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4.14 이스탄불 고고박물 답사, 수행법회
“조울증인 오빠가 난동을 부려서 언니가 괴로워해요,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오늘은 튀르키예 한인회에서 스님이 튀르키예에 오신 것을 알고 연락이 왔습니다. 스님이 이스탄불에 있는 동안 도울 일이 있다면 돕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전 8시에 스님은 한인회 부회장 김준기 님을 만났습니다.

김준기 님의 안내로 스님은 고고학 박물관, 예레바탄 지하수조를 둘러보았습니다.




예레바탄 지하수조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이스탄불에 물 공급을 하기 위해 지하에 자리한 물탱크입니다. 지하에 들어가니 굉장히 넓은 공간이 있었고, 그 공간을 받치고 있는 큰 대리석 기둥들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문양이 새겨진 대리석 기둥 300여 개가 예레바탄 지하수조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기둥은 각지의 신전에서 운반해 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예레바탄 지하수조에 저장되어 있는 물은 맑았습니다.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내부를 장식하고 있었고, 마치 깨끗한 동굴에 있는 것처럼 쾌적하고 시원했습니다.


지하수조를 나와 스님은 술탄 아흐메드 광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술탄 아흐메드 광장에는 여러 유적이 모여 있었는데, 스님은 곧 즉문즉설 방송이 있어서 외부를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안내해 준 김준기 님과 간단히 점심 식사를 하고 나니 어느덧 즉문즉설할 시간이 되어 서둘러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튀르키예 시간으로 오후 1시 30분, 한국 시간으로 저녁 7시 30분에 금요 즉문즉설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스트리밍 접속창에 5500여 명이 접속한 가운데 스님이 시청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저는 지금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습니다. 내일 새벽에는 지진 피해 지역인 가지안테프로 가서 지진 피해 지역에 구호품을 전달을 하고 그 결과를 여러분께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어서 지난 베트남 호찌민 방문 일정 이후 태국 방문 일정과 이스탄불 근교 트로이를 둘러본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며 스님이 직접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설명을 마치고 나서 즉문즉설을 시작했습니다. 네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조울증을 앓고 있는 오빠가 난동을 부려서 언니가 너무 괴로워한다며 어떻게 하면 언니를 도와줄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조울증인 오빠가 난동을 부려서 언니가 괴로워해요, 어떡하죠?

“저에게는 친정 오빠가 있습니다. 군대 생활 중에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20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조울증 정신질환자로 살고 있어요. 저는 막내인데 큰언니는 수년 전부터 오빠의 만성적인 정신 질환으로 지쳐서 연락을 아예 두절했습니다. 오빠는 29세 때 결혼을 해서 아들 하나가 있고요. 이혼한 상태인데 아들도 수년간 지쳐서 최근에 이사를 하고 아버지와 소통하지 않습니다. 저는 외국에 이민을 온 지 16년이 되었고 오빠는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둘째 언니의 사업장에 수시로 찾아가서 난동을 피웁니다. 언니는 사업을 하면서 늘 오빠 때문에 혼자 괴로워하고 힘들어합니다. 예전에는 오빠가 난동을 피우면 저에게 연락해서 하소연이라도 했거든요.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는 오빠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고 합니다. 혼자만 오빠한테 당하니 괴로워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언니의 괴로움을 나누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서 질문드립니다.”

“이런 경우에 질문자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언니의 인생은 언니의 인생이기 때문에 제3자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질문자 언니의 인생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인생이 그렇습니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줄 수가 있습니다. 병이 들었으면 약을 줄 수가 있습니다.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라면 학교에 보내줄 수가 있습니다. 옷이 없다면 옷을 줄 수가 있고, 집이 없다면 집을 마련해 줄 수가 있어요. 그러나 본인이 괴로워하는 것은 남이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그것은 온전히 자기 몫이에요.

