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4.26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
"이제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 왕실과 JTS가 지속가능한 개발의 시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업무협약(MOU) 체결식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3시에 일어나 업무를 보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6시에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한 후 7시에 푸나카 종을 보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오늘은 전문가 분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시간입니다. 부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히는 푸나카 종을 보고 가겠습니다.”

높은 설산에서 녹아내린 물은 두 개의 강이 되어 푸나카 시내로 내려옵니다. 두 개의 강을 부탄 사람들은 ‘아버지 강’과 ‘어머니 강’으로 부릅니다. 푸나카에 흐르는 두 개의 강이 만나는 지점에 높이 솟은 성이 보였습니다.

“저기가 푸나카 성이에요.”

다리를 건너자 푸나카 종의 주지 스님이 스님과 JTS 답사단을 반갑게 환영해 주었습니다. 종안으로 들어가자 사방이 건물로 둘러싸여 있고, 넓은 광장에는 탑과 커다란 보리수가 있어서 평온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주지 스님이 법당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법당을 참배하고 잠시 자리에 앉아 고요히 명상을 했습니다.

명상을 마치고 접견실로 이동하여 주지 스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푸나카 종의 주지 스님은 먼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스님께서 부탄 오지에 있는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스님께서 부탄 국민들을 위해 해주시는 일들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부탄 국민들을 대표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님은 왜 부탄에서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말했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전 지구적으로 봤을 때 부유층에 속합니다. 어려운 이웃들과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이기 때문에 저는 그 가르침에 따라서 행동할 뿐입니다.”

“부처님이 설한 많은 가르침이 있지만 실제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행위 자체가 가장 큰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부처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아난존자가 ‘부처님이 계실 때는 우리가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서 큰 공덕을 지었습니다.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에는 어떻게 해야 큰 공덕을 지을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난다여 걱정하지 마라. 여래가 열반한 뒤에 여래에게 올리는 공양의 공덕과 똑같은 것이 네 가지가 있다. 첫째,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다. 둘째, 병든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다. 셋째, 가난한 자를 돕고 외로운 자를 위로하는 것이다. 넷째, 청정하게 수행하는 사람을 잘 외호하는 것이다.’

JTS는 부처님의 이 가르침을 따라서 세 가지 모토를 정했습니다 첫째,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합니다. 둘째,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합니다. 셋째, 아이들은 제때에 배워야 합니다. 이런 일들을 할 때는 종교나 이념, 인종, 민족을 가리지 말고 같이 모여서 하자고 해서 ‘조인 투게더 소사이어티(Join Together Society)’를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2600년 전 붓다의 가르침은 오늘날 유엔에서 정한 인도적 지원의 원칙과도 똑같습니다.

JTS의 모단체인 정토회에서는 세 가지를 중요한 실천 덕목으로 하고 있습니다. 첫째,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서 수행정진하여 내가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내가 괴롭다면 붓다의 가르침에 어긋납니다. 불교의 목표는 해탈과 열반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 좋은 가르침을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해야 합니다. 그래서 붓다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셋째, 배고프고 병든 사람은 붓다의 가르침을 아무리 전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런 사람들을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도 우리는 보호해야 합니다. 남을 돕는 일을 할 때도 항상 수행과 전법을 중심에 두고 활동을 해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붓다의 가르침을 근본에 두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부탄을 답사할 때도 항상 웃으면서 다닙니다.” (웃음 )

차담을 마치고 스님은 주지 스님에게 보시금을 전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겠습니다.”

푸나카 종을 나와 계단에서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옆에 세워진 또 다른 법당을 참배했습니다.

몇십 년 전 부탄에 큰 홍수가 났을 때도 이 법당에 모신 불상만큼은 아무런 파손이 없었다고 합니다. 법당을 참배하고 나서 스님이 주지 스님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어린 스님들이 학교 교육을 10학년까지는 받을 수 있게 절에서 지원을 해주면 좋겠어요. 지난주에 쿤가랍텐 치옥에 갔더니 비구니 스님이 어린 승려들을 모두 학교에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일반 시민도 학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승려들도 그에 맞는 세상에 대한 지식과 상식을 학교에서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네, 큰 절은 절 안에 교육 시설이 있는 반면 작은 절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도 나름대로 어린 스님들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스님과 JTS 답사단을 정성껏 맞이해 준 주지 스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푸나카 종을 나왔습니다.


