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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초청 강연이 있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3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3시간 30분 달려 6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한 후 원고 교정과 업무를 보다가 10시 정각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기 위해 방송실 카메라 앞에 자리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부탄을 다녀왔습니다. 가을 추수 상황을 돌아보고, 물이 부족한 마을에 식수를 공급하는 작업을 했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한 달 만에 완공해서 준공식을 했습니다. 앞으로 농한기가 되면 본격적으로 주택 개량, 식수 공급, 농수로 보수 등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펼쳐지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부탄을 다녀온 모습을 영상으로 여러분과 나누겠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스님이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잘 보셨습니까? 여러분의 정성스러운 보시가 곳곳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쓰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물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일을 했습니다. 제가 여러 지원을 해 봤는데, 가난한 사람들의 주택을 개량해 주는 일과 물을 공급해 주는 일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뻐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물을 풍부하게 쓸 수 있으니까 물의 귀중함을 모르는데, 물이 부족한 상태에 처하면 물이 정말 귀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지난번 파키스탄에서 핸드 펌프를 팠을 때도 사람들이 매우 기뻐했습니다. 부탄에서도 물이 늘 부족하다 보니 이렇게 물이 공급되니까 다들 기뻐했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네 명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11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방송실을 나와 여성 INEB 참가자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향했습니다.
지하 1층 식당에는 봉사자들이 여성 INEB 참가자들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놓았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수고했어요.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비구니 스님들이 음식 준비를 해준 봉사자들을 위해 축원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스님은 곧바로 국회로 향했습니다.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이라는 국회연구단체에서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스님을 강연자로 초청해서 국회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요즘 시국 현황에 대한 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다며 차담을 요청했습니다.
오후 1시 20분에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이 차에서 내리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스님을 직접 영접해 주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국회에는 오랜만에 오셨죠?”
“네, 반갑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사랑재로 걸어갔습니다. 기자들 수십 명이 포토존에서 취재 경쟁을 했습니다.
차담은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는데 서두에 5분 정도는 언론사의 취재를 허용했습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스님에게 한말씀을 청했습니다.
“요즘 세상도 하수상하고,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도 힘들고, 특히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커지고 평화 문제가 심각해져서 스님 말씀을 한번 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스님은 모두 발언에서 한반도의 전쟁 위기, 의료 대란의 심각성, 서민 경제의 어려움, 세 가지를 강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정부 탓만 하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일단 제일 큰 일은 한반도의 평화를 우리가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지금 해외에 나가보면 대한민국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사실을 많이 느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날 위험이 매우 높아서 지금까지 우리가 반세기 이상에 걸쳐 이뤄 놓은 것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위험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는 것이 정치가 풀어야 하는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표님이 정부와 잘 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지금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이 매우 심각합니다. 우리나라 의료계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전세계를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보건의료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추어진 나라에 속하지 않습니까? 지난 코로나 팬데믹 때도 우리나라 의료계가 비교적 잘 대응해 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개혁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합리적 대화를 통해서 풀어야지 지금처럼 계속 대결 구도로만 가면 보건의료 체계가 붕괴될 위험이 있습니다. 제가 약간 좀 아쉬운 점은 민주당 쪽에서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갈등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는 않은데,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의료 대란이 일어나면 국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되는데, 이에 대해 민주당도 계속 침묵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과거에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도 의료 개혁을 시도했다가 안 된 적이 있는데, 그게 섭섭해서 그런 건가요?” (웃음)
“그런 건 아닙니다.”
“셋째, 지금 자영업을 중심으로 한 서민경제가 무척 어렵습니다. 서민경제가 너무 어렵다고 해서 얼마 전에 제가 설악산을 출발해서 동해안을 따라 거제도까지 쭉 한번 돌아본 적이 있습니다. 숙박업의 80퍼센트가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어요. 자영업을 모두 되살릴 수는 없겠지만, 피해를 덜 입도록 연착륙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이 문제를 계속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의 어려움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맞습니다. 안 그래도 제가 그런 말씀을 좀 듣고 싶어서 스님께 시간을 내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물론 정부의 대책이 미비한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대표님께서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모두 발언을 하고, 이후에는 30분가량 비공개 차담을 했습니다. 기자들이 모두 철수하자 두 분은 좀 더 허심탄회하게 정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비공개 차담에는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대표하여 박남수 전 천도교 교령님도 함께 자리하여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비롯하여 국민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점을 전달했습니다.
