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4.13 튀르키예 트로이 답사
“불교의 연기법을 일상에서는 어떻게 체험하죠?”

안녕하세요. 오늘 스님은 어제 오후 6시 45분에 방콕 공항을 출발한 후 8시간 동안 비행해서 밤 11시에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근교에 있는 제다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공항에서 4시간 동안 밤을 보내고 새벽 3시 15분에 튀르키예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튀르키예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스님은 그간 보냈던 일정을 정리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수첩에 메모를 했습니다. 4시간 동안 구상하고 메모하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오전 7시 25분에 튀르키예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스님은 공항 밖으로 이동해서 튀르키예 지진 긴급구호 팀을 만났습니다.

“원래 지금 파키스탄에 있어야 하는데 일정이 이렇게 되었으니 역사 유적지를 잠깐 둘러봅시다. 이곳에서 4시간 거리에 트로이가 있어요.”

스님은 트로이를 답사하기 위해 곧바로 이동했습니다. 스님은 트로이로 가는 길에 지도를 펼쳐 세계사와 세계 지리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과거 1차 세계 대전, 트로이의 역사, 트로이 주변 지명에 대한 설명이 계속되었습니다.

“이 북단이 흑해이고, 이 남단이 지중해인데, 이 사이를 연결해 주는 다리가 차나칼레 대교예요. 가는 길에 차나칼레 대교를 건너서 트로이를 보고, 페르가몬, 에페수스를 구경해 봅시다. 그런데 다 구경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오늘 공항에서 짐도 못 찾고 두 시간이나 낭비해 버렸어요”

12시 30분쯤 차나칼레 대교에 당도했습니다. 바다 사이를 가르는 차나칼레 대교는 정말 크고 웅장했습니다.

“이 다리의 높이가 에펠탑보다도 높다고 해요. 우리나라 건설회사가 건설한 다리라고 합니다.”

차나칼레 대교를 지나 1차 세계대전이 있었던 차나칼레에 도착했습니다. 트로이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영화 ‘트로이’에 나온 목마 세트가 있다고 해서 구경을 했습니다.

스님은 트로이에 들어서자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트로이 성벽을 만든 기술이 고구려의 기술과 매우 흡사하네요.”

스님은 성벽의 구조, 윤곽, 그리고 주변 지형들을 세세하게 살피면서 여러 곳을 구경하였습니다.

“밖에서는 몰랐는데 여기에 와서 보니 산 위에 이렇게 성벽이 쌓여 있네요. 그런데 밖에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어요. 산 위에 이렇게 성벽이 있으니 함락되지 않을 수밖에요.”

스님은 안내 책자에 있는 지도를 보며 트로이의 흔적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습니다.

“이렇게 보고 있으니 황성옛터 생각이 나네요.” 

트로이 유적지에서 스님이 조용히 황성옛터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스님, 오늘 사진을 많이 찍으시네요”

“네. 고구려 성벽 구조랑 많이 닮은 부분들이 있어요. 역사 교육 담당자에게 한번 연구해 달라고 이 사진을 전달해 주려고 합니다.”

유적지를 다 둘러보고 스님은 박물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에 나온 것들을 박물관에 옮겨두었어요.”

박물관에 입구에서부터 유물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주춧돌도 아름다운데 이곳 주춧돌도 참 아름답네요.”

스님은 주춧돌을 한참 보았습니다.

박물관 안에는 정말 많은 유물이 있었습니다. 트로이 시절에 썼던 그릇, 왕의 장신구, 무덤에 들어있던 관, 당시의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는 다양한 물건들이었습니다.

스님은 지진 피해 JTS 긴급구호단 일행에게 유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한참 동안 구경을 하다 보니 벌써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봐야겠네요. 전부 다 가보려고 했지만 더 가보려고 했다가 내일 일정에 무리가 생기면 안 되니까 오늘은 가는 길에 공양을 하고 숙소로 가도록 합시다.”

박물관을 나와서 숙소로 향하는 길에 외식을 하고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휴식을 취했습니다.

내일은 튀르키예 지역을 더 둘러보고 답사를 할 예정입니다.

오늘은 법문이 없었기 때문에 엊그제 수행법회 생방송에서 있었던 즉문즉설 내용을 전해 드리면서 글을 마칩니다.

불교의 연기법을 일상에서는 어떻게 체험하죠?