오전 9시에 푸나카를 출발하여 팀푸로 향했습니다. 차로 2시간 30분을 달려 팀푸에 있는 정부 중앙 관청에 도착했습니다.


부탄 정부의 농림부 농업국장을 비롯하여 농업을 관장하는 공무원들이 스님 일행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회의실로 이동하여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부탄의 농림부 농업국장인 욘텐 기암쵸(Yonten Gyamtsho) 님이 환영 인사를 해주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 분들을 만나서 기쁜 마음이고 환영합니다. 저희한테 전문가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스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어서 한국에서 온 전문가 분들이 그동안 부탄을 답사하면서 느낀 점을 이야기하고, 부탄 농업국 각 담당자들이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농업 전문가인 주형로 선생님은 농업용 수로 보수, 수로 옆에 농로 만들기, 녹비 식물 재배를 통한 거름 확보 등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농업국장이 부탄의 전체적인 농업 현황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부탄의 식량 자급률은 쌀은 25퍼센트를 내수에서 자급하고, 75퍼센트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채소류는 66퍼센트의 자급률을 보이고 나머지는 수입하고 있습니다. 옥수수는 거의 수입을 안 해서 자립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료용은 수입합니다. 감자를 채소에 넣으면 자급률이 85퍼센트로 올라갑니다. 감자는 수출을 많이 해서 자급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과일류는 대체로 자급이 된다고 볼 수 있는 이유가 수입보다 수출이 많습니다. 특히 오렌지와 사과는 자립이 되고 있습니다.

부탄은 농민들이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가 심각합니다. 현재 30퍼센트의 작물이 야생동물에 의해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연구와 지원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농업용 수로는 전체 경작 면적의 25퍼센트만 수로가 설치되어 있고 나머지는 비에 의존하고 있어서 생산율이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파이프를 묻는 방식으로 지원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농업국장은 특히 야생동물 피해를 줄이고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설정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내용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농림국 농업국장의 설명을 듣고 나서 스님이 그동안 부탄의 시골 마을을 답사하고 온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부탄 농림국에서는 가장 큰 과제로 울타리를 치는 문제와 농업용 수로를 개선하는 문제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대해 저희가 직접 현장을 돌아보며 느낀 점을 조금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제가 방문하는 마을마다 모든 주민들이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신 방법들로는 방재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철망 울타리를 원했습니다. 이를 설치한 청년 농부들에게 물어보니 멧돼지가 철망 아래로 파고 들어와 콘크리트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납지 마을은 모든 농지에 그런 시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농지 정비가 잘 되어 있어 가능했습니다. 다른 지역은 밭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서 납지 마을처럼 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습니다. 주민들이야 정부가 무상으로 설치해 주면 좋아하겠지만, 국가 전체로 봤을 때 그것이 과연 경제적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는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효율적인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이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토론해 보면 좋겠습니다.

둘째, 수로 문제입니다. 제가 현장에 다녀보니 이미 30년 전에 만들어 놓은 수로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렵게 만들어 놓았는데 현재 관리가 안 되어 부서진 곳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관리가 쉬운 파이프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이 수로들을 파이프로 신속히 교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민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의 부모 세대는 아무것도 없던 곳에 새로 수로를 놓기까지 했는데, 여러분은 왜 만들어진 수로도 관리를 못 합니까?’

여러분들이 예산을 들여 새 파이프로 수로를 교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수로를 잘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둘러보니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수리할 수 있어 보였어요. 수로를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또 농지 초입에서 각 개인의 논으로 수로가 갈라지는 부분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수원지에서 농지 초입까지는 콘크리트든 파이프든 수로가 놓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농지 초입부터 다시 각 논으로 갈라지는 부분이 전부 흙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누수가 생기면서 아래쪽 농지로 물이 미쳐 닿지 않았습니다. 아래쪽 농지 주민들은 물이 닿지 않으니 이곳에 새 수로를 놓아 달라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수원지에서 농지 초입까지 오는 수로는 우선 기존 수로를 정비하고 이후, 관리를 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농민들 입장에서는 고령자가 많고, 농사일이 많아서 관리가 어렵겠지만 이 일은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가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저희 JTS는 시멘트만 제공하고 주민들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방식에 대해 가능한지 물었을 때 주민들은 대부분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이걸 정부가 하겠다고 하면, 주민들은 정부에게 다 해달라고 요청할 것 같았습니다.

