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3.28 부탄 답사 4일째 (님숑, 랑덜비)
“이혼을 했는데도 바람피운 전남편이 계속 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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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부탄 답사 4일째 날입니다. 어제에 이어서 님숑 치옥을 방문하여 야생 동물 피해 문제와 농업용수 문제를 확인하고, 랑덜비 치옥으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6시에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밥솥으로 직접 밥을 해서 밑반찬과 함께 먹은 후 6시 30분에 차에 짐을 싣고 출발했습니다.

콜푸 게옥 면사무소에 잠시 들러 공무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양말, 칫솔, 책을 선물하고, 다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스님이 운전기사 님에게도 선물을 했습니다.

“양말은 갈아 신어야 하니까요. 선물로 드립니다.”

차로 한 시간을 달려 아침 8시에 님숑 치옥에 도착하여 농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산 아래 저 멀리 계단식 논이 보였습니다.

“한 30분 정도 내려가면 농장을 보실 수 있습니다.”

촉바를 따라 농장으로 내려가 보았습니다. 심장이 안 좋은 스님도 내리막길은 자신이 있었습니다.

“내리막길은 괜찮아요.”

스님은 앞장서서 가볍게 걸어 내려갔습니다. 무릎이 불편한 사람, 나이 든 사람, 미끄러운 신발을 신은 사람들을 위해 스님이 지팡이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좁은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풀숲으로 우거진 곳이 다 계단식 논이었습니다. 물이 부족해서 농사를 잘 짓고 있지 못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산속에 있는 논에도 시멘트로 만든 수로가 있었습니다. 경사가 심해서 그냥 내려가기도 힘든데, 마을에서 먼 곳까지 와서 농사짓기가 여간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농사를 짓고 있는 넓은 터가 나오자 스님은 부탄 정부 관료들, 님숑 치옥의 촉바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젊은이들이 이 척박한 땅에서 계속 농사를 지을 것 같은지 질문을 했습니다.

“수로를 놓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여기서 농사를 지어도 10년이 지나면 다시 땅을 묵혀둘 것 같은데요. 왜냐하면 요즘 젊은이들이 다 도시로 가버리니까 지금 농사짓는 노인들이 늙으면 시골에 젊은이가 없어요.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50년 동안은 농사를 지을 것 같아요. 집집마다 자녀가 다섯이나 여섯이 있는데 가난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마을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다른 치옥 사람들과 다르게 여기 사람들은 땅을 아주 조금 갖고 있어요.”

다시 스님이 질문을 했습니다.

“건너편에 납지 치옥에 경작을 안 하고 있는 땅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이렇게 경사진 땅보다 오히려 그 땅을 경작하도록 독려하는 게 낫지 않습니까? 일할 사람이 부족하면 이 마을 사람들을 납지 치옥으로 보내서 농사짓는 게 효과적일 것 같은데요.”

“지금도 한두 가정은 다른 마을에 가서 농사를 짓고 있어요. 스님 말씀처럼 정부가 해야 할 역할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다른 마을에 가서 농사짓는 것을 불안해합니다. 왜냐하면 서류상으로는 자기네 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길게 봤을 때는 불안정한 측면이 있습니다.”

“오케이. 개인은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는 농사짓기 쉬운 땅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니까 검토를 한 번 해보세요. 마을 사람들은 JTS가 자재만 제공해 주면 납지 치옥에서 여기까지 자기들이 수로를 만들어서 농사지을 의지가 있나요?”

“주민들은 의지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늘 주민들이 찾아와서 물이 없어 농사를 못 짓는다고 불만을 얘기하기 때문입니다. 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미 다른 마을에 농사를 지으러 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여기서 농사를 짓고 싶어서 남은 사람들입니다.”

“어쨌든 지금 어른들은 농사를 지을 의향이 있는데 앞으로 젊은이들은 도시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습니다. 학교에 안 다녀도 경제가 발전하면 도로 공사를 하거나 막노동을 하는 게 더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농사를 안 지으려고 해요.”

“스님 말씀도 맞지만 여기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젊은이들이 도시로 빠져나가게 될 것 같아요. 여기에 충분히 먹을 게 있고 수입이 생기면 그렇게까지 나갈 일이 없을 겁니다.”

