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하루

2023.3.29 농사일, 수행법회
“야식을 먹는 게 멈춰지지 않습니다. 어떡하죠?”

안녕하세요. 두북 수련원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늘은 오전과 저녁, 두 번에 걸쳐서 수행법회 생방송을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8시부터 정토회 기획위원회를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지 조언을 요청해서 정토회 임원들과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습니다.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한 지 10일 밖에 되지 않아서 아직 혼선이 있는 상황이지만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기획위원회는 정토회의 미래 방향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임을 확인하고 앞으로 어떻게 회의를 진행해 나갈지 결정한 후 회의를 마쳤습니다.

오전 10시에는 수행법회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화상회의 방에 정토회 회원들이 모두 입장하자 스님이 웃으며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요즘은 벚꽃이 완전히 만개해서 아주 보기가 좋습니다. 봄이 완연히 온 것 같습니다. 두북 수련원에서 하고 있는 농사일도 점점 일손이 바빠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난 주말에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2-1차 천일결사를 시작된 지도 벌써 열흘이 지났습니다. 으뜸절과 실천장소에서는 많은 정토행자들이 찾아와서 봄맞이 농사준비를 했습니다. 감자를 심기도 하고, 거름을 뿌리고, 밭을 갈았습니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보았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뉴스에서 범죄 기사를 보면 불안과 분노가 올라온다며 어떻게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범죄 기사를 보면 불안과 분노가 올라옵니다.

“저는 묻지 마 폭행을 비롯해 각종 범죄 기사를 보면 불안과 분노가 올라옵니다. 어릴 때 그런 류의 범죄를 당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타인의 잘못된 행동으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크게 상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며 화가 나거나 두렵습니다. 이런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무지를 깨우쳐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누구나 다 그런 일을 겪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조심해야 됩니다. 그런데 조심하는 것과 이런 경험이 트라우마가 된 것과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만약 트라우마가 되어 버리면 다음에는 비슷한 일을 못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전기톱을 쓰다가 손가락을 다친 경험이 있으면 전기톱을 봤을 때 겁부터 납니다. 이런 증상이 트라우마예요. 트라우마는 정신질환에 속합니다. 과거의 경험이 뇌에 각인이 되어서 충격을 주기 때문에 현실에서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에서는 자꾸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생각이 일어나서 심리가 불안해집니다. 이런 경우는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물론 요즘에는 보통 사람들도 묻지 마 폭행을 당하곤 하니까 길을 갈 때도 늘 조심해야 되고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느낌은 누구에게나 다 있습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그 정도가 약해서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언론에서 이런 기사가 많이 나면 당분간은 불안했다가 또 잠잠하면 가라앉습니다. 그런데 질문자처럼 아주 민감할 뿐만 아니라 늘 그런 생각이 든다면 치료를 받아야 됩니다.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상담도 받아야 해요.

그런 후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수행법은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면서 절을 하는 겁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아무 일도 없습니다’ 이렇게 자기에게 암시를 주면서 절을 합니다. 실제로 아무 일도 없어요. 아무 일도 없는데 내가 영화를 보고 놀라듯이 혹은 꿈에서 놀라듯이 심리가 불안한 겁니다. 이것은 자기가 자기 스스로를 치료하는 자가 치료법입니다. 즉 무의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치료 방법입니다. 무의식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기 암시를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자기 암시를 주는 것을 우리는 ‘기도’라고 합니다.

저는 편안합니다. 아무 일도 없습니다.

매일 108배 절을 하면서 이런 기도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치유에 조금 도움이 될 거예요.”

“혹시 타인의 잘못된 행동으로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해서 엄청 화가 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수행을 하면 좋을까요?”

“질문자는 타인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어떤 피해를 입었습니까? 묻지 마 폭행 등을 당해 봤어요?”

“저는 어렸을 때 성추행을 당한 경험도 있고, 왕따를 당한 경험도 있고, 납치를 당할 뻔한 적도 있거든요.”

“그렇다면 과거의 경험이 트라우마가 된 것입니다. 불안함은 치유를 해야 돼요. 그런 후 일상생활에서는 약간 주의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기톱과 같은 기계를 사용할 때 사고가 안 나려면 기계를 다룰 때 조심을 해야 합니다. 조심하는 것과 불안한 것은 성격이 다른 거예요. 위험한 곳에는 안 간다던가, 밤늦게 안 다니는 것은 조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밤만 되면 불안하거나 길만 가는데도 불안하다면 이것은 정신질환에 속하는 거예요. 트라우마는 치유를 받으면 좀 진정이 됩니다. 그다음에 기도를 하면 조금 더 안정이 됩니다.

분노라는 것도 엄격하게는 정신적인 질환에 속합니다. 애인하고 헤어지고 나서 밥도 목구멍에 안 넘어가고 만사가 귀찮고 죽고 싶어 한다면 대부분이 사랑병이라고 부르지만, 정신적인 작용의 측면에서는 모두 병에 들어갑니다. 남편이 죽었기 때문에 나도 따라 죽는다면 이것도 굳이 따지자면 정신병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를 하는 것이지 엄격하게는 모두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치료를 잘 받도록 하겠습니다.”

