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4.14. 해외 원로 활동가 만남
“욕심을 갖지 않고도 발전을 할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를 시작하고 초창기에 해외 활동을 개척한 원로 활동가들이 한국 정토회를 방문하러 오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4시 30분에 선유동 정토연수원을 출발하여 울산으로 향했습니다. 어젯밤에 속가의 형님이 위독하다는 연락이 와서 병문안을 하고 가면 좋겠다는 가족들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고속도로 위를 3시간 달려 7시 30분에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병문안을 마치고 두북 수련원으로 향했습니다. 논과 밭을 한 바퀴 둘러본 후 10시에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차로 4시간을 달려 오후 2시 30분에 서울 정토회관에 도착했습니다. 부탄에서 입국한 후 연달아 일정이 이어져서 휴식을 못했습니다. 부탄에서 탁상 사원 답사 일정이 몸에 무리가 되었는지 몸 상태가 안 좋았습니다. 오후에는 휴식을 취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해외 초창기 활동가들과 간담회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초창기에 해외 활동 개척에 기여하신 분들의 공로에 감사하는 시간을 갖고자 세계 곳곳에서 원로 활동가들을 한국으로 초청을 했습니다.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설악산, 봉화, 문경, 장수, 울산, 서울 등 으뜸절이 있는 곳을 방문하며 정토회와 한국의 사찰을 순례할 예정인데요. 오늘은 출발하기 전에 스님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스님이 해외 원로 활동가들을 반갑게 환영하는 인사말을 해주었습니다.

“해외 원로 활동가 여러분들 한국에 잘 오셨습니다. 정토사회문화회관을 짓고 나서 처음 와 보셨죠?”

“네!”


“여러분들이 지난 30여 년 동안 보시하고 봉사한 활동들이 물질적으로 나타난 결과가 바로 정토사회문화회관입니다. 그동안 제가 늘 여러분이 사는 곳을 방문했지, 여러분들이 이렇게 정토회를 방문한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이 정토회를 방문해도 그동안 잘 곳도 마땅히 없었는데, 이제 국제회의 등 많은 행사를 하기 위해 정토사회문화회관에는 숙소도 마련하였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개원할 때 여러분을 모시고자 했지만 그사이에 코로나 팬데믹이 생겨서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이번에 여러분들을 초청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방문은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고 놀이 삼아 온 겁니다. 그러니 너무 무리해서 놀지는 마세요. 일은 좀 무리해서 할 때도 있지만 이번 방문은 노는 것이니까 아프시면 그냥 쉬셔도 됩니다.”

“풀 뽑는 일정은 무리해서라도 잘 뽑겠습니다.” (웃음)

“풀 뽑기도 무리해서 일정을 잡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건강 상태를 보니까 풀 좀 뽑으려다 병원비만 덤터기를 쓰게 생겼어요. (웃음) 그러니 한가하게 일정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준비한 일정을 다 소화하느라 촉박하게 다니기보다는 천천히 여유를 갖고 다니겠습니다. 정토회 스타일은 원래 좀 빨리빨리 다니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진행을 맡은 스태프들도 천천히 진행해 주세요.”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벌써 노인네 취급을 하시네요.” (웃음)

“나이가 드는 것을 어떻게 하겠어요? 그래서 슬퍼요? 노인 취급을 받기 싫은 사람은 스태프들과 함께 옆 사람을 부축하는 봉사라도 하세요. (웃음)

“세월이라는 것이 참 빠르네요. 저도 벌써 72살이 됐습니다. 정토회를 시작할 때가 20대였는데 벌써 70대가 되었으니 40년이 넘었습니다. 저는 별로 아픈 데도 없고 해서 저에 대해서는 특별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안내를 맡은 스태프들은 안내를 잘해 주시고요. 문경과 장수를 다녀온 다음에 두북 수련원에서 보내는 이틀은 제가 직접 안내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 계획은 저도 전체 일정을 모두 여러분과 같이 다니는 것이었거든요. 저도 여러분과 함께 놀면서 구경도 좀 하려고 했는데, 부탄을 답사하는 일정이 많아져서 일부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어서 각자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뉴욕에서 왔어요. 30년 전 법을 만난 이후로 일편단심으로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는 마닐라에서 처음 스님을 뵙고, 방콕에서 정토회를 시작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독일에서 왔습니다. 평생 법륜스님과 정토회의 은혜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에 비해 한 일이 적어서 부끄러운데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마닐라, 방콕, 뮌헨, LA, 뉴욕, 오렌지카운티 등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초창기 멤버들을 모두 초청했지만 시간을 낼 수 있는 분들이 10명이었습니다. 조촐한 분위기 속에서 일주일 동안 함께 여행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궁금한 점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후 생활, 차량,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한 안내를 받은 후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스님과의 만남 시간을 마쳤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2일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에서 질문자와 대화를 나눈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욕심을 갖지 않고도 발전을 할 수 있나요?

