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11.22 종교인 모임, 수행법회, 평화연구 세미나
“과로와 스트레스로 이석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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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7시에 평화재단으로 향했습니다.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령님이 모두 도착하자 다 함께 식사하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모임을 시작하기 전에 김명혁 목사님이 기도를 해주었습니다.

회의실로 자리를 이동하여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먼저 지난주에 스님이 제65회 막사이사이상 수상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난 후 종교인분들이 한 마디씩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박남수 교령님이 소감을 말했습니다.

“법륜 스님이 한 기조연설 중에서 이 세상에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는 말씀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아마 다른 때였더라면 이렇게까지 가슴에 큰 울림을 주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의 세계 정세에서는 이보다 더 소중한 평화의 메시지는 없을 것 같아요. 정치인도 아니고 재벌도 아닌 법륜 스님이 평화운동가로서 세계인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이 너무 반갑고 고맙습니다. 세계인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해 준 법륜 스님의 노고를 치하하고 보답하는 의미로 큰 박수를 한번 쳐 드리면 좋겠습니다.”

모두 큰 박수로 스님의 평화 메시지에 대해 공감하고 지지했습니다. 이어서 목사님, 신부님, 주교님, 교무님도 모두 한 마디씩 소감을 덧붙였습니다.

“저도 착한 전쟁은 없다는 스님의 말씀이 지금 이 시대에 딱 맞는 캐치프레이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문장을 어딘가에 새겨서 전 국민에게 나누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옛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내 탓이오’ 하는 캐치프레이즈를 갖고 국민운동을 일으켰잖아요. 그때처럼 지금은 ‘착한 전쟁은 없다’ 하는 캐치프레이즈로 세계 평화 운동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착한 전쟁은 없다’ 하는 말은 쉽게 나올 수 있는 말도 아니고, 아무나 할 수 있는 말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자지구 봉쇄와 폭격은 정말 천인공노할 범죄 행위입니다. 아무리 전쟁이라도 저렇게까지 하는 것은 정말 무자비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또 부추기고 있는 미국도 문제라고 봅니다.”

종교인 분들의 소감을 듣고 나서 스님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미국이 유엔 안보리의 휴전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미국의 도덕성에 엄청난 손상을 주는 것이라고 얘기를 하니까 누군가는 미국이 언제 도덕성이 있었냐고 말하더군요. 세계 각국이 지금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폭격에 대해 잔인한 처사라고 말만 할 뿐 거의 외면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부당한 미국의 처사에 대해서도 전 세계가 비판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아무런 값어치가 없어진 가치외교

이런 상황에서 저는 대한민국 정부도 올바른 처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치외교를 주장하며 북한 인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폭격에 대해서 가타부타 한마디 말도 안 하고 침묵하고 있잖아요. 차라리 처음부터 실리외교를 한다고 했더라면 외교 상대가 누구든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거예요.

지금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인 행위에 대해서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심지어 이스라엘 안에서도 전쟁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는데, 오직 대한민국과 일본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와 폭격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한민국과 일본은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거겠죠.”

“우리 종교인 모임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메시지를 냈어야 했는데, 우리도 너무 한반도 문제에만 치중하다 보니 남의 나라 문제를 외면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평화의 목소리를!

지금 세계는 1차,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 세기가 지나가고 있는데도 다시 그때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습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려면 평화에 대해 우리 모두가 각성해야 합니다.

