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4.2.19 전법 회원 법회, 부탄 답사 평가회의
“남편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게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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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오전과 저녁에 전법 회원을 위한 생방송 법회를 하고, 부탄 답사 평가회의를 했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7시부터 정토회 결사행자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석했습니다. 심의 안건에 대해 의결을 하고 각종 보고 사항을 공유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주간반 회원들을 위한 전법회원 법회를 시작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전법회원들이 모여서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먼저 정토회 대표님이 전국사업 정기회의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이어서 다 함께 스님에게 삼배의 예로 법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부탄을 답사하며 느낀 점을 나눈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분의 질문을 받고 누구든지 자유롭게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마음 나누기를 할 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불편한 마음이 든다며 어떻게 관점을 가져야 할지 질문했습니다.

남편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게 불편합니다

“저는 불교대학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법회를 마치고 마음 나누기를 하다 보면 남편 얘기라든지 자식 얘기 등 가족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됩니다. 사실 저는 제 개인적인 얘기를 안 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싶지만, 사실대로 얘기를 하지 않으면 저 자신이 불편한 마음이 많이 일어납니다. 남편과 사별을 한 이후로 그 이야기를 안 하고 싶은데, 새로운 교실이 만들어져서 마음 나누기를 진행하게 되면 걱정부터 앞섭니다. 마음 나누기를 진행할 때는 학생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의식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마음 나누기를 할 때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질문자는 남편이 없다는 것에 대한 열등의식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남편이 없는 것은 좋은 면도 있습니다. 꼭 나쁘게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제가 시골에서 할머니들을 데리고 소풍을 가보면 남편 있는 할머니들만 못 가요. 왜냐하면 영감님을 돌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남편 없는 할머니들은 어디든지 자유롭게 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남편이 살아있는 동안 함께 살아보기도 했고, 이제 애들도 다 컸으니 본인은 자유로운 몸이 되어 인생을 사는 겁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자꾸 신경 쓴다는 것 자체가 열등의식을 갖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남편이 없는 여자라는 사실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을 탁 털어버려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실에 너무 구애받지 않으면 좋겠어요.

누가 ‘남편은 뭐해요?’ 이렇게 묻는다면 ‘예, 남편은 먼저 좋은 데로 갔습니다’ 이렇게 대답하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굳이 얘기를 할 필요는 없어요. 진실이 아닌 말을 할 때 거짓말이라고 하는 것이지, 내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불교대학을 진행하면서 가족 얘기까지 굳이 시시콜콜하게 할 이유가 없잖아요.

마음 나누기를 할 때는 내 마음이 기쁘면 기쁘다고 말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하면 됩니다. 다만 질문자는 진행자라는 직책이 있으니 화가 나고 짜증이 난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진행자는 화와 짜증이 일어나지 않는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거짓말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얘기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혹시 정토회에 대해서 불만이 있더라도 정토회의 지도 그룹에 제안을 해야지 학생들에게 불만을 얘기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정토회를 배우러 온 사람들인데 그들한테 불만을 얘기한다고 해서 개선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그 말을 해야 될 상대에게 말을 해야지 관계없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학생들과 마음 나누기를 하면서 ‘저는 남편이 먼저 죽어서 혼자 삽니다’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진행자는 학생들을 안내하는 역할에 충실해야지 그런 사적인 얘기를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 얘기를 안 한다고 해서 심리적으로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습니다. 또 그런 얘기를 누가 물으면 편안하게 얘기하면 되고요.

‘하늘나라가 얼마나 좋은지 먼저 가셨습니다. 저는 조금 후에 가려고 지금은 봉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약간 열등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말을 안 해도 걸리고, 말을 해도 걸리는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정토회 운영과 부탄의 지속가능한 개발 계획에 대해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이어지는 질문들에 대해 답변을 모두 한 후 12시가 되어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부탄 답사 평가회의

점심 식사를 하고 12시 15분부터 평화재단 회의실에서 부탄 답사 평가회의를 했습니다. 스님과 함께 답사를 다녀왔던 JTS 대표, 실무자, 유수스님, JTS 사무국장, 국제협력팀장, 평화재단 기획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부탄에서 일주일간 답사한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사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습니다.

“일주일간 부탄에 잘 다녀왔습니다. 오늘 평가를 한 후에 그 내용을 부탄 정부와 왕실에 공유하고 사업을 진행해 나가겠습니다.”

먼저 이번에 부탄을 함께 다녀온 JTS 실무자가 답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진행할 사업을 정리해서 발표했습니다. 주거 개선, 식수 지원, 생활용품 지원, 야생동물 피해 방지, 환금 작물 재배, 교육 및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 기초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사업 계획을 소개했습니다. 현장에서 보고 느낀 마을 주민들의 어려움을 반영한 계획들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각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하면 좋을지 논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속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의 근본 목적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상기했습니다.