차담을 마치고 사랑재를 나와 이재명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국회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스님, 오늘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서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국회도서관 지하 1층 대강당 앞에 도착하자 참석한 국회의원들이 모두 나와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바쁘신데 시간 내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일치를 위한 정치포럼’은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가진 정치 운동 모임입니다. 보편적 형제애와 사랑을 정치 현실에 접목함으로써 인류의 조화와 일치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에서도 전현직 국회의원, 행정가, 학자, 법조인 등 여러 분야의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수현 국회의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축사, 천주교 제주교구장 비오 문창우 주교님의 격려사를 차례대로 들은 후 스님이 주제 강연을 했습니다.
스님은 사랑을 정치 현실에 접목하고자 한다는 모임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무엇이 진정한 사랑인지 강조하며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앞서 축사에서 ‘사랑’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과연 사랑은 무엇일까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사랑일까요? 만약에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욕망과 무엇이 다를까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저는 오늘날 한국 정치는 사랑이 없는 것이 아니고 사랑이 너무 넘쳐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에 약간의 반론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이해 없는 사랑은 폭력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적극적으로 그 사람에게 표현했을 때 그 사람이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사랑한다고 한다면 이것은 추행에 들어갑니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해 어떠한 인정도 없고 아무런 이해도 없을 때 우리는 상대에 대해 단죄를 하게 됩니다. 심지어 상대를 악마화합니다. 그런데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고, 그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면, 어떤 미움과 분노도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상대에 대해 이해하라는 말이 그가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가 잘했다는 뜻도 아니에요.
오늘날 한반도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 무력 충돌의 위험이 점점 높아져서 평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런 치열한 갈등은 서로에 대한 인정과 이해가 전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남한은 남한의 입장에서만 북한을 비난하고, 북한은 북한의 입장에서만 남한을 비난합니다. 남한이 대북 전단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고, 북한에서 오물 풍선을 보내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합니다. 북한도 똑같은 말을 합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종교 간의 갈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 자기 입장에 서서 상대를 단죄하고 악마화합니다. 이렇게 단죄하고 악마화하는 데서는 타협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어떠한 대화도 어렵습니다. 설령 대화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악마를 길들이기 위해서이거나, 유혹을 해서 사로잡기 위해서이거나,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입니다. 상대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대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화를 통해서 적당하게 구슬려서 제압하려는 것이 대화의 목적입니다.
우리가 보통 대화를 하면 주로 상대를 설득하려고 합니다. 설득이 되려면 결국 내 얘기를 상대가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나와 다른 그를 인정할 수가 없을까요? 믿음이 다를 수도 있잖아요. 나의 믿음이 소중하다면 그의 믿음도 소중합니다. 나의 이념이 소중하다면 그의 이념도 소중합니다. 내 이해관계가 소중하다면 그의 이해관계도 소중한 거예요. 나의 주장이 옳다고 여기는 것처럼 그도 그의 주장을 옳다고 여길 수가 있는 겁니다. 일단 그것을 먼저 인정하자는 거예요. 이렇게 나와 다른 상대를 인정하면 단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우선 대화를 나눌 수가 있습니다.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 대화라도 해볼 수가 있습니다. ‘너는 나쁜 놈이다’, ‘너는 무조건 틀렸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억지로 앉아서 얘기만 조금 나눌 뿐 합의에 이를 수는 없습니다.
합의에 이르는 제일 쉬운 방법이 무엇일까요? 상대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 방법이 제일 쉽습니다. 제일 어려운 방법은 무엇일까요? 내 생각에 상대가 동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왜 쉬운 길은 안 가고 전부 어려운 길로만 가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내 의견에 동의하도록 하는 것이 제일 어렵습니다. 이것은 부부지간에도, 부모자식간에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이 상대가 내 의견에 동의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인생살이가 이렇게 시끄럽고 힘든 거예요. 상대와 합의하는 제일 쉬운 방법은 ‘그래, 네 말이 맞다. 네 식대로 한번 해보자!’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쉬운 길을 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합의에 이르는 두 번째 쉬운 방법은 공통점이 있으면 공통점은 합의하고 차이점은 나중에 더 논의를 해보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야합이라고 비난합니다. 그래서 절대로 타협하지 않고 상대를 부정하면서 내 주장을 관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타협을 하지 않기 위해서 상대가 절대 악이라고 규정하게 되는 겁니다.