첫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반대해야 합니다. 둘째, 점점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해야 합니다. 셋째, 북한 주민들의 보이지 않는 고통을 해결해야 합니다. 전쟁 중에 겪는 주민들의 고통은 보이는 고통인 데 반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보이지 않는 고통이기 때문에 모두가 외면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고통이라고 해서 고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요즘 뉴스에서 ‘K-방산’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는 기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대량 살상 무기를 공급하는 일에 우리나라가 앞장서고 있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는 남한의 무기가 간접적으로 들어가고 있고, 러시아에는 북한의 무기가 직접적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한과 북한 모두가 자기방어가 아닌 남의 전쟁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멈춰야 합니다. 남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간접적인 군사 지원조차 모두 멈추고 평화의 모범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남한과 북한이 세계에서 전쟁 물자를 가장 잘 공급하는 국가가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강대국들의 무기 수출을 반대해 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제국주의 국가의 길을 가면서 그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매우 극심합니다. 북한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세계에 요청을 해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어야 합니다. 남한 정부도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 헌법상으로는 북한 주민은 우리의 국민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북한 주민들이 굶어 죽는 것을 외면하고 있잖아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서 보듯이 갈등을 하더라도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신속히 시작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현재 겪고 있는 고통을 하루속히 해결하기 위해 이런 제안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 우리나라는 2014년 쌀 관세화 유예 종료 및 WTO 규정에 따라 1년에 40만 8,700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쌀이 계속 누적돼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창고 부족과 쌀값 폭락으로 피해가 불가피해서 누군가 결단을 내려야 해요. 세계식량기구(WFP)와 협의해서 국내에 남아도는 쌀을 WFP에 기증하고, WFP에서 그 쌀을 북한에 지원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인도적 지원을 하면 적절한 방안이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한국 안의 문제도 해결이 되고, 또 UN의 OECD 개발기금의 문제도 해결이 되고, 북한 인도적 지원 문제도 해결이 될 수 있어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크라이나-러시아와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 문제, 한반도의 긴장 고조 문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 국내외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목소리를 모아 내는 것이 우리 종교인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종교인 모임의 역할에 대해 활발하게 토론했습니다.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언제 발표하면 좋을지, 크리스마스 날에, 연말에, 연초에 각각 시기별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검토해 본 후 다음 모임에서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하고 모임을 마쳤습니다.

스님은 종교인분들을 배웅한 후 곧바로 정토회관 방송실로 향했습니다. 오전 10시부터는 주간반을 위한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지난주에는 제가 눈 수술을 하느라 법회를 못 해서 죄송합니다. 붕대를 감고라도 법회를 하려고 했는데 다들 말려서 법회를 하지 못했습니다. 눈 수술을 하고 나니까 안경 도수가 맞지 않아서 안경을 새로 맞춰야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네요. 눈을 보호해야 한다고 해서 색깔 있는 안경을 꼈더니 이상하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아서 오늘은 그냥 안경을 벗었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스님이 지난 한 주간의 소식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전국 으뜸절에서는 많은 회원들이 실천 활동을 하였고, 스님은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과 경주 남산 순례를 하였습니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영상을 보고 나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사전에 한 명이 질문을 신청하여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어서 즉석에서 누구나 손들기 버튼을 누르고 스님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이석증 진단을 받았다며 어떻게 관점을 갖고 활동을 해야 할지 조언을 구했습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이석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전 최근에 이석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40대 초반에 이석증을 진단받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고, 제 경우는 열 명 중에 한두 명밖에 안 되는 사례로 스트레스로 인한 뇌 손상이 온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10년 뒤에 치매가 올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석증 진단을 받은 후 제 과거를 돌아봤습니다. 지인들은 제가 굉장히 바쁘게 일하고 부지런하다고 평가해 주었고, 남편은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많이 벌이는 스타일이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원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라 인간관계가 아주 제한적이었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으면서 모범이 되려면 내가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하다가 작년에 불교대학과 경전대학까지 졸업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석증 진단을 받고 나니 제 나름대로 열심히 한 행동들이 과로에 불과했고 오히려 저 자신을 깎아 먹고 있지 않았나 후회가 됩니다. 제가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까요?”

“이석증은 흔히 생기는 병입니다. 첫째, 치료를 받으면 됩니다. 치료를 위해서는 조금 안정이 필요해요. 발병 후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는 빠져나온 돌이 정상으로 돌아가도록 병원 치료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고, 과로를 하지 않도록 업무를 조정하면 됩니다.

