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 5. 3 수행법회, 부탄 태후, GNH 책임자, 산업부차관, 다쇼 페마와의 만남
“퇴근 후 공부하는 남편이 얄미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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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오전에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고 하루 종일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부탄 시간으로 오전 7시에 수행법회를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부탄에서 답사한 내용과 영상을 소개한 후 질문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총 3명이 질문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남편에게 미운 마음이 든다며 어떻게 수행하면 좋을지 질문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눈물이 없는 편인데, 요즘 밤에 혼자 있을 때 분한 마음이 들어서 가끔 울어요. 남편은 결혼하기 전 대학생 때와 똑같이 지내요. 벌써 몇 년째 회사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자격증 공부만 하고 있어요. 저 사람은 결혼 전처럼 사는 데, 내 처지는 왜 이런가 싶어서 남편이 너무 얄미워요. 그래도 법문 듣고 마음을 돌이켜서 아이들 아빠로서 고마운 점도 많으니 잘 지내보려고 합니다. 다정하게 대하다가도 저도 모르게 소 닭 보듯 할 때도 있고, 너무 차갑게 대할 때도 있어요. 제 마음과 다르게 행동이 들쑥날쑥하니까 제 스스로도 이상합니다. 어떻게 수행을 해야 될지 질문드립니다.”

"결혼을 할 때 누가 시켜서 억지로 했습니까? 스스로 선택해서 했습니까?”

"제가 정말 신중하게 고민해서 선택했습니다. 연애도 오래 했고요.”

"본인 스스로 남편을 결정한 거예요? 아니면 누가 강제적으로 맺어준 거예요?”

"제가 결정했습니다.”(웃음)

"그런데 왜 지금 자기가 한 결정을 후회하고 있습니까?”

"그때는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했어요. 남편을 4년 동안 열심히 지켜보고 신중하게 결혼을 했는데도 실제로 결혼해서 보니까 제가 남편을 잘 몰랐구나 싶어요.”

"그럼 4년 만에 그 사람이 바뀐 걸까요? 아니면 원래 그런 성격이었는데 질문자가 그걸 몰랐던 걸까요?”

"제가 몰랐어요.”

"잘 모르고 결혼을 결정했다면 자기 책임이에요, 그 사람 책임이에요?”

“제 책임이에요.”

"본인 책임인데, 그 사람을 원망하고 미워하면 어떻게 해요?”

"남편은 자기 개발을 하는데, 저는 시녀처럼 뒤치다꺼리만 하는 거 같아서요.”

"결혼을 해서 함께 가정을 꾸렸는데 아직도 네가 잘났느니, 내가 잘났느니 하면서 서로 경쟁해요? 남편이 직장을 안 다니면서 공부만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회사 다니면서 여가 시간에 가정의 발전을 위해서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은 잘한다고 칭찬할 만한 일이지 욕할 일은 아니잖아요.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안정적인 수입원을 마련해 놓으려고 자격증 공부를 하는 건 어떻게 보면 가상한 일이에요. 어디 놀러 다니거나 술 마시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부부가 경쟁관계도 아닌데 그걸 왜 질투하나요?”

“그런데 남편과 저 둘 중에 누가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지 계속 계산하게 돼요.”

“결혼 생활이 누구한테 이익인지 계산해 보니 질문자가 손해라는 결론이 나온다는 거예요?”

“네, 계산을 안 하려고 해도 자꾸 제가 손해라는 생각이 들어요. 티를 안 내려고 해도 남편이 이제 좀 미워져요.”

“남편에게 미운 마음이 들 때 티를 내고 안 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먼저 남편이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과 질문자가 집안일하는 것을 계산해야 하는 일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게 계산할 일이 아니면 미워할 이유가 없으니까 티를 낼 일도 없습니다. 계산을 하면 내가 손해라고 생각되니까 미워질 수밖에 없어요. 미워질 수밖에 없는데 안 미워하려고 하니까 힘이 드는 거잖아요. 여기서 잘 생각해봐야 해요.

‘남편이 공부하는 것은 미워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내가 참아야 할 일인가? 아니면 공부하는 남편을 미워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인가?’

