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11.5 농사일, 여성 INEB 5일째
“앞에서는 칭찬, 뒤에서는 험담하는 사람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성 INEB(참여불교국제네트워크) 방문단이 정토회 견학을 시작한 지 5일째 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수행과 명상을 마친 후 여성 INEB 방문단과 함께 발우공양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음식 세팅을 마치고 두북 공동체 대중들의 우렁찬 소심경 소리와 함께 발우공양을 시작했습니다.

“원단일체악 원수일체선 원공제중생 동성무상도”

(일체의 악을 끊겠습니다. 일체의 선을 닦겠습니다. 원컨대 일체의 중생과 함께 무상도를 이루겠습니다.)

소심경을 외우며 밥, 국, 반찬을 발우에 담은 후 조용히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대중공사를 했습니다. 각자 계율을 어긴 것이 있거나 대중에게 공지할 내용을 공유한 후 여성 INEB 방문단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성 INEB 방문단을 대표하여 라다크에서 온 지그멧 스님(Ven.Jigmet)이 두북 수련원에서 하루 생활해 본 소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여러 단체를 방문해 본 경험이 있는데, 그 단체의 설립자가 이렇게 온전하게 시간을 내어서 함께 하는 경우는 처음 보았습니다. 심지어 저희는 손님으로 온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법륜 스님께서는 매일 저희를 만나주시고 많은 시간을 내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인도에서는 한국 음식으로 유명한 라면, 김밥, 김치만 먹어봤는데, 이번에 정토회를 방문하여 ‘아, 한국에서는 라면, 김밥, 김치 말고도 다른 음식들이 있구나’ 하고 알 수 있었습니다. 진짜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경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식사를 준비해 준 바라지 분들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스님이 발우공양의 의미에 대해 여성 INEB 참가자들에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발우라는 것은 원래 적당한 양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입니다. 수행자는 자기 몸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음식물을 섭취해야 합니다. 즉, 몸을 유지하기 위한 약으로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요즘에는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어서 제일 좋은 것을 스님들께 먼저 올리지만, 부처님 당시에는 스님들이 걸식을 해서 음식을 얻어먹었습니다. 거지에게 먹다가 남은 음식을 주는 것처럼 스님들도 사람들이 버리는 음식을 얻어서 먹었습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옷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스님이 되면 사람들이 버리는 옷을 주워 입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버리는 옷도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스님들은 시신을 덮었던 옷을 주워서 입었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시신을 덮었던 옷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정신을 계승한 것이 지금 승려들이 입는 가사입니다. 그리고 잠은 나무 밑에서 잤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다가 버린 집, 즉 사람이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일 때는 처마 밑에서 자도 된다고 허용했습니다.

걸식하는 정신을 계승한 발우공양

수행자는 아무런 노동도 하지 않는 대신에 대중이 노동해서 생산한 것은 어떤 것도 사용하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승려들이 대중이 노동해서 생산한 것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승려들이 아무런 노동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대중이 노동을 해서 만든 것을 사용한다면 본인도 노동을 해야 합니다. ‘수행자는 노동을 하면 안 된다.’ 하는 말은 어떤 이익도 추구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수행자가 어떤 노동의 대가를 받는다면 그것은 수행의 원칙에 어긋나게 됩니다.

