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2.28 수행법회, 미주 평화운동가들 미팅, 부탄 개발 회의
“제 자신이 한심하고, 주변 사람들이 원망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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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7시 30분에 좋은벗들 USA 이사회와 워싱턴 정토회 이사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이어서 8시 30분에는 미주정토회 법인 이사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하여 작년 사업 보고와 올해 사업계획을 논의하고 승인한 후 이사회를 마쳤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방송실에서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하며 봄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두북 수련원에 내려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날씨가 아직 추워서 겨울 같은데 논둑은 파랗게 풀이 나서 봄이 와있었습니다. 나무에는 매화꽃이 피었고, 담장 밑에 있는 난도 벌써 키가 한 뼘이나 올라와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인도에 있던 1월 동안에 날씨가 많이 따뜻했었나 봐요. 기후 위기의 영향 때문인지 예년보다 봄이 빨리 오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어서 지난 주말에 전국 으뜸절에서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했던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으뜸절마다 봄을 맞이하여 농사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수고한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 후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사전에 네 명이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자기 자신이 한심해 보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원망하는 마음이 계속 올라온다며 어떻게 수행을 해나가야 하는지 스님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제 자신이 한심하고, 주변 사람들이 원망스러워요

“저는 무언가를 하고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저 스스로 이상하거나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싫어하고 무시할 것이라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 항상 올라옵니다. 제가 의도하는 것은 아닌데 저절로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제 생각에는 어릴 때부터 겪어왔던 부모님과의 갈등이 상처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로는 20대의 절반 이상을 일도 하기 싫고 사람도 만나기 싫은 상태로 무기력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배가 아파 병원에 갔다가 갑작스럽게 난소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수술을 하고 항암 치료를 하면서 그나마 연락을 하던 사람들과도 멀어지고 심지어 가족들과도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모든 것이 내 욕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제가 너무나 한심스럽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는 원망스러운 감정이 계속 올라옵니다. 저 스스로를 괴롭히고 세상을 미워하는 저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수행해야 할까요?”

“인간의 자아는 자란 환경에 따라서 형성됩니다. 자아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태어나서 세 살 때까지 형성이 됩니다. 자아가 형성되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중심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옛날에는 자아가 생년월시에 의해 타고난다든가, 전생에 의해서 타고난다든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다든가, 이렇게 타고나는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많은 학자들은 자아가 세 살 때까지 형성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형성된 자아가 사람 마음의 중심이 되어서 배움이라는 작용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세 살까지는 건강한 자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억압하거나 학대하지 않고 엄마의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자아는 한 인간의 인생에서 죽을 때까지 매우 중요하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자아가 잘 형성되도록 키우면 나중에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심리가 안정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불안한 심리를 갖고도 유명한 정치인이 될 수도 있고, 훌륭한 학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서 지위가 높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지식이 많은 것과 그들의 인격은 별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생님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 ‘판사가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 ‘대통령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 하면서 직업과 인격을 일치시켜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직업과 인격은 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여기는 것은 기술이나 지식 같은 능력이죠. 그러나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된 심리 상태입니다. 농사를 짓거나 일반 직장에 다녀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려면 심리가 안정이 되어있어야 합니다.

만약에 질문자의 심리가 불안정하게 형성이 되어있다면 부모를 원망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것이 쉽게 사라지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형성된 자아가 자기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고, 질문자는 평생 그 자아의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아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형성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가 ‘이쁘네’ 하면서 어깨를 툭 치고 가면 누군가는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네’ 하면서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내가 성추행 당했구나’ 하면서 잠을 못 자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것처럼 형성된 자아에 따라 같은 자극에 대한 심리 반응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이 얘기를 하다가 쌍욕을 한다면 누군가는 ‘저 사람은 참 말을 더럽게 하네’ 하고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일 년 내내 그 영향을 받아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상대가 성추행을 해서 원수가 되었다’, ‘상대가 욕을 험하게 해서 원수가 되었다’ 이렇게 생각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외부적인 환경도 매우 중요합니다. 심리 상태가 약한 상태에서 누군가 욕을 하면 상처를 입을 수 있지만, 애초에 욕을 안 하면 상처를 받을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성추행 하지 마라’, ‘남을 때리거나 욕설 하지 마라’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나의 모든 괴로움이 다른 사람이 잘못해서 생긴 것은 아닙니다. 일상적인 일도 나의 심리가 불안정하면 모든 게 다 고통으로 다가오는 거예요. 나의 심리가 불안하면 상대가 나를 무시한 것 같고, 나를 욕하는 것 같고, 나를 왕따 시킨 것 같게 느껴지는 거죠. 수행이란 나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마음을 강하게 만드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만든다는 것은 훈련이나 단련을 말하는 게 아니라 경계에 구애받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입니다. 누가 내 어깨를 툭 한번 쳤다 해도 ‘그런가 보다’ 하고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겁니다. 사실 세상의 모든 일은 별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함으로 해서 내가 세상의 영향을 덜 받고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처럼 어릴 때 입은 상처로 심리 상태가 약해져 있다면 매사에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의 한마디 말에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래서 세상이 원망스러워지는 겁니다. 모든 사람이 나를 괴롭히는 것처럼 생각이 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사람을 보고 ‘성격이 더럽다’ 이렇게 표현했는데, 요즘은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면 병이라고 진단합니다.