이 본질을 꿰뚫어 봐야 합니다. 질문자가 집안일을 혼자서 하다 보면 질문자 입장에서는 가끔 남편에 대해서 얄미운 생각이 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요즘 직장생활이 불안정하니까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서 틈나는 대로 자격증 공부를 하는 거잖아요. 그런 남편의 마음이 이해되면 차라도 한 잔 끓여주고 공부하느라 고생한다고 등이라도 두드려주고 싶어 지겠죠. 질문자가 이렇게 좋은 마음을 내면 남편한테 좋을까요, 질문자가 마음이 편할까요?”

“좋은 마음을 내고 싶은데 잘 안 돼요. 언젠가는 될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남편에게 억지로 좋은 마음을 내라는 게 아니에요. 남편이 자격증 공부를 하는 이유가 질문자를 버리고 혼자만의 이익을 추구하려고 하는 거예요, 공동의 이익을 위한 거예요?”

“공동의 이익을 위하는 거죠.”

“우리는 항상 역할 분담을 하고 삽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할 때 보면 채소를 씻는 사람이 있고, 채를 써는 사람이 있고, 밥을 하는 사람이 있어요. 공동체에서도 청소하는 사람, 밥 하는 사람, 빨래하는 사람 이렇게 업무를 나눕니다. 지금 질문자의 가정에서도 남편과 역할 분담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남편 역할, 아내 역할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닙니다. 그건 부부가 서로 상의해서 정할 수 있어요. 질문자가 공부하는 게 더 좋겠다면, 질문자가 공부를 하고 남편이 집안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역할분담이 불공정하면 서로 대화를 해서 조정해야겠죠. 그런데 역할을 나눠서 하고 있는데 남편 보고 ‘자기는 책상에 떡 하니 앉아서 공부만 하고 나만 허드렛일 하라고 하네!’ 이렇게 생각하면 질문자만 괴로운 거예요. 남편은 가족 공동의 이익을 위해 공부하는 거잖아요.

부부가 같이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기보다 한 사람이 자격증 공부를 하면 다른 누군가는 집안일도 하고 애들도 돌보아야 하잖아요. 미래 공동의 이익을 위해서 지금 남편과 내가 역할 분담을 했다는 관점을 가지면 남편을 미워할 일이 하등 없습니다. 미움이 안 일어나면 참을 필요도 없고 노력할 일도 없어요. 질문자는 지금 공동살림이라는 생각은 없고 결혼을 안 한 사람처럼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나는 내 개인 발전을 위해서 아무것도 못 하고 네 뒷바라지나 하고 있다. 너는 네 개인 발전을 위해서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남편이 자격증을 따면 남편에게만 이익이 되고, 질문자에게는 손해만 되는 일이라면 이해가 되는데 그게 아니잖아요. 남편이 자격증을 따는 것이 질문자 부부에게 공동의 이익이 된다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미워할 일이 없습니다. 질문자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 공부하고 싶다면 공부를 하면 되잖아요. 공부하는 것이 좋아 보이면 질문자도 그렇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공부하는 남편을 보고 미워하는 건 잘못됐다는 거예요. 제 말의 요지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게 좋아 보여서 내가 하는 건 자유지만 남을 미워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얘기예요.”

“그런데 저도 만약에 공부를 한다면 집은 정말 엉망이 되잖아요. 애들도 보살피지 못할 테고요.”

“엉망이 되면 어때요. 엉망이 되면 남편이 공부를 안 하고 집안일을 하든지 하겠죠. 질문자도 공부를 하겠다는 것은 자기 자유고 권리라는 거예요. 남편과 대화를 해서 남편이 어떤 자격증 공부를 할 때는 내가 집안일을 하고, 내가 어떤 자격증 공부를 할 때는 남편이 집안일을 하는 방법도 있겠죠.”

“네.”

“그런데 상대를 미워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얘기예요. 상대가 하는 것이 좋아 보이면 질문자도 그렇게 하면 된다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해요?”

“스님 말뜻은 알겠는데 관점이 잘 바뀌지 않습니다. 천일결사기도를 하고는 있는데 이렇게 기도한다고 바뀔까 하는 의문도 들어요.”

“안 바뀌어도 괜찮아요. 그런데 안 바뀌면 누가 괴로울까요?”

“제가 괴로워요.”