둘째, 어느 정도를 과로했다고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 정도가 과로다’ 하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물론 육체적 과로 여부는 쉽게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체력이 감당을 못하면 육체적 과로라고 볼 수 있어요. 반면에 정신적 과로는 본인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정신적 과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한다면 남이 볼 때는 별일 아니지만, 본인은 엄청나게 피로를 느끼거든요. 그래서 정신적 과로는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남이 볼 때는 엄청난 일을 해서 몸이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하는데, 본인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가 있어요. 정신적으로 그 상황을 별로 문제 삼지 않고 가볍게 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육체가 무한히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보통 사람보다는 많은 일을 하지만 특별히 스트레스를 안 받을 뿐이지요.

스트레스는 정신적 피로입니다. 주어진 일을 거부하면서 억지로 하느냐, 아니면 기꺼이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스트레스의 강도에 큰 차이가 생겨납니다. 질문자가 본래 조용한 성격인데 자기 체질을 한번 바꿔 보겠다고 어떤 행위를 적극적으로 했다면, 의식은 해야 한다고 하지만 무의식은 저항을 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면 질문자는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게 되고, 나중에는 몸이 못 견디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질문자가 수행을 통해서 까르마를 극복하면 좋지만, 그걸 극복할 만한 체력이나 의지력, 정신력이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생긴 대로 살아라’, ‘손해 보고 살아라’, ‘과보를 받고 살아라’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이 말의 의미는 ‘그러다가 병난다’ 하는 겁니다. 고치려다가 스트레스를 더 받아서 병이 나니까 병이 나는 것보다는 성질대로 살고 손실을 좀 보는 게 낫지 않느냐는 얘기지요. 이 이야기를 ‘스님이 성질대로 살아도 된다고 하더라’ 또는 ‘까르마를 극복해야 한다고 하더라’ 이렇게 이해하면 안 됩니다. 부처님은 업식을 극복하고 해탈을 얻으신 분입니다. 제가 까르마를 극복하라고 한 것은 ‘수행자는 해탈을 목표로 해야 한다’ 하는 의미이지,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부처님은 목숨 걸고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그 길을 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렇게까지 할 의지가 없잖아요. 조금만 힘들어지면 관두려고 하죠. 그래서 자신의 발심 정도나 건강 상태, 원래 까르마가 어떤지를 살피고 스스로 점검해 가면서 조율을 해나가야 합니다. 무조건 극복해야 한다거나, 무조건 생긴 대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그런 방식은 극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이석증의 원인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진단을 했다면, 질문자가 모범을 보이기 위해 억지로 행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화를 참으면 화병에 걸리게 됩니다. 화병에 걸리는 것은 숫제 화를 내는 것보다 더 못합니다. 화를 내면 욕 좀 얻어먹고 비난을 받는 과보가 생기지만, 자신은 병들지 않아요. 그러나 억지로 참으면 남으로부터 착하다는 소리를 들을지 몰라도 자신의 속은 썩게 됩니다. 그럴 때 어느 쪽이 더 비중이 높은가 따라서 처방이 달라지는 거예요. 화를 참아서 병이 났다고 할 때는 ‘참지 말고 화를 푸세요’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고, 성질을 너무 부려서 인간관계가 아주 나빠졌다고 할 때는 ‘그러다가 이혼당하고 회사에서 쫓겨나면 어떡할래요? 성질을 좀 죽이고 사세요’ 이렇게 얘기하는 겁니다. 정해진 길은 없습니다.