벼농사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주민들이 연작을 하는데도 비료를 쓰지 않아서 생산량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떤 거름도 쓰지 않고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가축 분변을 발효해서 거름으로 쓰는데 이곳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녹비 작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이 작물들을 농한기에 심어두면 스스로 질소를 생산합니다. 그리고 땅을 갈 때 같이 갈아엎으면 부족한 거름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또 모를 심을 때 지금보다 모를 더 넓게 심고, 줄을 맞춰 심으면 일조량을 확보하면서 공기도 잘 통할 수 있습니다. 벼농사에서는 이런 기술적인 부분을 먼저 개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친환경 농법은 작물을 자연 상태 그대로 둔다는 것이 아닙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은 쓰지 않아야겠지만, 새로운 기술과 농법은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벼농사 한 가지로 얘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앞으로 다른 작물에 대해서도 좀 더 이야기 나누고 경험도 공유하고 더 좋은 방법을 연구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역 정부 공무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장에서 농민들에게 새 농법을 전해도 그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마을마다 시범 농장을 우선 운용해 보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농법을 적용했을 때 수확량의 증가나 일의 효율성을 농민들이 직접 볼 수 있게 하는 거죠. 현재 ‘우리가 가진 자원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이 중요합니다.

주민들은 막연히 새 농기계를 들인다거나, 외국의 방식을 도입하면 사정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외국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부탄이 가진 자원을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쓸 것인가?’라는 관점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파이프에 대해 시장조사를 해봤더니 모두 인도산이었습니다. 파이프 수로를 놓는다면 결국 다 수입품을 써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기존의 수로를 정비하기로 한다면 부탄에서 생산하는 시멘트를 쓸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굳이 외화를 쓰지 않아도 되고, 환경면에서도 더 낫습니다. 물론 재정이 있어서 투자하는 것도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재정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존 수로를 잘 관리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는 게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현장에 가까이 가서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가능한 돈이 적게 드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다’라는 접근법을 권장해 드립니다.

저희가 현장 구석구석을 직접 가보고 정리한 의견들이니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이런 방식으로 현장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해 본 후 본 사업을 집행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비용이 적게 들어야 그 사업이 부탄에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으니까요.”

“스님께서는 농민들이 자발적이면서 자립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계시는군요.”

“네, GNH의 관점에서 행복은 남이 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거니까요.”

“네, 오늘 대단히 감사합니다. 자세한 의견을 주셔서 저희 농민 지원 정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JTS와 함께 비용이 적게 들면서 효과적인 시범사업을 해보자고 하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합니다. 오늘 제안하신 내용에 대해 제가 다 일일이 답변은 드리지 못했지만, 제가 다 적어 두었습니다. 주신 의견들을 매우 소중히 생각합니다. 앞으로 잘 반영해 보겠습니다.”

“네, 다음에는 축산업과 과수, 농업 전문가를 모시고 와서 조언을 듣고 의견 드리겠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다음 만남에도 한국의 여러 전문가들을 모셔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부탄 정부 관청을 나왔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팀푸 시내에 위치한 한국 식당 산마루로 이동했습니다. 점심식사를 한 후 항상 스님이 올 때마다 환대를 해주는 식당 주인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했습니다. 오늘도 금요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수 있게 공간을 빌려 주었습니다.


식사를 한 후 부탄 왕실과 JTS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 위해 부탄 정부 관청으로 이동했습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오후 2시 30분에 부탄 내각 장관인 케상 데키(Kesang Deki)님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 전에 협약서를 점검하기 위한 미팅을 했습니다.

사전에 협약서에 대한 검토를 마쳤으니 젬강과 트롱사에서 지역 공무원들이 몇 가지 수정을 요청해 와서 급히 수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약 한 시간 동안 문구를 수정하는 시간을 가진 후 드디어 협약서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협약서를 완성한 후 내각 장관인 케상 데키 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스님께서 그동안 제안한 모든 내용에 저희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가진 깨달으신 분이 주도해 주시기 때문에 저희는 아무런 고민 없이 협약서에 서명을 하고자 합니다.”

부탄의 전통에 따르면 길한 날짜와 길한 시간대가 있다고 합니다. 알아보니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가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해서 이 시간에 협약을 체결하기로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스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라마는 신의 외호를 받기 때문에 라마인 제가 사인하는 시간대가 가장 좋은 시간대입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웃음 )

이어서 스님과 케상 데키 님이 JTS와 부탄 왕실 간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시범사업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는 서명을 했습니다.