“제 말의 요지는 남편을 뒷바라지해주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상대방이 공부하는 것을 두고 미워할 일은 아니라는 겁니다. 남편이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은 자기 개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하는 일이라는 거예요. 공부하는 남편이 좋아 보여서 질문자도 공부를 하겠다는 것은 자유예요. 자격증 공부하는 남편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보면 미워할 일은 없습니다. 질문자만 집안일을 한다면 남편과 역할을 좀 나누고요. 너무 억지로 참으면서 좋은 일 해야겠다든지, 도와줘야겠다든지 하면서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대신 아침마다 기도할 때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

‘남편은 우리 공동의 이익을 위해 공부를 하는데 제가 미워했습니다. 남편이 자격증 공부하는 것은 미워할 일이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법회를 마치고 오전 10시에는 부탄 GNH(국민총행복지수) 사무실에 방문하여, 부탄 GNH를 책임지고 있는 다쇼 카르마 우라 (Dasho Karma Ura)님을 만났습니다.

스님은 지난 4월 25일부터 어제까지 있었던 부탄 답사 느낌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부탄이 도입한 GNH 개념을 지역 개발에 적용하여 이것이 ‘지속가능한 개발’이 되도록 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에 대해 우라 님과 2시간가량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나오면서 스님은 말했습니다.

“제가 말하려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해 소통이 잘 안 되네요. 아직은 공무원과 이야기하는 게 이를지도 모르겠어요. 이야기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에요.”(웃음)

곧장 다음 미팅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타시 님이 운영하는 BNF(Butan Nun Foundation) 재단의 이사장이자 부탄 현 왕의 어머니인 태후가 스님을 점심식사에 초대했습니다. 태후는 살고 있는 집에 스님을 초대했는데, 초대한 장소에 도착하니 태후와 왕의 동생인 공주 부부가 스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태후는 세상이 현대화될수록, 마음공부나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을 말했습니다. 스님도 그에 동의하면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국민 행복도를 높이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에 비해서 한국은 현재 GDP가 350배가 올랐지만 국민의 행복도는 많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경제성장과 사회제도 개선 만으로는 국민 행복도를 높일 수 없고 부처님의 가르침인 마음공부를 함께 겸해야 합니다.

제 생각에는 이러한 붓다 담마를 통한 사회운동을 넌들이 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넌들에게 자신감이 있어야 하고, 리더십이 있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리더십이 있으려면 세상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넌들에게 사회기본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번에 부탄 동부에 가면서 삼텐 촐링 넌너리에 가 보았습니다. 그들은 넌이기 이전에 어린아이였습니다. 저는 어린아이들은 기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넌이 되면 학교 교육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BNF센터가 전국에 있는 어린 넌들을 모아서 초, 중등 기본 교육을 시키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이들이 앞으로 세상에 나아가서 GNH 가치를 전파하는 잠재인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는 지금 기후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것은 많이 생산해서 많이 쓰는 것을 잘 산다고 생각하는 욕망을 추구하는 소비주의에 의해 생긴 결과입니다. 유럽, 미국, 중국, 인도 등 전 인류가 이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시간문제일 뿐이지 곧 인류에게 환경 재앙이 올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 수 있습니다.

부탄에서 도입한 GNH 개념은 ‘행복’을 가치로 두고 있습니다. 저는 부탄의 젊은이들이 전 왕이 제시한 GNH 가치를 계속 이어 갈 것인지, 아니면 세상의 흐름대로 욕망을 추구하는 개발로 갈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탄이 GNH 가치를 유지한다는 선택을 하더라도 물질문명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한다면, GNH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유튜브와 인터넷을 통해 욕구, 욕망을 추구하는 삶에 열려있더라도 그 속에서 ‘나는 부탄 국민들처럼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어야 지속가능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 인류의 문명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붓다 담마를 통해 인류가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사회 개발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동안은 비교적 붓다 담마를 잘 지키고 있는 나라가 티베트와 미얀마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에도 자본주의가 들어오면서 붓다 담마 보다는 돈의 위력이 더 커졌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제 남은 곳은 부탄 한 곳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은 부탄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전 세계가 함께 만들어야 할 과제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결합되어야 합니다. 첫째는 인간적인 삶을 위해서 기본적인 물질문명은 개발되어 기본 생활이 보장되어야 하고 둘째는 삶의 가치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물질적으로 너무 가난하면 보편적인 모델이 되기에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탄의 가장 어려운 지역을 기본생활이 보장되도록 개발은 하되, 너무 욕망을 따라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되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전통문화를 지키고, 공동체의 협력과 평화가 유지되도록 하는 개발을 하려면 이에 대한 교육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물, 전기 등 기본적인 사회 시설 투자는 중앙 정부가 책임을 맡고, 사회 교육 등의 소프트웨어는 넌들과 같은 시민 사회가 책임을 맡고, 산업활동, 의료, 보건 등은 지역 정부가 맡는 등 상호 협력해서 5년에서 10년의 계획이면 어떨까 싶습니다.