의사의 진단에 따르면 질문자는 이미 스트레스가 지나쳐서 병이 날 정도가 된 거예요. 육체적인 과로가 심하다면 업무를 줄여야 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참는 것을 조금 풀어주어야 합니다. 당분간 치료를 위해서 성질을 부려 가면서 일하든지, 사람과 만나는 일을 안 하든지, 조절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육체적 과로에 의한 병은 실제로 많지는 않습니다. 강제 수용소에 끌려가서 먹지도 못하게 하면서 일을 많이 시킨다면 육체적 과로에 해당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체적 과로보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병이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운동 부족 상태로 지냅니다. 너무 움직이지 않고 의자에 앉아 하루 종일 책만 본다든지, 하루 종일 컴퓨터만 본다든지, 이렇게 생활하면 운동 부족으로 인한 병이 생기기가 쉽습니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에 의해 병이 생겨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육체적으로 과로 상태가 될 만큼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열에 한 명도 안 됩니다.

우선 질문자가 스트레스를 받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어떻게 자기 좋은 대로만 하고 살아요? 어쩌면 99퍼센트의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고 있지 못합니다. 가자 지구에 사는 사람이 거기에 살고 싶어 살겠어요? 북한에 사는 사람이 그곳에 살고 싶어서 살겠어요? 대한민국에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렇게 살고 싶어 살겠어요?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렇게 살고 있는 거죠.

여러분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기를 바라는데, 그건 극소수의 사람이나 가능합니다. 주어진 일이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가볍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죽을 것 같다고 하면서 억지로 일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서 건강만 해칩니다. 해야 할 일은 기꺼이 받아서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질문자의 수준에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을 내려놓는 게 좋고, 육체적으로 피곤하다면 좀 쉬는 게 좋습니다. 수행이란 억지로 하지 않고 기꺼이 하는 자세를 갖는 것입니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가 있어요.”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대화를 나눈 후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오후 1시부터는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달 세미나의 주제는 ‘기후 위기와 그리스 신화, 신라의 여신’입니다. 동국대학교 전 교수이자 연구공간 수이제 대표 김봉률 님이 주제 발표를 해주었습니다. 강사님은 먼저 그리스 신화를 ‘친밀한 적’으로 표현하며 다른 시각에서 해석해 주었습니다.

“대개 우리들은 현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찾고자 할 때 고대 그리스에서 본보기를 찾고자 합니다. 단군이나 주몽이나 박혁거세 같은 우리의 신과 영웅들보다 유럽 선조들을 선망하곤 하죠.

그런데 그리스 신화를 읽을 때 신의 편이 아니라 인간의 입장, 남자 영웅의 입장이 아니라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제우스의 입장이 아니라 겁탈 당한 뒤 기구한 여인의 일생을 살게 된 이오의 입장에서 보면 그리스 신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이렇게 그리스 신화를 읽게 되면 그리스 신화는 평화와 공존을 지향해야 할 21세기의 준거점은 되지 못합니다.

서구 문명의 역사가 정복의 역사라고 하면, 정복이라는 건 결국 타자, 타민족 말살의 역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기후 위기, 생태계 파괴 역시 문명의 기원에서부터 서사 자체가 그렇게 쓰여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발표 내용을 듣고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스님도 발표 내용을 경청한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스 신화가 사회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해 주셨는데, 이런 연구 작업이 오늘날 인류 문화사에서는 많이 시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인류 문화사적 입장에서 보면, 두 신의 결혼은 두 신을 섬기는 부족이 결혼 동맹을 맺었다는 것을 상징하고, 두 신의 싸움은 두 신을 섬기는 부족이 전쟁을 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두 신이 싸운 것은 아니거든요. 이런 관점에서 교수님의 발표를 매우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특히 제우스 신이 수많은 여신과 사람을 아내로 맞고, 겁탈하고, 성폭행하는 모습은 여성 중심 사회에서 남성 중심 사회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도 많은 공감이 갔습니다. 제가 그리스 신화를 다시 읽어봐야 하나 호기심이 들 정도로 정복의 과정을 잘 해석하신 것 같아요.

신화에 대한 인류 문화사적인 해석

신화의 발생 배경에도 여러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 역사가 신화의 형태로 구전되어 내려온 경우가 있는 반면에 성차별과 계급 차별을 합리화하기 위해 신화를 만들어 낸 경우도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신의 입에서 브라만을 창조하고, 신의 옆구리에서 크샤트리아를 창조하고, 신의 배에서 바이샤를 창조하고, 신의 발바닥에서 수드라를 창조했다는 신화를 만들어 냈는데, 이것은 아리안족이 원주민을 정복해 가면서 계급 형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든 신화라고 볼 수 있거든요.

