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5.23 북한 전문가 모임, 평화 2.0포럼(대전)
“시간이 지나면 핵 폐기는커녕 핵 동결도 어렵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하는 날입니다.

얼마 전 워싱턴 D.C.를 방문하여 미국 의회, 정부,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고 온 결과를 공유한 후 북한 주민의 생활 상황을 살피고 환율과 식량 가격의 변화를 점검했습니다. 현재의 안보 위기 상황을 우려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도 남북한이 평화를 유지하고 통일의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을지 북한 전문가들과 두 시간 동안 토론을 한 후 모임을 마쳤습니다.

조찬 모임이 끝나고 오전 10시부터 스님을 찾아온 린첸다와 님과 미팅을 했습니다. 린첸다와 님은 부탄 사람인데 한국 경희대학교에서 공부를 한 후 무역업을 하며 부탄을 위해 여러 가지 봉사 활동을 해 온 분입니다. 스님의 하루를 보다가 스님이 부탄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하기 위해 답사하는 모습을 보고 본인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직접 스님을 찾아왔습니다.

먼저 린첸다와 님이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젬강의 콤샤르 치옥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중학교는 젬강 종에서 다녔고, 고등학교는 팀푸에서 다녔고, 대학을 한국에 유학생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경희대에서 정치외교를 전공한 후 지금은 통역, 번역, 무역업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스님이 부탄 국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계셔서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젬강어도 할 줄 알아요?”

“영어가 가장 편하지만, 종카어도 할 줄 알고, 젬강어도 할 줄 압니다. 타시강어도 할 줄 압니다. 한국어도 할 줄 알고요. 그래서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님은 부탄의 젊은이들이 고국을 위해 재능을 기부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하면서 린첸다와 님을 크게 칭찬했습니다.

“그러면 제가 부탄에 갔을 때 영어 통역을 하지 않고 곧바로 젬강어로 통역을 해줄 수 있겠네요. 잘 왔어요! 자기가 가진 재능을 돈 버는 데에만 사용하는 것은 아깝네요. 인류를 위해서 그리고 부탄 국민들을 위해서 재능을 쓰면 좋겠어요. 생활만 자립할 수 있으면 나머지 에너지는 봉사하는 데에 쓰면 좋죠.”

“저도 봉사를 많이 하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인연이 되면 좋겠네요.”

앞으로 스님이 부탄을 방문할 때 통역 봉사하는 일부터 함께 하기로 하고 미팅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평화 2.0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10시 50분에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차로 2시간을 달려 오후 1시에 충남대학교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포럼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오후 2시부터 충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세미나실에서 평화 2.0 포럼을 시작했습니다. 평화재단에서는 작년부터 민간학술연구기관들과 연대하기 위해 ‘평화 2.0 포럼’을 기획했습니다. 작년에 광주, 부산에 이어서 오늘은 세 번째 시간으로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소와 공동 주최로 진행했습니다.

먼저 참석한 전문가들 모두가 돌아가며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스님도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30년 전 1995년 압록강변에서 북한의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의 실정을 알게 되면서 북한의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첫 시작이었고, 당시만 해도 북한의 식량난이 3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올해로 30년이 지나도록 아직 끝이 안 나네요. 이렇게 북한 식량난을 해결하는 데에 한평생이 다 갈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 난민 지원도 하게 되었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도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문제가 결국은 남북한의 대립과 갈등에 맞닿아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평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인권 개선도 될 수 없고, 인도적 지원도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 과정들을 거쳐서 평화재단이 창립되어 지금 이렇게 평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어서 얼마 전 스님이 워싱턴 D.C.를 방문하여 미국 의회, 정부, 싱크탱크 관계자들을 만나고 온 영상을 함께 본 후 본격적으로 발제와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김영준 국방대 안전보장대학원 교수는 한반도 평화 전략을 국제 정세 속에서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한미 관계에서 가치와 실리의 균형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한국의 대응 방안을 설명하며, 한미동맹의 강화와 동시에 자주적인 외교 정책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일 관계의 변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새로운 통일 담론을 통해 젊은 세대에게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지운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소 소장은 현재의 안보 환경을 분석하며, 평화 2.0을 위한 제언을 중심으로 발제했습니다. 그는 미중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변화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가치 외교가 실리적인 요소가 크므로 한국이 이에 휘둘리지 말고 실리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후변화 완화와 군축을 통한 국제적 협력이 중요하며, 전쟁과 군비 증강이 탄소 배출을 증가시켜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중 간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준 교수는 실용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을, 김지운 소장은 국제 협력과 경제적 상호 의존을 통한 평화 구축을 강조했습니다.