서명을 한 후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온 전문가 분들은 큰 박수로 업무협약(MOU) 체결을 함께 기뻐했습니다.

업무협약(MOU) 체결을 했기 때문에 오늘부로 JTS와 부탄 왕실 간의 은행 계좌를 개설하여 앞으로 많은 시범사업을 펼쳐나가기로 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부탄 정부 관청을 나와 곧바로 산마루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식당 주인분이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수 있게 집을 빌려 주었습니다.

“생방송 시간에 늦겠어요. 빨리 갑시다.”

스님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가사와 장삼을 휘날리며 달렸습니다. 방송시간 1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부탄 시간으로 오후 4시 30분, 한국 시간으로 저녁 7시 30분에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5천여 명이 생방송에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저는 지금 부탄에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 한국에서 출발해 부탄에 왔습니다. 저희는 지속 가능한 개발과 가난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부탄에서 가장 오지 마을이고 빈곤율이 높은 젬강에서 세 번째 답사를 마쳤습니다. 올해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시범 사업을 진행하며 그 효과와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파악하려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5년 동안 한 개 주를 대상으로 주민들의 삶을 더 편리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개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저희는 부탄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MOU를 체결하는 시간과 즉문즉설 시간이 겹쳐서 녹화 방송을 준비했는데 다행히 MOU 체결식이 조금 일찍 끝나서 제가 여러분께 인사라도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왔습니다. 농촌 개발, 친환경 유기농, 산림, 상하수도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부탄을 둘러보고 많은 아이디어를 내었습니다. 오늘은 부탄의 농업 정책 책임자와 더불어 이곳의 농업 개선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앞으로 추가적으로 과수, 축산 분야의 전문가들도 와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또 의사들도 오셔서 노인들의 백내장 수술이나 보청기, 틀니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JTS는 어려운 사람을 돕되 모두가 자원봉사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자신의 전공 기술을 가진 분들이 더 많이 참여해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지난주에는 제가 두북 어르신들 170명을 모시고 노인잔치를 했습니다. 남원 실상사에 모시고 가서 참배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식사도 하고 노래 부르고 놀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 영상을 여러분과 잠시 같이 보겠습니다.”

이어서 지난주에 두북 정토수련원 인근 마을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봄나들이를 다녀온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습니다.

▲ 영상 보기

영상을 마치고 나서 스님이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한 해 한 해 늙어가고 있습니다. 젊을 때는 건강도 괜찮고, 사는 것도 괜찮고, 가족도 있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 점점 몸도 안 좋아지고, 가까이에 가족도 없어지고, 홀로 살게 됩니다. 우리도 늙어가기 때문에 다 겪어야 할 일이에요. 그러니 여러분도 주위에 있는 노인들을 잘 돌봐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내 부모는 당연히 돌봐야 하지만, 내 부모가 아니더라도 주위에 있는 노인들과 시간을 내어 대화도 나누고 가끔은 식사도 같이 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부탄에서 합의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이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내일 저는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이어서 지난 4월에 스님이 베트남 호찌민에서 교민들과 함께 즉문즉설을 한 내용을 방송으로 송출했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부탄 내각실과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내각 장관인 케상 데키 님과 내각실 소속 린첸 님, 이시 님 등 부탄 정부 관계자들과 한국에서 온 전문가들과 JTS 스태프들 모두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내각 장관님이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업무협약(MOU) 체결을 하게 되어 기쁩니다.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겠습니다.”

식사를 하며 스님과 케상 데키 님은 앞으로의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의 추진 방향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스님은 어떻게 하면 부탄 주민들이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지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집 한 채를 리모델링하는데 대략 5만 눌트럼(80만원)에서 10만 눌트럼(160만원)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알코올 중독자였던 주민이 자신의 집을 고치는 일에 참여하면서 심리적으로 매우 건강해졌습니다. 주어진 대로만 사는 게 아니라 조금만 노력하면 삶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어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런 과정을 통해 주민들이 용기와 자신감, 희망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지금 그 집에 가서 보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특별히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많이 변화해도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떨 때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매우 천천히 지원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들은 모든 것이 쉽게 제공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 다른 사람들이 그걸 보고 더 많은 지원을 바라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지역 주민들이 직접 와서 보고 그들도 원한다면, JTS가 제공하는 자재를 가지고 스스로 자기 집을 고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의 방향입니다. 집집마다 리모델링을 위한 약간의 기술적인 지원은 필요하겠죠. 그래서 저는 부탄의 젊은 청년들이 훈련을 받아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젊은이들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경험하면 굉장한 자부심을 갖게 되니까요.