인도에서는 구걸하는 사람을 수행자로서 존경했습니다. 지금도 인도에서는 ‘박시시(Baksheesh)’라고 하는 구걸 행위가 나쁜 의미가 아닙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구걸하는 행위를 아주 나쁘게 봅니다. 불교가 중국에 들어왔을 때도 인도 전통에 따라 스님들이 걸식을 했는데, 중국에서는 이런 모습을 나쁘게 봤습니다. 그래서 걸식을 하기가 어려워져서 결국 절에서 밥을 해 먹게 됐습니다. 절에서 밥을 해 먹는 것은 세속 생활과 같습니다. 그래서 밥을 짓기는 하지만 해 놓은 밥을 가지고 다시 걸식을 했습니다. 이것을 발우공양이라고 합니다. 발우공양이란 부처님 당시의 걸식하는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절에서 지은 밥을 가지고 걸식하듯이 밥을 나누어 먹는 것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밥을 얻는 걸식을 하고 나서 아무 데서나 밥을 먹지 않았습니다. 수행 처소에서 마을로 내려가 밥을 얻은 후에 다시 수행 처소로 돌아와서 밥을 먹었습니다. 주로 자기가 얻어온 것을 먹지만, 만약 환자가 되어서 걸식하러 가지 못한 사람이 있을 때는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이처럼 발우공양은 평등하게 나눠 먹는 정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발우공양을 할 때 외우는 경전을 소심경이라고 합니다. 소심경의 주요 내용은 부처님의 4대 성지를 생각하고,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계·정·혜 삼학을 닦을 것을 발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음식이 나에게 이르기까지 수고한 모든 사람들의 공덕을 생각합니다. 정말 내가 이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는지 자기를 돌아봅니다. 이 음식을 먹는 뜻은 배부르기 위해서가 아니고 다만 도를 이루기 위해서, 즉 수행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지금 나보다 더 배고픈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밥 한 톨이라도 그들과 나눠 먹는 의식을 합니다. 밥 한 톨이 한 그릇이 되고, 백 그릇이 되기를 염원하며 주문을 외웁니다. ‘배고픈 사람 모두가 배부를지어다’ 하며 원을 세우는 것입니다. 또한 음식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다른 생명이 나를 위해 희생하는 행위가 됩니다. 예를 들어, 물 한 방울을 마시더라도 그 안에 수많은 미생물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니 함부로 먹지 않고 그들에게 염불하고 나서 먹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열반을 증득하기 위해서 이 음식을 먹는다는 원을 세우고 나서 음식을 먹기 시작합니다.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발우공양의 전통

아무리 모든 것이 현대화되더라도 우리는 발우공양과 같은 좋은 전통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이러한 전통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절에서는 사찰음식이라고 해서 채식을 아주 맛있고 풍요롭게 만들어서 먹는 것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고급 음식 문화는 발우공양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빈 그릇 운동’이라는 시민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이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에게 음식을 제공하고도 남을 만큼의 비용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서는 굶주려 죽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엄청난 음식을 버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깊이 돌아봐야 할 일입니다.”

이어서 스님은 여성 INEB 참가자들에게 이곳 두북 수련원에서의 생활이 좋은 경험이 되기를 바라며 설명을 마쳤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친 후 다 함께 농사 울력을 하러 밭으로 향했습니다. 비구니 스님들도 모두 작업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밭으로 출발했습니다.


밭 앞에서 먼저 일감을 나누었습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양파 모종을 심는 일을 합니다. 땅에 구멍을 내는 사람, 양파 모종을 구멍에 넣는 사람, 모종에 흙을 덮어주는 사람, 이렇게 세 가지로 역할을 나눌 거예요. 땅에 구멍을 내는 일을 하고 싶은 분이 있나요?”

역할을 나누고 ‘만물에는 제자리가 있습니다’라는 명심문을 세 번 한 후 7시 50분부터 울력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8시 20분에는 울력을 마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울력을 마치고 불국사를 가는 일정인데, 오후 불식을 하는 비구니 스님에게 맞춰 12시 전에 돌아와 두북수련원에서 점심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님은 오후 불식을 하는 비구니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울력 시간이 너무 짧네요. 12시 전에 식사를 시작하면 돼요? 12시까지 식사를 다 마쳐야 해요?”

“단체로 움직일 때는 12시가 넘어도 괜찮습니다.”

“그럼, 울력을 8시 40분까지 합시다.”

“좋습니다.”

스님과 참가자들은 간간이 대화를 나누며 각자 자기가 맡은 일에 집중했습니다.




울력을 시작한 지 50분이 지나자 맑은 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멈춤과 살핌의 시간이었습니다. 모두 하던 일을 그대로 멈추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해 보았습니다.


8시 40분이 되어 아쉽지만, 울력을 마쳐야 했습니다.


농사창고로 가서 장화를 벗기 전에 ‘김치!’하고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농사창고 안으로 들어가 오늘 일하면서 들었던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짧게 나누었습니다. 먼저 스님이 나누기를 시작했습니다.

“저부터 하겠습니다. 오늘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마지막에 남은 모종을 다 심으려고 하다 보니 마음이 약간 조급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성 INEB 참가자들도 한 사람씩 간결하게 자신의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정말 즐거웠어요. 아침 일찍부터 일할 수 있어서 더욱 신났습니다.”

“마음이 바빴습니다.”

“스님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특별히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짧은 뿌리를 가진 양파를 심으며, 이 작은 생명들이 잘 자라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장 높은 스님이 직접 일하시는 모습을 처음 봬서 큰 영광이었습니다.”