"보고서를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현재 제안된 사업들이 일반적인 구호 활동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기존의 구호 사업과 어떻게 다른지 먼저 명확한 목표와 취지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단순히 부탄에만 국한된 활동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분은 부탄의 정치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며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부탄은 왕정과 내각이 공존하는 입헌군주제 국가입니다. 현재는 민주주의 이행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업은 이러한 맥락에서 부탄의 사회적 변화를 지원하며, 지역 주민들이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는 데에 기여해야 합니다."

스님은 여러 의견을 경청한 후 다시 한번 지속 가능한 개발의 원칙과 목표를 설정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우리의 답사 결과와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업은 단지 부탄 내에서의 개선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지속 가능한 개발 프로젝트의 원칙과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한 마을에 종합적인 개발을 시도하고, 다른 마을에서는 특정 부문에 초점을 맞춘 사업을 진행해 볼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들과의 긴밀한 협력과 그들의 필요와 요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교육, 보건의료, 주거 및 인프라 개선 등 다방면에서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은 물론,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자원 사용에 초점을 맞추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 시간 동안 이어진 회의는 직접 답사를 하며 얻은 통찰과 프로젝트의 목적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스님과 실무진은 부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나가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저녁반 전법회원들을 위해 생방송 법회를 했습니다. 전법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스님은 이번에 부탄을 답사하고 온 결과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는 인도와 부탄에 잘 다녀왔습니다. 인도에서는 500여 명이 성지순례를 함께 했고, JTS 스태프들과 수련을 했습니다. 부탄에서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곳을 답사하고 왔습니다. 답사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의 기준을 일곱 가지로 잡았습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이 되기 위한 조건

첫째, 주민들의 생활 향상입니다. 주택, 음식, 옷, 살림도구 등 기본 생활이 최소한 보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주민들의 생활이 지속되려면 농업, 가내수공업, 축산업과 같은 각 산업의 생산 방식이 생존이 가능하도록 이루어져야 됩니다. 농업 기반 시설을 갖추고, 보관창고, 수로 등과 같은 생산 시설을 개선해야 됩니다. 셋째, 아플 때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보건 의료가 어느 정도 보장이 되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넷째, 아이들의 기초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섯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합니다. 도로를 닦고, 전기를 보급하고, 상수도를 연결하는 작업 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섯째, 사람이 자존감을 갖고 살려면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야 합니다. 일곱째, 탄소 배출이 제로가 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을 해야 합니다. ‘인간의 삶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어떻게 개발을 할 것인가’ 이런 관점들을 가지고 답사를 했습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삶은 보장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행복하게 살려면, 먹고 입고 자는 것이 안정이 되어야 해요. 그렇다고 소비가 너무 늘어나서 자연을 파괴하거나, 빚을 내서 물건을 사거나,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되겠죠. 그런 방식은 지속가능하지가 않으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부탄 주민들을 지원하는 것이 소비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됩니다.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즉 극빈을 해결하는 지원이 되어야 합니다.

생산 시설에 대한 지원도 그들이 원하는 방식인 대단위의 최신 농장이나 축산 시설을 지원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대단위 시설에서는 사료를 먹여서 키워야 되기 때문에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가령 집집마다 닭을 열 마리 키운다던지, 소를 한 마리 키운다던지, 이런 방식은 농산물의 부산물로 동물을 키울 수 있으니까 지속가능한 방식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양계장에서 몇백 마리의 닭을 키운다거나 대규모 축사에서 소를 몇백 마리를 키우는 경우에는 사료를 사서 먹여야 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방식이 될 수 없습니다.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어떤 형태든 소비를 조장해서는 안 됩니다.

다음 부탄 답사를 하기 위한 과제

이런 기준을 갖고 현재 몇 개의 마을을 선정해서 올해 안에 실험적으로 개선을 해보고, 그걸 기초로 해서 한 개의 주를 5년 정도 계획을 갖고 개선을 해보려고 합니다. 재정적인 부분과 인력에 대한 부분, 주민의 참여도 등을 검토해서 향후 부탄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 보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답사는 현장을 보고 온 것이고, 다음 답사에서는 모델로 개발할 마을에 가서 어떤 것을 개선할 것인지 마을 주민들과 민주적으로 의논하여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작업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다음 실험적으로 몇몇 마을에서 사업이 추진되어 나갈 것 같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가난하지만 공기 맑고 물 맑은 곳에서 여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의 모델을 하나 만들어보자는 것이 이 사업의 목표이긴 합니다만 현실적으로는 극빈층 사람들의 생활이 조금 개선되는 모습으로 결과가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분 중에 ‘과수 농사를 해보면 어떻습니까?’, ‘산에 가면 약초는 어떻습니까?’ 이렇게 생산에 대한 질문들을 하고 싶은 분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봄에 부탄을 갔을 때는 산에 고사리와 고비가 아주 많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산에서 야생 산삼도 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약초와 버섯들도 많아서 채취가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풍부한 산림자원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았어요. 한편으로는 커피를 심는다든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인의 지원을 받아서 차를 심고 덖어서 포장해서 녹차를 파는 농가도 있었어요. 포장된 팩을 보니까 바로 떨어져 버리더라고요. 아직 포장까지는 수공업으로 하는 정도였습니다.