뜻이 맞는 사람이 모여 한 지역을 개발해서, 새로운 문명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개발 모델을 하나 만들자는 것이지요. 지금은 부탄을 찾는 많은 관광객이 아름다운 자연경관만 관광하지만 이러한 지속가능한 사회의 개발 모델이 만들어지면 이 삶을 직접 체험하고 경험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을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모델은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환경위기가 오고 금융위기가 오고,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그때는 제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세상 사람들은 기후 위기가 문제인 줄은 알지만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하나의 모델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부탄만을 위한 모델이 아니라, 인류를 위한 모델입니다. 이것은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만이 아닙니다.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지속가능한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개발해야 하는 일입니다.”

“정말 훌륭한 생각입니다.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스님 같은 분이 계셔서 우리에게 큰 희망이 됩니다.”

태후는 오전에 만났던 정부의 관리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관심과 자기 의견을 표현했습니다. 스님과 태후는 다음 일정들이 있었으나, 각자의 일정을 미루고 세 시간가량 대화를 더 나누었습니다.

대화할 이야기들이 더 남아 있었지만 스님은 다음 일정을 더 미룰 수가 없어서 일어났는데, 태후는 자신의 정원을 스님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정원을 산책하며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오후 3시 30분부터 부탄 산업부차관 다쇼타시왕모(Dasho Tashi Wangmo)님을 만났습니다.

“산업부면 개발을 책임지는 부서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부탄의 취약한 곳을 개발하는 일들과 관련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저와는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계실 텐데 이야기가 잘 될까요?” (웃음)

스님은 태후에게 이야기했던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산업부 차관과의 대화에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 정말 흥미롭습니다. 그 모델을 제 출신 지역이 낙후되어 있는데 그곳에 제일 먼저 실현시켜보고 싶습니다 (웃음)”

대화 내내 차관님은 스님의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대화가 두 시간가량 이어졌습니다. 대화가 마칠 때쯤 차관님은 오늘 나온 이야기가 실현될 수 있도록 몇 번의 미팅을 더 제안했습니다.

스님은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미팅이 다 끝나지 않고 마지막 미팅을 앞두고 있었지만 스님은 피곤한 기색이 전혀 없었습니다.

저녁 7시에는 내년 1월 유력한 총리 후보자라는 다쇼 페마(Dasho Pema)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페마 님은 스님을 만나기 위해 숙소로 찾아왔습니다. 스님과 페마 님은 비구니 스님들이 준비해 준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페마 님은 그동안 정부 관리직으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내년에 있을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타시님을 통해 스님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스님의 부탄 일정과, 그 일정 중에 느낀 부탄의 모습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스님은 페마 님에게도 인류문명의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그 잠재가능성이 부탄에 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페마 님은 스님의 이야기를 처음에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으로 잘못 이해했다가 점차 대화를 하면서 스님이 구상하는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의 개념을 이해하고 스님의 생각을 새로워했습니다.

“스님 이렇게 좋은 생각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스님과 함께 꼭 이 모델을 같이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네. 그러려면 페마 님이 이번 선거에서 이겨야겠네요 (웃음) 그러나 저는 정치와는 무관하게 부탄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이런 모델을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페마 님이 말했습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든 이 좋은 생각이 부탄에 실현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부탄 일정이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타시 님은 스님께 더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번에는 이 정도면 되었습니다. 서로 일을 해 나가면서 신뢰를 쌓아야 더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지속가능한 개발 모델’을 부탄에서 실행하려면 결국 왕이나 총리가 결정할 사안이지 일반 정부 관리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내일은 관광 개발이 비교적 잘되어 있다는 서부지역인 파로(Paro)를 둘러봐도 좋겠습니다.”

“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내일은 부탄 일정 마지막 날입니다.

전체댓글 67

0/200

김송주

감사합니다 🙏🙏🙏

2023-11-12 21:50:38

드림하이

물질보다는 마음이 정신이 풍요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23-08-15 16:39:38

선우

감사합니다.

2023-05-17 06: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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