“밭에서 부는 바람이 신선했어요. 손은 추웠지만 마음은 따뜻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는 양파를 모두 심을 수 있길 기대했는데, 일한 시간이 짧아서 아쉬워요.”

참가자들의 소감을 듣고 스님이 한마디만 덧붙였습니다.

“저는 높은 스님이 아니라 농부일 뿐입니다.”(웃음)

나누기를 마치고 여성 INEB 참가자들은 불국사로 출발했습니다. 스님은 다시 밭으로 달려가 남은 모종을 마저 심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군데군데 모종이 빠진 곳이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중간중간 빼먹은 곳이 있네요. 모종을 심지 않고 그냥 올려놓기만 했고요.” (웃음)

스님은 INEB 참가자들이 비워둔 자리마다 꼼꼼히 모종을 심었습니다. 곧 화요일마다 정기적으로 봉사를 하는 ‘화요 농부’ 봉사자들이 도착했습니다. 화요 농부들도 남은 두둑에 모종을 심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은 한 두둑을 모두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저는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스님은 텃밭으로 가서 12시까지 울력을 계속했습니다. 나물을 수확하고, 무성한 나뭇가지를 정리하느라 땀을 많이 흘렸습니다.


12시가 되어 여성 INEB 참가자들도 불국사 순례를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오고, 스님도 농사 울력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돌아왔습니다.

두북 수련원에는 봉사자들이 정성껏 점심 식사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스님은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식사를 준비한 봉사자들이 11명이고, 여성 INEB 참가자들이 11명이었습니다. 스님이 경상도 식으로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을 했습니다.

“일대일로 식사 준비를 했네요. 음식 솜씨가 없으니까 준비하는 사람이라도 많이 모은 거예요?” (웃음)

봉사자들이 음식 소개를 한 후 다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 30분부터 여성 INEB 참가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스님이 지금까지 설명한 정토회의 운영 방식에 대해 보충해서 설명했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정토회로 들어오게 되는지, 정토회가 자원봉사 방식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한 후 다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시간 동안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그중 한 명은 절에서 함께 생활하는 스님이 자신에 대해 험담하는 것을 들었다며 어떻게 그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스님의 조언을 구했습니다.

앞에서는 칭찬, 뒤에서는 험담하는 사람과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제 등 뒤에서 칼을 꽂는 사람, 즉 저를 배신한 사람과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왜 꼭 그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헤어지는 방법도 있잖아요.”

“그냥 만나기를 피하면 될까요?”

“그 사람을 왜 피합니까?”

“같이 살고 있거든요.”

“요즘은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부부도 헤어지는데, 그 사람과 헤어지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어요? 그 사람은 같은 승려입니까?”

“네.”

“같이 사는 승려가 어떻게 질문자를 배신했어요?”

“앞에서는 저를 칭찬하고 듣기 좋은 말을 하다가 뒤에서는 저에 대해 욕을 심하게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욕하는 것보다는 뒤에서 욕하는 게 낫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제가 이렇게 즉문즉설을 하고 있는데, 제가 하는 답변을 듣고 나서 질문자가 ‘스님,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하고 제 앞에서 대놓고 말하면 어떻겠어요?

무슨 말이든 그냥 대놓고 말하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이 자리가 끝난 뒤에 여러분끼리 앉아서 ‘방금 그 스님 말이 좀 이상하더라’ 하고 얘기하는 게 나을까요? 저는 누가 면전에서 욕을 하면 굉장히 당황스러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저에게 직접적으로 얘기해 줬으면 제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을 거예요.”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그 사람에게 직접 듣든, 간접적으로 듣게 되든, 본인이 돌아보면 되는 일이에요. 그 사람의 마음 한편에 질문자에 대한 불편함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얘기하기에는 조금 미안한 마음도 있어서 뒤에서 얘기하는 거예요. 그것은 질문자를 조금이라도 존중하는 마음이 있기에 나오는 행동입니다. 마음이 불편한 사람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기분이 나쁜 것은 질문자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나를 어느 정도 존중하니까 앞에서 얘기하지 않고 뒤에서 말하는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옛말에 ‘안 보는 데서는 임금한테도 욕을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절대 권력인 임금에게 어떤 불평도 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그러나 설령 임금이라 해도 본인이 없을 때는 누구나 불평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질문자는 부처도 아니고 임금도 아니잖아요. 부처님한테도 비난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없었어요?”

“있었습니다.”