발제에 이어 패널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패널 토론에는 김학성 교수(충남대 정치외교학과)의 사회로 고봉준 교수(충남대 정치외교학과), 남기정 교수(서울대 일본연구소), 엄정식 교수(공군사관학교 군사전략학과), 조한범 위원(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참여했습니다.

고봉준 교수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고 교수는 한미동맹의 강화가 불가피하지만, 지나친 의존은 북중러 연대를 강화시켜 진영 간 대립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남기정 교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성과와 한계를 인식하고, 새로운 평화 2.0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단극 혹은 양극 체제의 불안정성을 지적하며, 삼원-삼재의 질서를 통해 안정적이고 전략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엄정식 교수는 미국 대선 결과가 한반도 평화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차이를 비교하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엄 교수는 가치와 이익을 동시에 고려한 외교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한반도 정책의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중, 북·러 관계를 신중하게 분석하고, 한국의 외교적 접근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한범 위원은 전통 안보와 신안보의 복합 위기를 강조했습니다. 그는 탈냉전 이후 전통 안보의 중요성이 여전히 크다고 지적하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 위기를 예로 들었습니다. 조 위원은 생명 안보와 기후 평화라는 새로운 안보 개념을 발전시킬 필요성을 언급하며, 전통 안보와 신안보가 결합된 포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의 핵 위협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현실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각 패널의 발표에 이어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들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모색하는 다양한 시각과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또 가치 외교와 실리 외교, 전통 안보와 신안보를 아우르는 포괄적 논의를 통해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습니다.

발제와 토론을 마친 후 마지막으로 스님이 오늘 토론을 마무리하는 맺음말을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들의 발표와 토론 내용을 잘 들었습니다. 시간을 정해 두고서 각자 발표만 하고 가는 세미나가 조금은 비생산적이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오늘처럼 시간 제약 없이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에 참석할 수 있어서 공부가 많이 됐습니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세미나의 주제를 ‘한반도 평화 2.0’이라고 정했는데요. 국가 안보에서 인간 안보로 나아가고, 그리고 생명 안보로 나아가는 것도 평화 2.0이지만, 그보다는 현재 남북 관계의 위상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지난 30년과는 다른 관점에 서야 합니다.

당근과 채찍이 둘 다 실패했다면 제3의 길은?

보수 쪽에서 주로 주장한 대북 강경책은 더 세게 밀어붙이면 북한이 붕괴되거나 굴복할 것인데 자꾸 뭘 주어서 체제를 연명하는 것은 실책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진보 쪽에서는 북한과 대화를 하고 햇볕을 쪼이면 북한이 옷을 벗고 나와서 정말로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가지 방법 중에서 어느 것이든 하나를 끝까지 고수했다면 결과적으로 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두 방법 다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은 상황이 크게 바뀌어서 더 이상 두 가지 방법을 가지고 어느 것이 더 옳았느냐를 가지고 논쟁해서는 안 되고 제3의 관점에 서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큰 틀에서 국제 정세의 흐름을 보면, 과거에는 미국과 소련의 대결 정세였다가 미국 일극(一極) 체제가 되었고, 최근에 다시 미국과 중국이 세력 대결을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 삶의 토대가 되는 국제 정세가 이렇게 바뀌었고, 오늘날처럼 두 강자가 일대일 대결을 하는 시대에는 늘 0.5를 담당하는 제3의 세력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 정세 또한 과거에는 북한 우위의 시대가 있었고, 그다음 남북한 균형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남한의 절대 우위의 시대가 한동안 계속되었는데, 지금은 다시 남북한 균형의 시대로 바뀌어 가는 출발점에 와 있다고 봅니다. 적어도 안보적 측면에서는 남한 절대 우위의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취해 온 당근과 채찍 전략은 남한 절대 우위의 시대 혹은 미국 일극(一極) 체제 시대에 우리가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이었습니다.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어 체제 붕괴 위험에 있었기 때문에 압박을 조금 더 가하면 항복하거나 붕괴될 것이라는 전략을 수립한 거죠. 반대로 곤궁하니까 뭘 좀 주고 달래면 합의하러 나올 것이라는 전략을 수립하거나요. 이런 전략은 모두 북한이 궁지에 몰려 있다는 전제 위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국제 정세가 바뀌면서 지금 북한의 위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북한은 이제 절대적인 궁지에 몰린 상태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강경 전략도 통하지 않고, 온건 전략도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북한도 강경 전략이든 온건 전략이든 결국 남한의 정책은 모두 북한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지 공존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남한과는 대화나 협력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핵 폐기는커녕 핵 동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선언을 두고 북한이 화가 나서 일시적으로 그렇게 했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북한이 이제는 대화의 문을 닫아도 될 정도로 상황이 나아졌다고 이해해야 합니다. 북한의 상황이 나아진 이유는, 첫째, 외교 안보적으로 유엔 안보리가 분열이 됐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보리가 분열이 되면서 북한은 국제사회의 고립에서 벗어났습니다. 과거에는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이 되었기 때문에 북한이 살 길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미국을 욕하면서도 어쨌든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서 체제도 보장받고 경제도 발전시키려고 몸부림을 쳤습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가 분열되면서 이제 북한은 한쪽 진영에 서게 되면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게 됐습니다.