주거 환경 리모델링은 여러 집을 해보면서 각각의 상황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것이므로 아직 보편화하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제 생각에는 첫째, 돈이 적게 들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돈이 적게 들어야 확산이 가능합니다. 둘째, 효율적이어야 합니다. 셋째,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리모델링에 너무 많은 기술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일반 주민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어려워집니다. 넷째, 사람들이 이 일을 통해 기쁨, 만족감, 성취감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민들이 이 프로젝트를 잘못 이해하면 JTS가 도와주러 왔는데 별로 도와주는 것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들이 계속 개선할 수 없는 도움은 결국 일회성으로 끝나고 사람들은 다시 빈곤에 빠질 수 있습니다. ‘내 살림은 내가’, ‘우리 동네 개선은 우리가’ 하는 마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이런 일은 돈보다 관심과 정성이 훨씬 더 필요합니다. 모든 주민이 요구하는 도로포장은 필요하지만 예산이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계속 불편하게 살아야 할까요? 전체 구간을 모두 포장할 수는 없지만 일부 자꾸 파괴되는 구간만이라도 보수하면 상황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계속 보여주면 ‘아,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되겠구나’ 하고 변화에 대한 가능성이 열립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가져오는데 돈이 적게 들어야 전 부탄으로 확산할 수 있습니다. 돈이 많이 들면 샘플로 끝나고 확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여러 차례 답사를 한 거예요. 그동안 함께 동행했던 린첸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가 동네마다 돌아다니니까 주민들은 ‘저 사람들이 와서 뭐 하느냐’, ‘아무것도 안 하고 계속 보고만 가느냐’ 하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일이 정부 프로젝트로 들어가기 어려운 이유는 정부 프로젝트가 아니어야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협력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일이 정부 프로젝트라면 주민들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정부가 알아서 해주기를 바랄 거예요. 정부 관리들은 선거에 의해 선출되므로 가능하면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이렇게 계속 실험을 거쳐 진행하게 되니 부탄 정부에서도 조금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와 저희 팀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은 스님께 충분한 지원을 해드리지 못할까 하는 점입니다. 기다리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스님께서 이 일에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 분들을 모셔오시고, 귀한 시간을 할애하여 이 프로젝트에 신경 써주신 점에 대해 깊이 감사드립니다.

스님께서는 부탄의 장관인 저보다도 더 많은 곳을 구석구석 다니면서 현장을 살펴주셨습니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앞으로도 스님께 필요한 것을 지원하면서 기다리겠습니다. 저희는 전혀 서두를 마음이 없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테니 스님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스님과 JTS 답사단은 오늘 숙소인 부탄 비구니 재단(BNF)으로 향했습니다.

부탄 비구니 재단에 가려면 팀푸 시내의 외곽으로 나와 산 언덕을 한참 올라가야 합니다. 모두 무거운 캐리어와 가방을 들고 숨을 가쁘게 내쉬며 밤 9시에 부탄 비구니 재단에 도착했습니다.

“아이고, 수원지 답사하러 다닐 때보다 더 힘드네요.”

숙소에 짐을 풀고 오늘 하루 일정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 3시 30분에 부탄 비구니 재단을 출발하여 한국에서 온 전문가 분들에게 탁상 사원을 안내하기 위해 다섯 시간 산행을 한 후 파로 공항으로 이동하여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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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자재왕)

지혜가 바탕이 되지않는 어리석은 보시는 나자신과 타인에게 얼마나 큰 해가 되는지 잘 알고 있기에 선지식의 통찰력과 분별지에 공감하며 존경과 감사한 마음입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임을 잘 알고 인식하며 일체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이 될것을 새김니다.

2024-05-07 14:16:55

범해

스님의 부탄프로젝트 성고 기원합니다. 더 많은 지역에 전파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4-05-03 12:08:31

임영현

스님을 보면서 늘 들어던 의문은 수행을 언제 하시나였습니다. 스님의 하루를 꾸준히 한달여간 읽으면서 든 생각이 수행과 일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알게 해주신 스님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4-05-01 22:4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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