물론 타협을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혁명을 할 때입니다. 3.1독립운동도 일종의 혁명운동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과연 오늘날 한국 사회가 혁명을 할 상황인가 하는 겁니다. 지금의 남북 관계를 보면 양쪽 지도자가 마치 혁명을 할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아요. 남한 지도자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은 무조건 없애버려야 할 절대 악이고 남한은 절대 선이라고 하잖아요. 북한 지도자도 똑같은 말을 합니다. 상대를 이렇게 규정짓게 되면 전쟁을 초래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지금 여야 간의 정쟁을 봐도 양쪽 다 혁명을 해야 할 상황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반독재 투쟁을 해야 하는 시대도 아니고, 과연 지금의 대한민국의 상황이 여야가 혁명을 해야 할 상황인가 하는 겁니다.
혁명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개혁입니다. 혁명은 기존의 질서를 다 부정해 버리는 것이라면, 개혁은 기존의 질서를 인정하는 범위 안에서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 개선해 나가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는 지금 여야 의원들이 다 혁명 투사처럼 행동하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길은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 안에서 어떻게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것인가입니다. 이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생기는 것을 당연하다고 봐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은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고, 기득권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기존의 기득권층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혁명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둘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게 정치 아닐까요?
한반도는 지난 5천 년 동안 수많은 전쟁 피해를 겪었지만, 우리가 남의 나라를 침공하고 학살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근래에 와서 월남에 파병했을 때 우리는 공산 반군과 싸웠다고 말하지만, 베트남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독립을 방해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이 북·러 동맹의 입장에서 북한군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파견했다고 합니다. 또 지금 우리나라 무기가 사람과 건물을 파괴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어서 무기 수출로 돈벌이가 대박 났다고 합니다. ‘K-방산’이라고 하면서 엄청나게 자랑스러워하는데, 저는 이것이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서 대량 살상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 과연 현재와 미래에 대한민국 국익에 맞는 것일까요? 6.25전쟁으로 엄청난 사람이 죽는 고통을 겪었으면서 70여 년이 지나니까 그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것 같아요. 북한에서는 무기뿐만 아니라 사람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 보냈다고 합니다. 남한에서도 지금 파병을 하려고 엉덩이가 들썩들썩하지 않습니까? 이런 모습은 좀 되돌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남한과 북한은 거의 전쟁 상태입니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대북 전단과 무인기를 보냈다거나, 북한에서 남한으로 무인기와 오물 풍선을 보냈다거나, 이런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든 이미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입니다. 그런데 남한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신장시키기 위해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자신들의 행위를 합리화하고, 북한도 그들 나름대로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합니다.
한반도라는 좁은 땅에 엄청난 대량살상무기와 핵무기가 포진되어 있고, 여기에 더해 남한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고, 북한은 두 번째로 군사 최강국인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맺었습니다. 만약 이 땅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는 큰 규모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남한과 북한 양쪽의 정치적 상황도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어쩌면 전쟁이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판단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이 남한과 북한의 대리전쟁도 용인할 수 있다는 쪽으로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옛날에는 남한과 북한이 싸우려고 하면 미국과 중국이 뒤에서 말렸는데 지금은 안팎으로 다 갈등 구조가 심해져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만약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지난 반세기 이상 우리가 일구어 놓은 경제, 문화, 민주주의가 일시에 파괴됩니다. 상대가 가진 권력이 더 세다고 문제의 화살을 자꾸 상대편에게만 돌려서는 아무런 문제 해결이 안 됩니다. 지금 한쪽은 행정부 권력을 쥐고 있고, 다른 한쪽은 의회 권력을 쥐고 있는데, 국민이 큰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양쪽이 자기주장을 조금 내려놓고 대화와 합의를 해나가야 합니다.
첫째, 지금 한반도의 상황이 점점 위험한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서 적어도 전쟁이 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둘째, 갈등을 수습하지 못해서 보건의료 체계가 붕괴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셋째, 빈부격차가 지나치게 커져서 갈등이 폭발하는 상황은 막아야 합니다.