언니는 그런 오빠를 보면서 괴롭게 살 수도 있고, 괴롭지 않게 살 수도 있어요. 그것은 언니의 선택입니다. 그런 언니를 보고 나도 괴로워할 것인지 아닌지 여부도 질문자의 선택입니다. 그 누가 도울 수가 없는 일입니다. 언니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질문자가 괴로워하듯이, 언니는 또 오빠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괴로워하는 거예요. 오빠는 또 자기 나름대로 어떤 이유 때문에 괴로워하는 겁니다. 모두가 다 똑같습니다. 이것은 오빠 때문에 생긴 문제도 아니고, 언니 때문에 생긴 문제도 아니에요. 어리석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그런 오빠를 둔 언니도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내 오빠라 하더라도 이런 병을 가진 사람한테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뇌경색으로 누워있으면 간호라도 하고, 몸을 못 움직이면 휠체어에 태워서라도 움직여주면 되는데, 이 경우는 정신 질환이니까 언니의 능력으로는 도와줄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러나 언니도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오빠의 부인이 집을 떠났다고 해서 욕을 하거나 섭섭해한다면 질문자가 잘못 생각하는 거예요. 또 아들도 그런 아버지를 두고 더 이상 자기 인생을 괴로워하면서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연락을 끊은 겁니다. 그것 또한 아들의 선택이니 조카를 미워하거나 원망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얼마나 힘들면 부모인데도 관계를 끊었겠느냐’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마찬가지로 언니도 너무 힘들면 오빠와의 관계를 끊으면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병이 나서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지. 행패를 부리면 돈이나 좀 주자' 하고 받아들인 후 병원비를 대신 내어 주듯이 마음을 먹으면 됩니다.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을 행패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행패라고 생각하니까 괴로운 거예요. 돈이 필요하다고 요구할 때 돈을 줄 형편이 되면 돈을 주면 됩니다. 형편이 안 되면 안 주면 되고요. 관계를 끊어도 되고, 적절하게 지원을 해도 돼요. 그것은 본인이 선택할 문제이지 괴로워하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언니가 괴로워하는 것은 언니의 인생이지 누가 도울 수 없어요. 그런 언니를 보고 괴로워하는 질문자 역시 그것은 질문자의 인생이지 누가 도울 수가 없어요.

질문자와 언니 모두 어리석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언니는 오빠를 보고 괴로워하고, 질문자는 그런 언니를 보고 괴로워하는 거죠. 똑같은 인생이에요. 이 문제가 오빠한테서 빚어졌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는 게 이 세상입니다. 이런저런 일이 일어나는 속에서 내가 괴롭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못하면 포기하고, 그렇게 살면 되는 거예요. 언니의 인생이기 때문에 질문자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언니의 인생이니까 언니가 알아서 하라고 생각하고 집착을 딱 놓아버리면 이 문제는 해결이 됩니다. 언니도 동생의 인생은 동생이 알아서 하겠지 생각하고 집착을 딱 놓아버리면 해결이 됩니다. 동생이 오든지 가든지 행패를 피우든지 그냥 '한 사람이 와서 저렇게 난리를 피우다 가는구나' 하고 바라보면 됩니다. 동생을 계속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화가 나는 거예요. ‘아내도 도망갔고, 아들도 도망갔는데, 왜 내가 도와야 되나?’ 이런 생각을 하니까 화가 나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이런 극단적인 생각도 드는 거예요.

그러니 오빠를 그냥 내버려 두면 됩니다. 질문자가 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행복학교를 권유해서 다니도록 하든지, 정토불교대학을 권유해서 다니도록 하든지, 깨달음 장을 권유해서 다니도록 하든지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언니도 웃으면서 살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질문자가 언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원래 없습니다. 없는데도 굳이 도와주고 싶다면, 스님 책을 보내주든, 유튜브 영상을 보내주든, 행복학교를 한번 해보게 하든, 그 정도만 하면 돼요. 그 이상 질문자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래서 제가 첫마디에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얘기한 겁니다. 언니의 괴로움은 자기 인생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오빠가 사고를 치는 게 스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심해요.”

“어떤 사고를 치든 형제간에는 아무 책임이 없습니다. 집착을 하니까 그게 문제가 되는 것이지 집착을 안 하면 형제간에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언니가 오빠에게 집착하는 것에 대해 남이 어떻게 말릴 수가 없어요. 언니가 집착하는 것인데, 질문자가 어떡할 거예요?”

“언니는 도망을 가고 싶다고 해요. 혼자서 오빠한테 수십 년 동안 당하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괴롭죠. 당했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오빠가 어려우니까 도와준다’ 이렇게 생각해야 괴롭지 않습니다.”

“차라리 금전적으로 도와주는 것은 언니가 괜찮다고 해요. 관리비를 대신 내주고 밥을 사주고 하는 것은 좋은데, 오빠가 언니의 가게에 찾아와서 소리를 지르고 손님들을 막 위협하는 것이 힘들다고 해요.”

“소리를 지르고 위협을 하면 경찰에 신고해서 막아야죠. 자신의 오빠라고 생각해서 경찰에 신고를 안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언니가 경찰에 신고를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인데 왜 질문자가 외국에 있으면서까지 그걸 걱정해요? 언니가 그렇게 안 하는 것은 언니의 문제입니다.”

“저한테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하소연을 하니까 저도 마음이 짠해서요.”

