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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정토회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아침 7시에 병원 진료를 받았습니다. 벌써 눈 수술을 한 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수술했던 실밥을 풀고 시력 검사를 해보았습니다. 다행히 수술 후 정상 시력을 조금씩 회복해 가고 있었습니다.
달라진 시력에 맞게 안경을 새로 맞추려고 안경점에 들렸는데, 시력이 회복될 때까지 최소 한 달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당분간은 안경을 쓰지 않고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며 지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의사가 밝은 빛을 보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해서 병원을 다녀온 후 하루 종일 실내에서 업무를 보았습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달 28일 청년 경주역사 기행에서 청년들과 즉문즉설을 한 내용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당연히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죠. 그런데 돈이 얼마만큼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예를 들어, 옷을 한 벌 사야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십만 원짜리 옷을 사야 하는데 십만 원이 없다는 것인지, 백만 원짜리 옷을 사야 하는데 백만 원이 없다는 것인지, 천만 원짜리 옷을 사야 하는데 천만 원이 없다는 것인지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없다’의 기준이 내가 무엇을 사려는데 없느냐는 거죠. 옷이 필요하다는 욕구가 십만 원짜리 옷을 사는 것에서 끝이 나면 괜찮아요. 그런데 여러분이 십만 원짜리 옷을 사면, 친구는 백만 원짜리 옷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만 원짜리 옷을 사야 만족감을 느끼게 돼요. 더 노력해서 백만 원짜리 옷을 사게 되면, 그때부터 내가 만나는 인간관계가 천만 원짜리 옷을 사는 사람들과 연결이 됩니다. 십만 원짜리 옷을 입고 있을 때는 천만 원짜리 옷을 입는 사람들을 만날 이유가 없어요. 주로 십만 원짜리 옷을 입는 사람들만 만나다가 가끔 백만 원짜리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래서 부족감을 느끼니까 더 노력해서 백만 원짜리 옷을 사면, 또 천만 원짜리 옷을 입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거예요.
잘 사는 나라일수록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회가 불안해지고 폭동이 일어나고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북한에서 국민들에게 월급을 안 주면 아마도 몇 년은 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미국은 국민들에게 월급을 2주만 안 줘도 난리가 납니다. 미국에서 대다수 하급 공무원들은 월급이 2주마다 나옵니다. 연방정부가 셧다운(shutdown)되면 월급이 안 나오게 되는데, 나중에 못 준 월급을 계산해서 한꺼번에 주는데도 2주만 월급이 나오지 않으면 난리가 납니다. 밥을 못 먹는 사람도 많이 생깁니다. 그들은 집이며 차며 모든 것을 2주마다 받는 월급으로 해결합니다. 하루만 늦게 돈을 받아도 지급을 못 하는 일이 발생하는 거죠. 삶의 방식이 이런 식입니다. 경제가 나빠지면 당장 난리가 납니다.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가 오히려 경제에 대해 제일 전전긍긍하며 사는 거죠. 이런 문제를 어떻게 경제로 해결하겠어요?
붓다의 가르침에 의하면, 수행자의 삶은 먹는 것은 얻어먹으면 되고, 입는 것은 주워 입으면 되고, 자는 것은 나무 밑에서 자면 된다고 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붓다 자신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출가 수행자가 들어와도 관리하는 데 돈이 들지 않습니다. 밥은 남이 버리는 것을 얻어먹으면 되고, 옷은 시신을 덮었던 천을 주워 입으면 되고, 잠은 동굴이나 나무 밑에서 자면 되거든요.
여러분들은 죽을 때까지 먹고사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삽니다. 왜 그럴까요? 처음에는 만 원짜리 옷이 없어서 걱정했다가, 조금 형편이 괜찮아지면 십만 원짜리 옷이 없어서 걱정했다가, 또 조금 더 살만해지면 백만 원짜리 옷이 없어서 걱정했다가, 또 조금 더 잘살게 되면 천만 원짜리 옷을 못 구해서 걱정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해도 끝이 안 납니다. 이렇게 껄떡거리며 사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이 사는 인생입니다. ‘저 사람은 몇십억을 가지고 있으니 저 정도면 안정되게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내 소비 수준에서 봤을 때 그렇지 그 사람은 더 높은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역시 껄떡대며 살고 있어요. 그래서 이 문제는 돈을 더 많이 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해결이 안 된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에요. 적정선에서 멈출 줄 알아야 끝이 난다는 의미입니다. 아예 부처님처럼 살라는 뜻이 아니에요. 저는 정토회 회원들에게 늘 이렇게 말합니다.
‘먹고 입고 자는 문제를 놓아버려라. 내가 아무리 못 먹어도 부처님보다는 잘 먹고, 내가 아무리 못 입어도 부처님보다는 잘 입고, 내가 아무리 못 자도 부처님보다는 잘 자지 않느냐.’
출가 수행자는 먹고 입고 자는 문제를 놓아버려야 거기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쓸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스님과 똑같은 1년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여러분들은 많은 시간을 무엇을 먹느냐에 쓰잖아요. 아침마다 이걸 입을까 저걸 입을까 신경을 쓰잖아요. 그러나 스님은 언제 어디서든 똑같은 옷을 입으니까 옷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안 씁니다. 옷만 비교해도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데 하물며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죠.