중세 시대에 동유럽에서 일어난 마녀사냥도 이와 똑같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동유럽은 기독교로 완전히 동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 지역마다 전통적인 여신 중심의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어요. 그 지역을 기독교가 점령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 마녀입니다. 마녀라고 불리던 사람들은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동네 무당과 같은 역할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수만 명 처형하는 일이 그 당시에 벌어졌거든요.

그것처럼 그리스 신화도 인류 문화사적인 접근이 더 이루어지면 좋겠다 싶습니다. 특히 성차별과 계급 착취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약탈까지도 같이 포함하는 관점에서 신화를 해석해 보면 좋겠어요. 오늘날 우리의 눈으로 봤을 때는 자연에 대한 약탈도 신화 속에서 해석해 낼 수가 있거든요. 오늘 교수님께서 그런 해석까지 해주셔서 참 좋았습니다.

다음 주제로 넘어갔습니다. 이번에는 신라의 여신들을 새롭게 살펴보았습니다.

“한국사는 여성의 흔적을 많이 지우고 남성 중심의 이야기로 채워왔습니다. 수많은 남성 왕들과 영웅들, 남자 신들만 존재하고 다양한 지위와 역할을 하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지워졌어요. 최근의 여러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고대와 중세의 여성들의 삶이 주체적이며 존중받았다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영향에 의해, 그리고 통일신라 중심의 정책으로 인해 왜곡된 한국사 속의 여성에 대한 제 자리매김과 인식을 새롭게 하기 위해 고대 여성들의 지위와 역할, 삶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미나를 마치며 스님은 ‘좋은 이야기를 참 많이 해주셨다. 정토회에서도 경주 남산 순례를 안내하는데 오늘 말씀해 주신 한국의 여성 평등사상도 연구를 해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겠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강사님을 배웅하고 오후 4시부터는 평화재단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한 후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정토회관 방송실에서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화상회의 방에 입장하자 스님이 인사말을 했습니다. 오전 법회처럼 지난 한 주간의 소식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지난주에는 국립공원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과 경주 남산을 순례했습니다. 모두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한 정토회 회원들인데요. 경주 남산은 그냥 국립공원이 아니라 문화재가 많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누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러분도 경주 남산을 가보지 않은 지 4년이 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경주 남산을 다녀온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도록 하겠습니다.”

▲ 영상 보기

영상을 보고 난 후 스님이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몇 년 전에는 불교대학 학기 중에 경주 남산 순례를 반드시 한 번은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불교대학을 진행한 지난 4년 동안은 경주 남산 순례를 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도 순례를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대중이 이동해야 하는 행사를 열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정토회에서는 누구든지 핸드폰에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직접 경주 남산을 걸어 다니며 도착하는 곳마다 버튼을 누르면 법륜 스님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순례 방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조별로 또는 지회별로 경주 남산 순례를 가게 되는 날이 곧 오게 될 것 같습니다.”

이어서 사전에 질문을 신청한 네 명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 시간 반 동안 대화를 나눈 후 밤 9시가 넘어서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북한 전문가들과 조찬 모임을 한 후 오후에는 다문화센터 운영과 관련하여 담당자들과 회의를 하고, 저녁에는 평화리더십아카데미 송년회에 참석해 즉문즉설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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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정

이석증은 유튜브 방송으로도 혼자배울수 있는 물리치료 몇번이면 아주 쉽게 치료되는 질환입니다. 뇌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 치매랑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의사를 잘못 만나셨네요. 이비인후과가서 다시 상담하시길.

2024-01-03 01:58:22

김종근

감사합니다

2023-12-01 06:17:13

보각

감사합니다

2023-11-29 1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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