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우리들 수준에서 방법을 마련해 나갈 수 있겠지만, 생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하는 문제는 농업, 치수, 축산, 과수 등 각 분야별로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답사를 가서 기후, 토양, 수출의 판로와 거리 등을 고려한 세부 계획을 세워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이디어가 있으면 많은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네 명의 질문을 받고, 자유롭게 손을 들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총선을 앞두고 점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어떤 관점을 갖고 투표에 임해야 하는지 질문했습니다.

총선 앞두고 혼란만 가중, 어디에 투표해야 할까요?

“총선이 50여 일 남았는데,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은 전쟁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으니 여당을 심판하는 투표를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야당은 사법리스크가 있는 야당 후보를 빨리 교체해야 오히려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다양한 정당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다당제가 정착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수행자로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투표를 하면 좋을까요?”

“지금 우리나라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에서 투표의 문제는 최선과 차선의 고민도 아니고, 차선과 차악의 고민도 아니고, 최악과 차악의 고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둘 다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일 텐데 이럴 때는 그중에 그래도 어떤 선택을 해야 내가 피해를 덜 볼 것인가를 따져봐야 합니다. 여러분이 보기에도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똑같다고 느껴질 겁니다. 한 마디로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만한 수준이 안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에 투표해야 되는지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물론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있으면 제일 좋습니다.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신뢰할만한 정치인이나 정당이 있으면 좋은데 아마 지금 상황은 그런 정도조차 못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투표권을 포기하기가 쉽습니다. ‘꼴 보기 싫으니 투표 안 하겠다’ 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죠. 그런데 투표권을 포기하면 안 됩니다. 우리의 주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만약 선거법에 투표율이 몇 퍼센트 이하면 투표 결과를 무효화한다는 규정이 있다면 기권을 하는 것도 정치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현재 선거법 상으로는 국민들의 절반 이상이 기권을 해도 투표한 숫자를 기준으로 당선과 낙선이 결정되니까 기권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최악과 차악 중에서라도 선택을 해야 합니다. 질문자가 말한 두 개의 정당 중에 어느 것이 우리에게 더 큰 피해를 가져올 것인지 따져보고 큰 피해를 막는 쪽으로 투표를 해야 합니다. 누구를 찍든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면, 그중에 누가 덜 손해가 날지 따져봐야 하는 거죠. 이 사람이 되면 1만 원 손해가 나고, 저 사람이 되면 5만 원 손해가 난다면, 5만 원 손해를 피하기 위해서 1만 원 손해 나는 사람에게 투표해야 되지 않겠어요? 1만 원이 손해 나는 것도 좋은 건 아니지만, 둘 다 손해가 난다면 그래도 적게 손해 나는 게 낫습니다.

또한 어느 쪽에도 내 표를 못 주겠다는 관점이 분명하다면, 제3의 길에 투표할 수도 있습니다. 제3의 길이 우리에게 특별한 희망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기권하는 것보다는 제3의 길에 투표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양쪽에 경고를 하는 의미도 되니까요. 제3의 길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아져서 다양화되면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 상태의 정치적 갈등이 완화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제3의 길을 지지했을 때 당선이 안 된다 하더라도 나의 한 표를 사표가 되지 않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역구에서는 제3의 길을 찍으면 거대 양당에 대한 심판의 기능을 못 합니다. 그래서 지역구는 차악이라도 뽑아서 심판의 기능을 하도록 하고, 비례는 제3의 길에 투표해서 제3의 영역을 좀 넓혀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정도의 관점을 가지면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대화를 다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가까웠습니다. 여독을 느낄 새도 없이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나니 하루가 다 지났습니다.

내일은 새벽에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하고, 오전에는 평화재단 정기 이사회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JTS 정기 이사회에 참석한 후 저녁에는 한국 PD연합회 초청으로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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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하이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자꾸 신경 쓴다는 것 자체가 열등의식을 갖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남편이 없는 여자라는 사실을 드러내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생각을 탁 털어버려야 수행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실에 너무 구애받지 않으면 좋겠어요."

2024-03-27 17:14:51

진달래

오늘도 감사합니다. ()

2024-03-11 11:37:01

선우

감사합니다.🙏

2024-02-27 0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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