타협을 하면 변절자라고 비난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혁명을 할 때는 타협을 하면 변절자 취급을 받지만, 개혁을 할 때는 타협이 ‘민주주의’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100퍼센트 관철하는 것이 개혁이 아니에요. 개혁이란 상대를 고려해서 100가지를 바꾸고 싶은 것을 50가지로 낮추어 합의해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번에 못 하면 다음에 또 하고, 그다음에 못 하면 그다음에 하고, 이렇게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이기는 사람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의 정치 체제도 좀 바꾸어야 합니다. 서로 합의를 해나가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저도 이해합니다. 우리는 독립운동도 비타협적으로 했고, 민주화 운동도 비타협적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비타협적으로 하는 것이 우리 몸에 배어 있습니다. 타협하면 다 변절자라고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우리는 항상 강경한 목소리가 주류인 문화 속에서 살았고, 그래서 타협을 하면 뭔가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최근에는 팬덤 정치 현상이 강화되면서 여러분들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타협을 절대 용인하지 않잖아요. 당내에서도 주류 의견과 조금 다른 주장을 얘기하면 배신자로 매도당합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 계속 휩쓸려 가서는 안 됩니다. 그로 인해 갈등이 심화되면 한 정당이나 한 개인은 성공할지 몰라도 국가 전체는 매우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일치를 위한 정치 포럼이 지난 20년간 해온 노력에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도 보편적 형제애를 정치 현실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주시면 좋겠습니다.”
참석한 정치인 모두가 스님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한 시간 동안의 강연을 마친 후 큰 박수를 받으며 스님이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참석한 국회의원들, 내빈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국회를 나왔습니다.
“오늘 강의 정말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차를 타고 서울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사이 해가 저물었습니다.
저녁 7시 10분부터는 여성 INEB 참가자들과 함께 지난 일주일 동안 진행된 정토회 스터디 투어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한 명씩 돌아가며 소감문을 발표했습니다. 참가자들 모두가 지난 6박 7일 동안 무엇을 느꼈는지 종이 위에 빼곡하게 적었습니다.
“빡빡하고 힘든 일정 속에서도 스태프들이 늘 웃고 있는 모습이 큰 감동이었습니다. 환경실천을 하는 모습을 많이 배웠고 저도 돌아가면 에코붓다로 살아보려고 합니다. 아쉬운 점은 스케줄이 빡빡해서 휴식하거나 정비하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참여불교가 무엇인지 곳곳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정토회에서 자원봉사 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희망을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법륜 스님이 스리랑카에서 구호활동을 많이 하셨는데, 이제는 정토불교대학을 스리랑카에서 열었으면 합니다. 스리랑카에도 붓다 담마가 필요합니다. 정토회 모델을 스리랑카에도 전하고 싶습니다.”
“모든 참가자가 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세심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아주 겸손했습니다. 어느 때보다 특별한 스터디 투어였습니다. 보살은 천국이 아닌 지옥으로 가서 중생을 구제한다는 법륜 스님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큰 방에서 다 함께 잠을 자는 것도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BTS와 비빔밥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정토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어떻게 붓다 담마를 생활 속에 적용하고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똥을 누고 그것을 발효시켜서 재활용하는 것은 라다크에 가서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건을 재활용하는 살리고 센터를 보면서 그것도 제가 일하는 단체에서 운영해 보고 싶습니다.”
“법륜 스님이 모든 중생을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직접 대화도 나누면서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불교 철학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여기 와서 처음 보았습니다. 나중에 저도 깨달음의 장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 어떤 이유로 자원봉사를 하게 되는지 그걸 저도 체험하고 싶습니다.”
“아무런 월급도 받지 않고 수행하고 봉사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검소한 삶을 살면서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한 분 한 분이 발표하는 내용을 경청하며 필요한 내용을 메모했습니다.
소감문 발표가 이어질수록 모두의 눈시울이 점점 붉게 변해갔습니다. 그만큼 6박 7일은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한 스태프들도 한마디씩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10년째 이 프로그램에서 운전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법륜 스님을 만나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서 붓다 담마의 씨앗을 퍼뜨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와서 통역, 운전, 숙소 안내, 촬영 등 많은 역할을 해준 봉사자들의 모습에 참가자들은 더 큰 박수갈채를 보냈습니다.
모든 일정을 함께 한 덕생 법사님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현재의 정토회를 일구는 데에 여성 활동가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여러분을 통해서 붓다 담마가 동남아시아에도 널리 퍼지기를 기원하며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붓다 담마를 배우고 싶어 하는 여러분의 열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저도 법륜 스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새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세상 사람들의 고통을 해결하는 일을 함께 해나갑시다.”