“그렇다면 질문자도 함께 괴로워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죠. 동업 중생들이 그렇게 어울려서 괴롭게 사는 거예요. 서로 지지고 볶고 하면서 고통받으면서 살면 돼요.”

“그런가요?”

“제가 너무 냉정하게 얘기하는 것 같지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면 됩니다. 법을 어기면 경찰에 신고하면 되고, 경찰에 신고하기 싫으면 그런 고통을 받으면 돼요. 자식이 방을 지저분하게 한다고 야단을 쳐놓고, 자식이 학교 간 뒤에 가서 방을 다 치워주고, 또 며칠 있다가 방 청소를 안 한다고 야단을 치며 싸우고, 또 학교 간 뒤에 치워주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이런 경우는 도와줄 방법이 없습니다. 본인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어떡해요? 그것은 오빠의 문제가 아니고 언니의 문제입니다. 그런 언니를 두고 괴로워하는 것은 질문자의 문제예요. 언니가 오빠한테 집착해서 그렇게 사는 것이니까 그렇게 살든지 말든지 내버려 두고 가끔 전화가 오면 '그래, 언니가 많이 힘들지?' 하고 공감해 주고 전화를 끊으면 그만이에요. 아무 문제도 아닙니다.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요.

언니한테 전화가 오면 '그래. 언니가 수고한다. 많이 힘들지?' 이렇게 위로해 주면 됩니다.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세요. 그것은 언니가 선택해야 할 일이지 질문자가 관여할 일이 아닙니다. 이런 것들이 얽히고설켜 이 세상이 시끄러운 거예요. 얼핏 보면 큰일 같지만 사실은 아무 일도 아니에요.”

“네, 알겠습니다. 스님이 도울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하시니까 제 마음도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스님께서는 부모한테 의지해서 살면 안 된다고 하셨는데 부모님은 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십니다. 제가 직접 돈을 벌어서 경제적 지원을 부모님께 되돌려 드려야 할까요?

  • 1년 전 남편에게 맞아 신고를 했고 접근 금지 신청도 했습니다. 남편은 제 명의로 된 아파트도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혼도 못해주겠다고 합니다. 어떡하죠?

  • 간호학과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저는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삶이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를 졸업할지, 바로 정토회로 가서 봉사를 할지 고민 중입니다.

대화를 마치고 나서 마지막으로 스님이 JTS의 튀르키예 지진피해 구호 상황을 전하며 닫는 인사를 했습니다.

“이곳 튀르키예는 우리 마음대로 지진피해 지역을 지원하기가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어요. 그래서 현지 NGO가 중심이 되도록 해서 구호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내일부터 식량 배분도 들어가고, 또 의약품을 비롯하여 많은 물품들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JTS에서 아직 튀르키예 지진피해 돕기 모금을 하지 않는 이유는 모금을 해놓고 지원을 못하면 부담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먼저 JTS의 원칙에 맞게끔 지원을 해보고 나서 그것이 성공하면 그 결과를 여러분께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그때 여러분들이 '아, 이런 일을 JTS가 하고 있구나' 하면서 모금에 동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진이 났는데 JTS는 왜 아무 일도 안 하느냐고 많은 분들이 문의를 하셨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JTS에서 모금을 하지 않은 이유는 먼저 JTS의 원칙에 맞게 지원할 방법을 찾은 후 여러분께 보고를 드리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하기 위해 제가 지금 지진 피해 현장에 이렇게 나와 있는 거예요. 다음 주 법회에서는 지원한 결과를 영상으로 보고해 드리겠습니다.”

즉문즉설을 마치고 곧바로 오후 3시부터 한인회 회장님을 만났습니다. 회장님은 이스탄불 시내를 보여주고 현지 사정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교민사회에서도 모금을 해서 지진피해 주민들에게 컨테이너 집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회장님과 저녁 식사까지 함께 한 후 하루 일과를 마쳤습니다.

내일은 새벽 4시에 출발하여 지진 피해지역인 가지안테프로 가서 피해자들에게 식량 지원을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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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저도 정신질환자라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엄마는 마지막까지 제 걱정을 하시며 동생들에게 저를 부탁하셨습니다. 긴 병에 효자없다고 병이 난지 30년이 넘다보니 형제들도 지쳐 전화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화도 나고 섭섭했지만, 오죽하면 그러겠나? 이해하고 있습니다.
동생들 그만 괴롭히고 이제는 저도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2023-07-17 11:25:23

박연옥

쉼없는 스님행보에 찬사를 보냅니다

2023-05-31 21:53:41

이종화

감사합니다

2023-05-09 10:5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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