“오케이! 주민들이 원하면 JTS는 지원을 하겠습니다. 이런 좋은 자연환경에서 사는 게 도시로 나가는 것보다 훨씬 좋아요. 저는 젊은이들이 여기에 계속 살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그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일단 도시에 나가봐야 깨닫거든요. 그래서 늙어서 지치면 그때 돌아오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일단 주민들이 원하니까 JTS에서 지원을 해줄 의향은 있는데, 종각에서는 여기에 농수로를 만드는 게 기술적으로 타당하다고 보는지, 경제적으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지 조사를 해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화를 나누고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산 곳곳에 논과 카다멈 밭이 있었습니다. 내려오는 길도 경사가 심했습니다.

“맨몸으로 내려와도 힘든데 짐을 지고 내려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농장을 다 둘러보고 내려오니 두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스님은 콜푸 게옥과 님숑 치옥의 책임자들에게 “주민들이 원한다면 농수로 개선을 지원할 테니 잘 알아봐 달라” 고 다시 한번 부탁했습니다.

오늘까지 3일 동안 함께 답사를 했던 트롱사 기획 담당관과 내각 소속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갑니다. 스님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을 전하고, 다음 답사 장소인 랑덜비 치옥으로 향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스님이 JTS 활동가들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사유 재산이라는 게 있어서 문제가 되는 거예요. 납지 치옥은 평지가 많으니까 벼농사를 짓고, 님숑 치옥은 산지가 많으니까 옥수수 농사를 지어서 서로 나눠 먹으면 될 텐데, 네 것과 내 것을 자꾸 구분하니까 각자 모든 농사를 지어야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네 것과 내 것을 구분하지 않으면 알뜰하게 농사를 안 짓는 문제가 생기고요.”

한참 차를 타고 달리다가 10시 40분에 국도 옆에 있는 식당에 도착해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식당 부엌을 빌려 오늘도 라면을 끓여서 함께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12시에 랑덜비 치옥으로 출발했습니다. 차로 3시간 30분을 갔습니다.

지난 3일 동안 답사했던 트롱사 종각을 지나 이제 젬강 종각으로 넘어왔습니다.

오후 3시 30분에 젬강 종각의 랑덜비 치옥에 도착했습니다. 먼저 이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집을 찾아가 살펴보았습니다. 지난 2월 답사 때 스님이 방문했던 집이었습니다.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샘플로 수리를 할 만한 집인지 세세하게 점검을 했습니다. 집 안을 둘러본 후 스님이 JTS 스태프들에게 어떻게 집을 개선하면 좋을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여기가 할머니가 주무시는 곳이네요.”

“설마 여기서 주무신다고요?”

할머니가 부서진 나무판 위에 주무시고 계셔서 모두가 놀랐습니다.

“방이 하나인데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살고 있어요. 그래서 공간을 분리해 주어야 합니다.”

JTS 스태프들도 스님의 설명을 듣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어 보았습니다.

“장롱을 가운데에 세워서 두 가구를 분리하면 어떨까요?”

스님은 여성들이 조리하는 부엌을 가장 먼저 개선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선반을 짜서 밥통과 그릇을 올려놓을 수 있게 하고, 밑에는 수납장을 짜서 조리 도구를 집어넣을 수 있게 하고, 여기에 부뚜막을 만들어서 연기가 밖으로 빠지도록 하면 좋겠어요. 부엌이 흙바닥인데 시멘트 바닥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네요.”

집 밖으로 나와 야외 수도를 살펴보았습니다. 수도꼭지 하나로 두 가구가 함께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수도꼭지를 세 개 만들어서 하나는 원래대로 나오도록 하고, 하나는 이 집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하나는 저 집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좋겠어요.”

재래식 화장실도 살펴보고 스님이 말했습니다.

“화장실도 바닥을 시멘트로 해주면 좋을 것 같고, 화장실 안에도 수도꼭지를 하나 연결해 주면 좋겠네요.”

빨래는 집 주위에 설치한 대나무로 만든 펜스(죽담)에 널고 있었습니다.