“질문자가 부처님보다 더 위대합니까?”

“아니요.”

“나를 비난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 비난하는 것보다는 뒤에서 비난하는 게 조금 낫습니다. 물론 뒤에서도 비난하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저에 대해 욕하는 얘기를 듣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 말을 믿고 저를 오해하면 어떻게 해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닐 수도 있지요. 그것은 그 말을 들은 사람의 선택입니다. A라는 사람이 질문자에 대해 욕하는 것을 들은 B가 그 말을 믿는다면, A가 욕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B도 질문자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것을 믿는 겁니다. 그리고 무엇을 믿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내게 욕을 하는 사람의 말을 내가 들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지, 내가 듣지 못한 말 중에도 그런 경우가 많을 수 있어요. 남이 내 욕을 하는 말을 들었으면 내가 반성할 일이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면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냥 흘러가게 두세요.

사람들은 나름대로 좀 현명한 데가 있습니다. 한두 번은 남의 말을 믿지만 오래 겪다 보면 ‘아, 저 사람이 조금 과장해서 말하는구나!’ 하고 자각하게 됩니다. 질문자도 스스로 생각해 보세요.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듣고 백 퍼센트 다 믿습니까? 아니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 사람의 말을 듣고 다른 이들이 질문자를 오해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필요하면 해명을 하면 됩니다. 제가 보기에는 큰 문제가 아니에요. 물론 나에 대해 험담하는 사람이 없는 것보다는 나쁜 일이지만, 세상은 원래 우리가 원하는 대로 다 되지 않습니다. 험담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사에서 늘 있는 일입니다. 지금 이런 일을 겪으면 면역이 생겨서 나중에 더 좋습니다. 붓다처럼 내 앞에서 대놓고 욕을 하는 사람을 보고도 웃을 수 있게 될 겁니다.

어느 날 붓다가 탁발하러 돌아다니다가 한 사람에게 심한 모욕을 당했습니다. 붓다는 그저 빙긋이 웃을 뿐이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붓다가 웃는다고 또 시비를 걸었습니다. 붓다는 그에게 조용히 물었습니다.

‘당신 집에 손님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까?’

‘그렇소.’

‘그러면 그 손님이 선물을 가져올 때도 있습니까?’

‘물론이오.’

‘그런데 당신이 그 선물을 받지 않으면 그 선물은 어떻게 됩니까?’

‘손님이 도로 가져가지.’

그 사람은 아직도 붓다의 말을 못 알아듣고 갑자기 선물 얘기는 왜 하는지 따졌어요. 그러자 붓다가 대답했습니다.

‘지금 당신이 나에게 욕을 선물했는데 내가 웃으면서 그것을 받지 않으면 그 욕이 누구 것이 되겠습니까?’

그러자 그 사람이 알아들었습니다. 질문자도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네, 이제는 그 사람과 개인적인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해야 할 말만 하는 관계로 지내겠습니다.”


“그 사람을 미워하면 내가 이 세상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됩니다. 만약에 내가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을 미워하면 나는 혼자가 됩니다.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어떤 사람에게도 개의치 말아야 합니다. 일부러 친하게 지내려고 하거나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지만,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그를 미워하고 일부러 외면할 필요는 없어요. 그저 만나면 안부 인사하고, 일상적인 대화 정도를 하면 됩니다. 그 사람한테서 내가 얻어내야 할 이익이 있으면 좀 더 가까이해야겠지만, 그런 게 없으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에요.”

“감사합니다. 잘 알았습니다.”

질문을 한 비구니 스님은 환하게 웃으며 스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정토회에서는 ‘깨달음의 장’이라는 깨달음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깨달음이란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하게 알고 싶습니다.

  • 명상 수련을 진행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서 중도에 이탈합니다. 편안함과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명상을 안내해야 할까요?

  • 깨달음의 장 수련 프로그램을 영어로도 진행할 계획이 있나요?

  • 제가 가르치는 많은 학생들이 평범한 삶을 살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어떻게 가르침을 주어야 할까요?

질문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예정된 2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4시에 대화를 마쳤습니다.