첫째,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치료가 좀 필요해 보여요. 그래서 혼자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건 시간 낭비일 수 있습니다. 쉽게 지치기 쉽고, 해결도 잘 안 됩니다. 오히려 정신과 전문의로부터 도움을 받는 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저도 지금 목이 아픈데 한두 달 버티면 언젠가는 나을 거예요. 하지만 폐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오늘 강의가 끝나면 이비인후과에 가서 목 상태를 체크해 보고 기관지로 전이되진 않았는지 확인해 볼 거예요. 그것처럼 질문자도 병원에 가서 의사의 조언대로 상담 치료를 받든지 약물 치료를 받든지 하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둘째, 비록 질문자가 자아 형성 과정에서 심리가 좀 약하게 형성되었다고 해도 그 범위 안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심리가 약한 상태로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어요. 두 다리로 못 걸어도 휠체어를 타고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고, 눈이 안 보여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고, 귀가 안 들려도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고, 두 다리로 못 걷는 사람이 남처럼 보고 듣고 걸으려고 하면 괴로움에서 못 벗어나요. 그러나 한계를 인정한 범위 안에서는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내 심리가 좀 약한 문제는 치료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 있지만,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100퍼센트 해결되는 것은 아니에요. 치료를 받으면 내 병이라고 자각하기 때문에 남을 원망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사건은 똑같이 일어나는데 예전에는 상대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내 문제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셋째, 내가 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매일 아침마다 이렇게 기도를 해보면 좋겠어요.

‘저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행복하게 살겠다고 기도하면 안 돼요. 행복하게 살겠다는 것은 그렇게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나는 행복합니다’ 이렇게 기도해야 해요. ‘안 행복한데요?’ 하는 생각이 든다면 기도를 잘못하고 있는 겁니다. 나는 지금 행복한 거예요. 그래서 ‘저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팔이 하나 없더라도 문제없고, 눈이 안 보이더라도 문제없어요. 좀 불편할 뿐이죠. 이렇게 자기 자신을 긍정해야 돼요.

나는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부족하고,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자꾸 움츠러들수록 세상은 나를 돌봐주는 것이 아니고 더 무시합니다. 거지라도 양복을 입고 구걸하면 욕하면서도 천 원짜리를 줘요. 그런데 다 떨어진 옷을 입고 깡통을 들고 구걸하면 백 원짜리를 줍니다. 자꾸 남으로부터 동정을 받으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입니다. 그럴수록 사람들이 나를 무시해요. 불쌍히 여겨 주지만 속으로는 무시합니다. 비록 밥을 못 먹고 옷이 다 떨어져도 정신적으로는 당당해야 합니다. 왜 여러분들은 자꾸 구걸하는 인생을 살려고 합니까? 이렇게 질문자가 자꾸 구걸하면 사람들이 불쌍하게는 여겨도 속으로는 무시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나는 당당합니다. 내가 좀 도와드릴까요?’

이런 마음을 내야 합니다. 왜 나를 안 돕고 보살펴 주지 않느냐고 생각하면 죽을 때까지 늘 거지 짓을 하다가 죽어야 해요. 그래서 ‘저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저는 행복합니다’ 이렇게 기도하면서 치료를 함께 병행해야 합니다.”

“네,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겠습니다. 기도문으로 열심히 수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 최근 이직으로 근무 시간이 밤늦게 끝나 새벽 5시에 정진을 하려니 습관을 잡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매일 새벽 5시에 정진을 하기로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 저는 현재 논문을 쓰고 있는 박사 과정 학생입니다. 박사 과정 학생은 지도교수님의 노예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예에서 해방되고 싶은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 저는 ‘무아’의 개념이 아직 잘 체득이 되질 않습니다. 제가 이해한 무아의 개념에 대해 올바른 방향성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점검을 받고 싶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니 11시 30분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곧바로 정토사회문화회관으로 이동했습니다.