요즘은 경제 수준이 보통인 사람인데 최고급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생겨나잖아요. ‘나는 집도 필요 없고, 음식도 필요 없고, 오직 최고급 자전거만 타겠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마니아층을 형성하면서 넓게 확산이 되고 있습니다. 또 보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일 때마다 계속 보석 얘기만 합니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그냥 등산하면 되는데 등산복은 이런 것을 입어야 하고, 등산화는 저런 것을 신어야 하고, 모자는 어떤 것을 써야 하고, 이런 조건을 갖추기 위해 몇백만 원을 씁니다. 이것은 일종의 중독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특정 분야에 관심이 꽂히면 그것에 의미 부여를 하고 살아가는 겁니다. 그 수준을 못 따라가면 엄청난 열등의식을 갖게 되고요.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아무리 경제가 발전해도 인간의 고뇌는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 지나친 소비는 불평등을 조장하고,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 배출량을 늘리며, 본인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남까지 망하게 하는 행동입니다. 저는 이런 삶의 길에서 여러분들이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는 방식, 가치관, 문화가 전부 바뀌어야 인류에게 희망이 있어요. 여행을 가더라도 고급술과 음식을 먹거나 호텔에서 자는 이런 문화에서, 침낭 하나 메고 가서 텐트 치고 자고, 먹을 것도 간단히 먹기도 하고, 이렇게 건강에도 좋고 지구 환경에도 좋은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야 해요. 정토회는 그런 문화를 추구합니다. 만약 정토회가 깨달음의 장과 명상 수련을 고급 호텔에서 열게 되면 매출액이 엄청날 것입니다. 참가비를 비싸게 받아야 하니까요. 만약 백 명이 수련한다면 몇천만 원의 매출액이 생길 겁니다. 그런데 정토회는 숙식하더라도 한 방에 다섯 명씩 잠을 자게 하고, 밥은 소박하게 먹도록 하기 때문에 다른 종교단체와 비교할 때 참가비를 적게 받아 매출액도 적습니다.
JTS에서 인도적 지원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국제구호 단체에서는 연간 수백억씩 모금이 들어오는데 실제로 수혜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그중 70퍼센트도 안 됩니다. 그러나 JTS는 비록 모금이 적게 들어오지만, 사무실 유지비, 비행기 경비 등을 제외하고 수혜자에게 95퍼센트 이상의 돈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국제기구에서 26달러짜리 물건을 지원해 달라고 하면, JTS에서는 전 세계를 발품을 팔아 돌아다니면서 똑같은 제품을 11달러에 사서 훨씬 더 많은 개수의 물건을 지원해 줍니다. 이렇게 사업을 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액수만으로 사업의 규모를 비교하면 안 됩니다.
어떤 문화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그 영향을 받으며 살게 됩니다. 미국은 지금 마약이 번져서 일 년에 마약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종 마약이 나와서 죽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해요. 자칫 잘못하면 한국도 그렇게 갈 수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다 먹고살 만해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옷, 좋은 커피, 이런 것을 가지고도 만족이 안 되면, 결국 마약으로 넘어가게 되거든요. 과거 역사에서도 그랬습니다. 마약을 하게 되면 건강을 해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문명 전환 운동을 해야 합니다. 정토회가 하고 있는 일은 새로운 문명의 대안적 모델을 만드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대안적 모델을 대한민국 안에서 만들어 보려고 했어요. 그러나 한국은 이미 소비주의가 너무 만연되어 있어서 저항이 많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저는 부탄을 찾아갔습니다. 부탄은 아직 개발이 안 된 지역이기 때문에 소비를 적게 하면서 행복도가 높은 모델을 실제로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 부탄 정부와 협의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래에 닥칠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지금부터 미리 새로운 문명의 모델을 만들어 놓아야 해요. 만약 누가 소비를 더 많이 하느냐를 갖고 경쟁을 하면 당연히 우리는 재벌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재벌한테 기죽고 사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결국 자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에 대한 집착을 억지로 버리려고 할 필요는 없어요. 담배를 피웠으면 건강이 나빠지는 걸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쥐가 하루 종일 쓰레기통을 뒤져도 고구마 한쪽을 못 찾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접시 위에 잘 차려진 음식이 나타났습니다.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요. 그래서 ‘이야, 나도 이럴 때가 있구나!’ 하고 덥석 삼켜 먹으면 죽습니다. 왜냐하면 그 속에는 쥐약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붓다는 ‘먹지 마라’ 이렇게 가르치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쥐약이 들었다.’ 이렇게 가르칩니다. 만약 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본인 스스로가 안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 하면서 먹으면 곧바로 죽게 되는 겁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이런 말을 하지 않고, ‘이러면 이런 일이 생기고, 저러면 저런 일이 생긴다. 그 결정은 각자 스스로 해야 한다.’ 이렇게 가르칩니다. 그 누구도 내 인생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가 없습니다. 진실을 아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 진실을 기초로 해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각자 본인의 선택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은 오전에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을 한 후 주간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오후에는 평화재단 연구 세미나에 참석하고 기획위원들과 회의를 한 후, 저녁에는 저녁반 수행법회 생방송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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