이어서 여성 INEB 참가자들은 여광 법사님의 안내로 정토회의 사회 실천 활동에 관해 설명을 듣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JTS, 평화재단, 에코붓다, 좋은 벗들 등 여러 사회단체를 설립하여 진행해 온 실천 활동에 대한 영상도 함께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부터 다시 여성 INEB 참가자들과 함께 대화의 시간을 이어갔습니다. 스님은 불교 안에 들어와 있는 인도의 전통사상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두 가지를 구분할 수 있는 올바른 관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연기법, 중도, 사성제를 강조하면서 부처님의 일생에 대해 깊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2시간 30분 동안 7명이 손을 들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스리랑카에서 온 비구니 스님은 사회 실천 활동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스님은 번아웃이 왔을 때 어떻게 극복을 하나요?

“스님이 활동하시는 영상을 보고 설명을 들으면서 굉장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회 실천을 하다 보면 번아웃이 올 때가 분명히 있을 텐데요. 스님은 번아웃이 왔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합니다.”

“성과가 많은 것처럼 보일 뿐이지 실제로는 100개를 시도하면 1개 정도 성공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패한 99개는 말을 하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지금 제가 두북 수련원에서 하는 농사일도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들판을 보면 모든 사람들이 벼를 벴는데 우리만 안 벴잖아요. 우리 논에만 벼에 병이 들어 있어요. 농사꾼이 농사짓다가 수련을 가버립니다. 그런데 어떻게 농사가 되겠어요? 농부는 농사짓는 일을 최우선으로 하는데, 수행자들이 농사를 짓다 보니 맨날 수련하러 가고, 다른 일을 먼저 챙기다 보면 때를 놓쳐서 농사를 망치는 거예요. 저희가 노동자가 아니라서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가 없어요. 정토회는 계속 실험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화엄경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보살에게 있어 정토란 이미 완성되어 있는 세계가 아니라 완성을 향해서 보살이 활동하는 국토다.’

정토는 불교의 이상세계를 말합니다. 즉 보살에게 있어서 이상세계는 이미 완성되어 있는 세계가 아니라 완성을 향해서 보살이 활동하는 세계라는 뜻입니다. 내가 지옥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 지옥을 간다면 나에게 있어서 이상세계는 지옥이라는 말입니다.”

“이해했습니다. 모든 게 완벽한 세상은 보살이 활동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니까요.”

“질문자는 만약에 ‘천당에 갈래? 지옥에 갈래?’하고 선택하라고 물으면 어느 쪽을 선택할 거예요?”

“지옥으로 가겠습니다. 거기야말로 제가 수행을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구니 스님의 우렁찬 대답에 모두가 박수를 보내며 공감했습니다. 다시 스님이 말을 이었습니다.

“천당에 가면 다 갖춰져 있으니 할 일이 없고, 지옥에 가면 할 일이 많습니다. 보살행을 하려면 모든 사람이 도와달라고 하는 지옥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의 문제는 지옥에 갈 짓을 해 놓고 천당에 가겠다고 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나 보살은 천당에 갈 인연을 지어놓고도 스스로 지옥으로 갑니다.”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불교를 모르는 일반 사람들은 연기법과 중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나요?

  • 깨달음의 장 수련 프로그램은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연기법과 공(空)의 개념을 깨닫게 하기 위한 건가요? 공(空)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된 건가요?

  • 불교를 아는 것이 사회에서 리더십을 갖는 데에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까요?

  • 독재자가 다스리는 나라에서는 사회 실천을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독재 국가에서 수행과 사회 실천을 함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태국에서는 여성의 출가를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승려로서 인정을 못 받으니까, 지원도 받지 못해서 활동하기가 어렵습니다.

  •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평화재단의 활동 방향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더 질문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지만, 밤 10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쉽지만 내일 서울로 이동하여 대화의 시간을 더 갖기로 하고 프로그램을 마쳤습니다. 스님이 웃으며 취침 안내를 했습니다.

“오늘은 취침 시간이 좀 늦었는데요. 내일 새벽에 서울로 올라가면서 차 안에서 푹 주무세요. 숙박비는 안 받겠습니다.” (웃음)

여성 INEB 참가자들은 조별로 모여서 마음 나누기를 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은 새벽 3시에 두북 수련원을 출발하여 서울로 이동한 후, 오전에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국회로 이동하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미팅을 하고, 일치를 위한 정치운동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여 초청 강연을 한 후, 저녁에는 여성 INEB 참가자들과 마지막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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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11-13 05:40:27

핑크

스님 의 하루로 주말 아침을 시작합니다.
비구니 스님들의 열정에 감동이 크고, 저또한 상대방의 뒷담화를 이해할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감사드립니다.

2024-11-09 09:53:32

이윤희

여광법사님 여기서라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2024-11-09 08: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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