 노인들이 있는 요양병원에 가서 간호를 해도 되잖아요. 물론 어디를 가도 행정적인 일이 조금씩은 있어요. 왜냐하면 기록을 남기거나 컴퓨터에 입력하는 일은 해야 하거든요. 질문자가 공무원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까 보건의료 행정만 하지 간호는 안 하는 것 같네요. 맞아요?”

“예, 맞습니다.”

“거의 행정적인 일만 한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쪽으로 옮기는 방법은 없나요? 그런 일은 또 하기 싫어요?”

“네, 그쪽이 싫어서 이쪽으로 왔거든요”

“현장이 싫어서 행정 쪽으로 왔는데 행정 쪽은 재능이 별로 없다면, 계속 연습하는 수밖에 없어요. 안 그러면 사표를 내던지요”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쓸모없는 건 아닙니다. 청소부로도 쓰일 수 있고, 여러 가지 일에 쓰일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못 한다고 내 존재가 쓸모없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축구 선수가 만약 발을 다쳐서 더 이상 축구를 못 한다면 쓸모없는 인간이 되나요? 아니잖아요. 그런데 당사자는 축구에 집착되어 있어서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되니까 ‘나는 더 이상 쓸모없는 인간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런 게 바로 정신질환이라는 거예요.”

“잘 알았습니다.”

“질문자는 어느 쪽을 선택할래요? 쓸모없는 인간을 선택해서 정신과에 갈래요? 아니면 일을 좀 못하는 사람이 될래요?”

“일을 좀 못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서울에서 정토회 회원들을 위해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곧바로 경북 영주로 이동하여 영주시가 주관하는 영주 인성 아카데미에서 초청 강연을 한 후, 저녁에는 다시 서울로 올라와 평화재단 사무실에서 북한 전문가들과 미팅할 예정입니다.


2025 3월 정토불교대학

전체댓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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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정신이 온전하면 일은 잘하지 못해도 ‘내가 쓸모가 없나?’,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냥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노력해서 보완해야겠다.’, ‘이것은 나와 안 맞으니까 저것을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죠."

2025-01-07 21:13:58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12-18 15:38:57

은행잎

스님의 말씀 반복해서 읽고 연습하겠습니다
지혜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2024-12-11 17: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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