“처마를 만들어서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해주면 좋을 것 같고, 빨래를 제대로 널 수 있게 처마 밑에 건조대를 만들어도 좋겠네요.”

집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스님이 부탄 정부 관계자들과 JTS 스태프들에게 강조했습니다.

“우리 생각대로 집을 수리하면 안 됩니다. 모든 것은 이 집에 사는 사람들과 의논해서 결정해야 해요. 집 안에 수도를 놓을 것인지, 화장실 안에도 수도를 놓을 것인지, 처마를 길게 할 것인지, 바닥을 시멘트로 할 것인지, 할머니가 주무실 곳은 어디로 할 것인지, 화덕은 어느 위치에 만드는 게 좋은지, 모두 물어봐야 합니다. ‘당신들은 무엇을 원합니까?’, ‘이렇게 해보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이렇게 하나하나 물어봐서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야 해요.”

“예, 알겠습니다.”

“일주일 만에 이 집을 샘플로 만들어볼 수 있겠어요? 시간이 부족할까요?”

“계획만 세워지면 수리하는 건 금방 할 것 같습니다.”

답사를 마친 후 다시 이동하여 오후 4시 30분경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습니다.

오늘부터 숙박을 하게 될 장소는 랑덜비 치옥의 책임자가 과거에 살던 옛집입니다. 스님과 JTS 답사단은 이 집에서 주민들과 똑같이 생활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바깥에는 야외 수돗가와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스님이 화장실을 보고 나서 웃으며 말했습니다.

“화장실이 꽤 넓으니 대야에 물을 받아서 화장실에서 씻으면 되겠네요.”

짐을 다 옮기고 스님은 불을 피울 수 있는 화덕을 만들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처럼 큰 돌 세 개를 쌓고 나무를 때어 보았습니다.

저녁 5시 30분부터는 부탄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오늘 답사한 님숑 치옥의 농장에 펜스를 치는 문제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님숑 치옥의 농장은 주위에 도로가 없어서 생산물을 운반하기도 어렵고, 경사가 심해서 울타리를 치기도 어려워 보였어요. 식량 자급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좋은데, 농사짓기가 너무 힘들어 보여서 걱정은 됩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원하고, 종각에서 허가를 해주시면 지원을 하겠습니다.”

이어서 랑덜비 치옥에서 본 가난한 집을 어떻게 리모델링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을 했습니다. 주거 환경의 샘플을 만들 때 화덕, 연통, 바닥, 처마 등 각각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스님도 정부 관계자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습니다.

“주거 환경은 어느 정도로 수리를 할지 그 집에 사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봐야 합니다. 집 안에서 불을 피우는데 연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연통이 없이 부엌을 만든 이유가 있나요? 폐 건강에 안 좋은데 무슨 필요가 있어서 그런 건가요?”

젬강의 기획 담당관이 대답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게 아니고 그냥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가 심플하게 그 집에 부뚜막을 하나 만들어 볼게요. 불을 땔 수 있게 화덕을 만들고, 그 위에 솥을 걸고, 연기가 집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샘플을 하나 만들어 볼 테니까 보시고 괜찮은지 의견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전기가 들어오는 집이 점점 늘어나니까 밥솥으로 해 먹는 사람들이 생겨나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불을 때서 밥을 해 먹는 게 더 맛있다고 합니다.”

“맞아요. 한국도 그렇습니다. 정말로 밥을 맛있게 하려면 불을 때서 밥을 지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은 전기세가 많이 나오니까 화덕이 필요합니다. 여기는 나무가 많은 곳이기도 하고요. 방바닥은 시멘트로 만들고 그 위에 얇은 카펫을 까는 게 낫습니까? 나무로 깔아주는 게 낫습니까?”

젬강의 엔지니어가 대답했습니다.

“잠자는 곳은 돌을 깔고 그 위에 나무를 깔아야 따뜻합니다. 시멘트는 냉기가 올라옵니다. 부엌은 시멘트로 깔아야 물을 뿌리기가 쉽고 깨끗합니다.”