“행복을 제 안에서 찾는 방법을 여쭙고 싶습니다. 욕심을 가지면 행복해질 수 없는 건가요? 욕심을 갖지 않고도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사가 되고 싶다, 공무원이 되고 싶다, 정치인이 되고 싶다, 기업인이 되고 싶다, 이런 목표를 갖는다고 해서 욕심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목표는 다 이루어질 수 없어요. 목표는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목표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항상 좋은 결과가 생긴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게 꼭 나쁜 결과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이런 이치를 알면 목표가 이루어지면 다행이고, 안 이루어지면 가볍게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목표를 이루고 싶으면 한 번 더 시도해 보면 되지 괴로워할 일은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꼭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집착’이라고 합니다.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질 수 없는데 다 이루어져야 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원하는 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괴로워합니다. 괴로움은 원하는 게 있어서 생긴 게 아니라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집착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집착을 내려놓으라고 말하는 겁니다.

전교에서 1등을 하고 싶으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됩니다. 그러나 공부를 열심히 해도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공부는 안 하면서 1등 하고 싶다거나, 공부를 안 하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걸 욕망이라고 해요. 뭘 하고 싶다는 것이 욕망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에 집착하거나, 할 수 있도록 원인을 짓지 않으면서 결과만 바라는 것을 욕망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욕망을 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면 돼요. 시도를 했는데 뜻대로 안 되면 그만두면 됩니다. 그래도 하고 싶으면 다시 도전해 보면 됩니다. 원하는 게 안 됐다고 괴로워할 일은 아니라는 거예요. 열 번의 시도를 해야 할 수 있는 일을 두 번 해놓고 안 된다고 실망한다면 욕심을 내고 있는 겁니다. 안 된다고 낙담하거나, 후회가 되어 괴롭다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능력이 부족해서, 환경이 좋지 않아서 달성할 수 없는 일이라면 포기하면 됩니다. 그래도 하고 싶거나 원하는 게 있으면 욕심내지 말고 더 연구하고 노력해 보는 거예요. 욕심만 내려놓으면 얼마든지 지속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포기하는 것은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포기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일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일이라 하더라도 할 수 있는 능력이 10밖에 안 되는데 100을 하겠다고 하면 그것도 욕심입니다. 욕심은 괴로움의 원인이 됩니다. 착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무조건 행복이 온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똑같이 그물을 던졌을 때, 착한 사람은 물고기를 많이 잡고, 나쁜 사람은 물고기를 적게 잡는 게 아니에요. 물고기가 잘 잡히는 것은 그물이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그물을 던지는 기술이 있는지, 물고기가 많은 곳에 그물을 던졌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물을 던진 사람이 선한지 악한지의 윤리적인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인과에 대한 파악을 잘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번다고 문제제기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원인과 결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는 것을 연결시켜서 불평을 하니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겁니다.

‘내 안에서 행복을 찾는다’ 하는 말의 뜻은 내가 괴롭지 않으면 행복하다는 뜻입니다. 아프지 않은 것이 곧 건강을 의미하는 것처럼 괴롭지 않으면 행복한 거예요. 다만 ‘왜 괴로운가’ 하고 살펴봐야 합니다. 날씨가 춥다고 해서 괴로운 게 아니에요. 날씨가 추우면 옷을 더 입든지 외출을 안 하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날씨가 추운 날에 옷을 얇게 입고서 날씨 탓을 합니다. 잘 살펴보면 날씨 때문에 괴로움이 생기는 게 아니에요.

친구에게 돈을 빌려주고 돈을 못 받아서 괴로울 때도 친구가 돈을 안 갚아서 괴롭다고 생각합니다. 돈이라는 것은 내 손을 떠나면 다시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는 거예요. 투자를 하면 이익을 볼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미 이런 문제는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를 할 때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문제예요. 이자를 높게 쳐준다는 말을 듣고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아무런 정보도 없는데 주식을 사서 돈을 잃었다고 합시다.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를 하기 전에 미리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내가 책임을 지면 될 일이지, 괴로워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내가 상황을 잘못 파악했구나. 다음에는 미리 상황을 잘 파악하자’ 이렇게 앞선 실수를 통해서 다음에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는 좀 더 지혜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경험을 축적해 나가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면 괴로움은 생기지 않습니다. 괴로움의 원인을 바깥에서 찾지 말고 나를 다시 돌아보는 쪽으로 관점을 바꾸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을 두고 ‘행복을 내 안에서 찾는다’ 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행복이 몸속 어딘가에 있겠어요? 남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살피는 것을 두고 행복을 안에서 찾는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명쾌하게 설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 말씀을 잘 새겨듣고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주간반 전법회원 법회를 생방송하고, 오후에는 중앙승가대학 초청으로 학인 스님들을 위해 즉문즉설 강연을 하고, 저녁에는 저녁반 전법회원 법회를 생방송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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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애

감사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2024-04-22 11:29:12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4-22 05:39:11

임영현

저를 일깨워주는 말씀인 것 같아서 공감이 많이 갑니다. 더 공감이 되는 이유가 제가 질문자와의 처지와 상황은 다르겠지만, 제가 욕심이 많은 것을 자각했기 때문에 더 공감이 된 것 같습니다. 일깨워주셔서 고맙습니다🙏

2024-04-20 06: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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