마지막으로 INEB 사무총장인 무 님이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INEB 스터디 투어를 진행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남자 비구 스님들만 참가하는 형태로 시작했습니다. 점차 여성 비구니 스님들까지 확대가 되었습니다. 이번에 여성 재가 수행자들도 함께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이 만든 상가 공동체도 그렇게 확대가 되어 나갔던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늘 친절하게 맞이해주는 법륜 스님과 정토회에 감사드립니다.”
소감문 발표를 마친 후 스님이 정리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비구니 스님들과 여성 활동가들 모두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스님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때 무엇에 유의해야 하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여러분들이 각 나라에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들으면서 참 좋았습니다. 특히 라다크에서 주민들을 위해 의료봉사를 한다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실 가난한 나라에서는 주민들의 건강 문제를 해결해 주는 활동이 매우 필요합니다. 경비가 적게 들면서 전문적인 의료진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영역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잘 개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립해서 살아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에 있는 모든 생물들은 다 스스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외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게 되면 야생성 혹은 자립성이 대부분 훼손됩니다. 예를 들면 가축은 사람들의 도움에 의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신에 그에 따른 노동을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젖을 제공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고기를 제공하든지, 지원에는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자립을 해야 합니다. 자립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그래야 자기가 바로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에서도 자립을 못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새끼인 경우입니다. 사람은 미성년자일 때라고 할 수 있겠죠. 그것을 제외하고는 자연계에서 외부의 지원에 의해서 살아가는 생물은 없습니다. 그런데 병든 사람이나 늙은 사람, 장애인과 같이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울 때는 자연에서는 도태가 되지만 사람의 경우에는 외부의 도움을 받아서 함께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려운 사람을 도울 때는 매우 유의해야 합니다. 첫째, 자립을 해치는 방향으로 도와서는 안 됩니다. 둘째, 욕망을 부추기는 것을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 사회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 집단에서는 욕망을 부추기는 지원을 해서는 안 됩니다. 항상 도움을 받는 그들이 먼저 주체가 되도록 해서 그들의 자립성을 더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지원을 해야 합니다. 또한 욕망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범위 안에서 지원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남을 돕는 것도 상당히 상업화되어 있습니다. 요즘 TV 광고를 보면 가난하고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계속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연민을 자극하여 모금을 합니다. 저는 그런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국제구호활동을 하기 위해 지진이 나거나 홍수가 난 곳을 가보면, 현장의 고통이 모금을 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업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수행자들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자선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돕되 자립을 해치지 않고 욕망을 부추기지 않는다는 원칙에 맞게 지원을 해야 합니다. 이런 원칙과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저는 어느 나라이든 어떤 종교를 가졌든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조금 여유가 있는 쪽의 재원이나 물자를 부족한 쪽으로 옮겨주는 것이죠.
하지만 수행자가 가져야 할 기본 원칙은 붓다 담마를 통해서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 더 우선입니다. 재난을 크게 입어서 일시적인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물질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부처님도 배고픈 사람에게는 음식을 지원하고, 병든 사람에게 약을 지원하는 것이 붓다에게 올리는 공양의 공덕과 같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활동이 붓다 담마를 통해서 중생의 고통을 해소하면서도 정말 어려운 사람이 있을 때는 물질적인 지원도 해서 그들의 고통을 해결하는, 이런 두 가지 일들을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기를 원하고 차별받기를 싫어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차별을 개선하는 것에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이런 사회정의를 실현하는데 우리들이 좀 더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후 아직도 궁금한 점이 남아 있는 부분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라다크에서 온 비구니 스님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그냥 살면 돼요.”
스님이 웃으며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배고프면 밥 먹고, 피곤하면 쉬고, 졸리면 자고, 그리고 힘이 남으면 남을 도우면 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의도적으로 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결국 지치고 좌절하게 됩니다. 그러면 오래 활동을 하지 못합니다. 또 어떤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저항이 따른다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힘이 들지 않습니다.