둘째, 핵 개발을 통해서 최소한의 체제 안보를 확보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북·러 간의 군사 협력을 통해 군수 자본을 축적하고 군사 기술도 얻게 됐습니다. 무기를 개발할 돈이 생겼고, 핵의 다량화, 소형화 기술과 장거리 미사일, 핵잠수함까지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려 가고 있어요. 그리고 경제는 중국을 통해 일단 생존은 확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 매달릴 이유가 별로 없어졌어요. 다만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인민을 배부르게 먹여야 한다는 꿈이 있기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적 제재를 벗어나려고 할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국에 가서 북한의 이런 경제적 요구와 핵 동결을 조건으로 미국이 적극 협상에 나설 것을 제안했습니다.

핵 폐기는 이제 북한이 받아들일 이유가 없어졌고, 핵 동결도 조금만 시간이 더 지나면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핵 군축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미국은 2005년 9.19 합의 때 최고의 합의를 해 놓고서 그것을 깨는 바람에 북한으로 하여금 결국 핵 개발까지 오게 하였습니다. BDA(Banco Delta Asia)의 의혹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때 9.19 합의를 지켜나갔으면 핵 개발까지는 안 가도록 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20년 지나서 지금을 돌아보면 마찬가지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핵을 동결시키는 게 나았다고 훗날 돌아보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에 미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때는 북미 관계 정상화를 조건으로 핵 폐기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뀐 지금도 핵 폐기에 집착해서 현재 상황을 방치하면 핵 확산이 급속도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북미 관계 정상화를 조건으로 핵 동결을 요구하는 게 필요합니다.

한·미·일 군사 협력을 통한 북한 억제 전략은 북한 핵에 대한 방어 전략은 되는데, 북한 핵 확산을 막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핵 확산을 부추기게 됩니다. 북한 핵이 계속 늘어나게 되면 한반도와 동아시아만 위험해지는 게 아닙니다. 북한의 최대 군사 거래처가 이란과 시리아인데 중동까지 불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고 미국이 북미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합니다. 자꾸 북한의 처지가 곤란했을 때를 기준으로 해서 과거의 전략에 미련을 가지면 안 됩니다. 미국은 아직도 ‘핵 동결을 요구하게 되면 결국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갖고 있거든요. 지금은 국제 정세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북한의 위상도 바뀌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북한 경제 제재가 얼마나 효과가 있었나요?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민 경제 하나지만, 북한은 내각이 총괄하는 국민 경제가 있고, 군수 경제가 있고, 당 경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3개의 경제 체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개성공단을 폐쇄하거나 금강산 관광을 막거나 해외 노동자의 외화 벌이를 금지하는 정책들은 국민 경제를 위축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지 군수 경제에는 타격을 주지 못합니다. 이런 제재들은 북한 주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들기만 합니다. 만약 경제 제재의 목표가 북한 주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라면 성공한 정책이겠지만, 대량 살상 무기의 개발을 중지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실패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량 살상 무기 개발 중지에 초점을 맞추어서 경제 제재를 해야 합니다. 당연히 국제 사회의 규약에 벗어나는 핵 개발은 제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제재 효과가 나도록 해야지 그냥 북한을 악마화해서 무조건 북한 경제를 제재하는 것은 결국 북한 주민만 괴롭히게 됩니다. 2,500만 북한 주민들을 괴롭히는 일은 인도주의 원칙으로 보나 인권의 차원에서 보나 미국의 가치에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군사적 위험을 빨리 멈추려면 북미 관계를 풀어야 합니다. 관계를 풀려면 협상을 해야 하고, 협상을 하려면 상호 이익이 되는 조건을 내걸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핵 폐기는 절대 안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핵 확산을 방치하는 것보다는 핵 동결이라도 하는 것이 위험을 방지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미 관계를 개선하려면 대화가 중요합니다. 북한이 파격적으로 양보하면 좋겠지만, 현재 상황에서 북미 관계를 풀려면 미국이 양보해야 이 문제가 풀립니다. 북한은 양보할 게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북한에 대한 양보가 후보에게 불리합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북미 관계 개선에 나서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후 1년 안에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1년 지나서 시작하면 또 중간 선거 때문에 협상이 불가능해집니다. 지금까지는 늘 정권 말기에 가서 협상을 시작했기 때문에 시기를 놓쳤습니다.