의견을 충분히 주고받은 후 스님이 리모델링의 방향에 대해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저희가 샘플로 수리해 본 방법이 괜찮다고 하면 하위 20퍼센트에 해당하는 집들은 전부 고칠 수 있게 지원을 하겠습니다. 특히 부엌은 꼭 고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어요.”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내각 비서실의 린첸 님이 제안했습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개발이잖아요. 그래서 시멘트를 외국에서 수입해오지 않고 지역 자재를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네, 그렇게 합시다. 흙과 짚을 섞은 다음에 거기에 시멘트를 조금만 넣는 방법이 있습니다.”

“부탄에서 생산되는 시멘트가 있습니다. 그걸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가능한 수입품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운반하는 데에도 탄소를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이 마을에서 구할 수 있는 자재를 씁시다.”

마지막으로 스님이 내일 일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럼 내일은 콤샤르 치옥을 둘러봅시다. 다들 아침 6시에 출발할 수 있어요?”

린첸 님이 자신 있게 대답했습니다.

“스님한테 잘 훈련 받아서 이제 문제없습니다.”

저녁 7시에 회의를 마치고 저녁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타시 박사 님이 집 옆에 자란 메밀 잎을 따서 스님이 만든 화덕에 불을 지펴 된장국을 끓여주었습니다. 된장국에 김과 김치만으로도 맛난 저녁이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간단히 씻은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차가운 물에 씻으며 스님이 말했습니다.

“오늘 땀을 많이 흘렸는데, 물이 차서 세수만 하고 자야겠어요.”(웃음)

부탄에서의 긴 하루가 지났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23일 청년들을 위한 즉문즉설 ‘청춘톡톡’에서 질문자와 대화를 나눈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이혼을 했는데도 바람피운 남편이 계속 밉습니다

“저는 전 남편의 바람기 때문에 단호하게 헤어질 결심을 하고 이혼을 했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한 눈을 파는 그 사람을 용납하기 어려웠습니다. 마음에 상처를 받아서 단호하게 이혼할 결심을 했는데, 아직도 상처를 치유할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신혼집에 제가 아직 거주하고 있는데 밤마다 마음이 불안하고, 그 사람에 대한 미움과 복수심이 듭니다. 살면서 한 번도 누구를 미워하면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 현재는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미워하게 되어 너무 힘듭니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제 마음속에서 놓아주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까요?”

“지금 질문자가 미워하는 사람이 바람을 피운 전 남편이에요, 전 남편의 여자친구예요?”

“전 남편이 밉습니다.”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란 말을 들어보셨어요?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자기가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내가 누구를 만나서 어떻게 지내는지에 대해서는 자기 결정권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혼을 하는 것은 본인의 권리이지만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것은 남의 인생에 질문자가 간섭하는 거예요. 한마디로 독선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는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니까요.

두 사람이 결혼을 할 때는 결혼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다른 사람을 만난 것은 약속을 어긴 거란 말이에요. 그건 혼약을 파기할 사유가 되고, 나에게는 혼약을 파기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혼을 하겠다고 법원에 신청할 수가 있습니다. 상대가 약속을 어긴 것이니까 기분은 나쁘지만 원칙적으로는 미련이 남을 게 없는 거예요. 상대가 혼인 상태를 계속 요구할 수는 있지만 상대에게 결격 사유가 있기 때문에 이혼을 할 수가 있는 겁니다.

예전에는 이런 경우 간통죄로 형사 처벌을 했습니다. 그런데 성인의 자기 몸에 대한 신체 결정권에 국가 공권력이 관여해서 처벌하는 것은 인권의 정신에 맞지 않다고 최근에 법이 바뀌었어요.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인데 국가 공권력이 그걸 범죄시하는 것은 맞지가 않다는 거죠. 그래서 간통죄가 폐지된 겁니다. 그러나 상대가 약속을 어김으로 해서 내가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민사소송을 통해 정신적인 피해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수는 있어요. 판사가 보기에 그 손해가 천만 원이 될 수도 있고, 오천만 원이 될 수도 있고, 일억이 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았으면 그걸로 끝내야 해요.