미국에서 평화운동을 하고 있는 분들이 스님을 찾아와서 함께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접견실로 이동하여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그중 이재수 님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워싱턴 지역 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미주희망연대 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안부를 주고받다가 이재수 님이 고민을 이야기했습니다. 최근에 북한이 남한을 적대 국가로 규정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급격하게 바뀌고 있어서 어떤 관점을 갖고 미국에서 평화운동을 해나가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스님은 미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관점에서 미국을 설득하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에서 어떤 관점을 갖고 한반도 평화운동을 해야 할까요?

“미주에서 한반도 통일운동을 해왔던 우리한테 있어서 프레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왔습니다. 그래서 미국 의회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평화 활동가들에게 어필할 메시지를 재정립하는 게 시급한 상황입니다. 우리의 메시지가 정립이 되어야 같이 한목소리를 낼 수가 있는데, 스님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이 공감하는 내용일 겁니다. 특히 미국 사람을 설득할 때는 미국이 손해 보는 얘기를 하면 설득될 수가 없어요. 우리가 얘기할 때는 듣는 척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미국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설득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미국에 이익인지를 어필하는 거예요. 우리에게도 도움이 되고 미국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제안해야 합니다.

우선 북한을 지금처럼 압박해서 고립시켰을 때 나타날 북한의 행위가 무엇일까요? 바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입니다. 북러 군사협력은 결국 한반도와 동아시아에 엄청난 군사적 위협이 됩니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이 금방 끝나면 북러 군사협력이 약화될 수가 있겠죠.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금방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북러 군사협력은 몇 년간 더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일반적인 국가라면 무기 좀 팔아서 식량을 사거나 기름을 사는 정도에 머물겠지만 북한은 그런 국가가 아닙니다. 북한은 주민들이 굶고 있어도 자신들의 군사력을 키우는 신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얻어낼 거예요. 특히 장거리 미사일 기술, 핵 소형화 기술, 핵잠수함 기술을 반드시 도입하려고 할 겁니다. 이것은 동아시아에 엄청난 긴장을 야기시킬 거예요. 군사기술을 전수하는 데에 10년씩 걸리는 게 아닙니다. 핵심 기술을 전달하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내버려두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아도 안 되는 큰 위험을 초래하게 됩니다.

옛날에는 북한과 남한이 서로 싸운다고 하면 중국과 러시아가 뒤에서 말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불장난을 막을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과 군사협력도 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에 집중된 전선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도 대만과 긴장이 높은데 한반도에서 군사 위협이 증가하면 대만에 집중된 전선을 분산시킬 수가 있습니다. 북한이 예전에는 러시아와 중국에게 골치 아픈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6자회담에 참여해서 유엔 제재에 동참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필요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북한이 뭔가 행동을 해주면 중국과 러시아에 손해날 게 하나도 없게 되었어요. 이렇게 북한의 위상이 강해졌기 때문에 이제 유엔에서도 북한이 어떤 행동을 하든 제재를 가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어요. 옛날처럼 경제적 지원을 좀 해서 달래거나 협박해서 북한을 다스리는 방법은 더 이상 안 통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대응해야 합니다. 북한이 지금까지 핵심적으로 요구했던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라는 거예요.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인정해달라는 겁니다. 이것은 무슨 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즉,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대신에 핵 동결을 요구해야 합니다. 핵 폐기는 요구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핵 동결을 제안하면 서로가 타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위험을 멈출 수 있고, 북한은 안전을 담보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얻고자 하는 세 가지 기술이 확대되기 전에 빨리 북미 관계를 정상화해서 북러 군사협력을 멈추도록 해야 합니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맺으면 우리가 입는 손실이 엄청나게 큽니다. 그러나 북중러 협력 관계에서 북한을 뺄 수 있으면 북한을 컨트롤할 수도 있고 북중러의 결합 정도 역시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일거양득 정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미국은 작년에 자신들이 제일 잘한 안보 정책이 한미일 삼각 협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엄청 잘한 일이지만 한국 내에서는 여론이 별로 안 좋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어 버리면 한미일 삼각 협력은 금방 흔들리게 됩니다. 한미일 협력을 안정화시키려면 한국 안에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권이 바뀌어도 한미일 협력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국 안에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방법은 북미 관계 개선입니다. 그러면 한국의 진보세력도 한미일 동맹 체재를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북미 관계 개선은 지금까지 추진해 온 한미일 동맹체제를 안정화 시켜주는 효과가 있고, 반대로 북중러 결합을 거꾸로 완화시켜 버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해상 방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동해입니다. 만약 중국이 북한의 청진에 동해함대라도 세운다면 엄청난 위협이 될 거예요. 그래서 북미 관계를 개선하면 중국의 동해 진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북미 관계 정상화는 미국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설득을 하기 위한 논리가 아니라 실제 사실이 그렇습니다.”