세 명과 대화를 나누고 추가로 더 질문을 받은 후 12시가 다 되어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회원들은 화상회의 방에 모여 마음 나누기를 이어나가고, 스님은 방송실을 나왔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오후에는 울력을 했습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문수팀 예비 행자님들과 함께 지붕 수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어제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다 뜯어내고 강판 지붕을 새로 얹어놓았습니다.

오늘은 조각으로 된 강판 지붕을 세밀하게 크기에 맞게 맞추고 나무 지지대에 맞춰 나사를 박았습니다. 스님이 긴 막대기로 지지대가 있는 곳을 맞춰주면 행자님이 나사를 하나하나 박았습니다.


못을 다 박고 원래 있던 방수 천을 펼쳤습니다.

“방수 천이 짧아서 비가 샐 수도 있겠네요. 일단은 비가 올 때 어떻게 되는지 보고 또 보수합시다.”


창고 지붕 수리를 마치고 이번에는 화장실 지붕을 수리했습니다. 화장실도 슬레이트 지붕이 많이 낡아 있었습니다. 못을 빼고 슬레이트를 조각조각 빼냈습니다.




슬레이트를 다 치우고 지붕 강판 5개를 겹쳐 올렸습니다. 화장실 천장 크기보다 강판이 더 커서 튀어나온 부분은 힘으로 구부렸습니다.

“이 지붕은 잘 휘어진다는 장점이 있네요.”




나사를 박아 고정을 시키고 울력을 마쳤습니다. 천장 크기에 맞게 강판 위치를 조절하다 보니 두 곳의 지붕을 다 교체하는데 4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5시 30분이 넘어 두북수련원으로 돌아와 업무를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7시 30분에는 저녁반 회원들을 위해 수행법회 생방송을 했습니다. 오전처럼 주말에 으뜸절에서 회원들이 봉사활동을 한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준 후 두북 수련원의 봄꽃 소식도 영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저녁에도 세 명이 사전에 질문을 신청하고 스님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야식을 먹는 것이 도저히 멈춰지지 않는다며 어떻게 하면 욕구를 다스릴 수 있는지 질문했습니다.

야식을 먹는 게 멈춰지지 않습니다. 어떡하죠?

“스님께서는 수행자는 하기 싫은 일도 '네' 하고 하는 것이 수행이고, 하고 싶은 것도 쥐약인 줄 알면 안 하는 것이 수행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것은 좀 많이 힘들지만 '네' 하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야식을 먹는 게 멈춰지지 않습니다. 하기 싫은 것을 하는 것에 비해서 하고 싶은 것을 멈추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과보를 달게 받는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해도 될까요?”

“네, 됩니다.”

“사실 요즘 계속 야식을 먹고, 다음날 아침에 참회기도를 하고 있거든요. 계속 이렇게 해도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좀 도와주세요.”

“그렇게 해도 된다니까요. (웃음)

저녁에 야식 먹는 게 뭐가 문제예요. 저녁에 야식 먹는 것은 남을 때리는 것도 아니고, 남의 물건을 뺏는 것도 아니고, 남을 성추행 하는 것도 아니고, 남한테 욕설하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사기 치는 것도 아니고, 술 먹고 취해서 남을 괴롭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야식 먹는 것은 불교의 근본 계율인 다섯 가지 계율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야식을 드세요. 물론 살이 좀 찌긴 하겠죠. 살찌는 거야 자기가 먹었으니까 과보를 받아들여야죠. 그리고 밥을 먹고 나서 곧바로 자니까 혹시 위가 안 좋아질 수도 있는데 그건 또 병원에 가서 약 먹고 고치면 돼요. 그래서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야식을 먹으면 살이 찌거나 위가 안 좋아지는 과보를 받아야 됩니다. 과보를 안 받으려면 먹고 싶어도 안 먹어야 됩니다. 도저히 참기 어렵다면 먹어도 돼요. 남을 해치는 일이 아니잖아요. 나한테 손해 나는 일을 내가 결정하는 것에 불과해요.

질문자의 무의식 속에는 '살찌면 안 되는데' 하는 것도 있지만 '살 좀 찌면 뭐 어때' 이런 것도 함께 있는 거예요. '위가 좀 나빠지면 어때. 병원에 가서 치료받으면 되지. 얼마나 오래 살려고 먹고 싶은 것까지 안 먹고 살 필요가 있나' 이렇게 무의식 세계에서 속삭이는 겁니다. 그래서 '안 먹어야지!' 이렇게 결심해도 다른 한쪽에서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고 하지 않느냐? 먹어도 괜찮아' 하고 속삭이는 거예요.