그런데도 그 사람을 계속 미워하고 있다면 복수하는 방법이 뭐겠어요? 폭력으로 그 사람을 때리면 폭력죄로 감옥에 들어갑니다. 질문자도 다른 남자와 연애할 권리가 있듯이 그냥 다른 사람을 만나면 되지 그 사람에 대해 복수를 한다면 오히려 본인만 초라해집니다. 복수를 하는 방법은 폭행을 하거나 비리를 폭로하는 길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폭행을 하거나 비리를 폭로하면 자칫 내가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혼을 했으면 그걸로 끝이지 추가적으로 상대방을 징벌할 수 있는 아무런 권리가 없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갖는 신체의 자기 결정권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혼약을 파기하면 되지 미워할 일은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됐다고 그냥 미워하는 것밖에 안 되잖아요. 그러니 오늘부터는 미움을 싹 내려놓아야 합니다.

물론 이혼한 것이 아쉬울 수는 있어요. 그때는 감정이 상해서 이혼을 했는데 이혼하고 보니까 밤에 혼자 자려니 허전하고, 그 사람의 다정다감한 것도 생각이 나고, 그만한 사람을 다시 만나기도 어렵고, 그래서 내가 좀 아쉬울 수가 있습니다. 어차피 새로운 남자를 만나도 상대가 이혼남일 수가 있고, 사별남과 재혼할 수가 있잖아요. 그러면 전 남편도 내가 새로 만나는 대상에 넣어서 고려하면 됩니다. 고려해 보니까 그때의 기준에서는 이혼을 했지만 재혼의 기준에서는 오히려 전 남편이 더 나을 수가 있어요. 그러면 전 남편도 재혼의 범위에 넣어서 검토를 하면 돼요.

용서를 해주거나 이혼을 물렸다고 볼 필요가 없습니다. 예전 결혼은 끝난 일입니다. 새로 재혼할 남자 중에 그 남자를 넣어서 고려해 봤더니 그 남자가 가장 괜찮다 싶으면 다시 잡으면 되는 거예요. 물론 그 남자가 다른 여성에게 이미 마음이 가버렸다면 별개의 문제이지만, 아직 나에게 아쉬움이 남아 있다면 그 남자를 넣어서 검토하는 게 낫다는 겁니다.

다음에 그 남자와 다시 결혼해도 이럴 가능성이 또 열려 있고, 다른 남자와 결혼해도 이럴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그 남자를 미워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 문제가 있어도 감안하고 사는 게 낫겠다면 같이 살면 되고, 도저히 안 되겠다면 이혼을 하면 되지, 미워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닙니다.

전 남편은 약속을 어긴 것이지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에요. 내가 돈을 빌려서 안 갚는 것은 개인 간의 약속이기 때문에 민사 재판의 사유는 되지만 형사 처벌은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예전에 결혼을 해 놓고 안 했다고 속이고 결혼하면 혼인 빙자 간음죄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돈 문제라 하더라도 사기를 치면 사기죄로 형사 처벌을 받습니다. 그러나 바람을 피운 것은 형사 처벌의 대상이 아니에요. 혼인을 파기할 수 있는 이혼 사유만 됩니다.

아직 젊으니까 이 점을 명심하고 서로 쿨하게 헤어지면 좋겠어요. 미워하는 행위는 자기가 자기를 괴롭히는 행위입니다. 바람을 피워도 된다는 뜻이 아니에요. 어리석은 행위를 하지 말라는 겁니다. 그러니 그 사람을 미워하지는 마세요. 미워해서 복수를 하는 방법은 폭행을 하는 길밖에 없어요.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고, 감옥에 가는 길입니다.”

“네, 미워하는 마음과 복수심을 내려놓겠습니다.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미워하지 말라는 것이 용서해 주라는 뜻이 아니에요. 미워하지는 말라는 의미입니다. 왜냐하면 전 남편은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 이미 이혼을 당하는 과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전 남편에 대해 더 이상 나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내일은 콤샤르 치옥과 풀라비 치옥을 둘러보고 마을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눈 후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7

0/200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4-04-22 15:56:39

드림하이

이것은 인간이 갖는 신체의 자기 결정권에 해당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혼약을 파기하면 되지 미워할 일은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안 됐다고 그냥 미워하는 것밖에 안 되잖아요. 그러니 오늘부터는 미움을 싹 내려놓아야 합니다."

2024-04-04 17:37:06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4-04-02 15: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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