“무엇이 미국에게 더 이익인가 하는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 좀 더 필요해지는 시기가 왔다고 볼 수가 있겠네요.”

“그래야 북한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가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너무 민족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미국을 설득하는데도 한계가 있고, 북한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버리면 한참을 헤매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내용을 아무리 주장해 봐야 소용이 없어요. 미국에 있는 여러분이 목소리를 내면 훨씬 효과가 큽니다. 서울에서 백만 명을 모아서 집회하는 것보다 백악관 앞에서 천 명을 모아서 집회하는 게 훨씬 더 영향력이 커요. 미국에서 투표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장해야 설득이 됩니다. 한국에 자꾸 오려고 하지 말고 미국에서 열심히 활동하세요.” (웃음)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님은 평화 운동가들이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갖되 지금은 평화 지키기에 더욱 집중하면 좋겠다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후 5월에 스님이 미국을 방문할 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미팅을 마쳤습니다.

곧이어 1시 30분부터는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최광철 대표님이 스님을 찾아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KAPAC(케이펙)은 재미 한인 유권자 운동단체입니다. 한국전쟁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 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한반도 평화법안'을 미국 연방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님은 5월에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코리아 피스 컨퍼런스’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행사에는 한반도 평화법안에 서명한 미연방의원들과 케이팩 회원인 재미 한인들 300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통일부, 외교부, 주미대사관 등 현 정부 관련 부처에도 초청장을 보냈고, 국회 평화외교포럼 소속 의원들도 초청했습니다. 스님께서도 참석하셔서 강연을 좀 해주셨으면 해서 찾아왔습니다.”

“저도 미국을 방문하기는 하는데 일정이 안 맞네요. 대신에 제가 미국에서 강연을 할 때 많은 사람들에게 한반도 평화법안의 필요성과 유권자 운동에 대해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미주 한인들의 유권자 운동, 미국 대선의 향방 등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 후 미팅을 마쳤습니다.

곧이어 오후 3시에는 부탄 지속 가능한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두 분이 스님을 찾아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조경철 님은 부탄에서 15여년 간 상수도 설비 공사를 많이 했던 경험을 가진 전문가입니다. 올해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온 정토회 회원이기도 합니다.

스님은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와 2월에 부탄을 답사한 결과를 설명한 후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스님은 조경철 님에게 마을 아래 계곡에서 500m 이상 물을 끌어올리는 것이 쉬운지, 30km 밖 수원지에서 물을 끌어오는 게 좋은지 물어보았습니다. 계곡의 물은 중간에 중개 펌프장을 설치해서 끌어올리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계속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 정화시설을 갖춰야 합니다.

수원지에서 물을 끌어오는 방안도 녹록치 않았습니다. 수원지에서 마을까지가 산이기 때문에 파이프를 설치하는 과정이 매우 어려웠습니다. 파이프를 설치할 장비가 산으로 들어갈 수도 없었습니다. 파이프를 땅속에 묻지 않는 방법도 있었지만 야생동물이나 사람들에 의해 파손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김영조 님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적정기술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개발한 마을의 사례를 소개해 주기도 했습니다.

두 분의 의견을 경청한 후 스님이 물었습니다.

“그러면 두 분께서 이 프로젝트를 위해 무엇을 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기술적인 것은 다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자원봉사자로만 운영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비행기표와 숙식은 제공하지만 기술 지도는 무료로 해주셔야 합니다.”

“예, 물론입니다. 저도 부탄에서 돈을 벌려고 공사를 한 게 아니었어요. 부탄에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 갔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함께 답사를 가기로 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연달아 미팅을 마친 후 스님은 이비인후과에 들렀습니다. 기침감기가 심하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진료를 받은 후 정토회관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에는 원고 교정과 여러 가지 업무들을 처리한 후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미국 JTS와 캐나다 정토회 이사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한 후 오후에는 부탄에서 린포체 스님 일행이 평화재단을 방문하여 미팅을 하고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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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하지만 나의 모든 괴로움이 다른 사람이 잘못해서 생긴 것은 아닙니다. 일상적인 일도 나의 심리가 불안정하면 모든 게 다 고통으로 다가오는 거예요. 나의 심리가 불안하면 상대가 나를 무시한 것 같고, 나를 욕하는 것 같고, 나를 왕따 시킨 것 같게 느껴지는 거죠. 수행이란 나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마음을 강하게 만드는 겁니다. "

2024-03-27 20:11:11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2024-03-25 15:11:37

윤정미

감사합니다_()_

2024-03-11 10: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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