벌레도 살고, 다람쥐도 살고, 토끼도 사는데, 사람이 사는 게 뭐가 힘들겠어요? 사는 건 힘든 게 아니에요. 지나친 욕심을 내니까 힘이 드는 겁니다.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활동을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대신에 꾸준히 해야 합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편안하게 그러나 꾸준히 하라는 것입니다. 붓다의 맨 마지막 말씀이 무엇입니까? ‘세상은 덧없다. 부지런히 정진하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뒤에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하고 덧붙이셨어요.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바위에 구멍이 나겠어요? 그 말은 꾸준히 하라는 뜻입니다. 꾸준히 하면 세월이 흐르면서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래서 저도 정토회 회원들에게 항상 세 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첫째, 백 일 동안 정진하면 나를 알 수 있습니다. 내가 고집이 있으면 고집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내가 욕심이 있으면 욕심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치라는 게 아니라 다만 내 상태를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둘째, 만약 고집이 세거나 욕심이 많은 것을 좀 고치고 싶다면 천일 동안 정진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옆에 있는 사람이 나를 보고 ‘어, 너 좀 바뀌었다’ 이렇게 느낄 수 있을 만큼 변화할 수가 있습니다. 셋째, 우리가 사는 사회를 바꾸려면 만일 동안 정진을 해야 합니다. 정토회가 30년, 즉 만일 기도를 하는 이유는 한 세대가 어떤 목표를 향해서 집중할 때 사회가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굉장히 가난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이렇게 가난하게만 살 수는 없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 이렇게 원을 가졌습니다. 그 당시 대한민국 사람들이 불렀던 노래의 가사가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30년도 안 되어서 1988년에 서울에서 올림픽을 하게 됐습니다.
또 당시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독재 정부 아래에 있었는데 학생들을 중심으로 4.19 민주혁명을 해서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새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서 독재국가가 되었습니다. 1980년대에 다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서 유신 독재를 무너뜨렸지만, 곧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고 5.18민주항쟁이 일어나면서 민주화의 투쟁이 계속되었습니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민주화에 대한 열망도 30년의 세월이 지난 뒤에야 진정한 민주화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한류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류를 처음 일으킨 사람들은 대학생 때 우리의 전통문화를 좀 살려보고자 민중문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의 노력이 기초가 되어서 오늘날 전통문화와 서양문화가 잘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겁니다. 그 결과로 새로운 한류 문화가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한 사회가 변화하려면 어떤 중심이 된 세력이 30년 정도 노력해야 사회가 바뀌게 됩니다. 그러니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원을 세웠으면, 예를 들어 가부장 제도가 너무 심해서 그것을 바꿔보고 싶다면, 적어도 30년은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여러분들이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여성들의 활동이 점점 대중의 신뢰를 얻어서 ‘여성들이 굉장히 일을 잘하는구나’ 하는 인식이 점점 늘어나야 합니다.
둘째, 라다크 지역도 앞으로 점점 개방이 되면서 사회 전체가 조금씩 바뀌게 될 것입니다. 현재는 좀 갇혀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 인도가 크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서 한 10년만 지나면 라다크도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노력과 사회의 변화가 겹치면서 30년 뒤에는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니 조금 더 길게 보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조급하면 결국 두 가지 결론으로 귀결되게 됩니다. 먼저 불교를 떠나버리게 됩니다. 즉 승려 옷을 벗고 나가버리게 됩니다. 상가 공동체가 너무 권위적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다른 나라로 떠나버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에 가서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했을 때 나는 자유로워질지 모르지만, 라다크 사회가 변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라다크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목표가 있다면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 안 됩니다. 가만히 기다려서도 안 되고, 너무 조급해서도 안 됩니다.”
한 시간 동안 즉문즉설 시간을 더 가진 후 밤 10시가 넘어서 대화를 모두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선물 증정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의 법문을 영어로 번역한 책과 풍경을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스님이 주는 선물을 받고 여성 INEB 참가자 모두 무척 기뻐했습니다. 참가자들도 각자 준비해 온 선물을 가져와서 스님에게 전달했습니다.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그동안 서로에게 느꼈던 고마움을 표현했습니다.
“Thank you.”
스리랑카에서 온 비구니 스님은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며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미소를 띤 얼굴에 눈물이 촉촉하게 고였습니다. 다 함께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은 후 아쉽지만 헤어짐을 받아들였습니다.
내일은 새벽 3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두북 수련원으로 이동한 후 하루 종일 두북 수련원 근처에 사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노인 잔치를 하고, 저녁에는 울산에서 행복한 대화 아홉 번째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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