남한도 핵을 가지려고 하면 어떡하죠?

그래서 북한 문제에 접근할 때는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대화 방식을 취해야 합니다. 북한은 최고 권력자 외에 그 누구도 결정권이 없기에 ‘미국은 문을 열어 놓았다’고 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방식은 대화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그냥 김정은 위원장에게 ‘헬로’ 하고 미국 대통령이 편지 한 장 쓰는 것이 대화를 시작하는 데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북한과 대화하려면 지금까지 서구식 방법으로는 어렵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 개발을 하면 남한도 핵을 개발하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염려합니다. 물론 남한도 핵을 가지고 싶어하겠지만, ‘굶어 가면서까지 핵 가질래?’ 하고 물으면 남한 국민 중에 10퍼센트의 사람들도 동조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은 굶어 죽더라도 핵을 가지겠다고 하니 핵 개발을 할 수 있었지만, 남한은 굶으면서까지 핵을 가지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남한의 핵 무장화 주장은 그냥 정치적 선전일 뿐입니다. 핵을 개발하려면 당연히 유엔의 경제 제재를 받게 될 것인데, 경제 제재를 감수하고 핵을 개발하겠다고 남한 정부가 말하면 국민의 지지를 전혀 못 얻습니다.

‘어떤 것이 미국에 유리한가?’ 하는 관점에 서야 합니다. 북한이 북·중·러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더라도 나진항을 중국에 빌려주는 것과 같은 일은 안 할 정도로 북미 관계를 개선해 놓는 것이 미국에 유리합니다. 한·미·일 군사 협력이 미국에서 볼 때는 큰 성공이지만, 한국 내의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것은 아니에요. 남한 정권이 바뀌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미 관계를 개선하면 한국 내의 진보 세력도 한미일 안보 협력에 관한 생각이 어느 정도 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북미 관계를 개선하면 한미일 협력 체제도 지속가능하게 될 것이고, 북·중·러 협력은 약화될 것이니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올바른 대북 정책을 하려면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보 세력은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좀 하고 대화하면 북한이 협상의 자리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북한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절대로 그렇게 고분고분하지 않습니다. 북한은 ‘군사적 공격이든 대화든 북한이 주도적으로 하지 남한이 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진보 세력처럼 북한을 너무 좋게 생각해서도 안 되고, 보수 세력처럼 북한을 너무 나쁘게 생각해도 안 됩니다. 북한은 지금 안보가 시급한데 남한에서는 맨날 남북 체육대회나 이산가족 이야기, 문화 교류를 이야기합니다. 남한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필요하지만, 북한은 지금 그들의 체제 보장이 먼저입니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항상 쉬운 것부터 시작하자고 하다 보니 관계가 풀리지 않고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보수든 진보든 상관없이 다음 정부는 이전의 정책을 답습하는 데서 벗어나 북한의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안을 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는 우리가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정말 자주적이라면 민족이 가야 할 길을 중심에 두고 ‘북한이 두 개의 국가로 가자고 나와도 좋고, 하나의 국가로 가자고 해도 좋다. 대화하자고 하면 대화하자’ 이렇게 큰 포용력으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오히려 북한의 대남 전략에 끌려가지 않고 우리가 중심을 딱 잡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큰 목표는 통일이고, 가까운 목표는 평화입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이 이제는 중심을 잡을 만한 위치가 된 것 같은데 아직도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외교가 미국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는 협력하되 자기 중심을 잡고 새로운 한·미 협력 시대를 모색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6시가 되어 장장 4시간에 걸친 포럼을 마쳤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토론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더 나누기로 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저녁에 회의가 있어서 먼저 가겠습니다. 이야기를 더 나누시기 바랍니다.”

스님은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곧바로 서울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국수 한 그릇을 먹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8시 2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한 후 9시부터 1층 방송실에서 6.13만인대법회 준비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행사 프로그램, 주차, 무대 방송, 의전, 내빈 공양, 내부 안내, 외부 안내, 퍼포먼스 등 각 파트 별로 준비 상황을 공유한 후 의문이 나는 점에 대해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2시간 동안 회의를 한 후 밤 11시에 회의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외부에서 사회 인사와 미팅을 한 후, 저녁에는 정토사회문화회관 지하 대강당에서 금요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32

0/200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6-05 17:06:42

차덕환

평화를 위한 스님의 생각에서 많이 배웁니다.
감사해요.

2024-05-29 08:27:55

범해

한반도평화를 위해, 북한동포들의 고통해소를 위해 국내외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 스님, 존경합니다.감사합니다.

2024-05-28 13:4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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