“연기법에 대해 공부할 때 물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거든요. 그런데 막상 사람들과 만날 때는 연기법이 경험되지 않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법륜스님께서 설명해 주신 대로 명상을 하다 보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일상에서도 제 마음을 잘 알아차리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연기법은 경험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싫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경쟁하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아, 내가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모든 존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과학적 증명이 없었는데도 부처님은 연기법을 깨달으셨잖아요? 부처님은 어떻게 연기법을 깨달으셨고, 현실에서는 어떻게 적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연기되어 있다고 말할 때 정신적으로 연기되어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정신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질적인 것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워요. 우리가 눈으로 본다, 귀로 듣는다, 손으로 만져서 안다, 하는 것들은 모두 물질적인 것에 해당합니다.

나무 뿌리와 땅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고체로 연결된 것은 확실히 연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액체도 우리가 눈으로 보고 만질 수가 있으니 연기를 확인할 수 있어요. 그런데 기체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치 연결이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과학을 공부해 보면 나무가 땅과는 고체와 액체로 연기되어 있고, 공기와는 기체로 연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나무의 뿌리를 자르면 나무가 땅과 연관된 것이 끊어져서 죽게 됩니다. 그리고 나무를 비닐봉지로 둘러싸서 공기를 차단하면 뿌리를 자르지 않아도 죽습니다. 왜냐하면 기체로 연기되어 있는 것이 차단되기 때문입니다.

핸드폰이 처음 나왔을 때 모두가 신기해했잖아요. ‘전선으로 연결이 안 되어 있는데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하고 신기해했는데 핸드폰은 전파로 연기되어 있기 때문에 작동이 되는 겁니다. 태양과 지구는 빛이라는 파동으로 연기되어 있어요. 그래서 빛을 차단하면 식물이 죽어버리죠. 전파를 차단하면 마치 전선을 자르는 것과 같이 핸드폰도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전파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연기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단독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모든 것이 연기되어 있다는 이치를 깨달으셨습니다. 엄마가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에게 영향을 주고, 아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엄마에게 영향을 주고, 언론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줍니다. 언론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달하면 우리는 그것이 다 진실인 줄 압니다. 그것이 좋은 연관이든 나쁜 연관이든 서로 다 연관되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다 이렇게 연관되어서 서로 영향을 받고 살아갑니다. 그런 것을 ‘연기’라고 표현한 겁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그 연결된 고리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연결이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많은 부작용이 생기지요.

우리의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리가 아프면 머리에 침을 놓아야 하는데 발에 침을 놓거나 손에 침을 놓는 경우가 있잖아요. 신경이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겁니다. 손의 어느 부분에 자극을 주면 머리의 어느 부분에 영향을 주고, 발의 어느 부분에 자극을 주면 위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체했을 때는 손의 어느 부위에 침을 놓으면 체기가 내려가죠. 그 부위에 자극을 주면 그것이 아픈 부위에 전달이 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이것도 다 연기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람과 자연이 연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사람과 자연은 먹는 음식으로, 들이마시는 공기와 호흡으로, 모든 부분에서 서로 연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나무 뿌리와 수도 파이프처럼 고체로 연기되어있지 않으니까 ‘서로 관계가 없다’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이 세상의 물질적 연기에는 고체 개념, 액체 개념, 기체 개념, 파동 개념이 다 들어 있습니다. 정신적인 연관도 다 파동의 개념이에요. 이런 사실들이 지금 과학적으로는 다 밝혀져 있지만 일상에서는 사람들이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살죠. 왜냐하면 경험으로 알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연기법이 일상에서는 적용이 잘 안 되는 이유는 파이프 식으로 연결된 것만 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눈에 안 보이는 연기에 대해서는 모르고 살아가는 거죠. 과학자들은 만물의 이치에 대해 물질적인 연관을 밝혀낸 것이고, 부처님은 물질세계, 생명세계, 정신세계의 모든 이치와 원리를 깨달은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연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매 순간 알아차리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지구상에 벌이 소멸하면, 벌에 쏘일 일도 없어지고, 우리 생활에도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 같죠? 그렇지 않습니다. 벌이 소멸하면 모든 꽃에 수정이 안 됩니다. 그래서 지구상의 모든 과일 및 채소의 열매가 소멸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인간의 삶도 3년 안에 멸종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연관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그냥 살아가죠.

우리가 볼 때는 필요 없는 것 같은 작은 미물도 다 필요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 존재합니다. 그러니 어쩔 수 없으면 몰라도 모든 존재를 함부로 해쳐서는 안 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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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만물에는 다 제자리가 있습니다.
명심문이 떠오늡니다.
귀하지 않은 존재가 없음을 다시금 새깁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2023-04-20 07:33:45

강혜경

연기법에 대한 설명 감사합니다. 새겨서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04-18 18:07:28

바람

세상 모든 것은 연관되어 있습니다. 마음에 더욱 다가옵니다. 작고 큰 모든 일에 관심을 기울이시는 스님께 감탄합니다.

2023-04-18 16: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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