질문자와 같은 사람은 유혹에 약한 사람입니다. 반대로 좋아하는 것은 멈출 수 있는데, 싫어하는 것은 죽어도 못한다는 사람도 많아요. 이런 사람은 성냄이 많은 사람입니다. 불교에서는 괴로움의 원인을 '탐진치(貪瞋癡)'라고 말합니다. 질문자는 그중에서 탐심(貪心)이 많은 사람에 속해요. 하고 싶은 것을 못 참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싫은 건 죽어도 못해' 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런 사람은 진심(瞋心)이 좀 강하다고 볼 수 있어요. 두 가지 모두 뿌리는 하나이지만 드러나는 모습은 서로 달라요. 한 가지로 요약해서 말한다면 모든 괴로움은 어리석음, 즉 무지(無知)로부터 일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셋으로 나누어 말하면 탐진치(貪瞋癡), 즉 욕망, 성냄, 어리석음으로부터 일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아, 나는 탐심이 좀 강하구나’ 이렇게 인정을 하고 과보를 받든 지, 과보를 받지 않으려면 꾸준히 수행을 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서 하기 싫은 건 벌떡 일어나서 해버리는 연습을 해야 돼요. 반대로 하고 싶은 건 탁 그냥 멈추는 연습을 해야 됩니다. 음식이 입에 탁 들어갔더라도 알아차리는 순간 탁 음식을 뱉어 버려야 돼요. 이미 입에 들어간 한 개만 먹고 다음부터는 안 먹겠다고 하는 정도로는 못 고칩니다. 그러면 늘 자기 합리화가 계속되거든요. 야식을 먹고도 살도 안 찌고 배도 안 아프게 도와드릴까요?” (웃음)

“야식을 멈추는 게 잘 안 됩니다.”

“그냥 야식을 먹어도 된다고 하잖아요. 멈추는 게 안 되는 것은 멈추기 싫어서 안 멈추는 겁니다. 멈추는 게 왜 안 돼요. 그냥 멈추면 되는데.”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엄청 많이 먹은 다음입니다.” (웃음)

“그러면 토하면 되죠. 손가락을 넣어가지고 토해 버리세요. 자꾸 그렇게 해봐야 돼요. 알아차렸거든 그때 손가락을 입에 넣어서 토해 내세요. 그렇게 몇 번 하면 좀 빨리 알아차려집니다.”

“알겠습니다.”

“개선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벌칙을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내가 야식을 안 먹기로 했는데 야식을 먹으면, 이 세상에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서 백만 원을 보시하겠다고 약속하는 겁니다. 매일 야식을 먹었다면 한 달에 삼천만 원을 보시하게 되겠죠. 그러면 질문자도 먹어서 좋고, 가난한 사람들도 먹어서 좋고, 모두 좋죠. 그러니 벌칙을 정해놓고 한번 해봐요. 백 원을 내겠다고, 천 원을 내겠다, 이 정도로는 안 됩니다. 적어도 한 번 야식을 먹을 때마다 백만 원을 보시하기로 정해 봐요. 그러면 야식을 서너 번 먹고 나서 딱 멈춰질 겁니다.

그렇게 못한다면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거예요. 안 먹고 싶은 데 어쩔 수 없이 먹는 게 아니고, 먹고 싶어서 먹는 겁니다. 담배를 끊고 싶은 데 못 끊는 게 아니고, 안 끊고 싶어서 못 끊는 거예요. 담배를 끊는 방법은 그냥 안 피우는 것입니다. 안 피우는 데는 돈이 안 듭니다. 야식을 안 먹는 데에도 돈이 안 들어요. 남한테 해도 안 끼치고, 돈도 안 들고, 그냥 안 먹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도 그걸 못하겠다는 것은 결국 ‘하기 싫다’ 이런 뜻이에요. 멈추지 못하는 게 아니라 멈추기 싫어서 안 멈추는 것입니다. 멈추고 싶은데 안 멈춰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돼요. 생각은 '안 먹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마음은 먹고 싶은 겁니다. 그래서 먹는 거예요.

방법은 두 가지예요. 첫째, 먹고 싶으면 먹는 것입니다. 대신 안 먹어야 된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겁니다. 둘째, 그럼에도 안 먹어야 된다고 생각을 한다면 무조건 멈춥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 아내와 멀리 떨어져 지낼 때는 보고 싶기도 하고 그리워지는데 막상 집에 돌아와서 만나면 제 입에서 고운 소리가 안 나옵니다.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어요. 어찌하면 되나요?

  • 회사에서 벌어지는 공평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일을 문제 제기하여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직장동료들과도 관계가 불편해지고 있고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대화를 마치고 나서 스님이 마무리 인사를 했습니다.

“다음 주 수행법회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경비를 아낀다고 방송을 담당하는 사람만 한 명 데려가고 스님의 하루 제작팀은 안 따라갑니다. 그래서 내용을 풍성하게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현장 모습을 사진으로는 몇 장 정도는 보여드리겠습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생방송을 마치고 나니 밤 9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내일부터 이틀 동안은 공동체지부 활동가들과 함께 봄꽃 나들이와 농사 울력을 하고, 저녁에는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전체댓글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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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생각과 마음 잘 구별해서 수행정진하겠습니다._()_

2023-04-03 07:49:30

자재왕

하기 싫어도 벌떡 일어나 해보는 연습, 하고 싶어도 딱 멈추는 연습 해보겠습니다.

2023-04-02 12:17:40

고원

감사합니다.
탁 멈추기 쉽지 않아서 수행정진합니다.

2023-04-02 07: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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